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256)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256화(256/497)
179. 요만전(戰) (3)
“대성벽의 틈이 생겼다!!!”
지휘관의 외침과 함께 병사들의 사기는 북부에서 가장 추운 전장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모든 내전의 전장을 통틀어서 가장 불타오르고 있었다.
“모두 전력을 다해 성벽을 넘어라!!”
와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
병장기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적이 절대로 성벽을 넘지 못하게 하라!”
“방패병들은 즉각 이동하라!!”
“궁수부대!! 사격준비!!”
밀려 들어오는 적들을 보며 요만 수비군의 지휘관들 역시 다급하게 소리쳤다. 믿었던 대성벽이 무너졌지만 훈련이 잘되어 있는 병사들인 만큼 그 충격에서 벗어나 적의 공격을 막기 시작했다.
“크악!!”
“크으윽……!!”
다만 더 이상 성벽의 높이가 가지는 이점을 살릴 수는 없었다.
“싸워라!!”
“적을 밀어붙여!!”
병사들은 어쩔 수 없이 무너진 성벽 쪽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진입할 수 있는 구멍에서 일어나는 접전에 여기저기 병력이 분산되고 전투의 장소 역시 협소해져 병력의 차이는 이제 무의미해졌다.
“…….”
가네스는 마력을 담은 할버드를 있는 힘껏 횡으로 그었다.
콰아아아앙―――!!!
뇌전이 담긴 그의 창격이 번뜩이며 무너진 성벽으로 들어오려는 병사들을 반 토막 내버렸다.
촤아악!! 촤작……!!
머리에서 허리, 다리 할 것 없이 두 동강이 나버린 병사들의 시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핏물이 요만의 성벽 주위에 흩뿌려졌다.
“으…… 으윽.”
“역시……. 소드 마스터…….”
부서진 틈 사이로 단 한 명이 서 있을 뿐이었지만 그곳은 단 일격으로 그 어떤 접전지보다 더 많은 희생자가 생겼다.
삽시간에 수십, 아니, 수백 명의 병사가 죽었다.
병사들의 핏물이 가득 고인 웅덩이는 아직 열기가 식지 않은 듯 새하얀 김이 피어오르더니 쌓여 있는 눈에 스며들며 얼어붙었다.
가네스의 위용에 병사들은 주춤하며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고 말았다.
“말도 안 되는 짓을 저질렀군. 대성벽을 무너뜨리다니. 이런 짓은 그 어떤 지략가도 할 수 없는 일일 터. 공국에서 너와 같은 자는 처음 보는데……. 정체가 뭐지?”
하지만 가네스는 병사들에게는 관심 없다는 듯 더 이상 그들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걸음을 옮길 때에도 한 사람만을 바라봤다.
“적에게 칭찬? 여유만만이네. 내 정체야 그쪽이 알 거 없잖아? 너희들도 남들의 사정까지 생각해 주면서 전쟁을 벌이진 않으면서.”
그의 시선이 닿은 곳에 있는 세리카 로렌은 당차게 대답했다.
처음 내전이 일어났을 당시만 하더라도 그녀가 지내던 집은 포격으로 불탔었다.
그녀의 목소리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때의 그녀 역시 한 명의 피해자에 불과했으니까.
‘괴물이로군……. 카릴이나 밀리아나와는 또 다른 느낌이야.’
표정은 아무렇지 않았지만 멀리서만 보던 가네스가 이렇게 발치에 오자 그녀는 그의 기세를 전신으로 느낄 수 있었다.
온몸의 털이 쭈뼛하고 서는 느낌.
‘이길 수 있나?’
언제나 자신만만한 그녀인데도 불구하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이 그것이었다.
“숫자는 호각. 대성벽이 무너졌다 하더라도 요만이 무너지는 일은 없을 터. 일단 너를 잡는 것이 우선이겠군.”
“나 역시.”
가네스는 소드 마스터인 자신의 앞에서도 기세에 눌리지 않고 당당한 그녀를 신기하게 바라봤다.
“널 잡아야 할 이유가 있거든.”
“과연.”
그의 입꼬리가 신기하게 올랐다.
대륙에서 다섯뿐인 소드 마스터의 반열에 오른 뒤에 오히려 그는 더 많은 도전과 가르침을 바라는 자들을 만났었다.
하지만 어떤 형식이 되었든 그들의 목적은 결국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 뛰어넘기 위해 가네스를 통해 도움을 얻고자 하는 것이었다.
“오랜만이군.”
가네스는 피식 웃었다.
얼마 만인가.
상대의 강함을 떠나 이렇게 목숨을 버리고 덤비는 적을 상대하는 것이 말이다.
“하는 말만큼 실력도 뛰어난지 보지.”
“듣기로 미늘(Halberd)이라는 이명을 가지고 있다고 하던데……. 버리는 게 어때? 제대로 무기를 쓰지도 못하는 것 같은데.”
“뭐?”
“그냥 나한테 넘겨.”
세리카는 기다란 스태프를 허리 뒤로 돌렸다. 그 모습을 보며 그는 살짝 눈썹을 찡긋했다.
“타핫!!!”
날카로운 외침과 함께 그녀의 스태프가 차갑게 얼어붙었다.
엘프의 마법봉인 싸락눈을 기반으로 만든 그녀의 창은 확실히 특이한 물건이지만 가네스의 흥미를 돋우게 만든 것은 다른 부분이었다.
‘저 자세…….’
살짝 의외라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던 가네스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쩌저적……!!
세리카의 발아래 쌓여 있던 눈덩이들이 차갑게 얼어붙으며 그녀가 박차고 뛰어오르며 스태프를 비틀었다.
촤르르륵……!!
두 손바닥을 마주한 채로 그녀가 스태프의 손잡이 부분을 비비듯 밀어내자 창날이 날카롭게 회전했다.
파앙!! 파바방――!!
싸락눈의 끝부분이 빛나며 날카로운 얼음 날이 생성되며 가네스를 향해 날아왔다.
“흡……!”
가네스가 숨을 멈췄다.
할버드를 잡고 있는 손에 힘을 주며 아래에서 대각선으로 창날을 밀어 치자 쏟아지는 얼음 날들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부서졌다.
달려오는 세리카를 향해 가네스는 거리를 두지 않고 오히려 반대로 그 안으로 파고들었다.
“……?!!”
일반적인 할버드는 기본적으로 찌르는 창날과 휘두를 수 있는 도끼날 그리고 도끼날의 반대쪽에 찍어 걸어 당기는 부리와 같은 갈고리가 있다.
세 가지의 공격이 모두 가능한 것이 할버드의 이점이라지만 가네스의 것은 달랐다.
철컥―!!
할버드의 날이 세리카의 뒤를 노렸다.
도끼날 대신 마치 거대한 검날을 달아 놓은 것 같은 형태였기에 휘두르기보다는 낫처럼 적을 걸어 잡아당기는 공격법을 주로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와 할버드의 창대만큼의 거리가 벌어져 있어야 했다.
……라고 생각한 것이 세리카가 가네스의 할버드를 보고 판단한 공격법이었다.
‘반격을……!’
세리카는 생각지 못한 가네스의 돌진에 당황스러운 듯 이를 악물었다.
피할 곳이 없었다.
뒤쪽에는 가네스의 할버드 날이 있어 자칫 잘못 움직였다가는 그녀의 목이 달아 날 판이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전투법.
가네스는 그의 할버드를 공격 수단이 아닌 적의 움직임을 봉쇄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었다.
“젠장!!”
그녀는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고개를 아래로 숙이며 할버드의 날을 피하려 했다.
하지만 숙인 얼굴을 향해 다가오는 가네스의 손바닥이 순식간에 그녀의 시야를 가렸다.
퍼억……!!
단 한 방으로 정신이 아득해질 것 같은 충격이었다.
퍽!!! 퍼버벅――!!!
하지만 가네스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고 할버드를 잡고 있던 손마저 놓은 채로 그는 창이 공중에 떠 있는 단 몇 초의 시간 동안 그녀에게 수십 번의 주먹을 날렸다.
“커컥……!!”
세리카의 고개가 이리저리 흔들렸고 배와 옆구리 그리고 마지막으로 턱에 꽂히는 순간 그녀의 머리가 뒤로 홱 하고 젖혀졌다.
“…….”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 공중에 띄워 놓았던 할버드의 창대를 가네스는 있는 힘껏 잡아당겼다.
부우웅……!!
할버드의 날이 그녀의 목을 향해 떨어졌다.
끼기기긱!!
쇠가 갈리는 듯한 소리와 함께 그 짧은 순간에 몸을 튼 세리카는 스태프를 양쪽으로 들어 날을 막았다.
“프로스트 핸드(Frost Hand)!!”
그녀가 마법을 읊자 스태프가 차갑게 얼어붙으면서 그에 맞닿아 있는 할버드의 날까지 새하얀 서리가 달라붙었다.
쩌적……!! 파앙!!
두 개의 무구가 얼음으로 얼어붙었다. 세리카가 자신의 스태프를 떼어 내며 외쳤다.
“아이스 필드(Ice Field)……!!”
가네스의 발아래 커다란 빙판이 만들어졌다. 찰나의 순간이지만 그의 동작이 움찔하며 멈춰섰다.
“흐아아아!!”
엉망이 된 얼굴로 그녀가 가네스의 급소를 노렸다.
쌍극(雙戟).
창의 머리가 크게 휘면서 세리카의 창날이 마치 두 개가 된 것처럼 기묘한 창로로 가네스를 노렸다.
‘마법을 이런 식으로 쓰는 마법사는 처음이로군. 검사들의 마력 운용은 결국 마력을 무기에 응축시키는 것에 불과한데…….’
그녀는 마법과 창술을 합친 것이 아닌 전투에 있어서 마법은 마법대로 창술은 창술대로 각각의 술법을 조화롭게 이어서 사용하고 있었다.
마치 한 몸으로 두 가지의 일을 동시에 하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변화무쌍한 그 모습은 결코 마법사라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빨랐다.
‘흑참칠식(黑斬七式)? 아냐, 조금 달라.’
가네스는 그녀의 공격을 막으며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조금 전 그가 놀랐던 이유 역시 그녀의 강함 때문이 아니라 그녀가 취한 자세가 바로 창왕의 창술과 흡사했기 때문이었다.
가네스 역시 마력을 집중하자 도끼날에 붙었던 얼음들이 눈이 녹듯 사라졌다.
‘하지만 느려.’
확실히 세리카의 동작은 빠르다. 하지만 그것은 마법사라는 기준으로 봤을 때 상대적으로 빠르다는 것일 뿐 소드 마스터인 가네스의 눈에는 한없이 느렸다.
카그극!! 카가가가각―――!!
날카롭게 찔러 드는 창날과 함께 세리카는 자신의 신체를 극한으로 몰아세웠다.
하지만 가네스는 현란한 그녀의 공격을 여유롭게 받아 냈다.
만약 상대가 소드 익스퍼트의 수준이었다면 그녀의 마법이 만들어 낸 틈으로 찔러 드는 창술을 막아 낼 수 없었을 것이다.
콰득―!!
가네스가 할버드를 들어 올리며 풍차처럼 회전시키자 날카롭게 찔러 오던 세리카의 스태프가 그 사이에 끼어 버티지 못하고 우지끈―! 하는 소리와 함께 부서지고 말았다.
“……!!!”
가네스가 할버드의 창대로 세리카의 어깨를 내리찍었다.
“컥!!”
둔탁한 소리와 함께 그녀의 몸이 눈밭에 처박혔다.
“네 창술은 창왕의 것과 비슷하면서도 다르군. 그와 관계가 있나?”
그가 창대를 지그시 누르자 그녀의 어깨가 당장에라도 부서질 듯 파르르 떨렸다.
“크, 크윽!! ……없어. 창왕이 누군지도 몰라. 본 적도 없으니까. 다만 그자가 봤다는 안티훔의 책들을 보고 생각해 낸 것뿐이야.”
세리카는 바닥에 고통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녀의 대답에 가네스는 더욱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본 적도 없는 창술을 독학으로 만들어 냈단 말인가?”
“기본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창법을 만드는 데 참고한 책들만 봐도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으니까.”
‘독학으로 만든 창술이 창왕의 흑참칠식과 거의 흡사하다니…….’
가네스는 기가 막혔다.
“너는 창술가인가?”
그가 물었다.
“아니.”
“그럼 창을 배운지는?”
“……제대로 잡은 것은 1년도 채 되지 않아.”
세리카는 어째서 이런 시시콜콜한 것을 묻는 것이냐는 듯 인상을 찡그렸다.
‘죽이기 아까울 정도로 엄청난 재능이로군.’
그는 세리카에게 매료된 듯 전장이라는 것도 잊은 채 한동안 그녀를 바라봤다.
“확실히 내 패배야.”
그녀는 두 손을 들고는 부러진 스태프를 던지면서 말했다. 어깨에 박힌 할버드를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공국 최강이란 말이 틀리지 않군. 한 1년, 아니, 반년 정도만 내게 시간이 있었다면 달라졌을 텐데.”
가네스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말하는 세리카의 모습에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났다.
그녀의 나이는 고작해야 열댓 살에 불과해 보였다.
가네스는 소드 마스터인 자신과 검을 나누고 나서 내린 결론이 고작 1년도 안 되는 간극(間隙)뿐이라는 말에 기가 찰 뿐이었다.
“그 자신감도 나쁘지 않다. 다만 적으로 만나게 아쉽군. 너 같은 인재를 죽이는 것이 말이야. 내전은 곧 끝난다. 너희는 패배하겠지. 차라리 내 밑으로 들어오는 것이 어떠냐.”
“누가 패배를 한다 그래?”
가네스의 말에 세리카는 코웃음을 쳤다.
“……뭐?”
당돌한 그녀의 대답에 그는 어이가 없다는 듯 되물었다.
“결투는 졌지만 전쟁은 내 승리야.”
세리카는 여전히 바닥에 누운 채로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시선은 가네스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그의 뒤에 있는 상공을 향하고 있었다.
와아아아아―――!!
와아아――!!
그때였다.
무너진 성벽 아래로 들리는 환호성.
“……!!!”
가네스는 황급히 고개를 들었다.
화아아아아악……!!
그 순간,
무너진 요만의 성벽 뒤로 날아오르는 거대한 날개가 있었다. 태양을 가리던 날개를 접고 하늘을 선회하던 드레이크가 천천히 지상으로 착지했다.
와그득― 와그득―
드레이크의 입에는 아직도 피를 흘리고 있는 반쯤 잘린 병사의 시체가 물려 있었고 녀석은 성에 차지 않는 듯 질근질근 시체를 씹고 있었다.
‘저 고삐는…….’
가네스의 얼굴이 굳어졌다.
진홍의 붉은 갈기와 같은 비늘이 턱 양쪽에 자라나 있는 거대한 드레이크는 확실히 다른 그 어떤 녀석들보다 눈에 띄었다.
공국의 기사라면 모를 수가 없는 비룡이었다.
‘비룡 1부대의 단장인 테릭스의 드레이크이지 않은가. 1부대가 출진을 한 건가? 하지만 어째서 이곳에…….’
그 순간,
당연한 일이지만 드레이크의 머리 위에서 내리는 사람은 테릭스가 아닌 한 소년이었다.
“수고했다, 세리카. 가네스와의 결투는 제법 볼만했어. 좋은 경험이 됐으리라 생각한다.”
“……일부러 이제 온 거지?”
그녀는 처음 가네스의 공격에 바닥에 쓰러졌을 때 보였던 드레이크의 날개를 떠올리며 입술을 씰룩이며 대답했다.
꿀꺽―
가네스는 잔뜩 긴장된 얼굴로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소드 마스터인 자신이 본능적으로 경계하고 있다는 사실에 그는 다시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대성벽은 무너졌다.”
어느새 눈보라가 멈추고 맑은 공기를 뚫고 카릴의 목소리가 전장에 울려 퍼졌다.
“요만전은 우리의 승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