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252)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252화(252/497)
177. 공국 내전 (17)
“사…… 살려줘!!”
부단장의 처절한 비명이 들렸다.
그는 흙먼지로 엉망이 된 얼굴로 저 앞에 자신을 버린 드레이크를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봤다.
“…….”
그 원통함과 달리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카릴은 아무런 감흥 없다는 듯 가차 없이 그의 목에 검을 그었다.
서걱―.
차디찬 냉기를 뿜어내는 얼음 발톱에 잘려 나간 목은 피조차 흐르지 않고 그대로 얼어 버려 부단장의 머리는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크르르……!!] [크르르르르……!!]태어날 때부터 자신들을 돌봐왔던 기사들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죽음에 마치 드레이크들은 오히려 환호하듯 낮은 포효를 질렀다.
비룡이 적을 주인으로 모신다.
공국 역사상, 아니, 대륙 역사상 이런 일은 처음일 것이다.
“흐음.”
카릴은 낮은 숨을 토해내며 주위를 둘러봤다.
그의 뒤에는 첫 일격에 죽은 한 마리를 제외하고 열아홉 마리의 드레이크들이 그를 향해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드레이크가 복종의 자세를 취하는 인간이라…….]라미느는 그 광경을 바라보며 그조차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 광경을 두아트가 봤다면 진심으로 기뻐했겠군. 리세리아를 필두로 그를 따르던 드레이크들이 녀석의 전신을 물어뜯었으니 말이야. 그 피를 이어받은 놈들이 네게 무릎 꿇고 있으니…….]알른 자비우스와 함께 있는 두아트를 떠올리며 라미느가 말했다.
“어차피 그 리세리아도 인간에게 죽었는걸. 고작 피를 이어받은 새끼들이야 별 감흥도 없지만 원한다면 두아트를 이곳으로 부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냐…….”
카릴의 말에 라미느의 불꽃이 살짝 일렁이다가 사라졌다.
[됐다. 그저 그렇게 생각했을 뿐.]두아트의 계약자는 카릴이 아닌 알른이었기에 애초에 카릴을 따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알른이 그 이전에 카릴과 영혼 계약을 맺은 상태였기에 마치 먹이 사슬처럼 알른의 위에 카릴이 존재했다. 때문에 카릴이 그를 부를 순 있으나 두아트가 라미느처럼 마음대로 카릴에게 나타날 수는 없었다.
[뭐, 어쨌든 이제 대륙에서 널 이길 수 있는 인간은 없겠지.]라미느는 인정하듯 말했다.
“인간? 드래곤이라면 부족하단 말인가?”
[글쎄. 그들은 살아온 시간과 종족마다 흐르는 피에 따라 달라지니까. 하지만 승부를 보려고 한다면 스무 합(合) 안으로 끝내야 한다는 건 틀리지 않을 거다.]“어째서?”
[인간이라는 선천적으로 가진 체력의 한계가 있으니까. 네가 드래곤과 같은 강함을 가지고 있다 한들 육체 자체는 인간의 영역에 있으니까.]“환골을 했다 한들 드래곤의 육체를 이길 순 없다는 말이야?”
[용의 심장을 먹은 것 말이냐? 환골의 개념은 근육과 뼈가 아닌 네 몸 안에 있는 장기의 변환이라 해야 더 옳을 테니까. 마력을 가질 수 없는 몸 안에 마력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을 만든 것일 뿐이지.]“흐음…….”
카릴은 라미느의 말에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하지만 카이에 에시르는 리세리아를 사냥했잖아.”
[그는 조금 다르다.]“무슨 의미야?”
[…….]라미느가 또다시 말을 그치자 카릴은 별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신화시대의 일도 아닌데 입을 다무는군. 이제 버릇이 되어버린 거 아냐?”
[카이에 에시르가 리세리아를 잡은 것 역시 단시간의 승부라는 것이다. 지금 네게 해줄 수 있는 말은 그것뿐이겠지.]“흐음…….”
카릴은 라미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그가 맥거번 가문 저택의 도서관인 아인헤리에서 염룡의 기억을 봤을 때 둘 사이의 대화에서 뭔가 단순한 관계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었다.
‘정말로 카이에 에시르와 싸울 때 리세리아가 전력을 다한 승부를 한 걸까.’
어쩌면 그들의 싸움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붙어보면 알겠지.”
카릴은 머릿속에 한 사람을, 아니, 한 마리의 드래곤을 떠올리며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백금룡.
과연 그가 염룡보다 얼마나 더 강할지는 모르겠으나 알른 자비우스의 말처럼 비수를 꽂기 위해서는 비수의 날을 완벽하게 갈아야 한다.
[하나 용의 심장이 네 육체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다. 그 증거로 네 몸이 용마력을 받아들이기 위해 자연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은 너도 느낄 터.]라미느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실로 진화(進化)라고 할 수 있겠지.]카릴은 바닥에 너부러져 있는 부단장의 시체를 발로 치우고서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왔다.
“진화? 정령왕인 네가 나에게 해줄 말이 고작 그거야? 아니지. 인간의 영역에서 머물러 있다면 그건 진화가 아니라 그저 성장에 불과해.”
[…….]그러고는 팔을 들어 올렸다.
“마엘.”
부름과 동시에 카릴의 왼쪽 팔에 있는 뱀 문신이 꿈틀거렸다.
“넌 어떻지? 난 그걸로 만족하지 못한다. 너는 내 비수가 될 수 있나?”
[이것 참…….]카릴의 말에 마엘은 피식 웃었다.
“여전히 네가 나를 해칠 독일지 아닐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내게 네가 유용한지는 확인해 볼 필요가 있겠지. 아까 막사에서 널 쓰라고 했었지? 자신 있게 말한 만큼 날 만족시킬 수 있는지 궁금한데.”
푸른 뱀의 문신이 서서히 차오르더니 완벽한 뱀의 형태가 되며 카릴의 어깨까지 선명하게 그려졌다.
뱀의 아가리가 마치 카릴의 왼팔을 토해내는 것처럼 손등에 날카로운 송곳니를 가진 문신이 도드라졌다.
우우우우우…….
그가 쥐고 있는 얼음 발톱이 가볍게 떨리더니 마치 그 안에 잠들어 있는 자르카 호치마저 두려운 듯 떠는 것 같았다.
[별거 아니지만 저기 보이는 4천 명의 목숨.]카엘은 눈앞에 피어오르는 흙먼지를 바라봤다.
비룡 부대는 무너졌지만 여전히 적의 대군은 카릴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와아아아――!!
와앙――!!
적군의 외침을 들으며 마엘은 나지막하게 말했다.
[5분 안에 정리하마.]* * *
“비룡들이 갑자기 잠잠해졌습니다.”
“신기할 노릇이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난리를 피우던 놈들인데…….”
릴리아나는 부하의 보고의 신기한 듯 드레이크들을 바라봤다.
“남아 있던 플루들도 모두 사용했습니다. 이 정도라면 문 에테르에서 썼던 양보다 더 많은 것 같은데요.”
부하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종(亞種)이라고는 하지만 확실히 드래곤의 피를 물려받은 놈들이야. 간신히 활동을 느리게 만들었지만 제대로 통하지도 않았지.”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일까요?”
“글쎄…….”
릴리아나는 마치 풀이 죽은 개처럼 고개를 바닥에 떨구고 웅크리고 있는 드레이크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연한 일이지만 주군께서 하신 일이다. 잠시만 잡아두고 있으라고 하셨던 이유를 알겠군. 여기에 있는 놈들을 잠재우기 위해 주군께서 기운을 내뿜으셨다면 올라오던 드레이크들이 지레 겁을 먹고 날아오지도 않았겠지.”
하시르는 혀를 차며 말했다.
늑여우 부족의 척후병들이 돌아와 그에게 전방에 일어난 일을 보고했다.
그리고 그는 이곳에 있는 그 누구보다 빨리 카릴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주군께서는 오히려 적들이 도망칠까 봐 일부러 마중을 나가신 거로군…….”
그는 말을 하면서도 스스로 어처구니가 없다고 생각했다. 드레이크와 수천의 군대를 앞에 두고 단신으로 싸우는 사람이 오히려 적이 겁을 먹을까를 걱정하다니 말이다.
‘소드 마스터는 군대와 맞먹는 힘을 가졌다고 하지만 주군은 그런 군대들이 모인, 실로 걸어 다니는 왕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구나.’
하시르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복종의 자세를 취하고 있는 드레이크들을 바라보며 그는 이민족의 장로들이 이 광경을 봤어야 한다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다.
“노인네들이 이걸 보면 할 말을 잃겠군.”
“대전사의 자격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역대 그 어떤 대전사들도 하지 못한 위업을 달성하신 것이니까.”
“우리의 눈은 틀리지 않았어. 아니, 하시르 씨의 눈이라고 해야 할까.”
릴리아나를 비롯한 젊은 부족의 족장들은 눈앞의 광경을 보며 말했다.
“이 정도 결과라면 잔나비도 이제 확실히 주군께 마음을 열겠지. 안 그래?”
“우린 아그넬이 다시 북부로 돌아왔을 때 이미 그를 따르기로 했다. 그것도 당신이 아그넬을 들고 와 인정한 주인이라 했으니 말이야. 솔직히 말해서 늑여우의 족장인 당신의 입에서 주군이란 말이 나왔을 때 모두가 놀랐지.”
하시르는 그녀의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솔직히 이제 그는 이런 상황이 놀랍지 않았다. 오히려 카릴과의 첫 만남이었던 나락 바위에서 그가 비전력을 얻을 때가 그에게는 가장 충격적인 일이었기 때문에 아직도 뇌리에 남아 있었다.
“한물갔다고는 하지만 장로들은 여전히 이민족 안에 큰 힘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그들에 대한 예우로서 한발 물러난 것뿐.”
그녀의 말처럼 이곳에 모인 부족 중 유일하게 잔나비 부족만이 족장이 직접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잔나비 부족에서 족장에 버금가는 힘을 가진 행동 대장이 움직였다는 것만으로 카릴에 대한 그들의 생각은 알 수 있었다.
“그의 강함은 내가 굳이 말을 덧붙일 필요도 없지만 장로들의 고집도 쓸데없는 건 아냐. 여기도 족장들이라고는 하나 그 검이 가지는 진짜 의미를 아는 자는 없을 테니까.”
“진짜 의미?”
파툰이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는 자신의 족장으로서의 경력이 무시당하는 기분이라 살짝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뭐……. 나 역시 모르긴 마찬가지야. 그저 오래된 전설 같은 거지. 아그넬을 물려받은 자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들었을 뿐이다.”
“으흠…….”
“대전사의 칭호란 단순히 싸움을 잘하거나 개인의 강함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아그넬의 진정한 주인임을 보이는 것이다. 장로들은 그것을 직접 확인하고 싶은 것이겠지.”
그녀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족장님께서 나를 보낸 이유도 그것이지. 그가 북부의 시험을 도전할 의사가 있는지 확인하고자 말이야.”
쿤타이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큰 소리로 말했다.
“흥, 뭐 별거 있겠어? 그저 구태의연한 의식에 불과한 것이겠지. 노인네들은 워낙에 그런 것들을 따지잖아. 우리는 그런 전통이 싫어 스스로 주인을 정하기 위해 나온 것이고.”
“단순히 의식이 아닐 수도 있지.”
“무슨 뜻이야?”
“글쎄. 그건 나 역시 모르기 때문에 뭐라 대답을 할 수 없군. 여기서 대전사의 칭호를 받은 족장을 모셨던 자는 없으니까. 검은 눈 녀석들이 얘기를 해주면 모를까.”
릴리아나는 어딘가에 있을 그들을 떠올리며 살짝 어깨를 으쓱했다.
“모르기 때문에 과감할 수 있는 것이겠지만.”
“결국 한 번은 북부로 가야 한다는 말이겠군. 남은 이민족들이 모두 그를 따르게 하려면 말이야.”
“아직은 반쪽짜리라는 말인가.”
“갈 길이 멀군.”
그때였다.
“저길 봐라.”
하시르는 떠들썩하던 그들을 단 한 마디로 조용히 만들었다.
카릴에 대해 남은 사람들은 이런저런 말이 많았지만 그의 생각은 변함없었다.
그리고 그 확신을 다시금 확인하는 듯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그는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말했다.
“주군께서 오신다.”
촤아아악―――!!!
그 순간,
[크르르르르르르―――!!] [카아아아아―――!!]잠잠했던 드레이크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날개를 펼치며 마치 그의 귀환을 기뻐하는 듯 머리를 하늘로 치켜들고는 포효하기 시작했다.
“내가 꿈을 꾸는 건 아니겠지.”
릴리아나는 전방을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나야말로 갈 길이 멀다는 헛소리를 지껄였군…….”
“반쪽짜리라고 한 나는?”
그녀의 말에 동의하듯 쿤타이와 파툰은 입술을 씰룩였다.
수많은 드레이크가 상공을 날고 있었다.
그중 가장 선두에 선 비룡의 머리 위에 당당히 서 있는 카릴의 모습이 서서히 그들을 향해 다가왔다.
척―
하시르가 한쪽 무릎을 꿇는 순간 나머지 세 사람 역시 그를 따라 무릎을 꿇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모두의 머릿속엔 더 이상 일말의 의심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저,
따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