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250)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250화(250/497)
177. 공국 내전 (15)
“카릴…….”
앤섬 하워드는 눈앞에 나타난 그를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이름을 읊조렸다.
“네놈……. 문 에테르 소속이 아니로군?”
테릭스는 말했다.
“그곳의 단장을 알고 있다. 권력욕이 있는 놈이지만 제법 실력이 쓸 만해서 얼굴을 기억하고 있는데 너 같은 놈이 있었다면 내가 모를 리 없지.”
카릴은 그의 말에 피식 웃었다.
“길티안? 확실히 그는 욕심이 많은 건 맞지만 실력이 제법이란 말엔 동의 못 하겠는데. 고작 그 정도로 기사의 자격을 준다면 공국의 실력은 뻔하지.”
“…….”
“공국의 강함이 비룡과 골렘에서 나온다는 걸 알지만 그 말은 반대로 그 둘이 없으면 너희는 종잇장보다 못한 방패들이라는 뜻 아냐?”
“미친놈.”
스으응…….
카릴의 손에 있는 얼음 발톱이 검명을 일으키며 날카롭게 울부짖었다.
새하얀 냉기 속에서 죽음의 기운을 느낀 테릭스는 카릴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그 카릴이란 놈이로군. 프란 경의 말대로 이게 모두 네가 벌인 짓이라면 이 협상의 합의점은 쉽게 찾을 수 있겠어. 네 목을 가지고 돌아가면 될 테니.”
“과연?”
카가가가각―――!!
카릴의 검날이 공기를 베자 사방에서 폭음과 함께 테릭스의 주변이 터져나갔다.
“큭?!”
그는 공격을 멈추지 않고 지면을 튕기듯 발을 굴리며 계속해서 검격을 몰아쳤다.
여기저기 쇄도하는 칼날에 테릭스의 두꺼운 중갑옷이 조금씩 갈라지기 시작했다.
“이놈……!!!”
부우웅……!!
테릭스는 해머에 마력을 실어 있는 힘껏 휘둘렀다. 엄청난 풍압과 함께 막사의 기둥이 와르르 무너졌다.
“잘도 빠져나가는군.”
무너진 막사의 천막을 치우며 테릭스는 퉷―! 하고 침을 뱉으며 카릴을 노려봤다.
‘역시…… 테릭스 경이라면 저놈도……!’
프란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주먹을 쥐며 두 사람을 바라봤다.
[나를 써라.]그 순간,
카릴의 귓가에 들리는 달콤한 목소리가 있었다.
그의 왼팔에서 푸른 뱀의 비늘이 나타났다가 사라지자 반대쪽 손등에 박힌 아인 트리거에서 마치 그 힘에 반하듯 화염이 일렁거렸다.
꽈득―!!
그가 얼음 발톱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마력혈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대한 마력에 그의 양팔에 있는 마엘의 기운이 밀려 나갔다.
‘입 다물어.’
카릴은 테릭스에게 시선을 떼지 않고 말했다.
‘너는 내게 종속되어 있는 힘이다. 내가 필요할 때 쓸 뿐. 네가 이래라저래라 할 권한은 없다. 내가 한 말을 잊지 않아야 할 거야. 나는 아직 널 믿지 않아.’
[상자 안에서 아그넬의 검집을 확인했는데도 내가 인간의 편이 아니라는 말을 하는 것인가?]‘모르지. 아직 블레이더에 대한 정보는 부족하니까. 나는 내가 확신하는 것이 아니면 믿지 않아.’
[이거야 원……. 손해 보는 짓이로군. 누구는 기껏 백금룡에 대한 비밀을 털어놓았는데 말이야.]모습은 볼 수 없지만 카릴은 자신의 대답에 마엘이 실망스러운 듯 고개를 젓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네가 원하지 않아도 내가 필요하면 쓴다. 너는 고작 이 정도 상대를 내가 이기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나?’
카릴은 자세를 잡았다.
‘아니면 다른 꿍꿍이를 숨기고 있는 건가.’
[그런 거 없다. 가지고 있는 힘을 쓰지 않는 것만큼 바보 같은 자는 없기에 말한 것뿐이다.]‘그건 차차 확인할 일이겠지만.’
대답이 끝나자마자 마엘의 기운이 카릴의 마력을 이기지 못하고 점차 밀려나기 시작했다.
‘너야말로 내게 조금이라도 쓸 만한 힘이 되고자 한다면 상대의 수준을 봐가면서 얘기해. 스스로의 가치를 낮추지 마라. 그러니 꿍꿍이가 있어 보이잖아.’
[……뭐?]‘나는 널 이겼다. 그런 내가 저런 놈을 잡는 데 네 도움이 필요할 거라 생각해?’
카릴은 주위를 훑었다.
막사 주변에 있던 드레이크들은 거센 포효를 질렀지만 습격한 1만의 이민족들을 고작 수십 마리로 당해 낼 수는 없었다.
날개에 작살이 박히고 목에 목줄이 채워져도 드레이크들은 거칠게 포효를 지르며 반항했지만 끝내 하나둘 이민족들에게 제압당하기 시작했다.
‘슬슬 마무리가 되어 가는군. 단지 시간을 때우기 위함이었어.’
순간 카릴의 몸이 사라졌다.
파앗―――!!
그곳에 있던 모두가 카릴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
찰나의 마력이 폭발하는 것까지는 감지했지만 그의 움직임, 그의 행동 그 어떤 것도 볼 수 없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그것은 느낄 수도 없을 만큼 절정의 속도였다.
철컥―
언제 뽑혔는지 알 수 없지만 카릴은 그의 손에 들려 있던 아그넬을 반원을 그리듯 손목을 돌리며 검집 안으로 밀어 넣었다.
테릭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피잇……!!
그의 눈이 카릴의 아그넬을 뒤늦게 쫓았지만 이미 검집 안으로 들어간 검날에는 자신의 피가 묻어 있는지도 확인할 수 없었다.
그것은 곧,
자신의 죽음이 어떻게 이뤄진 것인지 스스로도 알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네 ㄴ……!!!”
테릭스가 카릴을 향해 소리쳤다.
그러고는 있는 힘껏 머리 위로 해머를 들어 올렸다.
“쿨럭…… 쿨럭!!”
하지만 그 순간 그의 외침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고 내려치기 위해 들었던 해머를 쥔 두 팔이 후들거렸다.
“어?”
그는 비틀거리다가 해머를 떨어뜨렸다.
육중한 해머의 머리가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먼지를 일으키며 쓰러졌다.
쩌적…… 쩌저적…….
테릭스는 어이가 없다는 눈빛으로 흘러나온 핏물을 손바닥으로 받으며 앞을 바라봤다.
그는 자신의 목을 움켜쥐었다.
살점이 갈라지는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벌어진 피부를 뚫고 계속해서 붉은 피가 뿜어져 나왔다.
“억…… 어억…….”
이제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은 듯 테릭스는 연거푸 피를 토해냈다.
그는 현실을 인정할 수 없는 듯 억울함이 가득한 눈빛으로 카릴을 바라봤다.
툭―
그 순간,
막사의 천장으로 피가 솟구쳐 올랐다. 천막에 붉은 피가 흩뿌려지며 바닥에 무언가 떨어졌다.
“……!!”
그건,
자신의 목을 부여잡은 채로 잘려 나간 테릭스의 목이었다.
그는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듯 두 눈을 뜬 채로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
“흠.”
카릴은 그런 테릭스의 죽음을 아무런 감흥 없이 지켜보고는 고개를 들었다.
‘말도 안 돼…….’
프란은 그 광경을 지켜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테릭스가 어떤 자인가.
비록 소드 마스터는 아니더라도 엄청난 완력으로 가장 포악한 염룡의 피를 이어받은 드레이크들을 굴복시킨 비룡 1부대의 단장이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비록 뒤떨어질지 모르나 그 힘만큼은 소드 마스터 중 가장 강한 힘을 지녔다는 고든 파비안과도 맞먹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의 목을 카릴은 아무렇지 않게 베어 버렸다.
“아무리 매서운 공격이라도 맞지 않으면 쓸모없지.”
카릴은 마치 프란의 생각을 읽은 듯 말했다.
하지만 단순히 공격을 피한다고 해서 적을 이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상대를 뛰어넘는 힘이 필요하다.
테릭스는 프란의 검술 스승 중 한 명이었다. 결코 완력만 있는 무식한 자가 아니었다.
그런 그가 카릴의 옷깃도 스치지 못했다는 것은 프란으로서는 카릴의 경지가 어디까지인지 도무지 가늠을 할 수 없을 수준이었다.
‘정말…… 그는 6클래스의 벽을 넘은 소드 마스터란 말인가.’
코브에서 느꼈던 압도적인 위압감.
그것이 자신만이 느꼈던 막연한 공포가 아닌 기사 살해라는 눈앞의 확실한 결과물을 남기자 카릴의 강함은 현실이 되어 이제는 부정할 수 없게 피부에 와닿았다.
‘이대로라면 비룡 1부대도 전멸한다……. 그럼 도대체 누가 저 녀석을 막을 수 있단 말인가.’
부들…… 부들…….
프란은 손이 떨리기 시작함을 느꼈다.
갑자기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는 기분이었다.
그는 다급하게 주머니를 뒤졌지만 마지막 남은 약을 모두 먹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제길…….”
한쪽 주먹을 감싸며 불안한 듯 그는 창백한 얼굴로 입술을 깨물었다.
“저하…….”
옆에 있던 앤섬이 걱정스러운 듯 이제 몸 전체가 떨리는 프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프란은 신경질적으로 그의 손을 뿌리쳤다.
“설마 이것도 자네 짓인가?”
“네?”
“카릴에 대한 소식을 아는 사람은 나와 자네뿐이야. 게다가 오늘 밀회를 추진한 것 역시 자네고.”
프란의 말에 앤섬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자네는 내가 전쟁을 포기하는 것을 싫어했지. 너도 날 허수아비로 세우려는 생각인가!!”
자신의 멱살을 부여잡고 소리치는 프란을 보며 앤섬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오, 오해십니다! 제가 어찌……. 저하께 불충을 저지를 수 있겠습니까!!”
“시끄럽다!”
프란은 앤섬을 밀치며 일어섰다.
“크윽?!”
일어선 그는 관자놀이를 잡으며 비틀거렸다. 그의 이마에 핏줄이 눈에 띄게 도드라졌고 흰자위에 핏줄이 돋아 두 눈이 새빨갛게 변했다.
“저…… 하?”
앤섬은 갑작스러운 그의 변화에 당황한 듯 입을 뻐끔거렸다.
“약, 약이 어디에…….”
부들부들 손을 떨던 프란은 이미 약통이 비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시 주머니를 뒤졌다.
“…….”
카릴은 그런 프란을 잠시 바라보고 쓴웃음을 짓고는 테릭스의 잘린 목을 헝겊 주머니에 밀어 넣었다.
“하시르, 튤리에게 보낼 선물이다. 썩지 않도록 잘 보관해.”
“걱정 마십시오. 릴리아나에게 말해 놓겠습니다. 그녀라면 부패를 막는 데 쓸 만한 독도 가지고 있을 겁니다.”
어느새 어둠 속에서 나타난 하시르가 그에게서 상자를 받아 들고는 말했다.
“마무리될 때까지 얼마나 걸리지?”
“적진에 있던 비룡 부대의 저항이 생각보다 거세어 조금 시간이 걸릴 듯싶습니다. 죽이는 것도 아니고 생포하라 하시다니…….”
“힘들어?”
카릴의 말에 하시르는 옅은 웃음을 지었다.
“아닙니다. 다행히 비룡이 날갯짓을 해 떠오르기 전에 습격해서 대부분은 지상에 묶여 있는 상태입니다. 비룡들이 무서운 점은 하늘에 있을 때뿐입니다. 지금은 제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으니 충분합니다. 이민족들은 사냥에 능하니까요.”
“좋아. 후속 부대는?”
“출발했다는 보고입니다. 현재 서쪽 상공을 날고 있다고 합니다.”
카릴은 하시르의 보고에 고개를 끄덕였다.
“병력은 얼마나 되지?”
“상공을 날고 있는 드레이트의 숫자는 예의 비룡 부대 절반의 병력이고 추가적인 비룡 부대는 없는 듯싶습니다. 다만 빈프레도 강 중류에 전선을 유지하고 있던 적군 4천의 병력도 모두 남하하고 있다고 합니다.”
공국의 비룡 부대는 5마리씩 1조로 이루어 총 8개의 조를 1부대로 칭한다.
조련이 완벽하게 된 드레이크만을 사용하지만 그래도 드레이크들은 여전히 난폭하면서도 예민했다.
자신이 인정한 주인 이외에 다른 자가 있다면 거칠게 날뛸 가능성이 있어 일반 병사들과 함께 비룡 부대를 두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비룡 부대는 전투에 돌입하기 전에는 본진을 기점으로 병사들과 떨어져 4개 조씩 나뉘어 전방과 후방에 배치되게 된다.
하시르가 말한 후방의 병력은 당연하지만 본진 뒤에 있던 비룡 1부대의 잔류 병대였다.
즉,
현재 20마리의 드레이크들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고 있다는 뜻이었다.
“뭐, 상정해 둔 숫자로군. 그럼 계획대로 가겠다.”
“네, 알겠습니다.”
* * *
솨아아아악―――!!
스으으윽――!
바람을 가르며 비룡 1부대의 기수들이 드레이크들에게 채찍을 때리며 속력을 높였다.
“적의 기습이라니……!! 비열한!!”
비룡 1부대의 부단장은 갑작스럽게 벌어진 전투에 황급히 전 부대를 이끌고 이동 중이었다.
하지만 저 멀리서 보이는 붉은 화염에서 치솟은 검은 연기를 바라보며 그는 불안함을 감출 수 없었다.
“보고 드립니다!! 전방에 적군 포착!!!”
그때였다.
고글을 쓰고 있던 선두의 기사가 소리쳤다.
부단장은 부하의 외침에 황급히 아래를 내려다보며 소리쳤다.
“적군?!”
하지만 주위에는 내리깔린 어둠과 빼곡하게 자라 있는 나무들뿐 병사들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어디에?! 매복이란 말이냐! 규모는?!”
부단장은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게…….”
그 순간 기사는 부단장의 물음에 머뭇거리며 앞을 향해 손으로 뻗으며 소리쳤다.
“하, 한 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