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224)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224화(224/497)
172. 출발
“파시오 한.”
“……네?”
“그동안의 무례를 용서하게. 그리고 배려해 준 것에 대해서 감사하네.”
카릴은 나지막하게 말했다.
마법 도시의 주인이 서 있고 오히려 영주관의 자리에 앉아 있는 카릴의 모습은 다른 사람이 보면 이상할 따름일 것이다.
“……어떻게 알른 자비우스 님께서 지금까지 살아 계신 것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그런 것은 지금 중요치 않았다.
파시오 한은 떨리는 목소리로 카릴에게 물었다.
혹시라도 지금 이 자리에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탐지 마법이라도 쓰게 되면 알 수 있겠지만 위대한 태초의 마법사를 두고 그런 무례한 짓을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당신도 알다시피 7인의 원로회의 종말은 썩 멋지지 않았지. 결과적으로 배신의 알른이 역사에 남았으며 남은 6인은 당신의 선조, 셀린 한이 만든 이곳 아조르에 묻혔다.”
끄덕-
파시오는 카릴의 말에 고개를 숙였다.
“지나간 과거를 들춰 진실을 밝히려 해도 지금에 와서는 너무 오래되어 그 가치가 퇴색되어버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진실이라는 건……. 알른 자비우스 님의 죽음에 대한 것입니까.”
“물론. 그는 억울한 죽음을 맞이했다. 우리가 과거를 들춰 밝히려는 진실 역시 그것과 일맥상통한 일. 하지만 알른은 후손에게까지 그 진실의 대가를 받으려 하지 않는다 말했다.”
“…….”
“당신 역시 죽음의 내막을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쉽사리 납득할 수 없을 거야. 대륙의 모든 사람이 6인의 영웅 구스타브를 찬양하고 배신의 알른은 무덤조차 남기지 않고 회색교장에 남아 있었으니까.”
카릴은 낮게 웃었다.
“과거의 원한은 과거에 풀어야 한다. 위대한 선구자인 알른은 후손들에게 손을 델 생각은 없어.”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파시오는 그의 말에 고개를 다시 한번 숙였다.
“당신의 몸에 흐르는 피가 본능적으로 알른이 진짜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다른 마법사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말을 따른 것이겠지.”
“…….”
“그리고 그 두려움이 어쩌면 거짓된 진실에 대한 공포가 남아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
카릴은 파시오를 바라봤다.
이제 그와 자신은 모두 똑같은 6클래스.
그러나 풍기는 기세는 전혀 달랐다.
비단 알른 때문이 아니더라도 카릴을 보는 것만으로도 파시오는 불과 며칠 전의 그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알른의 배려와 달리 7인의 원로회에 대한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고 여긴다. 그리고 그것은 곧 내 손으로 직접 아조르에 고할 것이다.”
그의 목소리가 하나하나 영주관 안을 울렸다.
“당신의 피가 말하듯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또한 우리를 따른다면 당신이 하고 있는 걱정 역시 해결해 줄 것이다.”
아조르는 제국과 타투르 사이에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온 것이다.
눈앞에 카릴이 있으니 혹여 제국에 마음을 두고 있다 한들 말할 수는 없었다.
카릴 역시 파시오 한의 결정은 애초에 크게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아니기에 굳이 대답을 강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아조르는 울카스 길드의 마법사들을 비밀리에 성장시키기 위한 장소에 불과하니까.’
물론,
덩달아 아조르가 알른 자비우스 덕분에 제국에 힘을 빌려주지 않고 중립을 유지한다면 더 좋고 말이다.
“그럼…….”
파시오는 조심스럽게 허리를 굽히고는 영주관에서 물러났다.
사아아아악……!!
[누가 셀린 한의 후손에게 배신의 대가를 치르지 않겠다고 했나?]그가 나가자마자 검은 연기와 함께 음산한 목소리가 들렸다.
[날 죽이려고 했던 여자다.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배신자란 말이다.]“그가 배신한 것도 아니야. 그의 죄라면 그녀의 핏줄을 물려받았다는 것뿐이지.”
[흥……. 그 덕분에 분에 넘치는 6클래스가 되지 않았더냐. 게다가 너로 인해서 마광산에서 흘러들어 온 속성석 덕분에 마력의 양만은 또 거의 7클래스에 근접하게 되었지.]알른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했다.
[마력의 흐름만 봐도 알 수 있다. 녀석은 자신이 스스로 한 게 하나도 없어. 그저 자연스럽게 저 정도가 되게 태어난 것뿐.]“태어날 때부터 대마법사의 반열? 부러운 삶이군.”
[네 녀석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난 누구보다 많은 노력을 했다.”
카릴은 그의 말에 피식 웃었다.
“내가 재능? 설마……. 나의 훈련은 단순해. 남들이 하는 것에 배를 더 수련하고 그 배를 수련한 나를 상대로 또 배를 수련하는 것.”
[더 재수 없게 들리는데? 그래서 하는 소리야. 그만한 재능이 있으면서 노력까지 하니 말이야.]알른은 오히려 그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마력이 없는 상황에서 오직 검술만으로 소드 마스터를 뛰어넘었잖느냐, 노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 노력만으로 올라갈 수 있는 한계는 분명 존재한다.]마법과 검술.
냉혹하지만 이 두 가지 모두 재능이라는 요소가 끼치는 영향은 엄청났다.
언제든 천재는 존재했으며 지금 이름을 올린 다섯 명의 소드 마스터와 4명의 대마법사 그리고 마지막 비술사인 사이몬 코덴까지 열 명은 가히 천재라는 이름으로 불려도 과하지 않았다.
[…….]하지만 알른은 카릴을 볼 때마다 그 천재의 기준이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를 보고 있으면 대륙 10강이라 불리는 그 위대한 강자들이 평범해 보였기 때문이다.
단순히 한 번의 삶을 더 살았기 때문에 남들보다 뛰어나다는 말은 바보 같은 핑계였다.
[자기 자신을 목표로 둔다는 것. 그거야말로 참으로 거만한 말 아니더냐. 하긴, 그 욕심을 내가 알고 있으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겠지만.]알른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는 그를 보며 오히려 더 기가 차다는 듯 말했다.
“걱정하지 마. 아조르에 당신의 탑을 세우도록 해줄 테니까.”
[누가 그런 허울이 필요하다고 했느냐. 내 탑 따위는 세울 필요도 없다. 어차피 썩어 재가 될 시체를 남겨봐야 뭐해?]카릴은 알른의 대답에 의외라는 듯 그를 바라봤다.
[그 여섯 놈의 탑을 박살 내는 거라면 몰라도.]귀찮은 듯 손을 털며 일어서는 그를 보며 그러면 그렇지 라는 표정으로 카릴은 피식 웃었다.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냐. 해야 할 일이 많다. 공국의 일도 처리해야겠지만 애초 이곳에 온 이유인 마굴의 처리도 중요하지.]“뿐만 아니라 백금룡을 만나는 것도.”
카릴은 어깨를 으쓱했다.
“어차피 마굴에 관련된 일도 우든 클라우드와 연관이 있는 일이야. 공국에 가서 녀석들의 배후를 찾는 것도 같은 맥락의 일이 될 수 있겠지.”
[그럼, 공국행으로 결정을 내린 게냐.]“일단은. 사실 마굴은 신탁 전쟁이 일어난 뒤에 문제가 되는 것이니 당장 급한 건 아냐. 하지만 공국의 내전은 그전에 결말을 지어야 하니까.”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지경이었다.
때로는 가끔 자신의 분신이라도 있어 동시에 일을 처리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자신의 권세가 확장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이번 동방국행도 에이단에게 전담을 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이스라필 역시 마찬가지다. 그에게 초대 마법을 배우게 한 것은 정말 잘한 결정이었어.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만큼 마굴의 조사에 적합한 사람은 없으니까.’
권좌란 단순히 강하기만 해서는 얻을 수 없다.
적재적소에 인재를 사용하는 것.
그것이 왕의 덕목이었다.
‘다른 것 보다 공국의 마도공학술이 사라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니까. 골렘을 쓸 수 있다면 추후 신탁 전쟁에서 큰 힘이 된다.’
공국에서 얻어야 할 것은 단순히 골렘만이 아니었다. 그들의 전력인 비룡부대와 강철 함대는 물론이거니와 더 나아가 마도 시대 때부터 설계도만 전해지는 실존하지 않는 전대미문의 골렘.
아스칼론(Ascalon)의 부할.
캄마의 보고로 공국에 노움인 칼립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지금 그는 또 하나의 가능성을 찾았다.
‘마광산에서 7각석을 구할 수 있게 된다면 노움을 통해 그것을 세공하게 해야 한다.’
드워프들은 강철을 다루는 데 뛰어났지만 속성석처럼 특수한 보석을 다루는 데에는 노움이 더 뛰어났다.
물론,
마도 시대에도 실패한 아스칼론의 설계는 분명 성공시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나 카릴이 공국을 얻게 된다면 전생에는 이루지 못한 그 실낱같은 가능성이 이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노움과 드워프 그리고 7각석이라는 심장의 재료뿐만 아니라 공국의 마도공학자 윈겔 하르트까지…….’
이 모든 조건이 전생에는 뿔뿔이 흩어져 그 빛을 발하지 못했었다.
노움국은 멸망했으며 드워프는 타투르와 함께 생을 다했으며 카디훔 마광산은 이스트리아 삼국의 멸망과 함께 개발되지 못했었다.
그뿐이겠는가.
현재 공국 제1공작인 튤리의 권세 아래에 있는 윈겔 하르트는 전생에서 제국의 습격으로 처참히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이번 생에는 다르다.’
이 모든 톱니바퀴를 자신의 손 아래 둘 것이다.
그로 인해 그들이 아스칼론이라는 전설을 부활시킬 원동력이 될 것임을 카릴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꽈악-
마치 다짐을 하듯 그는 손을 꽉 쥐었다.
‘끝으로 카이에 에시르의 동료인 인형술사가 남긴 인형술까지 찾게 된다면…….’
카릴은 벌써부터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
내전으로 난리가 난 공국이지만 그의 눈에는 또 다른 보물창고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일단은 타투르로 돌아가야겠지. 6클래스에 도달하고 난 다음 지식의 보고 일부를 열람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나르 디 마우그가 숨겼던 그 상자를 열어 볼 생각이로군.]“맞아. 정말 오래 걸렸어. 당신을 만났을 때 얻은 건데 어찌 됐든 당신과 함께 열어 보겠네. 라미느 말로는 그 안에 해일의 여왕을 찾을 수 있는 단서가 있다던데…….”
[과연 그걸로 끝일까?]“……?”
[내 생각엔 그게 끝이 아닐 거라고 본다.]“어째서?”
생각지 못한 알른의 말에 카릴은 의아한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정령왕의 힘은 확실히 변수가 되기 충분하지만……. 정령이 인간계에 물리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결국 계약자가 필요하다. 그런데 상급 정령은커녕 중급 정령술사도 볼 수 없는 지금 과연 정령왕이 드래곤에게 위협이 될 수 있을까?]“으음…….”
[에테랄의 봉인이 풀려도 그를 쓸 수 있는 자가 없으니 무용지물과 마찬가지야. 물론, 지금은 너란 변수가 있지만……. 원래 지금의 너는 역사에 존재할 수 없는 자이지 않느냐.]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확실히 전생에서 정령을 다룰 수 있는 자는 없었다.
‘에테랄 이외에 상자 안에 또 뭔가 숨겨진 것이 있다, 라…….’
카릴은 살짝 눈을 찡그리며 알른에게 말했다.
“짐작 가는 거라도 있어?”
[글쎄다. 나도 그 상자에 대해서만큼은 알지 못하니까. 하지만 만약 그게 정말 해일의 여왕과 관련된 것이라면 신화 시대의 물건일 가능성이 크다.]“신화 시대…… 라면.”
카릴이 그의 마지막 말을 되새기면서 눈을 번뜩였다.
[그래. 아직은 추측에 불과하지만 상자 안에 들어 있는 ‘무언가’가 백금룡조차 부담스러운 신화 시대의 물건이라면……. 백번을 생각해도 그것뿐이겠지.]알른은 카릴의 허리에 있는 얼음 발톱을 가리키며 말했다.
[내가 만든 이런 아류가 아닌 진짜 블레이더가 썼던 신화 속 무구.]“……!!!”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뭐 그런 거 아닐까?]넌지시 말하는 알른의 모습에 비해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너무나 충격적인 것이 아닐 수 없었다.
“이거…….”
카릴은 입꼬리를 올렸다.
공국행을 앞두고 그 어떤 것보다 가장 기대 되는 일이 아닐 수 없었으니까.
“미하일.”
끼이익-
“부르셨습니까.”
복도에 대기하고 있던 미하일이 기다렸다는 듯 카릴의 부름에 한달음에 달려와 그의 앞에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지금 당장 출발 준비를 해라.”
“알겠습니다.”
미하일이 허리를 굽히며 대답했다.
카릴은 황급히 달려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마치 목록을 세듯 손가락을 하나하나 접으며 그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모조리 다 가져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