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258)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258화(258/497)
181. 전야제 준비
“이제 어쩔 셈이야?”
거점으로 돌아온 세리카는 굳은 얼굴로 물었다.
요만의 패잔병들을 빠르게 처리한 뒤 대기 명령을 내린 지휘관 역시 그녀의 옆에서 긴장된 얼굴로 카릴의 말을 기다렸다.
그도 그럴 것이 공국 최강이라 불리는 가네스를 혼자 제압한 것도 모자라 비룡 1부대의 드레이크를 타고 왔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게다가 저 드레이크들은 또 뭐야?”
“빈프레도 중류에서 합류 한 잔류군이다. 패잔병들을 아군으로 합류시키는 것쯤은 전쟁에서 흔한 일이잖아?”
카릴은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그거야 패잔병이 인간이니까 가능한 일이지.’
세리카는 능글맞게 말하는 그를 바라보며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었다.
“브라운 앤트로 지원을 갈 생각이야? 그 여자, 소드 마스터라고 콧대 세워 말하더니 당신과 함께 온 게 아닌 걸 봐서는 아직도 발이 묶여 있나 보지?”
그녀는 흥― 하고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소, 소드 마스터가 또?!’
옆에 있던 지휘관은 세리카의 말에 입을 떡 벌리고는 놀란 얼굴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수십 년간 나타나지 않았던 소드 마스터가 두 명이나 나타났으니 말이다.
‘어떻게 지금까지 몰랐지?’
지휘관은 카릴을 바라봤다.
두 명의 소드 마스터가 어디에 소속되느냐에 따라서도 앞으로 대륙의 판도가 충분히 바뀔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둘이 이미 한 같은 편이라는 것을 지휘관이 알 리가 없었지만.
‘이럴 때 창왕님께서 계셨더라면…….’
하지만 지휘관은 뒤늦은 후회라는 걸 알았다.
5대 소드 마스터 중 나머지는 교도 용병단의 고든 파비안이었고 권왕이라 불리는 발본트.
하지만 이 둘은 소속된 곳이 없었다.
대륙의 강대국이라 하는 제국과 공국에도 소드 마스터는 한 명뿐인 것을 감안했을 때 두 명의 소드 마스터의 등장은 확실히 큰 의미를 가졌다.
그렇기에 더욱 창왕의 부재가 아쉬웠다.
언급된 4명의 소드 마스터를 제외하고 마지막 한 명인 창왕(槍王) 더스틴 필립.
그는 원래 공국 소속의 소드 마스터였지만 다섯의 소드 마스터 중에 가장 많은 나이로 스스로 은퇴를 선언하고는 존재를 감추었다.
더스틴은 은퇴를 하던 날,
앞으로 서북부 어딘가에서 전원생활을 즐기겠다고 했지만 사실 공국의 서북부는 공국 영토 내에서 가장 많은 맹수와 몬스터가 서식하는 곳이었으니 그가 쉽사리 창을 놓았으리라 생각되진 않았다.
그는 가네스를 믿고 자신의 자리를 내어주었지만 이런 식으로 그가 패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브라운 앤트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녀는 너와는 달리 확실하게 늪을 점령했을 테니까. 아마 지금쯤 프라우 햇으로 진격하고 있을걸.”
“나와는 다르다니?”
세리카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수준이 달라. 손이 많이 가는 어린아이와는 달리 그녀는 도움이 필요 없다는 말이지.”
“…….”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이마에 살짝 힘줄이 들어가는 것을 카릴은 놓치지 않았다.
“안 그랬으면 이미 가네스의 할버드에 목이 날아갔겠지. 내가 대단하긴 하지만 아직 사령술을 익힌 건 아니라고. 잘린 목을 붙이는 방법은 몰라.”
그녀의 반응이 재밌다는 듯 카릴은 계속해서 놀리듯 말했다.
“……확실히 도움을 받았어.”
어쩐 일인지 평상시 같았으면 그런 그에게 한마디 할 그녀였지만 의외로 순순히 인정했다.
카릴이 세리카를 바라봤다.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그녀는 처음으로 죽음이란 공포를 체감했다.
강하고 당차지만 아직 어린 나이.
죽음이 절대로 익숙할 수 없었고 상상조차 해본 적 없을 것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가네스와의 일전(一戰)으로 인한 후유증은 쉬이 가시지 않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네가 지휘를 했던 전장이다. 그 자리에서 울지 않은 것만으로도 너는 충분히 강한 거야.”
카릴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아직 손이 좀 많이 가지만 말이지.”
“무, 무슨…….”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기며 말하자 세리카는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반년이라고 했던가? 가네스와의 간극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한 시간. 앞으로 우리가 겪어야 할 전쟁은 길다. 반년이란 시간은 생각보다 훨씬 빨리 지나갈 거야. 뒤처지지 않도록 멈추지 마라.”
“흥…… 걱정하지 마.”
“당연하지. 거두어준 목숨이니 더욱 가치 있게 쓰라고. 밥값을 하라고 보냈더니 오히려 내 도움이나 받고 말이야. 미하일을 따라가겠다고 칭얼거릴 때가 아니라고.”
“……누가 칭얼거려?”
그녀는 붉어진 뺨을 감추려는 듯 쓱 손등으로 문지르고는 대답했다.
“자넨 뭔가 불안한 눈치로군.”
카릴은 세리카의 뒤에 있던 지휘관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
심경을 읽힌 듯 그는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뭐, 이해는 해. 착잡한 심경이겠지. 자네는 공국 출신이니까. 비록 내전이라고는 하지만 자신의 동료를 죽이는 일. 게다가 도움을 주는 우리는 공국의 소속도 아니고.”
지휘관은 카릴의 말에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역사가 말하듯 영원한 우군은 없는 법이니까. 자네 입장에서는 언젠가 돌아올 강적으로 생각될 수 있을 거야. 우리가 적이 될까 걱정스러운 거지?”
카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지휘관이야. 눈앞의 승패에 안주하지 않고 보다 더 먼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자라. 확실히 그가 칭찬할 만해.”
‘……그?’
“하긴 그러니 세리카의 외모에 반발하지 않고 쉽게 지휘권을 넘겨준 것일 테지.”
생각지 못한 칭찬에 어찌 대처를 해야 할지 몰라 지휘관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자네 말대로 영원한 우군은 없겠지. 그럼 이 불안한 우리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네?”
지휘관은 카릴을 바라보며 머뭇거렸다.
“영원한 우군이 되기 위한 방법.”
“그, 그건…….”
“자네라면 답을 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해하고 있던 순간 지휘관은 카릴의 마지막 말이 자신에게 한 것이 아님을 알았다.
카릴의 시선은 그의 뒤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황급히 뒤를 돌아봤다.
“……!!!”
그 순간,
지휘관은 깜짝 놀라며 황급히 뒤로 물러서서는 고개를 숙였다.
“짓궂으시군요.”
“자네의 의견을 듣고 싶을 뿐이야.”
카릴은 문 앞에 서 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앤섬 하워드.”
조금은 창백한 얼굴로 그는 마치 이 짓궂은 장난에 장단을 맞춰주겠다는 듯 옅은 쓴웃음을 짓고는 대답했다.
‘빈프레도 중류 전선에 계실 분께서 어째서 이곳에…….’
지휘관은 떨리는 눈으로 앤섬을 바라봤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우군(友軍)을 아군(我軍)으로 만들면 됩니다.”
카릴은 앤섬의 대답에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저벅― 저벅― 저벅―
“저들은 내 밑으로 두면 되지.”
걸음을 옮긴 카릴은 창밖으로 요만의 포로 수용소에 포박되어 있는 패잔병들과 그들을 지키는 프란군의 병사들을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이, 이게 무슨…….’
지휘관은 지금 자신의 눈과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코브에 발이 묶여 진출하지 못한 프란을 대신해서 지금까지 전선을 지켜왔던 앤섬이었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가 프란이 아닌 카릴에게 머리를 숙이고 있지 않은가.
“준비는?”
“곧 끝납니다. 빈프레도의 주둔군이 집결 중입니다. 대성벽이 무너진 지금 프라우 햇이 정리된다면 이제 화이트 벙커로 통하는 모든 길이 저희의 수중에 놓였다 할 수 있습니다.”
“흐음…….”
카릴은 앤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날짜를 세어보듯 손가락을 펼쳤다가 접었다.
그러고는 뭔가를 떠올린 듯 입꼬리를 올렸다.
“이제 길어야 2개월 안팎이겠군. 얼마 남지 않았는걸.”
“네?”
“곧 제국에서 재밌는 일이 벌어질 거야.”
이 자리에 밀리아나가 있었다면 모를까 황제 타이란 슈테안의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세리카와 앤섬은 그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물론,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높다. 화이트 벙커에는 실질적인 공국의 주력이라 할 수 있는 골렘 부대가 남아 있으니까.”
“맞습니다. 사실상……. 비룡 1부대가 저희 쪽에 있다고는 하지만 화이트 벙커의 마이스터 부대는 쉽사리 이길 수 있는 전력이 아닙니다.”
“비룡 부대와 비교하자면?”
“염룡의 피를 이어받은 1부대의 드레이크들은 강하지만 골렘의 외피에는 방어 마법이 걸려 있습니다. 특히 마이스터 부대의 골렘들은 유적에서 찾은 마도 시대의 부품들로 만들어진 것들이라 각 속성에 대한 내성도 높습니다.”
“흐음.”
“게다가 특히나 마이스터를 이끄는 감독관이자 골렘 조종사인 윈겔 하르트가 조종하는 레볼(Revol)은 크기와 위협이 다른 골렘들과는 전혀 다릅니다.”
앤섬은 카릴의 말에 어두운 안색으로 대답했다.
“제 생각엔 전면전은 피하시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다.”
“그럼?”
“암살(暗殺)입니다.”
카릴은 담담한 표정으로 동의한다는 듯 옅은 웃음을 지었다.
“못 할 것도 없지만 암살이란 방법으로 승리하게 된다면 세간의 평은 바닥으로 치닫게 될 거야. 과연 그런 우릴 따를까?”
“백성들은 무지합니다. 주인이 누군가보다는 자신의 배를 채우고 따뜻하게 잘 수 있게 해주느냐가 더 중요하겠죠.”
“내가 말하는 건 백성이 아니야. 귀족들이지.”
앤섬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지적하자 그는 아차 싶었다.
“반란의 싹은 없애는 게 좋지. 하지만 피로 쌓아 올린 옥좌는 결국 피로 물들게 될 뿐이야.”
“그럼…….”
“튤리가 제거된다 하더라도 아직 공국의 공작들은 남아 있다. 나는 그들을 죽이지 않을 생각이야. 대신 귀족들을 다스리는 데 쓰고자 한다. 그런 그들이 나를 따르게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암살 같은 편법이 아닌 대항할 수 없는 압도적인 힘이다.”
“……하지만 마이스터 부대는 지금까지 화이트 벙커에서 나온 적이 없기에 카릴 님께서도 그들을 보지 못해서 그런 말씀을 하실 수 있으신 것일지 모릅니다. 그들을 실어 나를 배가 없어 공국에 갇혀 있을 뿐 마이스터 부대가 해협을 건널 수만 있었다면 이미 제국도 무사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하지만 그런 앤섬과 달리 카릴은 그의 충고에 오히려 더 눈빛을 빛냈다.
당연히 모를 것이다.
신탁 전쟁에서 마이스터 부대와 함께 타락에 대항했던 것이 카릴이라는 것을.
현재를 통틀어 그보다 대형 골렘들을 경험해 본 자는 없을 것이다.
‘더불어 그 골렘만큼이나 거대한 괴물들까지…….’
카릴은 굳은 얼굴로 말했다.
“걱정 마. 나는 전쟁에서 질 생각이 없다.”
앤섬은 카릴의 말에 눈빛이 흔들렸다.
“……카릴 님은 제가 배신을 하고 튤리 경에게 이 사실을 알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십니까?”
그의 물음에 카릴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안 해. 너는 공국에 충성을 한 것이 아니라 공국에 살고 있는 백성들을 위해 있는 거니까. 어떤 사람이 이 땅에 더 유용한지 계산이 끝났을 테니까.”
카릴이 그에 대해 이런 확신을 가지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전생(前生)의 앤섬은 내전의 패배 이후 튤리를 따르지 않고 그대로 해협을 건너 이스트리아 삼국으로 넘어오게 된다.
공국의 귀족들 사이에서도 이미 그의 출중한 능력에 대해서는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타국 출신이라는 것과 프란군이었다는 사실로부터 오는 귀족들의 경계.
그것은 마치 지휘관이 카릴의 강함에 대해 알게 된 이후 느끼는 불안감과 똑같은 것이었다.
영원한 우군이 없듯 승리한 귀족들은 이제 그가 자신의 자리를 넘볼지 모른다는 우려에 그를 내치게 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프란이 망가진 지금 튤리의 승리 뒤에 자신의 미래가 그리될 것임을 앤섬은 이미 알고 있었다.
“못 당하겠습니다. 정말…….”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한 카릴의 모습에 앤섬은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한 달 안에 내전을 종결시키겠다.”
카릴은 선언하듯 말했다.
몇 달이나 걸쳐 이어진 전쟁이었다. 하지만 전쟁의 승패를 자신의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그 누구도 반박을 하지 못했다.
꿀꺽―
앤섬은 마른침을 삼켰다.
“출진 준비를 끝내라.”
카릴은 기대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하여 모두 나와 함께 제국에서 벌어질 구경거리를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