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229)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229화(229/497)
174. 란돌 (3)
“폐하의 수명이 3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니…….”
란돌은 카릴의 말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 듯 고개를 떨어뜨렸다.
아마도 혼란스러울 것이다.
평민 출신인 그는 황제에 대한 충성심은 다른 귀족 기사들에 비해 깊지 않았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오히려 가족과 가문일 것이다.
같은 피가 섞인 황자들조차 자기 밥그릇 싸움에 서로의 목에 검을 겨누는 상황이지만 오히려 피가 섞이지 않았기에 맥거번 가문의 형제들은 혈연관계보다 더 가문을 위할 수 있는 것인지 모른다.
크웰 맥거번이란 기둥 아래.
‘물론, 전쟁이나 현생이나 그 울타리 안에 나는 제외되어 있지만 말이야.’
카릴은 유독 가족과의 정이 없었다.
누구보다 많은 전장을 누볐던 그였고 지금도 인류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지만 결국 가족들에게 있어서는 여전히 이방인이었으며 지금은 그보다도 더 먼 거리가 되어버렸다.
마르트는 카릴을 인정하면서도 열등감을 느꼈으며 티렌은 그를 적이라 생각했다.
더욱이 란돌에게 있어서 자신은 복수의 대상이었었다. 나열해놓고 보면 가족이 아니라 남보다도 못한 사이일 것이다.
“…….”
마르트나 티렌이 자신을 대하는 모습이야 전생이나 현생이나 크게 다를 것 없었다.
그런 면에서 란돌과 그의 관계는 묘했다.
란돌의 단명으로 인해 전생에 없던 관계였기 때문일까.
카릴은 자신이 쓸 수 있는 맥거번가의 변수로 그를 택한 것도 단순히 재능만이 아니라 성향을 알고 있는 두 사람과 달리 새로운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마르트에게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다 했다.’
그가 그대로 멈춰 설지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수 있을지는 이제 그의 몫이었다.
올리번의 독살을 그에게 알린 것은 황제를 상대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었다.
‘이번에 밝히지 못한다 한들 그 사실은 녀석이 황좌에 오르고 난 뒤에도 충분히 효력이 있는 무기가 된다.’
하지만 그것을 자신이 말해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애초에 제국은 황좌의 주인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으니까.
이민족이자 타국의 왕인 그의 말은 효력이 없겠지만 맥거번가는 다르다.
‘올리번이 황좌의 오른다면 그 위업의 공신이라 할 수 있는 맥거번가가 진실을 밝히게 될 때 그 충격은 배가 될 것이다. 비록 녀석을 황좌에 끌어내릴 순 없어도 충분히 분열을 일으키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그 분열을 일으킬 마지막 변수가 바로 지금 눈앞에 있는 란돌이 될 것이다.
“내게 복수를 하고 싶나?”
“……뭐?”
“나는 내가 려기사단을 전멸시킨 것에 있어서 정당성을 변명하진 않겠어. 서로의 입장이 다르니까. 나락 바위의 영혼샘에서 청린을 갈취하기 위해 먼저 침략한 것은 너희들이었지만 나로 인해 많은 목숨이 죽었다. 네가 내게 느끼는 분노는 충분히 있을 수 있어.”
“그건……!!”
란돌은 카릴의 말에 인상을 구겼다.
“억울해? 알아. 디곤과 협약을 맺은 일이었다는 것. 하지만 반대로 남부 5대 일가 역시 너희로 인해 피해를 입었으며 디곤은 결코 너희들이 남부인을 공격해도 좋다는 허락을 내린 적 없다 했다.”
“…….”
란돌은 말을 잇지 못했다.
“너 역시 이상하다는 걸 알고 있을 텐데? 솔직히 말해봐. 남부 5대 일가를 쳐도 된다고 명령을 한 놈이 누군지.”
카릴은 그의 안색을 살피며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알고 있다는 듯 입을 열었다.
“내가 말해볼까? 이번 일은 황제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벌인 올리번의 독단이었다. 녀석도 인정했고. 그로 인해서 세 황자들이 남부를 공습하는 사건도 벌어졌어.”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물론 모두 무위로 돌아가고 오히려 3황자가 죽는 결과가 나왔지만.”
란돌은 그 모든 것이 카릴의 계획 아래 일어난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자신의 앞에 있는 그가 거대한 벽처럼 크게 느껴졌다.
“디곤과 이미 협정을 끝낸 상황인데 너희는 창 일가를 습격했지. 왜?”
카릴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제국의 기사단은 중 전방 수호를 위한 청(靑), 녹(綠), 려(?), 등(藤). 이 네 기사단은 특별한 지시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 단장이 이끄는 것을 최우선으로 둔다.”
카릴은 란돌을 바라봤다.
“내가 알고 있는 게 틀린가?”
그의 말에 란돌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어째서 남부를 친 려기사단은 단장이 아니라 부단장인 나르일이 이끌었을까? 덕분에 려기사단의 단장인 캄 그레이 경은 전멸한 기사단에 홀로 살아남았다는 불명예까지 안게 되었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란돌은 주먹을 쥐었다.
카릴을 향해 바라보는 그의 눈이 이글거렸다.
“단장을 제외하고 기사단이 움직였다는 것은 특별한 지시가 있었다는 것. 그 지시는 누가 봐도 올리번이 직접 캄 그레이를 배제시켰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겠지.”
“…….”
“아마 캄 그레이는 남부를 치는 것을 반대했겠지. 안 그래? 무의미하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란돌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굳은 그의 표정만 봐도 답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무리하게 올리번이 강행했을 터.”
“……단장님께서 반대하셨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제국인으로서 남부는 언젠가 토벌을 해야 할 적. 그 당시에는 나 역시 그리 생각했다. 황자님의 명령에 틀린 점은 없어.”
카릴의 말에 란돌이 변명을 하듯 목소리에 더욱 힘을 주었다.
란돌은 비록 지금 디곤에서 검술을 배우고 있지만 자신이 한 기사로서의 행동에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었다.
“누가 틀렸대?”
“……뭐?”
그런 그의 반응에 카릴은 피식 웃었다.
“제국이 남부를 쳐야 할 이유야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고 전쟁의 명분 따위야 만들면 그만이야. 언제부터 제국이 남의 눈치를 보고 전쟁을 일으켰다고. 5대 일가를 먼저 친 것도 제국인데 적반하장으로 복수를 위해 병력을 일으킨 것도 제국이잖아.”
“그건…….”
“단지 내가 궁금한 건 아무리 기사단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고작 일개 기사단으로 수천의 야만인이 있는 적지에서 기습도 아닌 청린을 수급하라 명했다? 그 똑똑한 2황자가?”
카릴은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몰아쳤다.
“이상하지만 나는 지금 상황이 오히려 반대로 들리거든. 명령 불복종으로 캄 그레이를 감금한 것이 아니라 캄 그레이는 죽일 수 없지만 너희들은 버려도 되는 카드여서 무리한 명령을 내린 것이라고 말이지. 남부와의 전쟁을 위한 빌미로서 말이야.”
“…….”
주먹을 쥔 란돌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승리든 패배든 전투가 벌어지게 되면 피해가 없을 수는 없으니까. 내가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남부의 남은 4부족이 려기사단을 노렸을 거야. 그렇다면 과연 너희가 무사히 제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을까?”
카릴은 떨리는 그의 손을 바라봤다.
“그리고 살아남든 전멸을 하든 결국 려기사단으로 인해 남부와의 전쟁은 불가피해질 테고. 그 결과는 보는 바와 같이 나타났지.”
그러고는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너도 그런 의심을 아예 한 적이 없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지. 안 그래?”
쐐기를 박는 그의 말에 란돌은 다리에 힘이 풀린 듯 비틀거렸다.
툭-
“……이게 뭐지?”
카릴은 고개를 떨군 그의 앞에 뭔가를 던졌다.
란돌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언령서약서다. 구하기 어려운 것이지만 안티훔에는 아직 제법 남아 있더군. 들어는 본 적이 있겠지?”
“이걸 왜……?”
“이제부터 네가 해야 할 일이 많아.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그냥 말로만 날 믿으라고 하면 나라도 믿지 않을 테니까.”
“…….”
“타투르를 독립 선언하고 난 뒤 마르트 형님이 날 찾아 왔었다. 그에게 내가 해준 말이 있어. 너는 이제 디곤을 떠나 형님을 찾아가라. 그리고 지금부터 내가 지시한 대로 움직이도록 해.”
“지금 내가 네 명령을 들으란 말인가?”
지금껏 복수의 대상이었던 카릴이 너무나도 아무렇지 않게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하자 오히려 란돌은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거래를 하자는 거지. 나는 형님께서 가문의 방패가 되어 주길 바란다. 하지만 혼자로는 부족해. 그는 방패가 될 순 있어도 검이 될 남자는 아니니까. 헤임에서 제이크를 구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네가 될 것이야.”
카릴은 란돌을 향해 말했다.
“가족의 정 같은 뜨뜻미지근한 이유가 아니다. 나는 내가 만들 미래에 맥거번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에 있어서 거짓되지 않음을 자신한다.”
란돌이 그를 바라봤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제안이었기에 그는 혼란스러운 듯 보였다.
“티렌은 나를 이용해서 흔들리는 맥거번가의 입지를 다시 바로잡으려 하겠지. 속아 넘어가 줄 거야. 원한다면 헤임에 가겠다. 함정을 준비하든 뭐든 상관없어. 하지만 네가 내게 해줄 것. 반년의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다. 당장이 아닌 올리번이 즉위하고 난 뒤에 말이지.”
황제가 맥거번가를 노린 수단은 제이크라는 인질이었다. 하지만 그의 수명을 알고 있는 카릴에게는 그것이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
‘위기가 아냐. 이건 오히려 기회다.’
제이크가 헤임에 있게 되면 그를 만난다는 이유로 교단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녀석들을 조사할 수 있는 빌미를 만들 수 있다.’
우든 클라우드와 녀석들이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고 더 나아가 교단이 마계의 씨앗인 검은 포자를 나인 다르혼에게 준 이력도 확인한 지금 카릴은 교단을 처단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마계와의 결탁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다.’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만약……. 교단이 마계와 연관이 있다면 과연 우리에게 내려진 신탁이 진실 된 것인지도 불투명해진다.’
카릴은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목숨을 걸었던 10인.
비록 전생이나 거짓된 믿음을 믿고 싸웠다면 그들의 명예마저 더럽혀지는 일이었을까.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내게…… 언령서약을 하겠다는 말이야?”
“못할 것도 없으니까.”
“어째서?”
“말했잖아 나는 네가 필요하다고. 아니 정확히는 맥거번가의 형제들이라고 해야겠지. 그들 중에 내가 너를 선택한 이유는 네가 가장 평등한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을 테니까.”
평민 출신이자 기사가 되었으며 야만족에게 검을 배운 란돌은 이제 대륙에서 카릴을 제외하고 가장 특이한 이력을 가진 사람이었으니까.
“약속할 것은 뭐지……?”
“내가 왕이 될 만한 자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내 목숨을 가져가도 좋다는 것.”
“그 말은…… 내가 원한다면 너를 죽일 수도 있다는 말인가?”
“상황에 따라서는”
“왜 스스로 약점을 만들지?”
“그만큼 가치가 있는 일이거든. 서약이란 결코 하나의 조건만을 거는 게 아니니까. 정확히 반년 동안만 내 명령을 따라라. 그리고 그 뒤 나를 진정한 왕이라 인정하게 된다면 그 대가로 너는 내게 충성을 다 해라.”
꿀꺽-
란돌은 카릴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어때? 그게 거래의 조건이다.”
“한 가지를 더 붙인다면.”
“뭐지?”
“무슨 일이 있어도 제이크를 구할 것.”
“글쎄……. 네가 내게 조건을 제시할 위치일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건 나를 옭아매기 위한 제약인가? 아니면 여전한 형제애인가?”
“조건이라 말하는 것이 어쩌면 건방지게 들릴 수 있겠군. 이건…… 단지 부탁이다.”
란돌은 그의 물음에 쓴웃음을 지었다.
“제이크를 구하기 위해 노력해 줄 것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맞겠군. 그 역시 나와 같은 미천한 신분에 버려진 고아인 것도 모자라 몸까지 유약한 아이거든. 그런 아이를 이런 싸움의 도구로 쓰이게 하고 싶지 않다.”
카릴은 그의 말에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육체가 약하다고 꼭 불행한 것은 아니다. 내게 조건을 단 것보다 지금 그 말이 더 건방지군.”
‘넌 아직 모르겠지. 제이크가 가진 재능을 말이야.’
하긴,
그 역시 몰랐을 것이다.
신탁 전쟁이 벌어지기 전까지 제이크는 그저 저택의 보살핌을 받아야 할 여린 아이일 뿐이었으니까.
카릴은 그런 생각을 하며 대답했다.
“뭐, 좋다. 그건 네가 앞으로 어떻게 내 말을 따르느냐에 따라 달린 것이기도 하니까. 약속하지. 나 역시 제이크를 잃을 생각은 없거든.”
카릴의 대답에 란돌은 고개를 끄덕였다.
위험한 서약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에 있어서 날뛰는 카릴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우우웅…….
서약서의 빛이 은은하게 흐르기 시작했다.
‘내가 마음만 흔들리지 않는다면 카릴의 위협에서 맥거번을 지킬 수 있다.’
란돌은 서약서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 기사는 자신의 신념을 따라야 하는 법이니까. 너는 네가 믿는 왕을 따라. 반년 동안 내가 내릴 명령은 네 주인을 배신하라는 것 같은 억지는 전혀 없을 테니까.”
카릴은 그런 그에게 손을 내밀이었다.
“그래야 나의 가치를 더욱 네가 알게 될 테니 말이야.”
악수를 하는 란돌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넌 내 검이 될 거다. 그렇지 않고선 여태껏 키운 의미가 없어. 네가 가진 신분. 비천하기 때문에 더욱 가치가 있기 때문이야. 제국 유일한 평민 기사. 그 이름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많거든.’
재능이란,
귀족이기에 뛰어나고 평민이기에 하찮은 것이 절대 아니기 때문이었다.
핍박받는 수많은 노예와 평민 중에 재능이 뛰어난 자들도 많지만 신분의 한계로 빛을 발하지 못한 자들이 많다.
란돌은 그런 이들에게 희망이 될 것이며 더 나아가 그들이 모일 수 있는 울타리가 되어 줄 것이다.
우우우웅……!!
카릴은 자신했다.
이 서약서가 빛을 발하는 순간,
란돌 맥거번은 자신이 제국의 왕이 됨에 있어서 누구보다 가장 큰 정당성을 보여 줄 살아 있는 증거가 되어 줄 것임을 믿었다.
“밀리아나.”
서약서를 건넨 카릴이 어둠 속에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만 훔쳐보고 나와.”
어둠 속에서 쭈뼛쭈뼛 밀리아나가 어색한 듯 헛기침을 하며 걸어 나왔다.
“나와 가자.”
“……뭐?”
“이제 공국으로 가야 해. 지겨운 보모 역할도 끝났는데 내 검으로서 옆을 지켜야지?”
밀리아나가 카릴의 물음에 반색을 하면서도 이내 곧 당황한 듯 소리쳤다.
“무, 무슨 내가 네 검이야? 나 참, 얘가 웃기는 소리 하네?”
[크르르르르…….]카릴이 뒤돌아선 순간,
마치 기다렸다는 듯 샌드 서펀트가 하늘을 선회하며 내려앉았다.
디곤의 여왕의 투덜거림 따위는 들리지도 않는다는 듯 카릴은 서펀트의 머리 위에서 그녀를 향해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따라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