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221)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221화(221/497)
169. 뛰어넘다
카릴은 눈앞에 투명한 두 개의 불꽃을 바라봤다.
이제야 그 두 개가 어째서 투명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화르륵……!!
그 불꽃 사이로 라미느의 화염이 나타났다.
처음과 달리 그는 본래의 색깔을 가지고 있었다.
오히려 그의 힘을 억누르려 하지 않게 되자 어둠 속에서 화염이 흔들리지 않았다.
‘라미느. 널 비전력에 합치려고 억지로 본래의 색깔을 없앤 것에 사과한다.’
같은 정령왕임에도 불구하고 5대 원소와 달리 라시스와 두아트가 2대 광야(光夜)로 구분 지어지는 이유는 원소와 본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이었으니까.
[지금 이게 사과하는 사람의 자세냐.]하지만 카릴의 말에 라미느는 오히려 불만스러운 듯 화염을 더욱 일렁거렸다.
그러자 두 개의 투명한 불꽃이 두려운 듯 가까이 가지 못하고 주위를 돌기 시작했다.
‘자……. 시작해 볼까?’
하지만 라미느의 말에도 불구하고 카릴은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는 저 녀석을 어떻게 생각하지?]알른과 계약 이후 침묵을 지키고 있던 두아트가 처음으로 말을 꺼냈다.
[그대도 신경이 쓰이긴 하는가 보군.]가부좌를 틀고 앉은 카릴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알른이 의외라는 듯 말했다.
[그럴 수밖에. 인간 주제에 나를 자신의 마력을 완성하는 재료로 쓰겠다고 얘기했으니 말이야.] [가능하다고 보는가? 지금은 정령의 빈자리를 자신의 용마력으로 대체한다지만 나중에 가서 정말 저 녀석의 말대로 모든 정령왕과 계약한다면…….]두아트의 말에 알른은 껄껄 웃었다.
[정령의 합성이라니……. 솔직히 상상하고 싶진 않은 일이야. 카릴의 마력과 합성되는 것만으로도 저 모양인데 나와 라시스가 정말로 합쳐진다고? 말도 안 되는 일이야.]알른은 두아트의 말에 묘한 표정을 지었다.
[인간이 7대 정령을 모두 계약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단언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서 하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두아트가 내키지 않아 한다는 것만큼은 알 수 있었다.
[불가능하다면 걱정할 필요 없는 거 아닌가. 어째서 불안한 듯 내게 묻는 거지? 그대는 저치가 그 불가능을 뛰어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거지?] […….]두아트는 알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런 그의 모습에 알른은 다시 한번 껄껄 웃었다.
[자네는 나와 계약했다지만 내 본질은 결국 저 녀석으로부터 나오지. 그렇기 때문에 나는 누구보다도 저치에 대해서 잘 알아. 그러니 조언을 하나 하지.]그러고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어차피 답은 하나야.]* * *
[지, 지금 나를 협박할 생각이냐?]라미느는 끝까지 반항하듯 소리쳤다. 하지만 처음과 달리 카릴은 무의식의 공간에서 편안한 모습으로 그를 바라봤다.
‘부탁하고 있는 거다.’
[부탁? ……나참, 잘도 지껄이는군.]‘잘 생각해 봐. 이건 생각보다 엄청난 일이야. 솔직히 말해서 용마력을 가진 나는 불의 마력도 쓸 수 있지. 너를 배제하고 마력을 합성시킬 수도 있다는 말이야.’
[그런데?]‘하지만 나는 단순한 마력의 합성이 아닌 너와 내 마력을 합성시키려는 것이다. 그것은 정령력과 마력을 합성하는 것과 같지. 지금은 너 하나뿐이지만 앞으로 모든 정령을 얻게 되면 너는 이 위대한 업적에 선구자가 되는 거야.’
[……싫어.]카릴은 그의 대답에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어떤 이는 죽을 때까지 마법사의 반열에 오르지 못하고 또 올랐다 하더라도 마력 중독으로 5클래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들도 많아. 수많은 마법사 중에 6클래스의 벽을 넘는 자는 정말 극소수지.’
[…….]‘하지만 소수라도 분명 그들은 존재하며 더 나아가 7클래스의 반열에 오른 자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
[뭘 말하고 싶은 거야?]‘단순히 마력만으로 6클래스에 도달하는 것은 나도 가능한 일인지 몰라. 하지만 나는 왜 굳이 어려운 정령 마법을 통해 6클래스에 도달하려고 하는 걸까.’
라미느는 생각지 못한 카릴의 물음에 살짝 당황한 듯 말했다.
[마계와 연결된 마굴을 찾기 위한 마법을 익히기 위함이지 않느냐.]‘아니.’
그의 대답에 카릴은 고개를 저었다.
‘그것 때문이라면 이스라필만으로도 충분해.’
[그럼…… 왜?]‘꽤 오랫동안 고민을 해왔던 일이다. 단순히 검과 마법을 동시에 쓸 수 있는 것만으로 나는 만족할 것인가?’
‘내가 필요하다고 말한 계기는 6클래스의 벽을 뛰어넘기 위한 계기가 아니다.’
카릴의 말에 라미느의 화염이 파르르 떨렸다.
츠즉…… 츠즈즉……!! 휘이이익……!!
그의 주변에 강렬한 번개와 휘몰아치는 광풍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인간의 한계라 규명된 7클래스. 하지만 과거에 카이에 에시르는 그것을 뛰어넘어 8클래스에 도달했다. 그럼 정설로 알려진 7클래스에 대마법사라는 칭호를 붙이는 게 잘못된 거 아닐까. 역사에 그보다 더 높은 경지에 도달한 자가 분명히 있는데 말이지.’
그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럼 카이에 에시르가 한계에 도달한 자일까?’
촤아아악!! 쩌저적……!
동시에 반대쪽에서 차가운 냉기와 바닥이 부서진 듯 돌덩이들이 서서히 떠올라 그의 주위를 회전하기 시작했다.
‘글쎄……. 인간에 국한되면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보다 높은 드래곤의 영역이라 불리는 9클래스의 영역 역시 분명히 존재한다.’
콰드드득……!! 콰가강……!!
무의식의 공간이 처음으로 부서질 듯이 흔들렸다. 애초에 이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자 카릴이 창조한 것.
그의 마음이 가는 방향대로 이 세계는 더 단단해질 수도 혹은 깨끗하게 소멸될 수도 있었다.
‘그럼 과연 드래곤이 도달한 영역이 마법의 끝이라 할 수 있을까?’
카릴은 라미느를 바라봤다.
‘인간과 드래곤의 영역을 뛰어넘는다면? 나는 그 방법으로 너를 택한 것이다. 정령력이라는 오직 나만이 쓸 수 있는 힘.’
그의 주변에 있던 각각의 마력들이 서로 뭉쳤다가 나뉘기를 수십 번 반복하더니 마지막에 일렬로 세워졌다.
가운데 한 자리가 비어있었다.
라미느의 자리였다.
‘내가 원하는 계기는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영역의 끝에 가기 위한 계기다.’
[하지만!!]그러나 그의 말에도 불구하고 라미느는 두려운 듯 그 빈자리를 맴돌기만 했다.
‘흐음. 라미느, 아무래도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 너무 오래되었나 봐.’
그런 그를 바라보며 카릴은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입맛을 다셨다.
‘리세리아의 레어에서 너를 처음 만났을 때를 나는 아직도 기억하는데……. 변했나?’
[뭐?]‘신화 시대를 살았던 정령왕이라면 조금은 뛰어날 줄 알았는데. 그런데 오히려 너무 오래 살아서 기억력이 감퇴된 거야?’
카릴은 입술을 꽉 물고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한 손으로 턱을 쓸고서 팔짱을 끼고는 라미느의 화염에 손을 가져갔다.
‘내가 하겠다고 했다. 그럼 답은 나온 거 아냐?’
[…….]‘아니면…….’
멱살을 쥐듯 그의 불꽃을 움켜쥐는 것으로 카릴은 라미느의 대답을 묵살했다.
‘너. 지금 나한테 대드냐?’
* * *
콰아아아아아앙—!!!
콰가강—!!
엄청난 마력의 폭풍과 함께 벼락이 떨어졌다.
하지만 그것은 실재하는 것이 아닌 마력으로 만들어진 섬광이었다.
내려치는 낙뢰는 허공에서 어지럽게 흔들리며 영주관을 한바탕 뒤흔들었다.
“저, 저게 무슨 일이야?!”
도시의 사람들은 영주관에 떨어진 벼락에 깜짝 놀라며 웅성거렸다.
놀랍게도 벼락이 떨어진 영주관 주위에 어떤 곳은 불이 붙었고 어떤 곳은 차갑게 얼어 있었다.
또 한 곳엔 돌풍이 불기도 했으며 어떤 곳엔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땅이 갈라졌다.
“저건…….”
이곳은 마법 도시.
거리에 있던 마법사들은 영주관에 떨어진 벼락이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들이 놀란 이유는 그 때문만은 아니었다.
닭살이 돋을 정도로 강렬한 마력 폭풍이 휩쓸고 간 것임에도 불구하고 남아 있는 마력의 잔해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잘못 본 건가?’
‘그럴 리가 없는데…….’
마법사들은 머리를 싸매며 생각했지만 답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 중 몇몇은 저 번개를 바라보며 떠올리는 기억이 있었다.
과거…….
저런 벼락이 떨어진 적이 딱 한 번 있었다.
하지만 마법회의 마법사들과 아조르의 조사관들은 그때에도 그 벼락의 정체를 밝히지 못해 결국 그저 자연재해라는 결론으로 끝내고 말았다.
바로,
카릴이 경연대회를 위해 처음으로 마력을 합성시키기 위한 마법 훈련을 했을 때였다.
그리고 지금…….
똑같은 사람이 다시 한번 마력의 합성에 성공했다는 증거임을 그들은 알 리가 없었다.
“대, 대마법사의 장난인가?”
거리의 누군가가 자신도 모르게 내뱉은 말만이 바람을 타고 사람들의 귀에 들릴 뿐이었다.
카릴은 천천히 눈을 떴다.
라미느의 힘으로 감추고 있던 예의 그 붉은 눈동자 위로 검은빛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라졌다.
“후우우…….”
마력혈에서 흘러나오는 뜨뜻한 마력이 목을 타고 머리 위로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이마에 원형의 고리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6클래스……!!’
아직 완벽하지는 않았다.
흘러나오는 마력이 머리 안을 맑게 해주는 기분은 좋았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은 많았다.
알른 자비우스가 남긴 지식의 보고를 열게 되면 그의 머릿속에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지식이 물밀 듯 쏟아질 것이다.
실로 대마법사의 지식에 버금가는 방대한 양.
그것이,
카릴 맥거번의 6클래스였다.
알른 자비우스는 카릴의 성취를 지켜보며 그가 눈을 뜨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계기는 잘 모르겠고 다른 건 알겠어.”
[뭔데?]“너무 잘해주면 기어오른다. 아니지, 기어오르는 녀석에겐 매가 답이다. 이게 더 맞나?”
[……??]카릴의 말에 알른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대답 대신 그는 그저 옅게 웃을 뿐이었다.
하지만 알른은 그에게서 느껴지는 은은한 마력의 기운을 감지할 수 있었다.
특히 그 안에 뜨거운 화염이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게 느껴졌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알른은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가시에 찔리는 듯한 마력의 기운에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때였다.
“거참, 안 된다니까요!”
“비켜! 이 새꺄. 너 나를 막은 걸 안에 계신 분께서 알게 되면 바로 손모가지가 그냥 날라갈 거다!”
“그래도 안 됩니다. 아무도 들여보내지 말라는 명이셨습니다!”
“어쭈? 이거 안 놔? 야!”
6클래스의 벽을 허문 기쁨도 잠시 문밖이 소란스러웠다. 카릴은 어쩐지 익숙한 그 목소리에 낮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끼이익-
문을 열자 보초병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던 한 노인이 보였다. 영주관의 복도 바닥에서 꼴사납게 병사들과 엎치락뒤치락 엉켜 있는 모습에 카릴은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그러고는 그의 이름을 불렀다.
“캄마.”
“마, 마스터……!! 아니, 주군!!”
“오랜만이야.”
보초들을 사정없이 발로 차며 일어난 캄마는 황급히 그의 앞에 무릎 꿇고는 마치 오래된 연인을 만난 것처럼 눈시울을 붉혔다.
공국에서 꽤나 고생이 많았던 모양이었다.
“길드에서 기다리면 되었을 것을 어째서 여기까지 찾아왔지? 급한 일이라도 있는 건가.”
“네, 공국의 일입니다. 그리고…… 명하셨던 일에 관해서도요.”
캄마의 눈빛이 달라졌다.
함께 온 에이단이 없는 걸 봐서는 아마도 자신의 공을 하루라도 먼저 알리고 싶은 마음에 이 소동을 피운 게 분명하다.
노인네의 욕심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난리를 피운 것을 봐선 빈손으로 온 게 아니라는 뜻이기도 했다.
“그래?”
캄마는 그제야 고개를 들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
그러고는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공국에서 헤어지고 난 뒤, 꽤 오랜 시간 얼굴을 보지 못했던 두 사람이었다.
‘정말……. 그때 그 꼬마란 말인가?!’
그는 속으로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혹여나 들렸을까 자신도 모르게 입을 막고 말았다.
지금 눈앞에 있는 소년은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사람과는 너무나도 달랐기 때문이었다.
‘코브에서 헤어지고 난 뒤…… 1년 정도 흘렀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변할 줄이야.’
겨울이 지나 봄이 오려고 하는 지금 캄마는 카릴의 나이가 이제 15살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래 봤자 성인식도 채 치르지 않은 소년에 불과할 뿐이었다.
‘모습 때문이 아니야…….’
어린아이답지 않은 카릴의 모습에 자칫 놓칠 수 있겠지만 사실 그가 커 보이는 이유는 외모가 아닌 풍기는 위압감 때문이었다.
마치 거대한 산을 앞에 두고 있는 것 같은 압박감은 결코 키가 크거나 덩치가 좋다고 해서 느껴지는 것이 아니었다.
카릴은 그의 표정을 보며 만족스러운 듯 자신의 성취 결과를 느낄 수 있었다.
“들어와. 그 얘기 자세히 좀 들어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