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254)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254화(254/497)
179. 요만전(戰) (1)
대성벽(大城壁) 요만.
웅성…… 웅성…….
집결한 병사들의 목소리가 막사 밖에서 들리는 듯싶었다.
“너희들인가? 코에 자신 있는 녀석들이.”
막사의 천막이 걷히며 세리카는 다섯 명의 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소란스러움은 단박에 사라지고 그녀의 물음에 그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가득했다.
“병사 중에 산민 출신들을 추스르고 그중에서 다시 북쪽 숲에 살던 자들만을 모았습니다.”
세리카 로렌은 경례를 하며 보고를 하는 부관의 말에 고개를 살짝 꺾었다.
“흐음…….”
지금 이곳에 서 있는 병사들은 똑같은 의문이 들 것이다.
어째서 자신들을 불렀을까?
그리고 그건 그들을 바라보는 기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저 꼬마가 뭘 하려는 속셈인지……. 어째서 프란 경께서는 이런 아이에게 요만전(戰)을 맡기신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군.’
그중에서도 가장 불안한 것은 대성벽 아래에 있는 프란 군의 지휘관이었다.
기껏해야 열댓 살밖에 되지 않아 보이는 꼬마에게 자신들의 목숨을 맡겨야 한다는 것은 오랜 세월 전장을 누볐던 그에게는 사실상 쉽사리 용납되지 않는 일이었다.
‘어차피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전선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제 몫을 다하는 것인데…….’
지휘관은 세리카를 의문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몰랐다.
오랜 경험.
전장을 누비며 박힌 그 경험이 오히려 편견을 만들고 그의 편견은 병사들에게 마치 바꿀 수 없는 진리인 양 느끼게 만든다는 것을 말이다.
「대성벽(大城壁) 요만은 절대로 넘을 수 없다.」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었던 이야기이며 당연하게도 공국의 병사들은 그것을 자랑으로 여겼다.
단 한 번도 자신들이 이곳을 공략할 일이 생길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으니까.
어디 그뿐인가.
난공불락의 요새라 불리는 요만도 요만이지만 그를 지키고 있는 수문장이 바로 공국의 소드 마스터인 가네스였다.
요만과 가네스.
두 이름만으로도 이미 시작 전부터 이 전장은 자신들에게 승리를 가져다줄 수 없으리라 병사들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었다.
가장 든든했던 아군은 적이 되었을 때 누구보다 매서운 상대가 되어버리니까.
당연하게도 그저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대치 상황을 유지하는 것뿐이라 여겼다.
하지만,
“우리는 대성벽을 넘을 것이다.”
세리카 로렌은 너무나도 당당하게 그들의 앞에 단언하듯 말했다.
처음에는 귀를 의심했다.
지금까지 누구도 공격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일이었으니까. 불가능이라 여겼던 생각을 느닷없이 자신들을 찾아온 한 여자애가 깨부수려 했다.
처음에는 모두가 비웃었다.
어디서 굴러들어 온 것인지 모를 애송이의 헛소리라고 치부했다.
‘하지만……. 앤섬 경까지 그리 말씀을 하셨으니…….’
미심쩍었지만 누구도 그녀를 막진 않았다.
어차피 얼마 가지 못하고 제풀에 지칠 거라 생각했으니까.
하루, 이틀, 사흘, 나흘…….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그녀는 매서운 눈보라가 치는 성 밖을 하루도 빠짐없이 살피고 조사했다.
공국에서 살았던 자신들도 버티기 힘들 정도로 요만의 눈보라는 살인적이었다.
그런 곳을 아무렇지 않게 수십 시간씩이나 조사를 나선다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해냈다.
아니,
지금도 매일 수십 시간 동안 눈보라 속을 헤치며 그 고통스러운 조사를 하고 있었다.
마치 승리를 위해서 감내해야 할 당연한 일인 것처럼 아무런 불평불만도 없이 말이다.
‘인정할 수밖에 없다.’
어느샌가 그녀를 바라보는 병사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결과를 떠나 적어도 그녀의 진심은 확인을 한 것이니 말이다.
단순히 애송이의 치기라고 생각하기에는 이제 그녀가 진지하게 요만 공략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녀의 모습은 패배를 단정하고 전장에 임한 자신들을 꾸짖는 것 같았다.
일주일 후,
세리카 로렌은 성벽으로 나서기 전 처음으로 그들을 소집했다.
“자신 없는 자는 가도 좋다. 너희들에게 지금 바라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 아니니까. 평생 산속에 처박혀 사는 이민족들도 하기 어려운 일일지 몰라.”
그녀의 말에 병사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도대체 무슨 일을 시키려고 하는 것이기에 이렇게까지 겁을 주는 것일까.
“하지만 이 일을 완수해낸다면 너희는 누구보다 영광스러운 자리의 주역이 되겠지.”
두근― 두근―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그녀의 말에 병사들은 자신도 모르게 심장이 빠르게 뜀을 느꼈다.
전투보다 전쟁에 어울리는 재능.
카릴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그녀를 전장에 투입시킨 것이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어린 나이였지만 그녀의 말에는 묘한 고양감이 있었다.
“저는 데프타르 출신입니다. 고산지대의 식물을 재배하고 채집하는 마을입니다. 지금은 병사가 되었지만 어렸을 적엔 아버지를 도와 약초를 캐러 다녔습니다. 흙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자신 있습니다.”
그녀의 말 때문일까.
병사 중 한 명이 호기롭게 대답하며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섰다.
“그래? 잘됐네.”
“……네?”
세리카 로렌은 자신의 주머니에 한 줌의 흙을 꺼냈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병사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맡아봐.”
“……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한번 쓱 훑던 병사는 어색하게 그녀가 건넨 흙을 받아 냄새를 맡았다.
“이건…….”
순간,
병사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쉿.”
그러고는 뭔가를 말하려 그녀를 바라본 순간 세리카는 눈썹을 씰룩이고는 검지를 세워 입술을 가렸다.
“내가 처음 와서 했던 질문 기억해?”
세리카는 고개를 돌렸다.
그의 옆에 서 있는 소년병이 고개를 끄덕였다.
요만에 온 뒤로 그녀의 시종을 맡고 있는 병사는 그녀가 성벽을 조사할 때 쭉 함께한 자였다.
“왜 공국의 소드 마스터가 이곳에 있는 것인지 하는 질문이셨습니다.”
“맞아.”
세리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막사 안으로 들어오라는 듯 손짓했다.
“현재 이곳의 병사가 몇이나 되지?”
“3천입니다. 하지만 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병력은 아니기에 앤섬 경께서 요만의 경계를 최우선으로 하라 명하셨습니다.”
“그럼 저놈들은?”
“……네?”
“성안에 몇 명이나 있지? 그래도 같은 공국이었으니 알지 않겠어? 그동안 추가된 병력이 없다면 말이야.”
지휘관은 세리카의 물음에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답했다.
“아마……. 주둔군 자체는 저희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가네스 경이 요만으로 오면서 사병 2천을 더 데리고 온 것으로 압니다.”
“수비군이 총 5천에 공국 유일한 소드 마스터가 지금 요만에 있다는 말이군.”
“……그렇습니다.”
상상만 해도 갑갑한 기분이었다.
자신들보다 더 많은 병력에 대성벽이라는 지형적 장점 그리고 가네스까지…….
“이상하지 않아?”
“……네?”
하지만 그런 그들의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세리카는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
“공국 역사상 단 한 번도 공략되지 않은 대성벽. 공국의 자랑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대단한 난공불락의 성벽에 왜 소드 마스터를 뒀을까?”
“그게 무슨…….”
“소드 마스터의 위용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 알겠지. 그 한 명으로도 전장의 승패가 바뀌지. 나라면 그를 전선에 투입시키겠어. 훨씬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도록 말이지.”
“그야 그렇지만…….”
기사들은 그 말에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공격받지 않았다는 것은 뒤집어 생각하면 누구도 요만을 공격해 본 적이 없다는 뜻이잖아?”
그녀는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말했다.
“정말로 대성벽이 넘을 수 없는 벽인가? 누가 증명을 해줄 건데?”
“……네?”
“만약 반대라면? 너희가 당연하게 믿고 있는 진실이 사실은 만들어진 뜬소문에 불과한 것이라면?”
“마, 말도 안 됩니다.”
“내 아비는 그저 그런 용병에 불과했지만 공국 이외에 많은 나라를 다녀왔던 일들을 내게 이야기해 줬다. 그리고 나 역시 공국을 벗어나 많은 것을 보면서 내린 다짐이 있다.”
세리카 로렌은 병사들을 한번 훑으며 말했다.
“내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믿지 않겠다.”
그녀는 지휘관을 바라봤다.
“대성벽의 진실이 공국 유일한 소드 마스터인 가네스가 사병까지 데리고 이곳에 발이 묶여 있는 이유가 그 정도 되는 강자가 지켜야 할 정도로 취약한 곳이기 때문이라면 당신은 어떻게 할 거지?”
“…….”
누구도 그녀의 말에 어떠한 반박도 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그런 의심을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어떻게 하긴. 확인해 봐야지.”
그녀는 말을 잃어버린 그들을 향해 피식 웃으며 말했다.
“하, 하오나……. 그건 단순히 예측에 불과하지 않습니까. 정말로 대성벽이 넘을 수 없는 천혜의 요새라면요? 그저 적에게 목숨을 주는 꼴밖에 되지 않을 겁니다.”
지휘관은 떨리는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말했다. 그러자 그녀 역시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래서 저들을 부른 거야.”
“……네?”
세리카는 묘한 미소와 함께 긴장 가득한 얼굴로 서 있는 병사들을 가리켰다.
그중에서도 조금 전 그녀가 주머니에서 꺼냈던 흙의 냄새를 맡았던 병사의 얼굴이 유난히 굳어졌다.
“대성벽 안에 비밀이 잠들어 있을지도 몰라.”
그녀는 막사 밖 내리치는 눈보라를 바라봤다.
“어쩌면 지금의 북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과거 열사(熱砂)의 비밀이 말이지.”
“……?”
지휘관은 그녀의 말에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의문 가득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하지만 세리카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어디 한번 보지. 정말로 넘을 수 없는 장벽인지 아니면 지금까지 너희들을 속여 왔던 약하디약한 모래성이라 저런 괴물을 세워 둔 것인지 말이야.”
* * *
“키누, 어떻게 생각해?”
“무슨 말씀이십니까.”
밀리아나는 쌍 봉우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 협곡의 이름이 프라우 햇(Frau Hat)이라지? 귀부인의 모자라……. 이름 한번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하지만 그녀의 말에 키누는 이해가 가지 않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대초원에서만 살아온 그가 귀족의 세계라든지 귀부인의 장식 따위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귀부인의 모자가 쌍 봉우리와 무슨 연관인지 알지 못했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에게는 그저 넘어야 할 작은 언덕에 불과했으니까.
“공국에는 오래전부터 챙이 큰 모자를 여인들이 즐겨 썼지. 얼굴을 가리고 자신의 표정을 숨겨 공국에는 여인의 마음을 훔치려면 모자의 끈을 풀어라 라는 말이 생겨 날 정도였거든.”
“으흠.”
“저 쌍 봉우리 사이에 있는 협곡. 마치 모자에 가려진 여인의 얼굴과 같아. 저 안에 어떤 얼굴이 숨어 있는지 알 수 없거든. 어쩌면 함정이 세워 우리를 기다리는 것일지 모르지.”
키누는 그녀의 설명을 들었지만 여전히 큰 감흥이 없다는 듯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글쎄요……. 남부에 비한다면 저건 봉우리라 부르는 것도 우습지요. 뭔가를 숨길 만큼 대단하게 보이지도 않습니다만.”
밀리아나는 그의 말에 피식 웃었다.
“그런 것 치고는 꽤나 시간을 지체했어. 이러다가 꼬마 녀석에게 선수를 빼앗길지도 몰라.”
“여제께서 조급해하시는 것처럼 보입니다. 설마 대성벽이 정말로 무너질 것이라 보십니까?”
키누는 오히려 조금 전 쌍 봉우리에 대한 감상보다 요만에 대한 이야기에 흥미를 가지는 듯 물었다.
“그곳은 어차피 시간 끌기지 않겠습니까.”
“꼭 그렇지도 않아. 요만이 난공불락이라는 소문이야 워낙 유명하지만 카릴이 승산도 없이 세리카를 그곳에 배치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니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열여섯이 된 지도 얼마 되지 않은 아이일 뿐입니다. 내전을 겪긴 했지만 도망친 게 고작. 사실 전쟁을 제대로 경험해 본 적도 없습니다. 그런 아이가 과연 수천의 병사를 지휘할 수 있을지…….”
“하지만 안티훔의 훈련을 받은 아이야. 카릴은 그 아이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 같더군. 분명 우리가 모르는 뭔가를 알고 있는 거겠지.”
키누 무카리는 세리카를 타투르에서 처음 봤을 때 확실히 그녀가 범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의 능력에 따른 것일 뿐 그녀가 싸우는 모습을 보지 못한 그로서는 밀리아나의 걱정이 조금은 과하다 여겼다.
“나 역시 세리카의 능력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녀의 능력을 떠나 문제는 우리지.”
“네?”
“세리카는 난공불락의 요만을 견제하는 것이니 실패한다 하더라도 핑계를 댈 수라도 있어. 한마디로 말해 밑져야 본전인 전장이지. 하지만 우린? 이곳은 내전에서 유일하게 승기를 잡은 곳이야.”
밀리아나는 프라우 햇을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는 승리를 해야 겨우 본전이란 말이지. 그것도 단순한 승리로는 부족해. 행여나 세리카가 요만을 공략하게 된다면 우리는 무조건 일착(一着)으로 진격해야 겨우 면이 서겠지.”
“그러시면…….”
“나는 이제 카릴 녀석이 무슨 생각으로 나를 이곳에 투입 시켰는지 알겠어. 세리카가 있는 전장엔 공국의 창인 가네스가 있다고 했지?”
키누 무카리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아무리 뛰어나다 하더라도 현 소드 마스터를 이기는 것은 힘들 거야. 그럼에도 요만 공략을 성공한다는 것은 그녀가 전투가 아닌 전쟁으로 승리를 쟁취한다는 것이겠지.”
밀리아나는 피식 웃었다.
“하지만 나는 달라.”
순간,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강렬한 기운에 키누는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가장 먼저 승리를 취하는 것뿐만 아니라, 나 밀리아나의 면이 서기 위해서는 전쟁이 아니라 전투로 이곳의 승리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겠지.”
그녀는 허리 뒤쪽에 엑스 자로 교차해서 메고 있는 아크와 게일을 움켜쥐며 말했다.
“프라우 햇에 지금 브라운 앤트에서 후퇴한 병력까지 6천 정도가 있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밀리아나는 키누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나 혼자 가겠다. 용의 여왕이 어떤 존재인지 공국 촌뜨기들에게 보여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