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238)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238화(238/497)
177. 공국 내전 (3)
투웅–!!
프란 루레인은 거칠게 투구를 벗어 던지며 방 안으로 들어왔다. 검게 그을린 얼굴에는 여기저기 피딱지가 붙어 있었다.
“네놈이냐.”
“고맙다는 말을 이상하게 하는군.”
카릴은 그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말했다. 그러고는 빈 종이 위에 낙서처럼 글을 휘갈겼다.
몇 장을 그렇게 빼곡하게 펜을 잡고 아무런 관련도 없는 단어를 적어갔다.
탁-
그 순간,
프란이 그의 손에서 펜을 빼앗아 부러뜨렸다.
“이 새끼…….”
붉으락푸르락하는 얼굴로 그가 나지막이 으르렁거리듯 중얼거렸다. 손 안에서 산산조각이 난 펜을 바닥에 던지고서 말했다.
“뭐하는 짓거리지?”
“더 잘 알 텐데.”
카릴은 책사에 놓인 새 펜을 하나 잡고서는 손가락 위에 튕기듯 돌리며 말했다.
“…….”
프란의 얼굴이 구겨졌다.
“당신이 생각해도 같잖은 짓이지?”
카릴의 행동은 그가 자신을 찾아 왔을 때 그에게 했던 짓과 똑같은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보다 주위를 좀 물러주는 게 어때? 사령부에 은신하고 있는 녀석들까지 모두 말이야.”
카릴은 프란의 얼굴을 향해 고개를 들더니 입꼬리를 올렸다.
“꼴을 보아하니 로브를 뒤집어쓰지 않아도 성격이 나오는 걸 봐서 예상대로 고귀한 공작이실 때의 모습이 연기였나 봐? 아니면 아직도 좀 조심스러워 하는 게 남아 있는 게 부하들의 눈치라도 보는 건 아니겠지?”
카릴은 비밀리에 프란을 만났던 당시를 떠올리면서 말했다.
코브에 도착한 첫날 밤 항만 수비대에 찾아갔을 때 프란은 공국의 2공작이 아닌 우든 클라우드의 일원으로 카릴을 맞이했었다.
처음 존댓말을 쓰며 예의 바르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거만하고 콧대 높은 그를 떠올릴 때마다 카릴은 헛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
하지만 당사자인 프란은 그의 말에 얼굴이 굳어졌다.
쿵-!!
그가 쥐고 있던 검을 검집 채 바닥을 찍자 방 곳곳에 느껴졌던 기척들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카릴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부하들 앞에서 창피를 당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나름 당신을 배려 한 거라고. 알아?”
“헛소리하지 말고 말해. 해왕을 데리고 온 게 네놈이냐.”
“너무 고마워서 정신이 오락가락 하나 본데. 하긴 믿기 어렵겠지. 해왕을 길들 이는 사람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을 테니까. 대륙 그 어떤 테이머도 할 수 없는 일이긴 하지.”
프란의 말에 카릴은 입꼬리를 내리며 마치 스스로를 칭찬을 하듯 말했다.
쾅-!!!
그때였다.
“…….”
프란이 있는 힘껏 책상을 내려치자 그 충격에 책상이 사방으로 부서지자 카릴은 허공에 팔을 든 채로 입맛을 다시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남아나는 게 없겠네.”
“네놈이 무슨 짓을 한 지 알고나 있는 거냐!!”
“그러는 네놈이야 수만 명의 목숨을 지금 아무렇지 않게 버리고 있는 병신 같은 짓거리를 하고 있는 걸 알긴 아나?”
카릴이 무릎에 쌓인 잔해들을 털고 일어나며 프란을 향해 한 걸음 다가갔다.
“……!!”
참고 있던 분노가 터지자 그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에 프란은 일순간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이게 무슨…….’
몇 년 사이에 완전히 달라진 카릴의 모습에 그는 정말 자신이 알고 있던 그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프란이 마지막으로 카릴을 만났을 때는 라미느의 힘조차 얻지 못했을 때였으니까.
타투르가 독립 국가를 선포했다는 것은 보고 받았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크게 무게를 두지 않았다.
인간이 강해 질 수 있는 성장 속도는 정해져 있었으니까.
세기의 천재라 불리는 5대 소드마스터와 4명의 대마법사들도 약간의 차이는 있어도 결국은 비슷한 성장 곡선을 가졌으니까.
고작 몇 년.
기껏해야 상급 소드 익스퍼트나 중급 마법사의 반열에 오를 정도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는 몰랐을 것이다.
그의 머릿속에 이미 소드 마스터를 뛰어넘는 검술과 그 어떤 대마법사도 도달하지 못한 태초의 마법사가 만든 지식의 보고가 있었고 폭염왕과 암흑왕의 힘마저 굴복시켰다는 것을 말이다.
“지금 내가 꽤나 화가 나있거든. 투정을 봐주는 건 여기까지야. 조금만 더 날뛰면 그땐 내 뚜껑이 열릴 것 같거든? 그러니 닥치고 내가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
“큭…… 크윽.”
하지만 눈앞의 카릴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전장에 잔뼈가 굵은 프란 조차 경험해 보지 못한 위압감이었다.
부르르르…….
그의 두 다리가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다.
차라리 무지했다면 모른다.
하지만 오히려 그의 실력이 뛰어났기 때문에 더욱 더 카릴과 그의 격차를 실감하는 것일지 모른다.
‘소드 마스터……? 아냐,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주위의 마력이 무겁게 깔린 것은 상급 마법사는 되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프란의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카릴이 검을 쓴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기에 그가 내뿜는 마력의 농도가 짙어지자 도무지 가늠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공국의 공작이기에 무릎을 꿇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히 여겨라.”
툴썩-
카릴은 지그시 프란의 어깨를 손으로 눌렀다. 그러자 그는 반항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의자에 앉아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등이 땀으로 축축하게 젖었다.
“…….”
조금 전 성난 기세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는 커다란 눈을 굴리며 입술을 씰룩거렸다.
“그래, 뚫린 입으로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것인지 변명이나 들어보지. 근데 잘 말해야 할 거야. 입이 아니라 뒤통수까지 뚫리기 싫으면 말이야.”
카릴은 부서진 책상의 잔해를 발로 치우고는 창문에 기대어 팔짱을 낀 채로 말했다.
거리가 조금 떨어지자 목을 죄어 오는 듯 한 압박이 약간 풀어지는 느낌에 프란이 낮은 숨을 토해냈다.
“튤리가 먼저 공습을 해온 것은 알고 있다. 락히엘의 배신도 말이야. 배후에 적을 두고 싸우는 것은 썩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아직 코브에 발이 묶여 있는 게 네놈은 말이 된다고 생각해?”
자신보다 한 참 어린 카릴의 신랄한 말에도 프란은 이렇다 할 반항을 하지 못했다.
“대답 안 해?”
조금 전 카릴이 기세에 눌린 듯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프란이 그의 물음에 정신이 번쩍 든 듯 앞을 바라봤다.
“튤리의 공습도 락히엘의 배신도 모두 계획 된 것이었다.”
“뭐……?”
예상치 못했던 대답이었다.
“이건 또 무슨 개소리지?”
카릴은 살짝 인상을 구기며 그를 향해 다시 물었다.
“지금 이 싸움이 서로 합의가 된 상태서 하는 연극이라는 말이야?”
“……비슷하다.”
프란의 대답에 카릴은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상한데……. 놈은 공국 내전에서 목숨을 잃는다. 그렇기에 패전 이후 앤섬 하워드가 비올라를 찾아가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고.’
뭔가 자신이 알지 못하는 비밀이 있는 걸까.
카릴은 공국에서 일어나는 이 전쟁이 단순히 1공작과 2공자 간의 세력 다툼이 아니라는 걸 직감했다.
‘설마…….’
내전을 움직이는 숨겨진 배후.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 하나에 카릴은 갑자기 머리가 지끈 아파지는 기분이 들었다.
“우든 클라우드가 시켰나?”
“…….”
대답은 필요 없었다.
내색을 하진 않았지만 프란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
콰득-!!!!
그 순간.
카릴이 프란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대답.”
반응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빠르기였다. 프란은 경악에 찬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우드득……!!
엄지손가락에 힘을 주자 단번에 그의 쇄골이 부러졌다.
“악……!! 아아악……!!!”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고통에 찬 비명소리를 토해내며 프란이 앉아 있던 의자에서 바둥거렸다.
하지만 카릴은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부서진 쇄골을 움켜쥐듯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하랬지?”
“사, 사, 살려줘……!!”
손을 풀자 그대로 의자와 함께 바닥에 쓰러진 프란이 거친 숨을 토해냈다.
“네들. 나오는 순간 죽는다. 그리고 이놈도 죽어.”
“큭……!!”
카릴은 프란의 머리를 잡아 다시 일으키며 천장을 향해 말했다.
“주인을 살리고 싶으면 다시 꺼져.”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카릴은 순간적으로 자신을 향해 십 수명이 칼날을 노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훈련이 잘 된 암살자들이었지만 그렇기에 카릴은 더욱 화가 나는 것 같았다.
저런 자들을 썼다면 은익 함대와의 결말은 이미 나고도 남았을 테니까.
“그러니까 똑바로 대답해.”
쇄골이 부서져 몸을 움직일 때 마다 아찔한 통증에 프란은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우든 클라우드가 네게 제시한 조건이 뭐지? 뭘 준다고 약속을 했기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벌 인거야?”
“…….”
프란은 조금 전 끔직한 고통을 맛봤음에도 불구하고 대답을 하는 것을 머뭇거렸다.
“야.”
카릴이 얼굴을 나지막하게 말했다.
“튜…… 튤리가 공국을 가지는 것으로 합의가 된 일이다. 그리고 그 대신 내가 우든 클라우드의 수장을 맡기로 말이지!!”
“네가? 그렇다면 그냥 공국을 합치면 되지 왜 전쟁을 일으킨 거지?”
“명분이 필요했으니까. 아무리 그녀가 1공작이라 하더라도 모두가 따르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반란의 여지를 없애야 했다. 2공작이 완전히 사라져야 나머지 세력들도 그녀를 따를 거거든.”
“우든 클라우드의 수장 자리를 네게 준다는 건…… 지금 튤리가 뿌리의 우두머리라는 말인가?”
프란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녀 역시 뿌리 중 하나 일 뿐이다. 하지만 가장 영향력이 있는 존재지.”
카릴은 어리석은 그 모습에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멍청한 녀석, 우든 클라우드라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독이 든 성배를 마신 꼴이로군. 그렇게 매력 있는 위치라면 튤리가 네게 그 자리를 그냥 줄 리가 없잖아.’
그제야 프란 루레인의 죽음에 대한 전말을 알 수 있었다.
“전쟁은 곧 끝난다. 이건 단지 그 무대를 만들기 위함이었을 뿐이니까. 공국은 하나가 되고 제국에 맞설 만큼 거대한 힘을 가지게 될 것이다.”
카릴은 그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튤리가 그에게 선사한 것은 우든 클라우드의 수장이 아닌 죽음이었던 것이다.
“무대? 지금 이걸 무대라고 했나?”
그의 목소리가 변하자 프란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네놈들은 도대체 목숨을 어떻게 생각하는 거지? 고작 그 명분이라는 걸 만들기 위해 너의 병사들을 희생시켰다고?”
카릴이 프란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잘 봐. 너의 병사들만이 아니다. 지금 저기서 싸우고 있는 적군까지. 10만이 넘는 자들이 아무것도 모르고 죽어가고 있다.”
부서진 쇄골의 아픔보다 격노하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이 더 두려워 프란은 숨조차 참았다.
“네 목숨은 아깝고 저들은 버려도 되나?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뭐?”
“저들이 하찮다면 내 눈엔 너도 똑같다. 너도 그들처럼 당해봐. 열심히 발버둥 쳐야 할 거야. 죽고 싶지 않으면 말이지.”
카릴은 차갑게 말했다.
“이제부터 내 무대를 위해 널 쓸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