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239)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239화(239/497)
177. 공국 내전 (4)
“아, 그래?”
프란은 그 말에 코웃음을 쳤다.
그 모습에 카릴은 반대쪽 쇄골도 부숴버릴까 생각했다.
“네가 만들고자 하는 무대가 도대체 뭔데?”
“병신 같은 귀족들의 놀음에 무고한 목숨이 희생되지 않도록 전쟁을 종결시키는 것.”
“무고하다, 라……. 전쟁은 정당하든 부당하든 피를 부를 수밖에 없는 일이야.”
프란은 나지막하게 말했다.
“영웅이라도 되고 싶은가?”
“뭐, 일단은.”
너무나 솔직한 대답에 프란은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을 지었다.
“그런 거라면 굳이 우리가 싸울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애초에 우리의 거래는 공국의 내전이 끝나는 동안 제국의 눈을 돌리는 것 아니었던가? 전쟁의 승리자가 누구인가까지 자네가 관여할 일이 아니야.”
“맞아. 솔직히 말하면 조금은 선의의 마음도 있었다. 락히엘의 배신을 듣고 나서 네가 우든 클라우드에게 버려졌다고 확신했거든.”
“뭐……?”
“그런데 이 정도로 상황 파악을 못 하는 녀석일 줄은 몰랐거든. 자기가 버려진 개라는 것도 모른 채 자신을 따르는 자들을 버리다니 말이야.”
카릴은 고개를 숙였다.
“네게 거짓된 패배를 제안한 게 레디오스란 작자 아냐?”
프란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역시…….’
하지만 그의 반응에 카릴은 자신의 추측이 맞았다는 것을 직감했다.
“너만 알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야. 너와의 밀담 이후 녀석은 바로 우리를 찾아왔다. 그리고 이곳에서 라바트 길드를 관리하던 캄마가 그들과 접촉을 했지.”
“……!!!”
“내가 여기에 온 이유? 그건 너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 온 게 아냐. 우든 클라우드를 뿌리째 섬멸하기 위함이다. 덤으로 네 목숨도 구할 수 있게 됐으니 고마운 줄 알아.”
카릴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화이트 벙커에서 온 캄마의 보고에 의하면 우든 클라우드와 튤리 루레인이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건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던 터라 놀라울 것 없었지.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였어.”
그는 프란의 반대쪽 어깨를 가볍게 툭툭 쳤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프란은 본능적으로 등골에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생각해 보면 너도 우든 클라우드잖아? 어째서 우든 클라우드끼리 전쟁을 벌일까. 그들에게 있어서 공국은 중요한 버팀목인데 말이지.”
카릴은 손가락을 세웠다.
“이유는 하나지. 잔뿌리가 너무 많은 거야. 불필요한 것을 잘라내려고.”
“너…… 이런 짓을 하고도 살아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지금 남의 나라에 와서 이런 짓을 하는 게 과연 용인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프란은 소리쳤다.
그의 반응에 카릴은 피식 웃었다.
“아직도 우든 클라우드를 믿는 건가? 하긴 그 정도로 절대적이니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수락했겠지.”
“전쟁을 바꾸겠다고? 네 녀석이 강한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전쟁을 혼자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보지?”
“난 혼자 왔다고 얘기한 적 없는데.”
그의 말에 프란은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서, 설마 녀석이 군대를 데리고 온 건가? 아냐, 그럴 리 없어. 이곳에 오려면 해협을 건너는 수밖에 없다. 전쟁을 종결시킬 만큼의 병력이라면 최소 수천에서 수만. 그 정도 규모를 데리고 왔다면 내가 모를 리 없어.’
프란은 결론을 내렸다.
‘허풍이다.’
소드 마스터는 분명 강하다.
대륙에 내로라하는 5대 소드 마스터들은 분명 전장의 승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존재들이다.
하지만 조금 전 그가 말했다시피 그들은 강하지만 전쟁은 결코 혼자 하는 것이 아니었다.
인간의 몸이 분열될 수 없는 한 결국 개입할 수 있는 전장은 하나뿐이다.
게다가 전장에서 맞붙는 병력의 숫자만 최소 수천.
그 안에는 기사들도 있었고 마법사들도 있었다.
‘녀석이 아무리 강하다고 하더라도 그들을 단번에 죽일 수는 없을 터.’
그는 비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래? 그럼 어디에 있지? 이 전쟁의 판도를 네 마음대로 바꿀 병력이?”
“코브 서부 외각 튤리군이 유일하게 고전을 하고 있는 전장인 늪지대, 브라운 앤트(Brown Ant) 그리고 역전의 발판을 위한 화이트 벙커로 갈 수 있는 관문인 대성벽(大城壁) 요만.”
“…….”
카릴의 말에 프란의 얼굴이 굳어졌다.
확실히 그 두 곳은 현 상황에서 유일하게 튤리군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활로였다.
“디곤의 여제와 대초원의 궁사가 브라운 앤트를 향하고 있고 이번 전투를 위해 내가 데리고 온 안티훔에서 키운 빙결사가 요만에 투입되었을 것이다.”
“……셋? 그게 끝이란 말인가? 데리고 온 병사는?”
“없다.”
프란은 그의 말에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곧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뭐 이런 미친놈이 다 있나. 고작 세 명으로 이런 호기를 부린다고?’
물론,
디곤의 여제인 밀리아나의 실력이야 익히 잘 알고 있었다.
소드 마스터인 그녀가 전장에 투입된다면 확실히 브라운 앤트전(戰)의 승패에 영향력을 끼칠 것이다.
‘하지만 이미 그 전장은 결판이 났다.’
브라운 앤트는 유일하게 프란군에게 승기가 기울어지기 시작한 전장.
그러나 자신의 군대가 이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대로 패배를 바라는 그는 이렇다 할 지원군을 더 이상 보내지 않은 상태였다.
‘어차피 끝난 전장. 그들이 더 간다 한들 전쟁의 판도에 변수가 될 수 없다.’
굳이 걸리는 것이 있다면 요만으로 향한 빙결사였다. 대초원의 궁사는 이름을 알지 못해도 야만족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지만 나머지 한 사람은 예측조차 불가능했다.
‘누구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란은 대성벽이 쉽사리 뚫릴 리 없음을 자신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곳엔 그가 있다.’
카릴은 프란의 얼굴을 바라봤다.
마치 그가 이런 생각을 끝낼 수 있도록 기다리는 것 같았다.
“빈프레도 하구 전선에 대한 보고는 들었겠지? 거긴 내가 직접 정리를 하고 오는 길이지.”
“……설마 그곳에도 네 병력이 있단 말이냐.”
“아니. 내가 데리고 온 건 그 셋이 끝이다.”
“큭……. 그때도 느꼈지만 진짜 보기 드문 미친놈이야. 너를 주인으로 모시는 부하들의 머릿속이 궁금할 지경이로군. 전장의 판도를 바꾸려는데 고작 세 명?”
새어 나오는 웃음.
프란은 지금 자신의 상황을 망각한 듯 카릴을 향해 비소를 날렸다.
“데리고 온 병력이 없다고 했지 공국에 병력이 없다고는 안 했는데.”
“……뭐?”
그때였다.
카릴은 자신의 품 안에서 작은 구슬 하나를 꺼내 공중으로 가볍게 던지며 잡았다.
툭-
“……!!!!”
그러고는 주저앉아 있는 프란을 향해 던졌다.
데구르르르-
떨어진 구슬은 바닥에 몇 번 튕기면서 굴러 그의 앞에 멈추었다. 그 순간 프란의 얼굴은 카릴이 기대했던 대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이건……!!”
“쇄골을 부술 때보다 지금의 표정이 좀 더 볼만한 것 같은데.”
제대로 입을 다물지도 못한 채 말을 더듬는 그를 보며 카릴은 만족스러운 듯 말했다.
“너…… 너…….”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이게 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네가 잘 알고 있겠지.”
“어떻게 네가 이걸…….”
프란은 떨리는 손으로 구슬을 쥐었다.
사령관 전용 통신구.
작동 중을 알리는 구슬의 끝에 작은 마법문자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허가되지 않은 통신구를 가지고 들어오면 걸리겠지. 하지만 알지? 이건 너희 군에서 쓰는 거야. 당연하겠지만 색적 마법도 통과할 수 있지.”
“…….”
“여기서 질문. 이걸 그럼 어디서 가져왔을까?”
카릴은 미소를 띠었다.
“서, 설마…….”
“뭐, 이건 굳이 대답 안 해도 뼈를 부러뜨리진 않을게. 이미 얼굴로 답을 하고 있는 것 같으니 말이야.”
프란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그제야 그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앤섬.”
카릴은 나지막하게 이름을 불렀다.
“지금까지 잘 들었지?”
[…….]대답은 없었지만 통신구에 반짝이는 불빛이 대신 말을 해주는 것 같았다.
“어째서…….”
“하구 방어선을 지켜 수천 명의 목숨을 살린 값치곤 고작 통신구 하나인데 뭐.”
카릴은 바닥에 떨어진 구슬을 프란의 얼굴 옆으로 가져갔다.
마치 두 사람에게 모두 얘기를 하는 것처럼.
“배신이라고 생각하나? 글쎄, 내 생각엔 녀석도 막연한 주군에 대한 믿음보다 죽어가는 자신의 병사들을 내버려 두는 머저리 주인의 머릿속이 궁금했던 거겠지.”
“이…… 이 새끼!!!”
프란은 황급히 카릴이 들고 있던 통신구를 빼앗으려 했다. 하지만 팔을 드는 순간 부서진 쇄골에서 느껴지는 격심한 통증에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파슥―!!
그 순간,
바닥을 구르는 프란을 보며 카릴은 통신구를 발로 밟아 부숴버렸다.
더 이상 앤섬이 자신들의 말을 들을 수 없도록.
“진정해. 우리끼리 싸울 필요가 있나. 이제 전선을 함께할 동료인데.”
“……뭐?”
“너는 공국 내전에서 승리하게 될 거야. 공국의 영웅이 되는 거지. 어때, 기쁘지 않나?”
“그, 그게 무슨…….”
“내가 너를 돕겠다. 앤섬이 남은 병력을 추스르고 있을 거야. 빈프레도 강에서부터 북상해서 화이트 벙커까지 진격하며 각각의 전장을 정리한다.”
카릴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방어선의 병력만으로 그게 가능할 것 같나?”
“무슨 소리야? 코브에 있는 네 병력까지 모두 합류해야지. 그리고 더 이상 해전은 없을 테니 함대에 장착되어 있는 남은 마도 포격기를 떼는 작업을 오늘부터 시작할 거고.”
“웃기는 소리. 네가 해왕을 끌고 싸운다 하더라도 함대의 지원 없이 은익들을 모두 괴멸시키는 건 불가능해. 그런데 함대의 포격기를 제거하는 작업을 지금 당장 한다고?”
“맞아.”
프란은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는 그의 대답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콰아아아아앙—!!
콰가강—!
그때였다.
엄청난 폭음과 함께 두 사람이 있던 건물의 유리창이 와장창 깨져 나가며 마치 소나기가 쏟아지는 것처럼 두 사람의 머리 위로 가루가 흩날렸다.
“……?!”
프란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이제 도착했나 보군. 아무래도 녀석이 짠 내 나는 바다를 건너는 걸 싫어해서 말이야.”
카릴의 말을 들으며 그는 창문 밖으로 불타는 은익 함대를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코브를 포위하고 있었던 적군이 순식간에 재가 되어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있었다.
“트윈 아머에 대한 얘기 못 들었어? 해왕을 봤으면 눈치채야지.”
[크르르르르르르르—!!!!] [카아아아악—!!]그의 말에 대답이라도 하는 듯 거대한 다리로 함선을 움켜쥔 크라켄의 옆에 날카로운 이빨로 갑판을 물어뜯는 서펀트가 보였다.
“수…… 수…… 수왕.”
포나인 강의 주인이라 불리는 거대한 괴수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강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해협 반대쪽에 있는 공국인들에게 그 존재는 생소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하게도 지금까지 역사상 모든 전술에 있어서 두 괴물을 염두에 두고 싸워 본 적이 없었다.
“생각보다 함선들의 침몰 속도가 빠르군. 역시 강철 함대에 비하면 조무래기야. 안 그래?”
“…….”
카릴은 멍한 얼굴을 한 그를 향해 말했다.
“내일이 지나면 싸울 상대가 없어져 버리겠는데. 이제 어쩌지? 코브에 남아 있고 싶어도 할 게 없으니 남아 있지 못할 텐데 말이야.”
그런 그를 바라보며 카릴은 피식 웃었다.
“네가 본격적인 공격의 선두에 나선다면 병사들의 사기가 올라갈 거야. 얼마나 기쁘겠어? 기다렸던 지휘관의 귀환인데 말이지.”
우우우웅…….
카릴의 손에서 옅은 마력이 흘러나왔다.
치유 마법의 따뜻한 온기가 프란의 몸에 흘러들어 오자 산산조각이 났던 쇄골이 천천히 새로 붙기 시작했다.
“…….”
여기저기 깨진 유리 조각에 난 상처까지 완전히 낫자 프란은 예의 그 매끈한 얼굴로 돌아왔지만 눈빛은 힘을 잃은 지 오래였다.
그런 그를 향해 카릴은 말했다.
“너는 그냥 서 있기만 해. 그럼 내가 승리를 가져다줄 테니까. 네가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