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227)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227화(227/497)
174. 란돌 (1)
부웅-!! 부우웅-!!
파아앗……!!
날카로운 파공성 다음에 들리는 묵직한 검격의 이어짐은 마치 두 자루가 하나가 되는 것 같이 보이면서도 이따금 완전히 제각각 움직이듯 불규칙했다.
두 자루의 검을 쓰는 검술은 극히 드물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일분일초를 다투는 접전 속에서 양팔을 동시에 다른 방향으로 뻗는 행위는 단순히 무기 1개와 무기 2개의 싸움으로 얻는 이득보다 2배의 어려움을 짊어지고 싸우는 불리함이 더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모든 불리함을 뛰어넘는 검술이 있다.
“하아아압……!!”
밤하늘에 울리는 외침 소리.
땀이 바닥에 떨어짐과 동시에 차갑게 변해 버릴 만큼 열사의 사막은 낮과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어깨에 피어오르는 새하얀 김.
푸욱-
검을 바닥에 찔러 넣자 모래 깊숙이 박혔다.
“디곤의 쌍검술이 제법 몸에 익은 듯 보이는군. 디곤의 전사라고 해도 믿을 수 있겠어.”
바닥에 검을 꽂아 넣었던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그가 호흡을 내뱉을 때마다 탄탄한 근육들이 꿈틀거렸다.
‘마지막으로 본 게 반년 전인데……. 이 정도까지 성장한 건가. 이런 성취를 보지 못하고 죽었으니 전생의 그는 정말 억울했겠어.’
조각한 것 같은 다부진 체격은 선천적인 축복 이외에도 그동안 얼마나 혹독한 훈련을 해왔는지 알려주는 증거였다.
파악……!!
밟고 있던 발아래 모래가 거칠게 튀었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날카로운 섬광이 어둠 속에서 번뜩였다.
“……!!”
황급히 바닥에 꽂은 두 자루의 검을 뽑았다. 11자로 세운 검이 충격과 함께 휘청거렸다.
앞머리에 맺힌 땀이 떨어졌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란돌은 가면을 쓰고 자신을 공격한 사람을 바라봤다.
“가면은 벗어도 돼. 그리고 피가 섞이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우리는 형제다. 형에게 반말이라니 한 나라의 왕이라지만 너무 예의가 없는 것 아냐?”
란돌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말에 카릴은 쓴웃음과 함께 예의 얼굴 전체를 가리던 가면을 벗었다.
파슥-
그러고는 손에 힘을 주어 그것을 부숴버렸다.
란돌까지 자신을 알게 되었으니 더 이상 이것을 쓸 일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
그 순간 란돌의 표정이 굳어졌다.
“눈동자의 색깔이…….”
“밀리아나에게 들었는지 모르겠네. 폭염왕의 힘을 얻고 이렇게 변했지.”
“그래서 화염을 쓸 수 있는 거였군.”
란돌은 카릴의 붉은 눈동자와 함께 자신의 왼쪽 팔뚝에 난 불에 덴 듯한 상처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완벽하게 막았다고 생각했는데…….’
어둠을 가르는 공격 속에 알아차리지도 못한 숨겨진 일섬(一閃)은 그 한 번만으로 이미 란돌의 자신감을 무기력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자신과 그의 격차.
‘설명 대신 직접 보여 준 건가.’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
콰아아아앙—!!!!
콰가강-!!!
하지만 상처를 바라보던 란돌의 표정이 굳어지면서 그가 있는 힘껏 카릴을 향해 검을 쏟아 냈다.
갑작스러운 공격이었지만 카릴은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 란돌의 공격을 막았다.
부우웅……!!
얼음 발톱과 란돌의 검이 맞물렸다.
풍차가 회전하는 것처럼 란돌이 막힌 검 반대쪽에 쥐고 있는 해방된 불꽃을 횡으로 있는 힘껏 휘둘렀다.
검날에 솟구치는 화염이 궤적을 그렸다.
그드득…… 그드드득…….
검격이 이어질수록 란돌의 근육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아주 짧은 순간 이 정도까지 자신의 한계를 끌어올릴 수 있음에 카릴은 짐짓 놀란 표정을 지었다.
파아앙—!!
공기가 터지는 굉음과 함께 카릴의 검이 허공을 갈랐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있었던 란돌의 인영이 흐릿하게 사라졌다.
푸욱-!! 파바바박—!!
어느새 카릴의 뒤로 돌아간 란돌이 토해내는 찌르기가 모래를 파헤치듯 바닥에 꽂혔다.
“……!!!”
서걱-
전력을 다한 속도였다.
육안으로 쫓을 수 없을 정도의 빠르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란돌의 공격을 다시 한번 피하며 카릴이 검을 그었다.
“크윽!!”
공중제비를 하듯 바닥을 박차고 뛰어오른 란돌이 카릴의 공격을 피하며 반대로 그의 얼굴을 향해 검을 엑스자로 그었다.
“흐읍!!”
란돌이 일순간 숨을 참았다.
그의 근육이 팽창하듯 부풀어 오르며 검을 쥔 양손에 힘이 들어갔다.
파앗!!!
찰나의 순간을 노린 듯,
바닥에 착지하자마자 란돌이 허리를 지면에 닿을 정도로 숙인 채 카릴의 품 안으로 쇄도하며 역방향으로 몸을 틀며 그의 허리를 노리며 검을 그었다.
콰아아아앙……!!
하나하나가 날카로운 공격임에도 불구하고 검을 맞댈수록 카릴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건…….’
카릴의 눈동자에 이채가 서렸다.
낯익은 검술이었다.
디곤 쌍검술 3결-비조파동(飛鳥波動).
여왕의 검이라 불리는 밀리아나의 세 자매만이 사용하는 디곤 쌍검술의 오의 중 하나였다.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나 보군. 이걸 알려줄 정도라니 말이야.’
그는 피식 웃었다.
검을 맞대어보니 그녀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확실히…… 가르칠 맛이 났겠어.’
찰나의 순간에 자신의 공격을 예측하고 오히려 그 검술에 맞춰 반격기까지 펼쳤다.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는 듯한 뛰어난 습득력을 가진 그가 저택에선 항상 혼자 검을 잡았다.
저택에는 청기사단의 전 부단장이었던 검술 교관 폴헨드가 있기는 했지만 백작부인의 눈 때문에 아무래도 첫째를 제외하고 나머지 형제들에게 검을 제대로 가르치기 어려웠다.
카릴은 어떤 환경에 놓였는가에 따라 이렇게 사람의 운명이 바뀔 수 있음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문득 여명회로 보낼 미하일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은 그저 기분 탓만은 아닐 것이다.
“흠.”
카릴은 열심히 검을 베는 란돌을 향해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호흡이 끝나기 직전,
콰아아앙—!!!
터져 나오는 굉음과 함께 카릴이 맞댄 검의 손잡이를 비틀었다.
아그넬과 란돌의 검이 맞물리면서 비틀리자 손목에 아린 듯한 떨림이 느껴졌다.
카앙……!
경쾌한 소리와 함께 란돌의 손목이 꺾임과 동시에 그가 들고 있던 검이 부러졌다.
“큭?!”
그대로 힘을 주었다면 뼈가 부러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란돌은 결국 쥐고 있던 검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무기가 아쉽군.”
카릴은 주저앉은 란돌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격렬했던 공방에 비해 너무나도 어이없을 정도로 승패가 나버렸다.
“나름 청린으로 만들어진 무구라고 했는데……. 네 검이 말도 안 되게 강한 것 아닐까?”
“그럴 수도.”
란돌은 아무렇지 않게 인정해 버리는 카릴의 모습에 그는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참, 그렇게 말하니 할 말이 없어지네. 애초에 검술에서 따라잡을 수 없었어. 무구의 탓을 하기 이전에 내 실력을 탓해야지.”
그는 욱신거리는 손목을 주무르며 말했다.
“하여간 성격이 꼬였다니까. 직접 이 말을 하게 하려고 그런 거지? 네가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걸 알아.”
란돌은 핑계를 찾을 구석도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아직 혈맥이 뚫리지 않았군. 2클래스의 마력 정도밖에 안 돼. 디곤의 쌍검술 덕분에 기술적인 측면은 월등히 앞서가지만 남부에 있다 보니…… 마력 운용에 대해서는 배울 수 없었겠지.’
하지만 그런 그와 달리 카릴은 란돌의 상태를 확인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흐음…….’
남부 야만족 중에 유일하게 마력을 쓰는 검술을 가진 디곤이라고는 하지만 그들의 마력은 미약하고 용마력에 기반을 둔 무색의 검술.
즉, 각기의 속성 마력을 가진 운용법은 확실히 제국의 검술과는 달랐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기사들은 마법사들과 달리 복잡한 마법을 쓰지 않는다.
혈맥만 뚫으면 된다고 가정했을 때 그의 혈맥을 뚫기 위한 스승이야 이제 자신에게 널리고 널렸으니까.
‘전생에 아버지가 내게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어서 다행이야. 그는 다른 자식들보다 네가 단명한 것에 대해서 가장 안타까워했었으니까.’
사실 란돌의 재능을 알고 저택에서 그를 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전생의 크웰의 말 때문이었다.
전생에 제대로 된 활약조차 없이 죽어 버린 그였기에 카릴도 그 당시엔 란돌에 대해서 조금은 반신반의 한 점도 있었다.
-내가 데리고 온 여섯 형제들은 모두 각기 재능이 뛰어난 아이들이다. 너희들 눈에는 제이크가 한없이 연약해 보이겠지만 그마저도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지 않느냐. 다만……. 내 인생에 가장 안타까운 일이라면 란돌을 잃은 것이구나.
크웰은 올리번을 옹립하는 과정에서 많은 제국의 기사들과 싸웠다. 그만큼 많은 기사를 죽였고 올리번이 황좌에 올랐던 당시 공석이 된 많은 자리를 보며 란돌의 부재를 안타까워했었다.
솔직히 조금은 도박에 가까웠다.
뼛속까지 귀족인 마르트와 티렌을 제외하고 아버지의 말을 믿고 결정적인 카드로 란돌을 고른 것이 말이다.
‘하지만 다행이야. 아니, 기대 이상이라고 해야겠지.’
다른 형제들처럼 크웰이 란돌에게서 발견한 재능은 설명할 것 없이 뛰어남 그 자체였다.
“인사치레는 이 정도면 될까.”
카릴의 말에 란돌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제께 들었다. 려기사단을 죽인 자가 너라는 것도 그리고 복수 따위는 기대도 하지 말라는 말도 말이야.”
그의 말에 카릴은 어깨를 으쓱했다.
“복수를 포기하라는 말은 하지 않아. 그러기 위해서 황명도 어기고 여기에 있는 거잖아? 제국을 위해 황명을 거절하고 야만족의 검을 배운 상황이 조금 이상하지만 말이야.”
카릴은 일부러 지금 그의 상황을 다시 한번 말했다.
제국의 기사이며 제국의 인정을 받기 위해 임무를 성공시키고자 했던 란돌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검의 천재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제대로 된 스승을 얻지 못했다.
그리고 눈앞에 나타난 밀리아나.
‘복수라는 핑계로 스스로를 합리화시키고 검에 대한 열망을 감춘다. 하지만 누가 봐도 알 수 있지. 네가 디곤의 검술에 매료되었다는 걸 말이야.’
카릴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밀리아나에게 쪽지를 받았다. 가문에서 비밀리에 연통이 닿았다고 하던데.”
“맞아. 솔직히 그동안 그런 일들이 있었다니……. 나야말로 대륙의 정세를 등지고 혼자만 살았군.”
“원래 그런 성격 아니었나? 저택에서도 형제들과 어울리지 않고 검만 잡았잖아.”
란돌은 카릴의 말에 조금 의아한 듯한 표정을 짓다 곧 쓴웃음을 지었다.
“아버지께서 보내신 명령이 있다.”
“티렌이겠지.”
란돌은 그의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너는 여전하군. 첫째 형님을 제외하곤 모두 네 아래처럼 얘기하는 태도 말이야.”
“첫째 형님이라 할지라도 서로의 위치를 망각한다면 충분히 알도록 해주니까 너무 서운해하지는 마.”
“훗…….”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 카릴의 모습에 란돌은 저택에서 처음 그를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그럼 지금은 가족이 아니라 타투르의 왕으로서 온 건가.”
“말 한 번 섞지 않은 사이에 가족이라는 말이 우습지만 그건 네가 할 대답에 따라 달라지겠지. 가족으로서 네게 말을 할지 아니면 왕으로서 맥거번가(家)를 대할지 말이야.”
카릴은 얼음 발톱을 다시 고쳐 쥐었다.
검날이 닿은 바닥이 쩌저적- 거리는 소리와 함께 모래 위로 새하얀 서리가 퍼졌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란돌의 검에서 흘러나오는 불꽃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란돌.”
카릴은 나지막하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티렌이 네게 지시한 게 뭔지 말해. 내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듣고 앞으로의 태도를 결정하겠다.”
“앞으로의 태도?”
란돌의 얼굴이 굳어졌다.
“나락 바위에서 려기사단을 전멸시켰을 때부터 지금도 여전히 마음만 먹으면 네가 내 목숨을 취할 수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겠지. 하지만 가문을 두고 너의 안하무인 한 모습은 용납할 수 없다.”
“뭔가 오해를 하는 거 같은데…….”
카릴은 그런 그를 향해 피식 웃었다.
“태도를 취하는 건 내가 아니라 바로 형이야.”
“……뭐?”
그가 너무나도 쉽게 형이라는 말을 꺼내자 란돌은 오히려 어색한 듯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가문을 지키는 것은 장남의 몫이지만 가족을 지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니까.”
“그 말은……. 너 역시 마찬가지라는 뜻으로 해석해도 괜찮은가.”
란돌의 눈빛이 흔들렸다.
어쩌면 그 안에는 기대감이라는 것이 서려 있는 것일지 모른다. 그의 반응이 깊으면 깊을수록 카릴은 더더욱 티렌이 내린 명령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카릴은 그런 그를 여유롭게 바라봤다.
“말했잖아? 검이 될지 방패가 될지는 듣고 나서 정하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