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249)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249화(249/497)
177. 공국 내전 (14)
막사에는 연기가 자욱했다.
“오랜만에 뵈옵니다, 프란 저하.”
비룡 1부대의 단장인 테릭스는 두꺼운 잎으로 말아서 만든 담배를 물고서 말했다.
의자에 앉아 있는 그의 눈높이가 프란과 거의 비슷했고 연기를 내뿜을 때마다 근육이 꿈틀거렸다.
벽을 마주하고 있는 것 같은 엄청난 덩치.
그는 교도 용병단의 단장인 고든 파비안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의 거구였다.
“그동안 고충이 제법 심하신 듯 보입니다. 해전의 명수이신 저하께 육지전은 맞지 않으신가 봅니다.”
테릭스는 다시 한번 연기를 내뿜었다.
“…….”
자신의 얼굴로 뿌려지는 매캐한 연기에도 불구하고 프란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무례하다. 어느 안전이라고……!!”
콰앙―――!!!!
그 순간,
조금 전 프란의 옆에 소리친 앤섬의 외침을 묵살하기라도 하려는 듯 테릭스는 있는 힘껏 앉아 있던 의자의 팔걸이를 내려쳤다.
“어느 안전? 그러는 자네야말로 그 잘난 입을 조심하게. 지금 나를 찾아온 입장이 어떤 것인지부터 생각해야 할 거야.”
“…….”
산산조각이 난 팔걸이를 바라보며 앤섬은 입을 다물고 말았다.
여기저기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막사의 주위에는 비룡 1부대의 부대원들이 매서운 눈으로 두 사람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은 여타 다른 기사들과 달랐다.
갑옷도 제각각이었고 통일된 무기를 쓰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붉은 용의 문양을 망토에 새긴 것이 그들의 신분을 알리는 전부였다.
비룡 1부대는 가장 폭력적인 드레이크들을 다루는 자들인 만큼 기사라는 느낌보다 마치 용병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앤섬, 그만하게. 테릭스 경은 공작가와 어깨를 나란히 해도 충분할 기사니까. 어린 시절 경에게 검을 배웠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소.”
테릭스는 프란의 말에 가볍게 웃었다.
하지만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라 있는 그의 턱이 움직일 때마다 마치 되새김질을 하는 것 같아 보였다.
“저 역시 기억합니다, 저하. 그때는 참으로 귀여운 아이였는데 말입니다. 어느새 이렇게 자라 누님께 검을 드리우다니……. 허허허, 세월이 참 많이 흘렀나 봅니다.”
순간,
그가 내뿜는 기세가 막사 안을 강하게 짓눌렀다. 프란이나 다른 기사들과 달리 육체 능력이 떨어지는 앤섬은 자신도 모르게 가슴을 움켜잡았다.
“저하뿐만 아니라 공작가의 모든 분이 저에게는 소중한 분들입니다. 사실 이런 내전 자체가 저로서는 안타까울 따름이지요.”
티렉스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혹여 저하를 제 손으로 죽이게 되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그는 잘도 공작을 죽인다는 말을 내뱉었다.
마치 그가 합류한 시점에서 빈프레도 전선의 승리는 자신의 것임을 확신하는 모습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온 것이네, 테렉스 경. 자네에게는 이 내전의 진짜 의미를 말해야 할 것 같아서 말이지.”
“진짜 의미?”
“……주위를 물려줄 수 있겠나.”
프란은 막사에 있는 비룡 1부대의 기사들을 훑으며 말했다.
“뭐, 알겠습니다.”
테릭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내젓자 기사들이 일제히 막사 밖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프란은 여차하면 움직일 수 있도록 여전히 그들이 안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았다.
막사 밖에서 여전히 살기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들은 감추거나 숨기지 않았다.
‘확실히 공국 최강의 기사단 중 하나야. 무례하긴 하지만 그 실력은 믿을 수 있겠어.’
공작이기 이전에 적이라는 생각 때문일까.
자신을 향한 저릿저릿한 살기를 느끼면서도 프란은 오히려 불쾌하지 않고 만족스러웠다.
‘저들이라면 충분하다. 카릴……. 그놈의 목을 벨 수 있겠어.’
그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테릭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튤리와 협정을 맺고 싶네. 아니, 사실은 이미 합의된 협정을 다시 한번 확인시키기 위함이지. 더 이상 불필요한 내전을 지속하고 싶지 않다는 의밀세.”
“저하의 말씀은 지금 튤리 저하께 항복을 하겠다는 말씀이십니까.”
프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의 대답에 앤섬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도 테릭스는 여전히 의심의 눈빛을 지우지 않았다.
“솔직하게 말하지. 이 내전의 결과가 이미 합의되어 있었다는 말은 튤리의 승리가 예정되어 있던 것이라는 말이기도 하네. 그런데 갑작스러운 한 녀석의 개입으로 인해 모든 게 엉망이 되었지.”
“개입이라면……?”
“카릴, 해협 건너 타투르의 왕이다.”
테릭스는 프란의 말에 눈을 살짝 찡그리며 말했다.
“그자가 어째서 공국 내전에 관여를 한 것입니까?”
“목적은 나도 모른다. 무슨 바람이 들어 이런 쓸데없는 짓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녀석이 문 에테르를 통해 화이트 벙커로 진격하려고 하고 있다네. 그것도 북부의 이민족들을 이끌고 말이야!”
프란은 차마 문 에테르가 이미 함락되었다는 이야기를 하지는 못했다.
자신의 실책을 면피하기 위함이었다.
테릭스가 부대를 이끌고 문 에테르로 향하는 동안에도 시간이 걸릴 테니 그사이에 함락이 되었다고 거짓을 고하면 모든 죄를 카릴에게 뒤집어씌울 수 있을 테니까.
“저하.”
테릭스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런 이유와 대가 없이 남을 돕는 자는 없습니다. 카릴 그자가 해협을 건너서까지 저하를 돕기 위해 왔다면 필시 원하는 것이 있을 터. 튤리 저하를 뵙고자 하신다는 것이 정말로 협정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함정인지 저는 확신을 할 수가 없습니다.”
“무, 무슨……!! 내가 튤리를 죽이기 위해 거짓을 말하고 있다는 말인 겐가!”
프란은 소리쳤다.
“하하……. 저하, 전쟁이란 누군가를 죽이기 위함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까?”
하지만 테릭스는 오히려 그의 반응에 실소를 머금으며 대답했다.
“그…… 그런…….”
프란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이런 답답한……!! 왜 내 의중을 아무도 몰라주는 거지? 내가 한 일 역시 공국을 위한 것이다!! 애초에 이렇게 설득을 할 이유도 없는 일인 것을……. 계획대로 이뤄졌으면 이미 내전은 종료되고도 남았는데……!!’
프란은 마치 아무리 진실을 말해도 믿어 주지 않는 양치기 소년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테릭스의 의심스러운 눈빛.
앤섬 하워드의 실망스러운 눈빛.
‘이 모든 게 그놈 때문이다.’
쿵…… 쿵……. 쿠우웅……!!!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지더니 그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함을 느꼈다.
“큭?!”
불안한 듯 떨리는 손으로 프란은 주머니 안쪽에 있는 약통을 꺼내 털었다.
약이 가득했던 통 안에는 어느새 단 한 알만이 남아 있었고 신경질적으로 통을 흔들자 알약이 튕기듯 바닥에 떨어졌다.
“제길……!!”
프란은 통을 집어 던지고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바닥에 떨어진 약을 찾았다.
“…….”
테릭스는 물끄러미 그 모습을 바라보더니 자신의 발치에 있는 약을 주웠다.
“흐음, 저하께서도 이런 장난을 좋아하시는지 몰랐습니다.”
그는 차갑게 말했다.
‘저게 무슨 약이지?’
앤섬이 테릭스가 주운 약을 바라봤다.
“모르나?”
테릭스가 그의 시선에서 의문을 읽은 듯 물었다.
“나야 워낙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잘 알지는 못하지만 요즘 공국령에서 귀족들에게 유행하는 약이라고 하더군. 일종의 놀이지. 너나 할 것 없이 번지고 있다던데……. 뭐, 별거 아니겠지.”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하지만 저하께서 전장에까지 이런 걸 가지고 다니실 줄이야. 자네는 저하의 심복이란 자가 저하의 건강은커녕 이런 사실도 몰랐다니. 쯧쯧.”
프란은 테릭스의 손에 있던 약을 황급히 낚아채고는 입에 털어 넣었다.
‘언제부터…….’
앤섬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꽤나 오랜 세월 프란을 모셨던 자신이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약을 입에 대는 것을 본 적은 없었다.
자신에게도 비밀로 한 것이다.
그 순간,
어째서인지 앤섬의 머릿속에 빈프레도 하구에서 만났던 카릴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우든 클라우드…….’
그는 프란이 코브에 발이 묶여 있는 상황을 처음 들었을 때 이유도 묻지 않고 그것에 대해 물었다.
처음에는 이번 내전과 그들이 무슨 상관인지 알지 못해 의아했지만 코브에서 프란이 비밀을 털어놓게 됨으로써 앤섬 역시 이 내전의 흑막에 우든 클라우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저 약처럼 이번 공국 내전 역시 프란은 자신에게 비밀로 숨겼었다.
‘설마……. 아니겠지.’
바닥에 떨어진 약통을 줍고서 앤섬은 물끄러미 그것을 바라봤다.
“…….”
공국령 안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약.
단순한 귀족의 유희에 불과한 것이겠지만 앤섬은 이상하리만치 불안감에 휩싸였다.
‘하긴, 저 약이 위험한 것이라면 튤리 저하께서 그냥 뒀을 리가 없어. 이미 많은 귀족들이 썼다고 하잖은가.’
앤섬은 고개를 저었다.
“후우…….”
하지만 그런 그의 불안과 달리 프란은 진정이 되었는지 숨을 토해내고는 말했다.
“내가 바라는 것은 다른 것은 없어. 그저 튤리와 만나길 바랄 뿐이네.”
“흐음…….”
간절한 눈빛.
거짓말은 아닌 듯 보였다.
‘진짜인가?’
테릭스는 턱을 쓸면서 프란을 천천히 살폈다.
콰아아아아아앙―――!!!
그때였다.
“뭐?! 무슨 일이냐!!”
갑자기 터져 나오는 굉음과 함께 막사가 거세게 흔들렸다. 막사의 문이 거칠게 열리며 보초를 서고 있던 기사가 소리쳤다.
“단장님, 습격입니다!!”
“……습격이라니? 도대체 누가 말이야!”
대치하고 있는 적군의 수장이 지금 이곳에 있다. 그것도 협정을 맺기 위해 온 그가 전투를 벌일 리가 없었다.
“그게…… 아군입니다.”
“아군?”
“문 에테르의 병사들입니다!”
“뭐?!”
믿을 수 없다는 듯 부하의 보고에 테릭스는 프란을 바라봤다.
떨리는 얼굴.
안절부절못하는 프란의 모습에서 그의 의심은 분노로 변해 폭발했다.
“저하!!! 어째서 문 에테르의 병사들이 이곳에 있는 것입니까!! 그곳은 화이트 벙커의 뒷문. 그곳의 병사들이 전선까지 내려왔다는 것은 화이트 벙커의 뒷문을 열어 놓은 것과 마찬가지지 않습니까! 설마…… 우릴 잡기 위해 그들을 포섭한 것입니까?”
“……뭐?”
테릭스의 말에 프란은 너무나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모습에 테릭스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프란 루레인……!!! 바른대로 말 하시오!! 우리의 뒤를 치려 문 에테르의 병사들과 손을 잡은 것이냐! 이게 협정을 맺자는 자의 태도인가!”
“무, 무슨!! 자, 잠깐!!”
프란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자신을 향해 일어선 거구를 바라보며 그의 얼굴이 구겨졌다.
그는 뭐라 설명을 할 방도를 찾으려 머리를 굴렸지만 갑작스러운 상황에 머릿속이 백지가 된 기분이었다.
“프란 경을 위하여!!”
그 순간,
저 멀리서 들려오는 마력이 담긴 외침.
“파도여, 영원 하라!!”
그리고 이어지는 강철 함대의 구호가 들리자 안타깝게도 프란은 변명을 할 시간조차 갖지 못했다.
의심은 확신이 되고 테릭스는 죽일 듯 두 사람을 노려봤다.
와아아아아아―――!!!
와아아아―――!!
사방에서 병사들의 외침이 들렸다.
“진실을 밝히길 원한다 했지 않소? 좋아. 이 상황을 튤리 저하에게 그대로 고하겠다. 프란 루레인, 공작으로서의 예우는 여기까지다. 다음에 만날 전장에서 우리는 적이다!!”
테릭스는 옆에 세워둔 해머를 뽑아내듯 움켜쥐면서 소리쳤다.
콰아아앙……!!
콰강……!!
“크윽?!”
거구인 그의 몸이 휘청거렸다.
막사의 천막을 가르며 그를 향해 쏟아진 검격을 막았지만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다음이라……. 화이트 벙커 안에서 여유로운 생활을 하다 보니 느긋해졌나? 살아 돌아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다니 말이야. 목숨이 촌각을 다투는 전장에서 너는 다음을 기약할 여유가 있나 보군.”
“누구냐……!!”
프란의 앞을 스치듯 지나가는 한 기사.
투구 안으로 보이는 웃음이 그의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아둔한 자를 향한 비소(誹笑).
저 안에 자신을 향해 웃고 있는 자가 누구인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너…… 너…… 너, 이…….”
완벽하게 그의 손에 놀아 난 자신의 모습에 프란은 참을 수 없는 모욕감과 분노에 소리쳤다.
하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쿵쾅……! 쿵……! 쿵……!!
심장이 미칠 듯이 빨리 뛰기 시작하고 프란은 몇 번씩이나 입을 오물거렸다.
“걱정 마십시오. 제가 승리를 가져다 드리러 왔습니다, 프란 저하.”
그런 그를 바라보며 문 에테르의 기사, 아니, 카릴은 한쪽 무릎을 꿇고 예를 표했다.
“네…… 네……!”
영락없이 프란에게 충성을 바친 기사의 모습이었다.
“네 이놈……!!!!!”
그 모습에 끝내 프란은 말을 더듬다 가까스로 소리쳤다. 그러자 카릴은 천천히 일어섰다.
프란은 자신도 모르게 움찔거리며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철컥―
투구를 살짝 열었다.
그 안에 보이는 카릴이 차가운 눈으로 프란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기기 싫은 표정이로군.”
카릴은 들리지 않을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프란에게 말했다.
“그런데 어쩌지? 이번에도 넌 이기게 될 거야.”
“으…… 으아아아!!”
프란은 그를 향해 미친 듯이 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