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257)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257화(257/497)
180. 가네스 아벨란트
“넌 누구지?”
가네스는 경계를 하며 물었다.
“나는 타투르의 주인인 카릴이다. 공국 내전의 프란을 돕기 위해 왔다.”
가네스는 그의 대답에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타투르……? 자유도시가 독립국가가 되었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설마 왕이 직접 이곳에 올 줄은 몰랐군. 그럼 이자도 그곳 출신인가.”
카릴은 그가 가리킨 세리카에게 잠깐 눈길을 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대답에 가네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군……. 프란 경은 내부의 일에 다른 세력까지 끌어들이신 건가.”
“그건 그쪽도 마찬가지일걸.”
“뭐?”
“이 내전은 단순히 공국 안의 세력 다툼만은 아니거든. 우든 클라우드가 개입되어 있으니까 말이야.”
가네스는 그의 말에 놀랍지 않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우든 클라우드는 과거부터 공국의 비밀 단체이다. 그들의 개입은 외부의 개입이라 할 수 없지. 공국을 위해 존재하는 자들이니까.”
“그래? 그럼 그들이 누구의 편인데?”
“……뭐?”
“공국 기사의 1인자라 할 수 있는 당신도 모르나 보군. 하긴 루레인가(家)의 핏줄인 자조차 속임을 당하는 현실이니 별로 놀라운 일은 아니겠지.”
“…….”
“진실을 알게 될 때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이 내전이 종결됨과 동시에 말이지.”
카릴은 가네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소드 마스터, 가네스. 이제 창을 내려놓고 현실을 직시해라.”
콰아아앙―――!!
가네스가 세리카의 어깨에서 할버드를 빼내며 지면을 강하게 내려쳤다.
바닥에 쌓여 있던 눈들이 들썩이며 새하얀 눈보라가 일렁였다.
“그 말은 지금 내게 전장을 포기하라는 뜻인가?”
“이미 네 전투는 패배했다.”
“글쎄. 설사 요만이 무너진다 하더라도 화이트 벙커가 함락되는 것은 아니다. 뿐만 아니라…….”
그의 할버드에서 날카로운 마나 블레이드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내가 있는 이곳을 너희가 그냥 지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느냐.”
가네스의 말에 카릴은 입꼬리를 올렸다.
“흐음, 내게 하는 말이야? 나는 저기 뻗어 있는 애랑은 다르다고?”
콰아아앙――――!!
그 순간,
가네스의 몸이 휘청거리며 뒤로 밀려났다.
“큭?!”
그는 뒤로 밀려 나는 힘에 황급히 할버드의 창대를 지면에 박아 넣었다.
콰드드득……!!
카가각……!!
할버드의 창대가 활처럼 휘며 바닥을 사정없이 긁기 시작했다. 수십 미터를 뒤로 밀려 나가고 난 뒤에야 가네스는 간신히 멈출 수 있었다.
“…….”
그의 얼굴이 놀라움으로 굳어졌다. 비단 그뿐만이 아니었다. 평상시라면 놀리듯 말한 카릴에게 뭐라 한마디 했을 세리카도 가네스와 마찬가지로 긴장된 표정이었다.
‘마력의 농도가 훨씬 짙어졌어. 저 뱀 문양 때문인 건가? 타투르에서 봤을 때도 괴물이었는데 지금은 그때하고도 비교하기 힘든걸.“
눈썰미가 좋은 세리카는 카릴의 팔에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이는 푸른 뱀의 문양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따금 정말 뱀의 비늘이 생긴 것처럼 그의 손등이 반짝이는 기분이 들었다.
“흐음.”
카릴은 마치 장비를 살피듯 검을 쥐고 있는 팔을 한 번씩 들었다가 내리며 낮게 중얼거렸다.
“조금 더 올려볼까.”
지직…… 지지직…….
지지직…….
그가 마력을 집중하자 푸른 뱀의 문양이 서서히 보랏빛을 띠기 시작했다.
얼음 발톱이 주위의 가득한 냉기 덕분에 즐거운 듯 더욱 강렬한 예기(銳氣)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저런 마나 블레이드는 처음 보는데…….’
가네스는 긴장된 모습을 카릴의 아케인 블레이드를 바라보며 자세를 취했다.
그런 카릴을 바라보며 그는 뒷목에서 식은땀이 주르륵 흐르는 기분이었다.
아니, 실제로 흐르고 있었다.
눈밭으로 덮인 냉기 가득한 이곳에서 땀이 흐르고 있단 말이었다.
그 정도로 극도의 긴장감이 그의 전신을 휘감고 있었다.
‘소드…… 마스터?’
어째서 이제야 눈치를 챈 걸까.
그는 처음 카릴을 봤을 때 느꼈던 떨림의 이유를 뒤늦게 깨닫고 말았다.
너무나 오랜 세월 동안 대륙 10강의 체제가 굳어져 있었고 언제부터인가 소드 마스터의 숫자는 5명이라는 생각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그 익숙함이란 비단 일반인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었다.
소드 마스터라는 경지에서 오는 우월감과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이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하는 안일함.
“너……. 소드 마스터인가?”
가네스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카릴을 마주하는 그의 반응은 고든 파비안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하긴 그와는 다르겠지. 일국의 기사니 말이야. 서 있는 위치에서 오는 부담감은 달갑지 않을 거야.’
대륙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어느 한 곳에 소속되지 않은 용병인 고든 파비안과 달리 국가에 소속되어 있는 크웰과 가네스는 카릴을 대하는 태도가 다를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소드 마스터의 등장은…….
동료이기 이전에 자신의 나라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새로운 적의 등장이라 먼저 생각될 수밖에 없으니까.
“왜? 그게 놀랍나? 이런 촌구석에 있으니 소식이 많이 늦나 봐. 5인의 소드 마스터? 그 체제가 무너진 게 언젠데.”
“……뭐?”
카릴의 대답에 가네스의 얼굴이 굳어졌다.
“세대교체는 시작되었다. 나 말고도 이미 소드 마스터는 존재하고 앞으로 더 많은 강자가 나타날 것이다.”
그의 손에 의해 이미 완성된 밀리아나를 비롯해서 그레이스 판피넬 그리고 란돌 맥거번, 수안 하자르와 에이단 하밀까지…….
카릴의 머릿속엔 이미 신탁 전쟁을 위해 자신을 보좌할 소드 마스터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나를 따를 것이다.”
얼음 발톱을 지면에 세워 두 손을 포개어 손잡이 위에 얹고서 카릴은 말했다.
“가네스 아벨란트. 그대의 생각은 어떻지? 나를 따를 생각은 없는가?”
“미친놈. 이런 짓을 해 놓고 그런 말이 나오나? 그것도 공국의 기사에게 말이야. 못하는 소리가 없군.”
“그런 얘기 많이 들어.”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했다.
고든 파비안이나 밀리아나 때와 마찬가지로 절정에 달한 강자들과 대화는 입이 아닌 검으로 해야 하는 것이었으니까.
“…….”
“…….”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대치하고 있던 두 사람 중 먼저 움직인 것은 가네스였다.
“흐아아압!!”
첫 일격의 위력을 기억하고 있는 가네스는 가만히 서서 카릴의 공격을 막았다가는 위험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는 있는 힘껏 할버드를 휘둘렀다.
노란빛의 전격을 뿜어내는 창이 호를 그리며 카릴을 노리며 날아왔다.
파파팟……!!
팟!! 츠앙―――!!
하지만 가네스의 공격보다 카릴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그의 할버드는 분명 눈으로 좇을 수 없을 정도의 속도였지만 거의 제자리에서 공격을 피하는 카릴에 비하면 너무나 느리게 느껴졌다.
부웅……!! 부우우웅……!!
콰가가각―――!
할버드의 날에서 뿜어져 나오는 전격의 마나 블레이드가 검기가 되어 솟구쳤다.
크그그그그극―――!!
카릴이 몸을 움직이며 위에서 아래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연이어 이어지는 검격을 피하자 목표를 잃은 검기들이 뒤에 있는 부서진 성벽에 부딪히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굉음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공격을 거듭할수록 가네스의 얼굴은 초조해지고 굳어져만 갔다.
그만큼 쉴 새 없이 퍼붓는 공격이었지만 제대로 카릴에게 닿는 공격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같은 소드 마스터라 할지라도 역시 개개인의 차이는 명백하군. 한 나라의 최강이라 하기엔 고든 파비안보다 못한데.”
카릴은 가네스의 창을 피하면서 말했다.
도발적인 말이었지만 그에겐 소드 마스터끼리의 강함을 논하기 이전에 카릴이 고든을 만났다는 것에 더 놀라웠다.
‘고든 파비안……? 설마 그자와도 검을 섞었단 말인가…… 그러고도 살아 있단 소리는…….’
교도 용병단의 단장이 어떤 인물인가.
자신에게 검을 겨눈 자를 그냥 살려 둘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두 가지 중 하나였다.
눈앞에 있는 이 소년이 고든 파비안을 이겼든지 혹은 그에게 인정을 받았다든지.
전자든 후자든 그의 강함이 증명되는 것엔 차이가 없었다.
“흡……!!”
가네스의 발아래가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엄청난 진동이 일어났다. 그가 마력을 끌어 올리며 할버드를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콰가가강!! 콰가강!!
그 순간,
하늘에서 낙뢰가 떨어졌다.
[크르르륵……!!!]드레이크가 놀란 듯 번쩍이는 벼락에 날개를 펄럭이며 상공으로 날아올랐다.
‘저런 기술이 있었나?’
세리카를 상대할 때와는 다른 중압감이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자 그녀는 더욱 자신과 두 사람의 차이를 실감했다.
콰가가가가각……!!
할버드의 날이 금빛을 뛰어넘어 새하얗게 변할 정도로 맹렬한 전격이 뿜어져 나왔다.
전력을 다한 한 방.
비록 일격이긴 했지만 묵직한 가네스의 공격은 확실히 일전의 고든 파비안을 압도할 정도였다.
“…….”
그러나 카릴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전격의 검을 바라보며 조금 전과 달리 피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냉기(冷氣).”
손바닥을 펼치자 서리처럼 새하얀 얇은 얼음이 장갑처럼 손을 감쌌다.
“빙결(氷結).”
손 위에 생성된 한 겹의 얼음 가루들이 그의 주문에 따라 뭉쳐졌다.
“빙환(氷環).”
그의 영창이 다시 한번 이어졌다.
작은 얼음덩이가 3개로 나눠지면서 둥근 고리를 만들었다.
‘뭘 하려는…….’
세리카는 의문 가득한 표정으로 카릴을 바라봤다.
모두가 1클래스의 낮은 마법에 불과했다.
팟――!!
그때였다.
눈앞에 있던 카릴이 속도를 높이자 잔상만을 남긴 채 사라졌다.
할버드가 내려치기 바로 직전 카릴은 얼음 고리 하나를 손바닥에 올리며 그의 공격을 쳐냈다.
콰아아앙!!
그 순간,
가네스의 할버드가 휘청거렸다.
단순히 힘으로 막으려 했다면 아무리 카릴이라 하더라도 묵직한 할버드에 손목이 완전히 날아가 버렸을 것이다.
둥근 얼음 고리가 일차적으로 할버드의 공격을 막으며 타점을 흐트러뜨렸다.
고리는 그 즉시 산산조각이 나 버리고 말았지만 아주 미세하게 각이 틀어지며 공격을 빗겨 나가게 만들면서 전체적으로 할버드의 궤도가 크게 어긋나 버렸다.
콰아아앙――!!
묵직한 할버드가 굉음을 터뜨리며 바닥에 처박혔다. 카릴은 찰나를 놓치지 않고 허리를 숙이며 다른 두 개의 고리를 밀어 넣었다.
“큭?!”
가네스의 발목에 얼음 고리가 걸리자 카릴은 고리를 있는 힘껏 당겼다.
1클래스로 만든 얼음의 내구도는 당연히 약할 수밖에 없어 카릴이 잡아당김과 동시에 산산이 부서졌지만 그 충격만큼은 고스란히 전해졌다.
가네스는 중심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 할버드를 휘두른 것이 오히려 독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얼음 조각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그 사이를 파고들 듯 카릴이 검을 내질렀다.
“……!!!”
얼음 발톱이 마치 뱀의 송곳니처럼 꺾이며 가네스의 발목을 베었다.
검의 기세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검격이 그의 허벅지를 타고 올라가며 옆구리를 베며 깊은 상처를 내며 지나갔다.
입고 있던 갑옷이 마치 두부 잘리듯 잘려 나가며 그의 허리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크윽?!”
가네스가 비틀거렸다.
하지만 카릴의 공세는 멈추지 않았다.
단 한 번도 유효한 공격을 내지 못했던 그와 달리 카릴의 검격은 검이 움직이는 족족 가네스의 급소를 노렸다.
쾅! 쾅!! 콰가가각……!!
두꺼운 그의 갑옷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부서지기 시작했다.
순간,
소드 마스터인 가네스의 패배에 놀라는 병사들과 달리 세리카의 눈빛은 다른 의미로 흔들렸다.
“저 인간…….”
지금 가네스를 상대하는 방식은 결코 그녀가 알고 있는 카릴의 방식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마법에서 검술로 이어지는 연계기.
그건 세리카의 방법이었다.
카릴은 마치 조금 전 그녀와의 차이를 비교해 주는 것처럼 마법으로 가네스의 움직임을 막고 틈을 만든 것이었다.
이런 사실을 다른 사람들은 알 리 없었지만 눈치 빠른 그녀는 단번에 알아차렸다.
‘일부러 그랬어.’
세리카는 부서진 스태프 대신 주먹을 꽉 쥐었다.
안티훔에서 훈련을 끝낸 이후 강해졌다고 생각했던 그녀에게 카릴은 일부러 더 높은 벽을 보여주었다.
그것도 자신의 싸움법으로 자신보다 더 완벽하게 소화를 해내었으니 말이다.
“칫…….”
세리카는 입맛을 다셨다.
그녀는 확실히 요만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하지만 가네스와의 결투에서 졌다는 것과 카릴이 그를 같은 방식으로 이긴 것에 그녀의 승부욕에 더욱 불을 지폈다.
“이제 끝내는 게 좋겠군.”
카릴의 말과 동시에 일순간 대성벽 주위로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크르르르르르―――!!] [카아아악―――!]날카로운 포효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왔다.
가네스는 상공을 바라보더니 전의를 상실한 듯 자신도 모르게 낮은 한숨을 토해내고 말았다.
‘한 마리가 아니었나…….’
그는 상공을 가득 채우기 시작하는 수십 마리의 비룡을 바라보며 이 이상의 저항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 비룡들의 의미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겠지.”
드레이크들이 지금 이곳에 모여 있다는 것은 이미 비룡 1부대가 그에게 전멸을 당했다는 것을 말한다.
뿐만 아니라 그것은 곧 내정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빈프레도 전선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기도 했다.
‘튤리 경께서는 어째서…….’
하지만 그는 알지 못했다.
빈프레도 전선에서 일어난 일이 화이트 벙커에 보고 되기 전에 카릴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는 것을.
“병사들의 목숨을 헛되이 버릴 생각이라면 계속 싸워도 괜찮아. 하지만 과연 나조차도 막을 수 없는 당신이 내 비룡들까지 감당해 낼 자신이 있을까?”
카릴이 손을 들어 올리자 드레이크들이 마치 그의 명령을 알아들은 듯 원을 그리며 상공을 선회하기 시작했다.
쿠그그그그…….
수십 마리의 비룡들이 불을 뿜기만 하더라도 지상에 있는 병사들은 삽시간에 불탈 것이다.
투웅.
그 충격만큼 가네스의 대답을 대신 하듯 그의 손에서 떨어진 할버드의 울림만이 병사들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졌다. 내 목을 가져갈 생각이라면 그리 해라.”
카릴은 가네스를 바라보며 예의 그 입꼬리를 올렸다. 그 웃음이 가지는 의미를 이제 카릴의 부하들이라면 모두 알고 있었다.
“죽이긴 왜 죽여? 당신은 할 일이 따로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