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242)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242화(242/497)
177. 공국 내전 (7)
‘저, 정말……. 이민족이 왔잖아?!’
프란은 지금 눈 앞에 펼쳐진 상황을 보면서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숫자만 하더라도 최소 1만 이상.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을 수 있는 숫자였지만 1만이란 숫자는 분명 지금 펼쳐진 전황을 바꿔 놓을 수 있을 만큼의 숫자라는 것이다.
게다가 그들의 능력 역시 미지수였다.
‘듣기로는 이단섬멸령 당시 제국군에게 꽤 많은 이민족이 죽임을 당했다고 들었는데…….’
단순한 보고만으로 본다면 마력조차 없는 이민족은 결코 위협이 될 수 없는 자들에 불과했다.
하지만 제국과 공국이 세워진 역사보다 더 오래전부터 그들은 북부의 영역을 지켜왔다.
제국은 그저 이민족을 언제든 토벌 가능한 가소로운 적일 뿐이라 말했지만 이민족은 대륙의 역사에 언제나 남아 있었으며 지금도 살아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그들의 강함을 부정할 수 없었다.
‘이민족이 약한 이유는 남부와 달리 대세력을 이루지 않기 때문이다.’
북부의 부족들은 기껏해야 수백에서 수천 단위로 구성되어 있었다. 남부의 디곤처럼 수만의 병력을 가진 세력으로 거듭났더라면 이런 식으로 제국의 습격을 받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여태껏 이어졌던 인식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자신의 눈앞에 있는 1만의 이민족들은 카릴이란 한 사람 아래 뭉쳤으니까.
이민족에 대한 결정적인 차이였다.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그의 아래에 있을지 프란은 가늠을 할 수 없었다.
톡- 톡- 톡-
카릴이 탁자 위에 있는 지도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들기자 그제야 프란은 정신을 차린 듯 황급히 고개를 내렸다.
“집중해라, 프란. 여기는 네 전장이다. 앞으로 화이트 벙커까지 얼마나 걸리지?”
“……아.”
잘도 자신의 전장이라고 말하는 카릴이 너무나도 얄미웠지만 프란은 이렇다 할 반박을 하지 못했다.
결코 자신이 원하지 않은 전장이었다.
화이트 벙커를 향해 진군을 하면 할수록 그의 안색은 더욱 어두워질 뿐이었다.
10만이 넘는 대군을 이끄는 공국의 두 번째 세력가가 지금은 고작 한 사람에 의해 휘둘리고 있는 실정이니 말이다.
‘제길…….’
하지만 어디에 하소연할 곳도 없었다.
어느 누가 일부러 패하기 위해 전쟁을 시작했다는 말에 수긍을 하겠는가.
‘앤섬 하워드에게까지 비밀로 한 것은 내 실책이었어. 튤리, 그 여자의 조건만 없었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우든 클라우드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극비였으니까.
하지만 프란은 알지 못했다.
튤리가 이번 전투를 이용해 그와 앤섬 하워드의 사이를 틀어 놓는 것이 목적이었다는 것을.
그러나 카릴의 개입으로 인해 앤섬은 프란의 계획을 알게 되었고 그것이 자의가 아니라 타의라 하더라도 결국 튤리와의 결전의 종지부를 찍게 되었기에 앤섬은 배신에 대한 불신을 묵인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앤섬이 카릴에 의한 프란의 진격을 그냥 보고 있는 것이 오히려 불충이라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앤섬은 자신의 주군이 잘못된 길을 걸으려 한다면 때로는 독을 써서라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남자였다.
그 독은 카릴이었고,
전생에는 그 독을 찾지 못했기에 프란과 그가 갈라진 이유일지 모른다.
“……앞으로 일주일 정도 가면 화이트 벙커로 가는 뒤쪽 관문인 문 에테르(Moon Aether)에 도달할 수 있다.”
프란은 서둘러 대답했다.
그가 화이트 벙커의 북쪽을 두르고 있는 칼툰 산맥의 한 곳을 가리켰다.
“뒤쪽이 산맥으로 보호받고 있어 천혜의 요새라 할 수 있는 화이트 벙커라지만 후방을 통해 갈 수 있는 길이 있긴 하다. 그게 바로 이곳이지.”
마치 병풍처럼 화이트 벙커를 감싸고 있는 산맥의 단 한 곳에만 길이 열려 있었고 그 앞은 당연하게도 작은 요새가 하나 있었다.
“하지만 공략이 쉬운 성이 아니다. 확실히 화이트 벙커는 전방에 비해 후방 쪽 방어가 약하긴 하지만 그건 상대적일 뿐. 문 에테르에는 약 3만의 병력 상주하고 있다.”
“제법 많군.”
“내전이라고는 하지만 공작들이 자신의 모든 병력을 쓴 것은 아니니까. 공국은 40만이 넘는 대군을 보유한 강국이다. 이번 내전에는 기껏해야 10만이 조금 넘는 병력이 맞붙었을 뿐이야.”
“정확히는 12만이지. 왜 줄여? 창피한 줄은 아는가 보지? 네 덕분에 5만의 병력 중에 3만이 죽었으니까.”
“…….”
신랄한 카릴의 말에 프란은 인상을 찡그리며 입을 다물었다.
‘어떻게 해서든 튤리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할 텐데…….’
가장 좋은 방법은 튤리와의 협정일 것이다.
지금 상황으로도 충분히 그녀의 세력이 전쟁의 우위를 점하고 있었으니 이대로 협정을 맺는다면 큰 잡음 없이 이번 내전을 무마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과연 자신의 상황을 알고 있을지 의문이었다.
어쩌면 반대로 자신이 배신을 했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빠득-
프란은 꼬여가는 계획에 이를 갈았다.
‘아니면 빈프레도라도…….’
이미 짜고 치는 전쟁이라는 것을 앤섬 하워드에게 들켰지만 그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역시 그뿐이었다.
앤섬을 설득시킬 수 있다면 자신이 하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상황을 튤리에게 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 카릴이 알기 때문일까.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이 바로 프란의 신병을 확보하고 언제나 자신의 옆에 두어 그가 외부와의 통신할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시킨 것이다.
도망?
코브에서 느꼈던 압도적인 위압감.
부르르…….
프란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자신 혼자 힘으로 카릴의 경계에서 벗어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이미 본능이 알고 있었다.
욱씬-
그런 생각이 미치자 얼마 전 부서졌던 쇄골에서 통증이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프란은 품 안에 넣어 뒀던 약통을 다시 꺼내어 알약 몇 개를 입에 털어 넣었다.
와그작.
물을 찾을 여유도 없다는 듯 그는 약을 그대로 이빨로 깨물어 먹고는 쓴 듯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너 약을 먹는 주기가 빨라진 것 같은데.”
“……이런 상황에 나 같은 입장이 되어도 먹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줄여보지.”
프란의 말에 카릴은 어깨를 으쓱했다.
“문 에테르에 대해서 아는 것이나 말해봐.”
“……화이트 벙커의 후방을 지키는 문 에테르는 공국 안에서도 손에 꼽히는 거성(巨城)이다. 성벽의 높이는 다섯 번째로 높고 해자의 깊이 역시 2m가 된다.”
프란은 밖을 가리켰다.
“이민족으로 후방을 치는 방법은 솔직히 허를 찌르는 계책이긴 해. 하지만 산에서나 사는 그들이 과연 공성을 겪어 봤을까?”
그는 고개를 저었다.
“게다가 보아하니 이민족의 대부분은 말을 타고 왔잖아. 문 에테르의 성문을 열기 위해서는 성벽을 넘어야 하는데 공성 장비가 없이는 불가능해.”
“그건 해보지 않고는 모르지. 꼭 성벽을 넘기 위해 공성 장비가 필요한 것은 아니니까.”
“……뭐? 사다리 하나 없이 무슨 벽을…….”
프란은 그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다시 말했다.
“하시르, 각 부족의 대표를 불러라.”
하지만 카릴은 프란을 바라보지도 않고서 뒤를 돌자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 천막이 열리며 세 명의 전사가 들어왔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가장 선두에 서 있는 홍일점은 익히 알고 있는 잔나비 부족의 릴리아나였다.
그러나 카릴은 그들을 보더니 살짝 눈썹을 찡그리며 물었다.
“검은 눈 일족도 참가했다고 하지 않았던가?”
“일전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그러자 그들은 이번 전투에서 성과를 가지고 주군을 뵙겠다고 하였습니다.”
“자신 있다는 말인가 보네.”
하시르의 대답에 카릴은 피식 웃었다.
“뭐, 좋다. 그들이 어떻게 나올지는 두고 보면 알겠고……. 두 사람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나머지는 알지 못한다. 너희의 이름은?”
붉은달 부족의 전사가 먼저 카릴을 향해 말했다.
“파툰이라 합니다. 저희 부족은 북부에서도 몸이 날래기로 자신 있습니다.”
그의 몸은 무척이나 호리호리했지만 단단하게 잡힌 근육이 말을 할 때마다 꿈틀거렸다.
얼굴의 반쪽을 붉은 초승달 문신이 뒤덮고 있었다.
“성벽의 확인은 미리 끝냈습니다. 확실히 높지만 오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살펴보니 오른쪽 성벽 쪽에 낡은 부분에 틈을 찾았습니다. 단단한 단검 몇 개만 주신다면 가장 먼저 위에 오르겠습니다.”
‘……뭐? 성벽의 조사가 끝났다고? 아직 도착하려면 일주일이나 더 남았는데……. 벌써 척후병이 거기까지 도달했단 말인가?’
프란은 그의 대답에 놀란 듯 바라봤다.
자신들 역시 쉼 없이 말을 몰아 행군 중이었다.
그런데도 일주일이나 차이가 나 있음에 프란은 도무지 붉은달의 이동 방식이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공략에 걸리는 시간은?”
“성벽에 도달 이후 방해가 없다면 5초면 충분합니다.”
“방해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엄호는 저희가 하겠습니다. 그 정도 높이라면 늑여우의 사정거리 안입니다. 정예 몇을 뽑아 성루 지휘관의 목을 베겠습니다.”
카릴은 늑여우의 궁술에 대해 익히 알고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남부에 비궁족이 있다면 북부에는 늑여우들이 있다.
그들은 궁술뿐만 아니라 암살에도 특화되어 있었기에 카릴은 걱정 없이 임무를 맡겼다.
“엄호를 하는 늑여우는 저희 호표가 보호하겠습니다.”
네 명의 전사 중 나머지 한 명인 호표 부족의 쿤타이. 그의 등에는 거대한 사각의 방패가 메어 있었다.
쿤타이의 말에 하시르는 코웃음을 지었다.
“엄호의 역할은 우리만으로 충분하다 늑여우는 보호 따위 필요 없다.”
“걱정 마라. 우리도 너희가 예뻐서 해주는 건 아니니까. 보호는 첫발뿐이다. 성벽에서 쏟아지는 화살비를 막은 뒤 우리는 그대로 성문으로 진격할 것이다.”
그는 지도 위에 표시된 문 에테르를 가리키며 말했다.
“숲길이 끝난 뒤 성벽까지 거리는 약 5㎞. 명령을 내려주신다면 저희들이 붉은달이 성벽을 오르기 전 성문을 부수겠습니다.”
카릴은 그의 말에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무훈의 욕심을 부려 만용을 저지르지 마라. 시체를 처리하기 귀찮으니까. 성문을 여는 것은 우리다.”
으르렁거리듯 쿤타이를 향해 파툰이 말했다.
‘뭐 이런 미친놈들이…….’
프란은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인상을 구겼다.
“3만의 주둔군이 있는 성벽을 오르는 게 무슨 동네 옆집 담을 넘는 것처럼 말하는군. 마력도 없는 놈들이 무슨 수로 성에 걸린 실드를 뚫고 들어갈 수 있겠냔 말이다.”
문 에테르는 대성벽 요만과 함께 화이트 벙커로 직결되어 있는 성이었다.
요만의 위용이 워낙에 대단해 가려졌지만 그의 말처럼 그곳 역시 공국에 내로라하는 요새.
“수성을 하는 병력보다도 더 적은 수로 문 에테르를 공략하겠다는 것부터가 오만인데 뭐? 사다리도 없이 성벽에 검을 박아 오르겠다고?”
“이민족은 이민족의 방법이 있다.”
릴리아나는 프란을 향해 말했다.
“이민족만의 방법? 웃기고 있네. 제국에게 패한 주제에. 잘도 숨어 살아남은 놈들이 그런 소리를 하는구나.”
쾅──!!
그때였다.
그녀가 거칠게 팔꿈치로 프란의 목을 짓누르며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바닥에 쓰러진 프란의 머리 옆으로 허리에 있던 검을 뽑아 있는 힘껏 박았다.
주르륵…….
프란의 뺨이 욱신거리며 날카로운 검날에 베인 상처 위로 붉은 핏방울이 맺혀 흘러내렸다.
“우린 패배한 것이 아니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하시르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고는 프란을 향해 말했다.
“오히려 감사해야 할 건 너희들이다.”
“……뭐?”
영문을 알 수 없는 그의 말에 프란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벅- 저벅- 저벅-
카릴이 하시르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겼다.
“그만둬라. 어떤 이유가 되었든 제국인에게 습격을 받은 것은 사실이고 많은 희생을 치렀다는 것 역시 피할 수 없는 진실이다.”
“…….”
“하지만 그로 인해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아야 하기에 너희는 보여줘야 한다.”
그의 말에 하시르는 고개를 숙였다.
“이민족이 결코 약하지 아니하다는 것을.”
나머지 부족의 전사들 역시 그를 따라 카릴의 말을 기다렸다.
“문 에테르를 공략하는 데 너희에게 얼만큼의 시간을 주면 되지?”
그의 물음에 그들은 일제히 대답했다.
“하루면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