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235)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235화(235/497)
176. 대전사의 자격
“자, 자! 빨리 정리하도록!”
해가 밝아 오자 다른 곳들과 다르지 않게 타투르 역시 분주하게 아침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관리자들의 건물이었던 타투르의 중앙 건물은 청소를 시작하는 사람들로 분주했다.
“흐…… 흐익?!”
하지만 그 소란도 잠시.
복도를 지나던 하인들이 칠흑 같은 검은 형체를 바라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줄행랑을 쳤다.
[흥…….]알른 자비우스는 그런 그들을 향해 코웃음을 쳤다.
비단 그뿐만이 아니었다.
밤을 꼬박 새운 듯 그들은 가장 빨리 하루의 시작을 하는 하인들보다 먼저 복도에 빼곡하게 서 있었다. 그 사람들은 모두 타투르에 내로라하는 자들이었다.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사람들을 물려. 절대로 주위에 소란 피우지 말고.”
“네, 네. 알겠습니다.”
시종장은 두샬라의 말에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하인들을 독촉하며 계단을 내려갔다.
“괜찮을까요? 하루가 꼬박 다 되어 가는데…….”
함께 서 있던 이스라필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알른에게 쏠렸다.
수안, 미하일, 키누, 베이칸 등등…….
많은 사람이 긴장된 얼굴로 방문 앞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도 모른다. 상자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를 모르니 그게 위험한지 아닌지도 판단할 수 없지. 다만 확실한 것은 백금룡이 절대로 그것을 열지 말라 했다는 것이지.]“백금룡……? 설마 나르 디 마우그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지금 주군께서 연 상자가 백금룡의 것이라는 말씀이십니까?”
미하일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럴 수도. 아닐 수도.]“그게 무슨…….”
애매모호한 대답에 밀리아나가 살짝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모른다니까. 놈이 남긴 것일 수도 아니면 숨기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다.]알른이 그녀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궁금하면 녀석에게 직접 들어.]“……!!”
“……!!”
나지막한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모두가 뭔가를 느낀 듯 황급히 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쿠우우우웅—!!
건물 전체가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하며 쩌저적거리는 소리와 함께 벽면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모두 비켜!!!”
뒤에 서 있던 수안이 앞으로 튀어나오며 양팔을 교차하며 건틀릿을 서로 부딪혔다.
우우우웅……!!
청동이 울리는 듯한 소리와 함께 칼두안의 건틀릿이 떨리더니 수안을 중심으로 돌벽과 같은 반구가 생성되었다.
마법으로 만들어진 실드(Shield)와는 다르게 마치 건물을 구성하는 석재와 같은 자연 재료들을 뽑아 만든 것 같은 모습이었다.
콰드드득……!!
콰강……!
그의 외침과 동시에 강렬한 충격이 일어났다.
공기가 터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수안이 만든 돌벽이 산산조각이 났다.
양팔이 저릿저릿한 통증을 느끼며 그는 황급히 뒤를 돌아봤다.
“호들갑 떨지 마. 여기서 이 정도로 도망칠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하지만 긴장 가득했던 그와 달리 밀리아나는 부서진 문의 잔해들을 발로 툭툭 치면서 말했다.
수안이 고개를 돌리자 뒤에 서 있던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은 듯 그 자리 그대로 서 있었다.
“…….”
머쓱해진 얼굴로 뒤통수를 긁적이던 수안은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돌렸다.
“비켜.”
그런 그의 옆을 지나며 밀리아나가 부서진 방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모두가 긴장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조금은 귀띔을 해주는 게 어때? 살아 있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데 꼭 네 일을 죽은 자에게 들어야 해?”
밀리아나가 고개를 들며 말했다.
그녀의 말에 모두가 부서진 건물의 잔해 위에 서 있는 카릴을 바라봤다.
난장판이 되어버린 방 안.
바깥쪽 벽은 산산이 부서져서 차가운 바람이 불어 들어오고 있었다.
“저게…… 뭐지?”
가장 먼저 그녀가 그의 변화를 알아차렸다.
카릴의 왼쪽 손목에서부터 어깨까지 뒤덮고 있는 이질적인 피부. 인간의 것이 아닌 뱀의 것 같은 미끈거리고 푸른 비늘에 밀리아나의 눈썹이 씰룩거렸다.
“야, 너. 용마력을 가지더니 이제 육체마저 괴물이 되어버린 거냐?”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고개를 숙인 카릴에게서 느껴지는 심상치 않은 기운에 그녀는 살짝 어깨를 떨었다.
“후우…….”
카릴이 숨을 토해냈다.
그러자 그의 입에서 차가운 냉기가 화악- 하고 느껴졌다.
“모두 비켜!!”
조금 전 수안이 했던 말과 똑같았지만 그녀의 외침이 떨어지자마자 복도에 서 있던 사람들이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서거걱……!!
스아아아악……!!
밀리아나가 두 자루의 검을 뽑아 있는 힘껏 앞으로 밀었다.
콰아아아앙—!!
날카로운 파공음과 함께 그녀의 몸이 휘청거렸다. 묵직한 뭔가와 부딪힌 것 같이 내지른 팔의 손목에서부터 어깨까지의 힘줄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파팍! 하는 소리와 함께 터져나갔다.
“크윽?!”
불에 덴 듯한 고통과 함께 그녀는 황급히 마력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늦었다.
뒤늦게 끌어올린 힘으로 카릴의 공격을 막는다는 건 역부족이었다.
“……!!?”
바닥이 움푹 들어갔다.
밀리아나의 허리가 활자로 꺾이며 내려찍는 힘을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처박혔다.
카릴이 다시 한번 검을 박아 넣었다.
캉!!!
카강!! 카가가가각—!!!
하지만 공방은 지면이 아닌 위에서 들렸다. 밀리아나는 이미 검을 박아 넣은 바닥에서 벗어나 카릴의 머리 위로 쇄도했다.
주변의 공기가 모두 산화될 것 같은 엄청난 공방.
“이게 어떻게…….”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넋을 잃고 말았다.
이곳에 있는 모두가 실력자였지만 소드 마스터의 공방 속을 선뜻 파고들 용기를 내진 못했다.
스릉……!!
카릴의 얼음 발톱이 울었다.
손목을 꺾자 마치 검이 살아 있는 것처럼 그녀의 급소를 노렸다.
“도대체 카릴에게 무슨 짓을 시킨 거야!! 어젯밤만 해도 멀쩡한 인간이 왜 괴물이 된 거냐구!!”
밀리아나는 그의 공격을 힘겹게 막아내면서 뒤에 서 있는 알른을 향해 소리쳤다.
그녀의 얼굴에 당장에라도 알른을 죽여 버리겠다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
[이것 참…….]그 모습을 넋을 잃고 보는 것은 알른 역시 마찬가지였다.
당황해하는 그들과 달리 알른은 팔짱을 낀 채로 유유자적한 얼굴로 둘을 구경했다.
[저놈 제정신이야.]그러고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뭐?”
그의 말에 밀리아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자신을 향해 검을 뿌리는 카릴을 바라봤다.
“눈치챘나?”
종이 한 장 차이로 밀리아나의 뺨을 스치듯 멈춘 검을 회수하며 카릴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내가 누군데. 이놈아.]그의 말에 알른은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밀리아나는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가며 바라봤다.
“야, 지금 이게 무슨 짓거리야?”
“어땠어?”
“……뭐?”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한 거야. 아직 금계를 쓸 순 없나 보네. 지금 상황에선 딱히 특별한 의미를 가지진 못하겠어.”
카릴은 아무렇지 않게 밀리아나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여기서 가장 믿을 만한 사람. 너잖아.”
“뭐, 뭐야.”
그의 말에 밀리아나는 황당한 듯 헛기침을 하면서도 얼굴을 붉혔다.
[상태를 보니 움직일 만한가 보군.]“해가 뜨고 있는 건가?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하루가 꼬박 지났습니다.”
수안의 대답에 카릴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시간이 생각보다 지체되었군. 오늘 중으로 공국으로 바로 떠나야겠다. 출발 준비는?”
“걱정 마십시오. 모두 끝났습니다.”
그의 물음에 수안은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좋아.”
카릴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뭐가 있었지?]“뱀. 웅크리고 있는 뱀 한 마리가 있더군.”
그러고는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에선 피로감이 느껴졌다.
[뱀? 혹시……. 그게 블레이더의 무구더냐.]“그럴 수도 아닐 수도.”
[두아트, 저게 무슨 뜻이지?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 [내게 감추는 건가? 클클…….]알른은 카릴의 애매모호한 대답과 두아트의 침묵에 머쓱한 듯 말했다.
[그래, 이젠 내가 끼어들 수 없는 영역인가 보군.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거라 생각했지만 조금 아쉬운걸. 잔소리꾼 짓도 이제 끝이겠군.]스승이란 언제나 제자의 위에 있기 때문에 스승이라 불리는 것이 아니다.
강함의 영역은 이미 자신을 뛰어넘은 지 오래.
단지 모든 것을 짊어져야 하고 이끌어야 하는 카릴은 부하와 동료가 있을 뿐 마음을 조금이라도 의지할 상대는 없었다.
알른은 카릴이 스스로 자신을 벗어 날 때까지 그저 기다렸을 뿐이었다.
[나락 바위에서의 애송이는 없어졌군. 이제 좀 쓸 만해졌어.]카릴의 대답에 중얼거리더니 피식 웃었다.
그의 말에 카릴 역시 똑같이 웃었다.
두 사람의 대화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지 못하는 나머지 사람들은 그저 멍하니 그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어찌 되었지?]“그냥…….”
카릴은 나지막하게 말했다.
“먹어 치웠어.”
그는 그 말을 끝으로 자신의 품 안에 있던 아그넬을 꺼내며 말했다.
“하시르.”
“네.”
이름을 부르자 언제 있었던 것인지 그의 등 뒤에서 늑여우 부족의 수장이 나타났다.
“너는 이걸 가지고 북부로 가거라.”
“북부 말입니까? 다시 한번 제게 대전사의 검을 맡기시는 겁니까. 전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지요.”
“그때와 달라. 부족했던 것이 채워졌다. 더 이상 결점은 없다.”
“……?!”
하시르는 검집에 들어 있는 아그넬을 받들며 경외스럽다는 듯 한쪽 무릎을 꿇으며 그 검을 머리 위로 들었다.
“어떻게 이걸……. 수백 년간 찾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부족의 많은 장인이 검집을 만들었으나 모두 검의 힘을 버티지 못하고 실패하였는데…….”
“그러니 더 의미가 있겠지. 가서 이민족의 족장들에게 내 말을 전해라.”
카릴은 놀란 하시르의 얼굴을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수백 년간 이루지 못한 아그넬의 완성을 너희들에게 보인다. 이제 이 검을 사용할 대전사의 완성만이 남았다. 그 자격을 공국에서 증명할 테니 두 눈으로 직접 보도록 하라.”
* * *
쾅……!!!
콰가가강—!!!
공국 내전이 한창인 이곳.
코브를 향하는 마지막 교량이라 할 수 있는 빈프레도 강 하구에서 방어선에서는 연신 굉음이 터져 나왔다.
[크르르르르르—!!]하늘을 활공하는 비룡부대들이 하강하며 뜨거운 불꽃을 뿜어낼 때마다 여기저기에서 불꽃이 일어났다.
“무슨 일이 있어도 버텨!!”
“마지막 방어선이다!! 무조건 사수해야 한다!”
하지만 그들의 외침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화이트 벙커에서부터 날아온 수십 기의 비룡들은 방어선에 위치한 병사들을 유린했다.
“제길……! 마도 포격기가 올 때까지…….”
지휘관의 외침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수십 개의 불꽃이 그들을 덮쳤다.
“으아아악!!”
“살려줘!!”
쾅-!!!!!
그 비명 소리마저 단숨에 사라졌다.
드레이크가 뱉어낸 화염 덩이가 마치 폭탄을 투하하는 것처럼 조금 전 병사들이 있던 곳을 움푹 파헤쳤다.
“마, 말도 안 돼.”
제1공작 튤리 루레인의 비룡부대는 그야말로 전율을 일으키기 충분했고 코브의 마지막 방어선을 지키는 병사들은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전세는 이미 기울었다.
프란의 자랑이었던 강철 함대가 5공작 락히엘의 배신으로 코브에서 발이 묶여 있는 상황에서 튤리는 지체없이 화이트 벙커에서 남하하며 프란을 압박했다.
[크아아아아아–!!] [카아악—!!]상공을 휘젓는 비룡들은 마치 먹잇감을 내려다보는 것처럼 연신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끝났어…….”
시커멓게 그은 얼굴로 조금 전 화염이 떨어진 곳에서 겨우 남은 병사가 넋을 잃듯 중얼거렸다.
주저앉아 있는 그의 한쪽 다리가 잘려 나간 채로 절단면이 시커멓게 타 있었다.
고통도 느껴지지 않는 듯 그는 멍하니 하늘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때였다.
쿠우웅……!!!!
하늘을 날던 드레이크 한 마리가 그의 앞으로 떨어지며 갑자기 요동치기 시작했다.
“……!!!!”
깜짝 놀란 병사가 황급히 앞을 바라봤다.
“흠…….”
날개를 허우적거리며 바둥거리는 드레이크의 몸부림 사이로 낮은 한숨이 들렸다.
우드득-
둔탁한 소리와 함께 녀석의 목이 기형적으로 꺾이며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날뛰던 몸이 축 늘어졌다.
“완전히 난리로군.”
카릴은 낮은 한숨과 함께 전장의 감상을 나지막하게 말했다.
“쉬지도 않고 바로 배를 탔더니 피곤해.”
“그러니 누가 그런 이상한 짓을 하래? 출전을 앞두고 우리들에게 한 마디 상의도 없이 말이야.”
저벅- 저벅- 저벅-
카릴은 담담한 표정으로 드레이크의 시체를 밟고 지면으로 뛰어내리고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왔다.
꿀꺽-
언제부터 있었던 걸까?
병사는 너무나 놀라 전투 중이라는 것조차 잊은 채 그를 바라봤다.
아니,
그들을 바라봤다.
마치 한 사람이 걸어가는 것처럼 그의 발걸음에 맞춰 전사들이 그를 따르고 있었다.
척-
카릴이 손을 들었다.
“좀 쉬어야겠다.”
기다렸다는 듯 그의 뒤에 서 있던 이들이 육안으로 쫓을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속도로 흩어졌다.
“……!!!”
병사들은 눈을 비볐다.
조금 전 그가 보여준 무위도 놀라운 것이었지만 지금 펼쳐지는 광경은 완전히 다른 이유로 경악하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말도 안 돼…….”
병사의 말을 들은 걸까.
카릴은 팔짱을 낀 채로 입꼬리를 올리며 마치 관전을 하듯 전장을 바라봤다.
끝이라고 생각했던 전장.
하지만 갑자기 등장한 이들이 순식간에 전쟁의 판도를 바꾸어 놓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