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219)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219화(219/497)
168. 정령학개론 (1)
[내 탓으로 돌리려 하지 마라. 고통을 참으며 마력을 합성해 봐야 그건 네 힘이 아니라 내 힘에 불과하니까.]카릴은 영주관을 나와 아조르의 시내로 걸어 나왔다. 광장 한복판에 있는 분수대에 앉아 사람들이 지나가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알고 있어. 단순히 초대 마법에서 그치려고 했다면 강제로라도 합성을 시켰겠지.’
[……어째 날 위해서가 아닌 것처럼 들린다?]라미느의 말에 카릴은 피식 웃었다.
‘물론, 널 위함이기도 하고. 내 마력은 비전력이지만 그보다 더 근본은 리세리아의 용마력이다. 빛과 어둠의 힘을 포기하고 순수한 마력을 쓴다면 너와 합성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야.’
[흐음……. 그런데? 왜 꼭 비전력을 고집하는 게냐.]‘신살(神殺).’
카릴은 차갑게 대답했다.
‘드래곤의 힘도 정령왕의 힘도 신을 죽일 순 없다. 네가 말하지 않았던가? 그 둘의 힘을 모두 가지고 있는 자가 도달했던 마법이 있다고.’
라미느는 카릴의 말에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위대한 마법…….]‘그게 무엇인지 정확히는 알지 못하지만 나는 그 힘에 비전력을 더할 것이다. 바라지 마지않는 한순간에 더 완벽하고 더 궁극적인 힘을 쓰기 위해서.’
[…….]카릴과 계약을 한 라미느는 그의 생각을 읽을 수는 없지만 그의 감정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분노 그 이상의 냉정함.
[우리들이야 그렇다 쳐도 도대체 너는 어째서 그토록 신을 증오하는지 모르겠군.]‘신령 전쟁에 블레이더가 인간이었다면서. 그들과 같은 이유라고 해줘.’
[그들은 인간의 잣대가 아닌 신의 잣대로도 설명할 수 없다. 네가 그들처럼 신 이상의 존재의 부름이라도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냐?]‘아니.’
카릴은 라미느의 말에 대답했다.
‘난 누가 시킨 게 아니라 내 의지로 행하는 거야.’
탁-
그는 걸터앉아 있었던 분수대에서 내려오며 걸음을 다시 옮기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널 다스리는 법도 스스로 찾아야지.’
우우우웅…….
얼음 발톱이 가볍게 떨렸다.
검 자체가 아닌 그 안에 있는 자르카 호치가 그의 말에 반응이라도 하는 것처럼 보여 카릴은 피식 웃었다.
‘그래. 네가 말하고 싶은 게 뭔지 알아. 내가 가진 비전력의 빛 속성 때문에 암흑력을 제대로 다루지 못해 널 불러올 순 없지만……. 마력 합성을 성공시키면 인형술 이전에 널 소환하는 것도 가능하겠지.’
[네 녀석 주위엔 어째 인간보다 인간이 아닌 자가 더 많군. 표정을 보아하니 결국 거기에 갈 생각이냐.]카릴은 라미느의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응, 자존심이 좀 상하지만.’
* * *
퍽-!!
어스름이 깔린 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서 있던 두 명의 보초가 목이 뒤로 꺾이면서 앞으로 고꾸라졌다.
비명도 내지 못한 채 눈 깜짝할 사이에 둘을 처리한 사람은 다름 아닌 카릴이었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것 같군.]‘뭐……. 옛날에 잠입을 꽤나 했었지.’
카릴은 라미느의 말에 피아스타 때를 비롯해 전생에 올리번의 황명으로 수많은 귀족을 암살했던 자신을 떠올렸다.
지금의 실력에서 이런 일이야 너무나 쉬운 일이었지만 당당히 정문으로의 입성이 아닌 이런 침입은 이제 하고 싶지 않아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다.
[차라리 알른 자비우스에게 도움을 청하면 되지 않느냐. 그라면 비전력을 합성하는 방법도 쉬이 알 텐데.]‘그럴 순 없어. 그의 도움을 받아서 6클래스를 넘는 것은 의미가 없으니까. 7클래스, 8클래스에 도전할 때에도 그에게 떠먹여 달라고 할 순 없잖아?’
라미느의 말에 카릴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달라. 알른은 마법에 대해서는 완벽하지만 정령술에 대해서는 마법에 비해 성취가 높지 않다. 그가 제시하는 해법은 마법적 견해겠지. 하지만 나는 정령술적 견해로 마력 합성 방법을 찾으려는 거야.’
[너 평상시보다 말이 엄청 많은 거 알지? 그리고 그게 무슨 의미인지도.]‘…….’
입을 다문 그의 모습에 라미느는 재밌다는 듯 껄껄 웃었다.
[농담이다. 네 말대로 마법서가 있어도 익힐 수 있는 자와 없는 자는 명백하니까.]‘알른이나 너나 기회다 싶어 나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로군.’
[그래,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널 놀려보겠느냐. 그래도 고민을 하는 모습이 조금은 인간답다. 워낙에 혼자 뭐든지 잘해서 인간 같지도 않아 보였거든.]보초를 쓰러뜨리고 카릴은 눈앞에 있는 거대한 문을 바라봤다.
건축물은 고개를 완전히 꺾어도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게 솟아 있었다.
그런데 이런 것이 하나가 아니라 무려 여섯 개나 있었다.
[뭐 알른, 그자의 성격을 생각했을 때 네가 이곳에 오자고 해도 절대로 오지 않았을 것 같긴 하군.]라미느는 흥미로운 듯 말했다.
[여긴 너와 나밖에 모르는 일이니까. 그녀의 공간에서는 허락된 령(靈)만이 의지를 가질 수 있으니까. 알른이라 할지라도 기억 속에 없겠지.]카릴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여섯 개의 거대한 탑.
그것은 다름 아닌 7인의 원로회 중 6인의 영웅을 기리는 탑이었다.
[재밌구나.]라미느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쿼니테의 정수가 이런 곳에 있다니 말이야.]카릴이 서 있는 탑 위에는 한 사람의 이름이 선명하게 각인 되어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탑들에도 각각의 이름이 각인 되어 있었다.
‘뭐, 정확히는 그것이 그녀의 것인지 모르고 후대의 사람들이 그저 이 탑 안에 같이 넣어 둔 것이겠지.’
아인 트리거에서 작은 화염체가 흘러나와 탑의 꼭대기를 비추었다.
엘프의 보고에서 만났던 정령술사 쿼니테.
카릴과의 계약에서 그녀는 자신이 집대성한 정수, 정령학개론의 위치를 알려줬다.
처음에 그녀의 말을 들었을 때 카릴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놀랍게도 그 책이 있는 곳이 바로 이곳.
7인의 원로회 중 한 명인 구스타브의 무덤 안이었으니까.
-구스타브……? 지금 7인의 원로회인 구스타브 경을 말하는 건가?
쿼니테는 카릴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마법사이기 이전에 뛰어난 정령술사이기도 했다. 그는 물의 정령왕, 해일의 여왕인 에테랄의 계약자이기도 했으니까.
-세기의 정령술사라 칭송받는 당신이 구스타브를 칭찬하다니……. 알른이 들으면 기가 찰 노릇이겠군.
그녀는 의문이 담긴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당신에게는 뛰어난 선구자일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원로회의 수장인 알른 자비우스를 죽인 자라는 건 모르겠지? 그것도 오명을 씌워서.
하지만 이내 곧 그의 말을 듣고 난 쿼니테는 쓴웃음을 지었다.
-알고 있다.
-그럼 다행인 줄 알아. 지금 여기에 잠들어 있는 늙은이가 깨어 있었다면 난리가 났을 테니까.
그녀의 대답에 반대로 카릴이 살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모두가 구스타브를 영웅이라 칭송하고 있었지만 그 뒤의 진실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일에는 인과관계가 있는 법. 잘잘못을 따진다면 각자의 입장을 모두 봐야지 않겠느냐.
-잘못 알고 있는데 난 누군가를 판결하려고 하는 게 아니야. 하지만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하는 게 뭣 같은 일이라는 건 알지. 눈앞에서 질리도록 많이 봤거든.
이글거리는 카릴의 눈빛을 보며 쿼니테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일 뿐 이렇다 할 말을 하지 않았다.
-언젠가 밝혀지겠지.
-그렇게 그들을 변호하고 싶다면 차라리 지금 얘기하면 되잖아? 어차피 모두 죽은 자들인데.
-제삼자를 통한 말은 아무리 진실이라 하더라도 그 색깔이 퇴색되는 법이니까. 언젠가 네 스스로 찾게 되겠지.
쿼니테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넌 알른 자비우스를 믿는가?
-과거의 인간들은 어찌 그리 질문도 똑같지? 그 양반도 내게 그런 질문을 했는데.
-그런가. 그럼 너는 뭐라 대답했지?
카릴은 그녀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난 그에게 왜? 어떻게? 이런 질문은 하지도 않았다. 구스타브가 정말 영웅일 수도 있고 혹은 알른의 말대로 그가 억울한 죽임을 당한 걸 수도 있지.
-…….
회색교장에서 처음 알른을 만났을 때 그는 카릴에게 자신의 기억을 보여줬었다.
그때 알른의 맹위는 눈이 부실 정도였다.
웰 바하르의 머리를 고작 매직 미사일로 날려 버린 그가 정말 나머지 원로회들에게 죽은 것인지 의아했으니까.
아쉽게도 그 당시 그의 기억은 거기서 끝나 그 결말을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내가 그와 함께하는 이유는 그가 한 말 때문이야.
-어떤 말이지?
-누구도 믿지 말고 자신을 믿어라. 내 생각과 똑같거든. 내 등에 칼을 꽂기 전에 내가 그자의 목에 베어버릴 거니까. 그게 알른이든 구스타브든…….
차가운 그의 대답은 쿼니테가 만든 공간마저 얼어붙게 만드는 것 같았다.
-설령 드래곤이라도.
카릴은 조금 더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강하군.
-알아.
쿼니테는 고민 없이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카릴의 모습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라미느가 어째서 널 인정했는지 알 것 같구나. 너는 확실히 곧은 검과 같은 인간이구나. 검의 정점에 서는 것은 어렵지 않겠지.
그녀는 담담히 말했다.
-하지만 곧은 자는 곧은 길만 생각한다. 검은 곧 의지이니까. 하지만 정령은 다르다. 그들은 각각의 의지를 품은 존재이기에 정답이 하나가 될 수 없다. 그 차이를 알지 못한다면 너는 정령술에 다다르지 못할 거다.
카릴은 그녀의 말에 쥐고 있던 건틀렛을 다시 한번 보였다.
-이미 그 정령 중 하나를 다루고 있는데 앞뒤가 안 맞는 소리라고 생각하지 않아? 아까도 얘기했지만 쓸 수 있는지 없는지는 내가 정해.
카릴은 회상에서 깨어나 앞을 바라봤다.
‘…….’
그는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호기롭게 대답했던 그때와 달리 마치 지금 상황을 예언하는 것처럼 쿼니테가 했던 마지막 말대로 그는 지금 곤욕을 치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알른에게 했던 말도 거짓말은 아니군. 어쨌든 사자(死者)에게서 해답을 찾으려는 거니까.]카릴은 라미느의 말에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나저나 무덤이 도굴된 걸 알면 다음 날 난리가 나겠군.]아조르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이 탑들은 제국의 교단처럼 마법사들의 우상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러니 그런 곳에 무단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날 막으려고 하는 게 더 난리 나는 거겠지.’
쿠그그그그…….
하지만 카릴은 개의치 않고 문의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단단하게 걸린 봉인 마법이 발동하기도 전에 그는 그보다 더 강대한 마력을 밀어 넣었다.
우지끈……!! 쿵!!
문의 손잡이가 빨갛게 달아오르더니 끝내 그 힘을 견디지 못한 듯 연결고리가 끊어지고 말았다.
[여전히 무식한 방법이군. 마법사들이 싫어할 만해. 마력으로 마법을 압도해 버리는 건 고생해서 만든 공식과 수식을 무시해 버리는 거니까.]라미느는 나인 다르혼의 서재에서 카릴이 건물의 봉인식을 무시한 채 용마력의 힘으로 자신을 소환했던 일을 떠올리며 말했다.
‘나인 다르혼의 봉인식에 비하면 애들 장난이야. 개미를 밟는데 머리부터 밟을지 몸통부터 밟을지 고민하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냐? 그냥 부수면 되지.’
[…….]라미느는 심드렁한 카릴의 대답에 할 말을 잃은 듯 가만히 있었다.
휘이이익…….
무덤의 문이 열리자 따뜻한 바람이 느껴졌다. 탑 안은 마법이 걸려 있어 온도와 습도가 적절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흠…….”
구스타브의 시체가 있는 관에는 또 따로 마법이 걸려 있는 듯 그 밑에 복잡한 마법진이 새겨져 있었다.
저벅- 저벅- 저벅-
카릴은 화려한 장식이 되어 있는 그의 관은 관심 없는 듯 안으로 걸어 들어가 빼곡하게 꽂혀 있는 벽면의 책들을 훑어보았다.
그는 고민 없이 책장 안에 꽂힌 책 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표지에는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았지만 그것이 그녀가 남긴 정령학개론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지한 인간들이 모를 만하군. 이 정도로 미약한 정령의 숨결은 정령왕과 계약을 한 자만이 볼 수 있는 걸 테니까.]“얼마나 대단한 걸 남겨 놓았는지 어디 보지.”
카릴은 낮게 중얼거렸다.
여전히 회상 속에 쿼니테가 한 말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남아 있는 모양이었다.
[게다가 이 책 자체도 정령왕의 힘이 없으면 풀 수 없게 되어있군.]라미느는 카릴이 뭐라 하기도 전에 이미 책 주위를 회전하듯 날기 시작했다.
화르륵……!!
라미느의 궤적에 따라 책 주위로 불꽃이 일더니 둥근 불의 고리가 만들어졌다.
그와 동시에 책이 반응을 하기 시작했다.
철컥…… 착!!
잠금쇠가 풀리는 소리와 함께 책의 표지에 걸려 있던 고리가 떨어졌다.
카릴은 책을 쥐고 있는 팔이 불의 고리 안쪽에 있음에도 뜨겁지 않은 듯 아무렇지 않게 책을 펼쳤다.
그 순간,
“……이게 뭐야?”
그는 당혹스러움에 자신도 모르게 몰래 잠입했다는 것도 잊은 채 크게 소리치고 말았다.
촤르륵……!!
몇 번이나 책장을 넘겼다.
“…….”
페이지를 확인하며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였다.
마지막 표지를 보고 책을 닫고 나서도 카릴은 할 말을 잃은 듯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쿼니테가 남긴 고서.
그 안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