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22)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22화(22/497)
20. 굴레를 벗다
[여기까지 찾은 너에게 한 가지 도움을 주마. 마력을 안정화해 주는 팔찌다. 마력을 빨아 먹는 저주받은 물건이지만 지금 네겐 생명의 은인일 거다. 들끓는 마력혈을 진정시킬 수 있거든. 너, 이따금 가슴 통증을 느끼지 않았나?]“……!!”
마치 자신의 상황을 알고 있기라도 한 듯 적힌 문장에 카릴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카이에 에시르의 말에 그는 신기한 듯 자신의 손목의 팔찌를 바라보았다.
[운이 좋다. 만약 이게 없다면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몸이 용언마력을 감당하지 못해 터져 죽게 되었을 거다. 대마법사도 예외 없이 말이야.]“허…….”
섬뜩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잘도 했다.
[축하한다. 내가 남긴 이 글을 보고 있다면 넌 살아남았다는 뜻이니까.]카릴은 자신도 모르게 등골이 오싹해져 이마에 땀이 맺혔다.
‘이걸 찾지 못했더라면……. 나 역시…….’
죽었을지도 모른다.
미래를 알고 있기에 자신만만했던 그였다.
‘세상은 정말 모를 일투성이군…….’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순간 적힌 글귀가 다시 바뀌었다.
[5개의 혈맥을 뚫어 4클래스의 마력을 얻게 되면 마법사의 기준이 된다. 8개의 혈맥을 뚫어 7클래스의 마력을 얻으면 대마법사가 될 수 있지.]마치, 카이에 에시르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나는 8클래스에 도달했다.]“…….”
대마법사 그 이상의 극의(極意).
카릴이 검술에 정점에 도달했던 것처럼.
카이에 에시르는 마법의 정점에 도달했던 유일한 사람일 것이다.
[나를 뛰어넘어라.]꽈악-
카릴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용의 심장을 먹고도 살아남은 녀석이라면 이 정도에 절대 만족하지 마라. 탐욕스럽게 올라가라. 그 누구도 도달할 수 없는 정상에.]마법의 정점이라 불렸던 유일무이한 8클래스를 뛰어넘을 존재.
어쩌면 카이에 에시르는 그것을 기다렸던 것일지도 모른다.
[한 가지 재밌는 이야기를 해주마.]글자가 변했다.
[나와 같은 빌어먹을 ‘것들’이 두 명 더 있다. 역사엔 남아 있지 않겠지. 그놈들은 나보다 더 이상한 ‘것들’이었으니까.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너라면 알겠지. 운이 좋으면 얻을지도 모른단 말이다. 네가 지금 내 힘을 얻었듯이 말이야. 어쩌면 그렇게 되면 나를 뛰어넘는 게 진짜 불가능도 아니지.]‘두 명이나 더……?’
카릴은 그의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르 디 마우그조차도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어쩌면 오직 나만이 알고 있는 비밀.’
과연 어떤 것일까.
떨리는 심장으로 두근거렸다.
‘카이에 에시르, 너의 말대로 나는 탐욕스럽게 힘을 얻을 것이다.’
250년 전에 태어난 이 위대한 남자도 결코 예상하지 못한 사실.
‘검뿐만 아니라 마법까지 말이야.’
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넌 숨기고 있지만 그 둘뿐만 아니라 네가 숨겨 놓은 힘이 있다는 것도 안다.’
염룡의 기억.
대마도사인 그조차 거기까진 미처 몰랐던 거다. 팔찌가 영롱한 빛을 뿜어냈다.
‘게다가 이건 분명 인간의 물건이 아니다. 그렇다면……. 역시 드래곤의 것이겠지.’
카릴의 머릿속이 빠르게 회전했다.
‘염룡의 레어.’
팔찌의 행방은 당연히 그곳일 것이다.
이미 오래전에 죽은 드래곤이었지만 그의 레어가 발견되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어쩌면 아직도 그대로 보존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안에 있을 무수한 무구.
‘모두 다 얻어주마. 인간과 용이 남긴 모든 것을.’
짜르릉…….
카릴은 상자 안에 있는 가득 들어 있는 금화들을 꺼내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갖은 색깔의 보석들이 있었다. 카릴은 낯익은 그것들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속성석이라니……. 그것도 가장 높은 순도의 것들뿐이잖아. 전생의 황제도 몇 개 가지지 못한 걸 여기서 보다니…….”
[이걸 쓰든 안 쓰든 그건 네 마음이다.]상자에 적힌 문구.
[하지만 네가 쓰고자 마음먹었다면 아끼지 말고 모두 써버려라.]“훗…….”
얼굴을 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거침없는 그의 말에 카릴은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너는 이곳에서 힘을 얻었고 생명을 얻었으며 재물을 얻었다.] [그런 자가 이제 못 할 것이 무엇이지? 어디에도 얽매이지 마라. 너는 이제 누구보다 가치 있는 존재다. 자신의 존재성을 확립시키는 것.] [나는 그것을 자율의지(自律意志)라 생각한다.]그 순간 카릴을 마치 번개를 맞은 것처럼 가슴이 찌릿한 기분이었다.
“자율의지…….”
갑자기 머릿속이 맑아지는 기분.
[무엇을 지키려 하는가, 어째서 싸우려 하는가, 어떤 것을 얻으려 하는가. 그 모든 물음에 타인이 아닌 내가 있어야 한다.]끝까지 오만하고 자신만만한 말투였다.
하지만 그의 말은 마치 자신에게 하는 것 같다.
[마음껏 날뛰어라.] [지금 너란 녀석이 꿈꾸고 있는 게 뭐지? 이 힘을 가지고 무엇을 할 거냐. 기껏 왕의 충신 노릇이라도 하려는 거냐? 아니면 고작 쥐꼬리만 한 도시를 꾸리는 귀족으로 만족할 셈이냐.]적혀 있는 문구가 마치 카릴을 질책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 누구의 밑에도 있지 마라. 이것이 나 카이에 에시르의 보물을 얻은 자가 해야 할 일이다.]“하…… 하하하…….”
카릴은 웃었다.
갑자기 터져 오는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는 다시 한번 카이에 에시르가 남긴 말을 곱씹었다.
“그 누구의 밑에도 있지 마라.”
제국의 기사가 되고 신탁을 받들고 미래를 바꾼다?
‘애초에 첫 단추부터 나는 잘못 생각했다.’
미래를 바꾸려고 친우이자 황제를 죽인 자신이 어째서 지금까지 제국이란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을까.
‘내 몸에 흐르는 피가 무엇인가.’
이민족의 피가 흐르는 자신이 다른 형제들에게 제국의 공적을 주지 않기 위해 포로를 죽였다.
구차하다.
그럴 필요가 없는 일인데.
‘어째서 나는 제국에 인정을 받으려고 했던가.’
이 힘을 가졌는데 아직도 제국을 얽매여 싸우려 했던 건가.
왜……??
알 수 없는 답답함.
그 이유.
‘이제야 비로소 깨달았다.’
그건 힘도 생명도 재물도 아니었다.
‘내가 하고픈 일.’
카릴은 손바닥으로 이마를 짚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아래로 손을 내렸다.
마력을 집중하자 그의 손목에 있는 팔찌가 영롱하게 빛을 뿜어냈다 사라졌다.
전에 느꼈던 마력을 쓸 때의 통증이 없다.
손바닥 아래의 입술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으며 올라갔다.
‘제국이 나를 인정하도록 만드는 거다.’
그의 손길을 따라.
손바닥이 지나간 검은 눈동자는 옅은 갈색으로 변해 있었고 칠흑 같은 머리카락은 평범한 금발이 되었다. 누구도 그를 이민족이라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바꾸고자 하는 미래에 어째서 제국인들만 존재하는 것인가. 나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했다.’
이민족과 제국인.
왜 그 둘을 나누어 생각했을까.
자신이 구해야 할 미래에 그 둘 다 존재할 수는 없는 것인가.
‘이제야 명확해졌다. 올리번, 너를 만날 때. 나는 너에게 무릎을 꿇지 않을 것이다.’
황제의 아래가 아닌 동등한 시선으로.
‘널 마주하겠다.’
파직-!!
품 안에 있던 가면을 발로 밟았다.
더 이상 필요 없다.
‘이제 시작이다.’
산산이 부서지는 가면처럼 더 이상 자신을 얽매던 굴레는 사라졌다.
‘다시 돌아올 땐 모든 게 바뀔 것이다.’
동이 트기 시작했다.
아인헤리를 나서는 카릴의 모습은 이제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카릴 맥거번.
그의 진짜 새로운 삶이 시작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