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225)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225화(225/497)
173. 미하일 (1)
“후우…….”
“벌써 지친 모양이지?”
세리카는 낮게 숨을 토해 내는 미하일을 보며 놀리듯 말했다.
“……아니거든요? 아직 쌩쌩합니다.”
주먹을 쥐며 힘껏 말하는 것치고는 눈 아래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와 있는 모습에서 피곤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오늘은 여기서 쉬도록 하지.”
카릴은 그런 미하일을 보며 옅게 웃었다.
아무래도 지금 이곳에서 그가 가장 힘들 수밖에 없는 일이었으니까.
일행은 지금 타투르를 향해 가는 길이었다.
아조르에는 거대 이동 마법진이 있어 이스트리아 삼국까지 단번에 갈 수 있었다.
그곳에서 타투르까지는 멀지 않으니 효율을 생각하면 그 방법을 선택했어야 했다.
휘이이이익…….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주변에 보이는 것은 빼곡하게 자라나 있는 침엽수들이 보였다. 하늘조차 가릴 정도로 높다랗게 솟은 전나무 숲 한가운데에 일행은 모닥불을 피우고 야영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걸렸지?”
“이제 사흘 정도 되었습니다.”
카릴의 물음에 미하일이 조용히 대답했다.
“사흘 동안 절반이 조금 넘게 왔으니……. 말을 타고 가는 거나 비슷한 속도겠네.”
“그, 그렇네요.”
그의 대답에 기다렸다는 듯이 세리카가 말했다. 똑같이 이동을 했지만 미하일과 달리 그녀는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너 정말 5클래스 맞아? 어떻게 4클래스인 나보다도 힘들어하냐. 어째 전보다 더 마력을 못 쓰는 것 같은데? 안티훔에서 그렇게나 훈련을 했는데.”
카릴은 아조르의 이동 마법진을 이용하는 대신 마법 훈련을 위한다는 이유로 말도 사용하지 않고 각자의 이동 마법으로 타투르를 향해 가고 있었다.
고된 여정임은 틀림없다.
대부분의 마법사들은 이런 식으로 마력을 소모 시키지 않으니까.
“……죄송합니다.”
세리카의 말에 미하일은 아무런 반박을 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가야 할 거리에 절반 정도밖에 오지 못한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었다.
“그냥 훈련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해. 마력혈의 마력을 모두 고갈시키고 새롭게 마력을 채워 넣음으로써 혈맥을 순환시키는 게 한층 더 편해질 거니까.”
확실히 이동 마법은 어느 정도의 거리라면 단숨에 갈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그 거리가 수십, 수백 킬로미터라면 달랐다.
육안으로 보이는 거리를 짧게 이동하는 블링크에서부터 장거리 이동 마법인 텔레포트까지.
모두 마법사의 반열에 오르면 쓸 수 있는 마법들이었지만 그 거리에 비례해서 사용되는 마법의 양도 천차만별이었다.
4클래스에 갓 다다른 마법사가 마법진을 쓰지 않고 왕국 간의 거리를 텔레포트로 이동했다가는 마력 고갈로 쓰러져 며칠 동안 앓아누워야 할 것이다.
“……명심하겠습니다.”
미하일은 풀이 죽은 듯 말했다.
카릴은 본인이 6클래스의 벽을 허물었기에 이런 여정을 제안한 것도 있었지만 마침 이곳에 모인 사람이 세리카, 미하일 그리고 이스라필까지 모두 마법사라는 점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대충 역량의 차이가 나오는군.’
이런 이동 수단을 택한 또 다른 이유는 카릴은 그동안의 세 사람을 찬찬히 비교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저……. 식사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분위기를 살피던 이스라필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의 옆에는 이제 허리 정도까지 자란 어둠 거인이 머리에 그릇을 이고 뒤뚱거리며 걸어 왔다.
‘확실히 현시점에서는 마력 컨트롤에 있어서는 이스라필을 따라갈 수가 없어.’
그는 애초에 다른 둘과 달리 불멸회에서 수련을 한 마법사였기도 했지만 어둠 거인을 유지한 채로 이동 마법을 유지해도 크게 지치지 않았다.
‘어둠 거인이야 두아트의 마력을 빌린다는 점도 있지만 그래도 자신의 마력은 아예 쓰지 않는 것도 아니다.’
알른의 가르침도 있었지만 확실히 신탁의 10인에 뽑힐 자격이 있는 남자였다.
‘세리카 역시 같은 10인으로 아직은 4클래스 밖에 되지 않았지만 마력 자체가 워낙 깨끗해. 뿐만 아니라 어릴 때부터 창술을 익혀서 그런지 육체 능력이 셋 중에 으뜸이라 혈맥의 순환도 좋고.’
그녀는 처음부터 걱정하지 않았지만 안티훔에 다녀온 이후 특출나게 실력에 두각을 나타냈다.
공허의 티끌을 잡을 때의 모습만 봐도 전투 감각도 좋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니까.
‘역시……. 문제는 미하일인가.’
[정말 그렇게 생각하느냐.]그때였다.
카릴의 생각을 읽은 알른이 그의 머릿속으로 물음을 던졌다.
[너, 아직도 눈치채지 못했냐?]‘……뭐가?’
[하긴 나인 그 녀석도 알아차리지 못했으니 말이야. 안티훔을 떠나기 전에 저치에 대해서 말했을 때 조금은 의심이 가는 부분이 있었는데……. 지쳐서 허우적거리는 꼴을 보니 의심이 확신이 서는군.]‘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야?’
카릴은 그의 말에 잘 모르겠다는 듯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지식의 보고를 물려주면 뭐하나. 거기서 자기가 얻을 거나 생각하기 바쁘니 원…….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전에 너는 네 사람들을 좀 더 명확하게 돌볼 필요가 있다.]‘어쩐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말 같은데?’
[하여간……. 지는 꼴은 못 보지?]알른은 카릴을 보며 쯧- 하고 혀를 찼다. 하지만 카릴이 이미 이런 이동법을 선택한 것부터 세 사람을 살피기 위함이라는 것을 알기에 오히려 알른이 먼저 핀잔을 준 것에 불과했다.
‘알고 있는 게 있으면 좀 얘기해 줘.’
[스승님이라고 해봐.]‘스승님.’
[…….]조금 전과는 완전히 달리 고민할 생각도 없이 말해버리자 오히려 맥이 빠져버린 알른이었다.
[하여간 네놈은…….]못 당하겠다는 듯 그는 고개를 저었다.
[흐음……. 이 숲에 살고 있는 몬스터 중에 제법 쓸 만한 놈이 근처에 있군.]빼곡하게 자라 있는 전나무를 훑어보며 알른이 말했다.
[몇 녀석 불러와 볼 테니 저 녀석에게 싸우게 시켜봐. 나인 다르혼이 했던 말 기억하지?]‘물론.’
[하지만 얘기만 듣고 제대로 싸우는 모습을 본 적은 없었잖아. 이참에 확인을 해볼 필요가 있겠지. 나도 조금 궁금하기도 하고 말이야.]‘그런 것도 가능해?’
[두아트의 힘이지. 어둠은 곧 공포이므로 누구보다 자유롭고 은밀하게 움직일 수 있지.]알른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손을 들었다. 그러자 그의 로브가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저 멀리 나무들 사이로 잎사귀들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바스락…… 바사사삭……!
스스스스슥……!!
멀리서 들려 오는 소리는 빠르게 가까워졌고 나무들이 어지럽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밤하늘 아래 포효가 울려 퍼졌다.
“워…… 워 베어?!”
숟가락을 들고 이스라필이 건네는 그릇을 받던 미하일은 갑자기 튀어나온 몬스터의 등장에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세리카와 이스라필이 황급히 뒤를 돌아봤다.
“……!!!”
그녀는 본능적으로 옆에 내려놓았던 창을 향해 팔을 뻗었다.
“……?!!”
하지만 이내 곧 그녀의 얼굴이 구겨졌다.
바닥에 붙은 것처럼 들리지 않는 창에 고개를 들자 카릴이 창대를 밟고서 팔짱을 낀 채로 모른 척 앞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뭐 하…….”
세리카가 신경질적으로 소리치려는 찰나,
우지끈—!!!
거목이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쩌적……! 쩌저적……!
그런데 넘어가는 소리는 하나가 아니었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빼곡한 나무에 가려져 있던 시야가 갑자기 물살이 갈리는 것처럼 훤히 트였다.
고개를 위로 들어도 보기 힘들었던 밤하늘이 고개를 들지 않아도 너무나도 넓게 보였다.
“이게…….”
그 광경을 보던 세리카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전나무들이 마치 날카로운 뭔가에 베인 듯 매끈한 절단면과 함께 양옆으로 잘려 넘어간 것이다.
그것도 한두 개가 아닌…….
수백 그루가 말이다.
[어떠냐.]잘려 나간 나무 앞에는 조금 전 미하일을 덮쳤던 워 베어가 목이 잘린 채로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휘이이익…….
“어어…….”
너무 놀란 나머지 멍한 표정으로 주저앉아 있는 미하일의 양팔에 아직도 남아 있는 바람의 마력이 흙먼지를 머금고 소용돌이처럼 회전하고 있었다.
몬스터가 덮쳐서 놀란 것보다 정작 자신이 시전한 마법의 위력에 놀란 것이었다.
[클클클.]미하일의 표정을 보며 알른이 웃었다.
[전에 네 녀석이 저놈을 처음 보여줬을 때 내가 했던 말을 기억하느냐.]‘……?’
카릴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알른이 미하일을 처음 봤을 때라면 아조르의 마법 경연에서 우승하고 회색교장을 찾았던 당시였다.
이미 수년 전.
아무리 기억력이 좋다 한들 그렇게 오래전에 했던 말까지 기억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뭐, 그때는 나 역시 별로 중히 여기진 않았으니 말이야.]알른은 당연하다는 듯 피식 웃었다.
[저놈은 마력혈에서부터 마력점까지 이어지는 혈맥이 다른 자들보다 짧아. 그런 육체는 마법을 익히기 수월하지. 게다가 혈맥의 굵기도 굵어서 마력의 순환도 편하지. 말 그대로 축복받은 신체라고 말이야.]‘아……!!’
카릴은 그제야 생각이 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혈맥이 짧다는 것은 마력의 발동 시간이 짧다는 것. 그만큼 마력을 빠르게 집중시킬 수 있다는 소리지.]생각해 보니 그랬다.
미하일은 조금 전 자신을 덮치려던 워 베어에게 바람 칼날을 시전했다.
일반적으로 얘기하는 무영창은 주문식을 읊지 않고 마법명만으로 마법을 쓰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그는 공격 마법임에도 불구하고 무영창을 뛰어넘어 주문명조차 외우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군.’
[하지만 중요한 건 다른 데 있다.]알른은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미하일을 향해 걸어가더니 그의 머리 위에 손을 턱 하니 얹어 놓았다.
[백금룡이 전생의 저 녀석의 재능을 보고 왜 아까워했는지 이제야 알겠군. 마법에 관해서 만큼은 꽤나 정통하다고 생각했는데……. 카릴, 내 평생에 너만큼 특이한 놈을 또 보는구나.]“……!!”
정령의 힘으로 만들어졌다지만 피가 흐르지 않는 사자의 육체다. 미하일은 차가운 그의 손길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지금부터는 네놈도 들어라.]알른의 목소리가 바뀌면서 더 이상 카릴의 머릿속에 울리는 것이 아니라 육성으로 울려 퍼졌다.
일행들이 모두 그를 바라봤다.
[내가 이놈에 대해서 잘못 안 게 하나 있다. 이놈은 단순히 혈맥의 길이가 짧은 수준이 아냐. 원래대로라면 마법을 쓸 수도 없을 정도로 짧은 거였다.]“그런데…….”
[마법을 쓸 수 있지. 그 이유는 녀석의 혈맥이 굵은 이유에서 찾을 수 있다. 아니, 정확히는 굵게 보이는 이유라고 해야겠지. 이놈의 혈맥이 하나가 아니기 때문이다.]“하나가 아니라뇨?”
지금까지 조용했던 이스라필이 눈을 반짝이며 알른에게 물었다.
마법적 지식을 발견하는 것을 좋아하는 그에게 지금의 설명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극히 짧은 혈맥들이 마치 매듭처럼 묶여 하나의 혈맥처럼 이어져 있는 거야. 그런데 그렇게 만들어진 혈맥조차도 일반적인 것보다 짧지.]알른조차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미하일의 몸을 살펴봤을 당시만 해도 그저
[한마디로 말해 녀석의 혈맥은 한 줄이 아니라 수십 가닥이 이어져 있는 상태. 즉, 마법을 한 번 시전할 때 각각의 혈맥에서 동일한 마력이 사용되니 이런 결과가 나오는 거지.]알른은 훤히 잘려 나간 나무들을 가리켰다.
[너희들의 눈에는 3클래스의 마법이라고 보이느냐. 아무리 살상력이 높아 금지된 마법이라 하더라도 말이야.]“…….”
[위력은 족히 5클래스를 상회한다. 이놈은 단 한 번의 시전으로 바람 칼날 수십 개를 동시에 날린 것과 같다는 말이지.]“……!!”
그의 말에 세리카와 이스라필은 자신도 모르게 낮은 탄식을 뱉어내고 말았다.
동시다발적으로 마법을 시전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마법사들인 그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하나도 아니고 수십 개일지 모른다.
그야말로 최상위 기술이었다.
비록 같은 마법이라는 제한이 있긴 하지만 대마법사도 할 수 없는 능력을 미하일은 가지고 태어났다는 의미였다.
[마법을 시전하는 즉시 각각의 혈맥에서 동시에 같은 마법이 적용되는 게지. 그러니 마력 소모는 배가 되고 이동 마법 같은 고위급 마법은 마력 부족으로 남들보다 빨리 지치게 되는 거야.]“어, 엄청나군요……. 이거 정말 엄청난 것 아닙니까?!”
이스라필은 거의 소리 지르다시피 외쳤다.
[그럼 한 가지 묻지. 애송아, 내 말을 듣고 떠오르는 사람이 없느냐.]알른이 카릴을 바라봤다.
[방법은 다르지만 저클래스의 마법에 강대한 마력을 쏟아부어 응축시켰던 자가 한 명 있잖느냐.]“그거……. 주군께서 경연 대회서 우승할 때 쓰셨던 방법 아닌가요?”
그 순간 미하일이 기억을 더듬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설마…….”
카릴이 알른의 말에 얼굴을 굳혔다.
알른은 두 사람의 얼굴이 볼만하다는 듯 씨익 웃었다.
[카이에 에시르. 이 녀석은 태생적으로 그자가 구축한 마법 이론을 쓸 수 있다는 말이 된다.]“……!!”
“……!!”
[아니, 어쩌면 이 녀석이야말로 카이에 에시르조차 하지 못한 새로운 마법계에 획을 그을지도 모르지.]“제, 제가요?”
미하일은 충격적인 그의 말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세리카 로렌과 이스라필.
쟁쟁한 두 사람 사이에서 그는 오히려 자신이 발목을 잡고 있는 기분이라 위축되어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어디 보자……. 그래, 이렇게 부르는 게 어떠냐.]알른의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천천히 그들의 귓가에 박혔다.
그 순간,
카릴의 입가에 미소가 드리워졌다.
에이단 이후 그는 한 가지 생각을 명확하게 굳혔다.
이제는 혼자선 불가능하다.
적재적소에 사람을 써 대륙의 판도를 더욱 빠르게 바꿔 놓아야 한다고.
지금,
미하일 로만.
카릴의 머릿속에 그를 사용해야 할 장소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