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245)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245화(245/497)
177. 공국 내전 (10)
“이게……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이야!!”
자일스 자작은 문 에테르의 1차 성문에서 피어오르는 불꽃을 바라보며 그의 뒤에 서 있는 길티안을 잡아먹을 듯 노려봤다.
“하루면 충분해? 이러다 오히려 우리가 당하겠어!! 자네 때문에 습격의 보고도 미뤘는데 이게 어쩔 셈이지? 이대로 놈들이 내벽까지 뚫고 쳐들어오기라도 하면……!!”
국경의 수비를 맡고 있는 기사답지 않은 발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가문이 수백 년 역사 동안 문 에테르를 수호해 왔지만 정작 자일스는 전쟁을 겪어 본 적이 없었다.
선조의 위대함은 그저 과거의 유물일 뿐이었다.
평온한 영지 안에서 안락한 생활만을 영위했던 자일스에게 폭음과 화염, 병사들의 외침 소리는 고양되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줄 뿐이었다.
“진정하십시오, 영주님. 마도 포격기도 모두 잃은 것이 아니고 성문을 연 건 녀석들의 공세가 강한 게 아니라 저희가 한 것이지 않습니까. 아직 저희 군의 손실도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미 놈들이 성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느냐! 지금 당장 공작령에 보고를 올리게!”
길티안의 말에도 불구하고 자일스는 그를 몰아세우기 바빴다.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시기 바랍니다. 2성문을 여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직접 가겠습니다.”
불안에 떠는 유약한 자신의 주군을 보며 그는 호기롭게 말했다.
* * *
“문 에테르의 병사들은 들어라!! 지금 저 밖에 공국의 영토를 침입하려는 이민족의 무리들이 있다.”
길티안은 제2성벽 위에 올라 소리쳤다.
“공국은 지금 치열한 내전 중이다. 놈들은 바로 이 틈을 노리고 온 것이다! 저속한 쓰레기들에게 튤리 저하가 계시는 화이트 벙커가 위험에 빠지게 놔둘 수 없다!!”
와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
제1성벽 안쪽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지만 문 에테르 병사들의 사기는 처음과 다르지 않았다.
성벽 양쪽으로 마도 포격기가 배치되고 후퇴한 궁병들이 이민족을 향해 포진되기 시작했다.
“모두 검을 들어라!!”
척―! 처척――!
100명의 기사가 길티안을 향해 가슴에 검을 얹었다. 그들은 비록 공국의 정통 기사단에는 비하지 못하겠지만, 길티안은 그가 손수 키워온 만큼 그들의 실력을 누구보다 믿을 수 있었다.
“그 누구도 문 에테르의 성벽을 넘지 못하게 할 것이다! 지금부터 우리는 공국에 이민족의 피를 제물로 바치리라!”
와아아아아아아―――!!
‘할 수 있다.’
그는 환호성을 내지르는 병사들의 열기를 느끼며 확신했다. 그의 생각대로 제1성벽이 열렸기는 하지만 여전히 적을 압도할 수 있는 병력이 남아 있었다.
“공격하라!!”
길티안은 검을 뽑아 휘두르며 소리쳤다.
슈욱! 슈우욱――!!
촤아아악――!!
그의 외침과 동시에 궁병 부대의 화살들이 일제히 성벽 아래에 있는 호표 부족들을 향해 쏟아졌다.
“아악!! 으아아악……!!”
“사, 살려줘!!”
오히려 제2성벽을 열지 못한 그들은 두 개의 성문 사이에 끼어 도망치지도 못한 채 우왕좌왕하면서 그대로 궁병들의 제물이 되었다.
“기름을 부어라!!”
성벽 위에 있는 병사들이 펄펄 끓는 기름을 쏟아 내자 아래에 있던 이민족들이 얼굴을 부여잡으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아아악……!!”
고통에 찬 몸부림과 함께 붉은달 부족의 전사들이 더 이상 성벽 가까이에 갈 엄두를 내지 못한 채 바닥에 쓰러져 바둥거렸다.
“포격 준비!!”
하지만 비명 소리를 들으면서도 문 에테르의 공세는 멈추지 않았다.
우우우웅……!
마법사들이 포격기의 마력을 집중시키자 포격기의 포신이 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콰앙……! 콰강!! 쾅……!!
처음에 실패했던 마도 포격기가 연신 불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굉음과 함께 바닥이 폭죽이 터지는 것처럼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크아악!!”
“아악!”
흙무더기들이 튀며 쓰러진 이민족들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압도적인 싸움.
실로 장관이었다.
길티안은 모든 것이 자신의 예상대로라 생각했다. 제1성문을 연 것은 실수이나 진열을 가다듬고 다시 반격을 하니 역시나 마력도 없는 이민족들은 자신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후…… 후퇴하라!!”
쏟아지는 포격 사이에서 커다란 덩치의 남자가 두려운 듯 소리쳤다.
‘저놈이로군.’
길티안은 그가 지금 공세의 우두머리라는 것을 단번에 알았다.
“저놈을 잡아야겠다. 성문을 열어라.”
“네? 괜찮으시겠습니까?”
그의 말에 부관이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어쩐지 길티안은 지금이라면 충분히 녀석의 목을 벨 수 있을 것 같았다.
고양되는 기분.
길티안은 왠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가소로운 녀석들!! 저 모습을 봐라! 녀석들이 반항조차 하지 못한 채 우리에게 쓰러지는 꼴을 말이다!”
쿠그그그…….
성문이 열리자마자 길티안은 말의 배를 힘껏 차며 소리쳤다.
“우리의 힘을 보여주어라! 이민족들을 모조리 문 에테르에서 몰아내자!!”
와아아아아아―――!!
와아아아――!!
길티안은 뜨거운 함성을 받으며 검을 뽑으며 달리기 시작했다.
“흡……!!”
도망치던 쿤타이가 있는 힘껏 도끼를 휘둘렀다. 하지만 길티안은 허리를 숙이며 그의 공격을 피하고는 그대로 속도를 죽이지 않고 몸을 회전시켰다.
스으윽―!!
왼발을 한 발자국 더 앞으로 내밀며 쿤타이가 도끼를 회수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그의 허리를 베고는 등 뒤로 돌아서며 다시 한번 발목을 그었다.
“크악!!”
양쪽의 아킬레스건이 잘려나가자 거대한 쿤타이의 몸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고통에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
“끝이다!!”
길티안은 바닥에 쓰러진 쿤타이의 목을 있는 힘껏 검으로 내려쳤다.
둔탁한 뼈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두꺼운 그의 목이 분질러지며 바닥을 굴렀다.
“하아, 하아…….”
몸이 가벼웠다.
적의 공격은 눈에 선명하게 보였고 자신의 몸은 상상대로 가볍게 움직였다.
길티안은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리며 피식거리듯 웃었다.
“크…… 크하하하!!”
그는 바닥에 나뒹구는 쿤타이의 머리를 잡았다.
“잘 봐라! 이민족들아!”
그러고는 잘린 머리를 하늘 위로 치켜세우며 소리쳤다.
“나, 문 에테르의 길티안이 더러운 네놈들 수장의 목을 치고 공국의 위상을 세웠다!!”
와아아아아아―――!
와아아아―――!
환호성이 들렸다.
“…….”
호표 부족의 전사들은 쿤타이의 목을 바라보며 공포에 찬 얼굴로 말을 잃고 말았다.
“도, 도망쳐!”
“후퇴하라!”
자신의 족장이 죽자 오합지졸처럼 그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리기 시작했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충만감인가.
아니, 처음이다.
그 역시 자일스 자작과 마찬가지로 문 에테르에서 나고 자라난 자였다. 당연하게도 기사가 된 이후 평생을 이곳의 수비대장으로 있었지만 이렇다 할 습격도 없어 그는 제대로 된 싸움을 해본 적이 없었다.
공을 세우고자 하는 열망.
열망은 가득했지만 그에 비해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얼마든지 덤벼봐라!! 이민족 따위가 넘을 수 있는 성벽이 아니다!!”
자일스는 튤리에게 보고를 바로 하지 않은 것을 걱정스러워 했지만 상관없었다.
지금 상황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완벽한 승리.
그것을 증명한다면 치러야 한 미약한 벌보다 자신들에게 올 거대한 영광이 더욱 빛날 것이니까.
“하하하하하!!”
길티안은 검을 고쳐 쥐고서 겁에 질린 호표 부족의 무리 안으로 뛰어들며 그들을 유린했다.
적들은 반항조차 하지 못한 채 추풍낙엽마냥 속절없이 그의 검에 쓰러졌다.
몇 명이나 죽인 걸까.
고개를 돌리자 수십 구의 시체가 즐비했다.
“우리의 승리다!!”
영광스러운 자신의 결과물에 길티안은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를 올렸다.
“꿈은 잘 꿨나.”
그때였다.
분명 앞에는 더 이상 자신을 막는 적이 없었는데 고개를 돌린 그 뒤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길티안은 황급히 뒤를 돌았다.
그 순간,
조금 전까지 선명하게 보였던 시야가 갑자기 흐릿해지더니 눈앞에 소용돌이가 치는 것처럼 사물이 나선을 꺾이기 시작했다.
“……?!”
갑작스러운 어지러움에 비틀거리며 그의 무릎이 꺾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헉…… 헉…….”
무리를 한 걸까.
숨을 쉴 때마다 폐를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져 길티안은 인상을 찡그렸다.
“호흡을 하기 힘든가? 당연해. 폐 속에 들어간 연기 때문이니까. 주위를 잘 봐.”
“……뭐?”
들려오는 목소리와 함께 일그러졌던 시야가 다시 천천히 돌아오기 시작했다.
“……!!!”
온통 불바다였다.
길티안은 자신의 얼굴을 향해 느껴지는 화끈한 열기에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이었다.
“으아악!!!”
화들짝 놀라며 그는 엉덩방아를 찧으며 주저앉고는 뒤로 물러서기 위해 바둥거렸다.
“이, 이게 무슨…….”
그는 지금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 듯 넋을 잃고 중얼거렸다. 수천의 병사들이 자신의 몸을 덮치는 화염 속에서 뜨거움도 모르는 듯 그저 멍하니 서 있었다.
사방이 불바다였다.
쿵……!! 툴썩……!!
조금 전 영광스러운 승리는 온데간데없고 오직 시커먼 연기만이 자욱한 문 에테르의 풍경만이 보였다.
“성문이…….”
그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활짝 열린 제2성문이었다.
“네가 연 거다. 누구를 쫓으려고 그렇게 열심히 뛰어가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이민족의 목을 베는 것이 그렇게도 즐거웠나 보지? 독을 마시는 것도 모른 채 열심히 검을 휘두르던데 말이야.”
차가운 목소리.
하지만 길티안의 귀엔 그 이야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뻣뻣한 얼굴로 그가 주위를 훑었다.
“덕분에 쉽게 2성문을 열었다.”
타닥…… 타닥…….
불에 타서 재가 되어 부서지는 건물들이 보였다.
문 에테르의 병사들은 조금 전 자신처럼 멍한 표정으로 서 있다가 하나둘 불에 타거나 연기에 쓰러지고 있었다.
쓰러진 병사들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자신의 죽음조차 알지 못하는 듯 말이다.
“어떻게…….”
길티안은 이런 상황에 우습지만 해답을 알려달라는 것 같은 표정으로 릴리아나를 바라봤다.
“플루(Flue)라는 풀이다. 생초를 그냥 쓰면 면역력을 올려주는 약초로도 쓸 수 있지만 이걸 불에 태웠을 때는 지독한 독초가 되어버리지. 탈 때 나는 연기를 맡은 자들은 깊은 환각에 빠지거든.”
맹수의 붉은 갈기 같은 거친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릴리아나는 침엽수의 잎처럼 가느다란 잎사귀를 코끝에 대고서 향기를 맡으며 말했다.
“도…… 독초?”
길티안은 그제야 지금 문 에테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알 수 있었다.
영광스러웠던 승리도 앞으로 자신에게 펼쳐진 탄탄한 미래도 모두 신기루에 불과했던 것이다.
“언제부터…….”
꿈을 꾸고 있었던 걸까.
자일스에게 보고할 때였을까? 아니면 이민족과 싸울 때부터?
알 수 없었다.
그는 그저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쌀 뿐이었다.
“중독된 줄도 모를 거야. 성벽에 걸려 있는 반응 마법도 무용지물이지. 우리의 독은 마법으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 그런…….”
그녀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여기저기에서 쓰러지기 시작하는 기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마력이 없어도 이민족은 싸울 수 있다.”
잔나비 부족의 특기.
대륙에서 그들만이 다룰 수 있는 독은 있어도 그들이 다루지 못하는 독은 없었다.
호표, 붉은달, 늑여우, 검은눈으로 이어지는 공세 속에서도 잔나비 부족은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제1성문이 열리고 난 뒤,
누구보다 빠르게 문 에테르를 향해 진격했다.
“…….”
길티안이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바라봤다.
그의 눈에 조금 전 자신이 죽였던 쿤타이가 병사들의 목을 베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끓는 기름에 고통스러워했던 붉은달의 전사들이 궁병들의 숨통을 끊고 늑여우들이 포격병들을 유린하고 있었다.
“아…… 아아…….”
그는 뭐라 할 말을 잃은 듯 그저 입을 뻐끔거릴 뿐이었다.
“꿈에서 깨어나야지?”
릴리아나는 소매 끝에 작은 날이 달린 단검을 뽑아 길티안의 목에 찍어 눌렀다.
툴썩―
검날이 목과 쇄골 사이로 쑤욱 하고 들어가자 길티안은 고통조차 느끼지 못하는 듯 그저 두 눈을 크게 뜬 채로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부르르…… 부르르르……!
엎어진 그의 몸이 몇 번이나 들썩였지만 이내 곧 힘을 잃고 축 늘어졌다.
“그게 싫으면 영원히 잠들던지.”
길티안의 시체를 밟아 넘으며 그녀는 천천히 성안으로 걸음을 옮기며 나지막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