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260)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260화(260/497)
183. 일착(一着)
콰앙―――!!
튤리는 눈앞에 있는 적군을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책상을 내려쳤다.
“도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거야!! 적이 앞마당까지 오는 동안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냔 말이야!!”
연이은 패전 소식.
문 에테르의 성문이 열렸다는 보고를 받고 부리나케 수비군을 이끌고 달려왔을 때는 이미 이민족들은 자취를 감춘 상태였고 이어서 들리는 빈프레도 강에서의 패전.
튤리군은 황급히 회군을 하려 했으나 이대로 폐허가 된 상태의 문 에테르를 그냥 둘 수는 없었다.
결국 수비를 위해 병력을 나눌 수밖에 없었고 남은 병력을 빈프레도 강으로 옮기려는 찰나 요만이 무너졌다는 믿을 수 없는 보고에 그녀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순식간에 공국령의 요충지들이 무너진 것이다.
빠득―
튤리는 이를 갈았다.
지금까지 자신의 계획은 완벽했다.
고작 며칠.
탄탄대로라 생각했던 내전의 결착을 지으려고 했던 그 짧은 며칠 사이에 상황은 완전히 달라지고 말았다.
‘이민족들이 공국의 땅을 더럽히는 것도 모자라 내 계획을 완전히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다.’
카릴 맥거번.
그 이름이 그녀의 귀에 보고되었을 때는 이미 늦어 버린 뒤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독 같은 귀찮은 방법을 쓰지 않고 당장에 프란의 목을 베어버리는 건데…….’
시간은 자신의 꼭두각시라고 생각했다.
이미 약에 중독되어 있는 프란은 그냥 둬도 알아서 자멸하고 말 것이었기 때문이니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프란 녀석……. 약에 취했어도 이따위 똥칠을 하다니……!! 내전에 이민족을 끌어들여?”
코브에서 두 사람의 만남은 튤리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카릴이 프란에게 제국의 눈을 돌리는 것을 조건으로 내전을 제안했다는 것 역시.
애초에 이 내전은 그녀와 프란이 합의하에 정권 통합을 위해 일으킨 일이었으니까.
그 말을 들었을 때 그녀는 코웃음을 쳤다.
‘허풍이 아니었나……. 정말로 저자가 제국 황제의 목숨을 쥐고 있는 건가.’
하지만 그 비웃음의 결과가 눈앞의 적으로 돌아왔을 때 그녀는 돌이킬 수 없는 과오를 저질러 버렸음을 뒤늦게 후회하고 있었다.
“적의 병력은?”
“아직 남은 전장들에서 전투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전군이 집결한 상태는 아닙니다. 현재 적군의 수는 약 3만으로 보여집니다.”
그녀의 부관이자 화이트 벙커의 수비를 맡고 있는 콕스 바틀러는 지휘봉을 들고 지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현재 보니토스 경의 5천의 병력과 루이체 경의 1만 5천 병력 그리고 이민족 1만이 집결된 상태입니다만……. 현재 빈프레도 강 중류에서 7천의 병력 그리고 요만에서 4천의 병력이 화이트 벙커로 진격 중입니다.”
“……아직 무너지지 않은 곳은 프라우 햇뿐이라는 말이군.”
가장 패색이 짙었던 전장이 그나마 뚫리지 않았다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일지 모른다.
“……다른 공작들은?”
“윌메이 경과 자크소 경은 문 에테르가 함락당했을 때 그곳의 지원군으로 합류하였습니다만……. 이후 병력을 나눌 때 프라우 햇을 지원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콕스는 머뭇거리며 말했다.
“흥, 지원은 무슨. 지휘를 해야 할 공작 두 명이 함께 군사를 이끌고 가는 것부터 말이 안 되는 소리지. 놈들은 직접 문 에테르를 확인하려고 간 거겠지.”
그의 예상대로 튤리는 입술을 씰룩였다.
“유일하게 뚫리지 않은 곳이니 살 방도를 찾으려고 그곳으로 갔겠지. 아마 지금쯤이면 프라우 햇을 통해 자신들의 영토로 도망이나 쳤겠지.”
“…….”
콕스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어차피 필요 없는 놈들이었어. 전력으로 비교한다면 상황은 절망적이지 않다.”
화이트 벙커에 비룡 부대가 빠지긴 했지만 이곳에는 여전히 4만의 병력이 주둔하고 있었으니까.
전면전을 치르더라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다만, 루이체. 그 아이를 내 편으로 만들지 못한 것이 아쉽군. 그녀는 어릴 때부터 프란을 따랐으니까. 하지만 솔직히 말해 그 정도까지 병력을 가지고 올 줄은 몰랐어.”
다른 공작들과 달리 3만이란 대군을 이끌고 온 7공작의 막내를 떠올리며 그녀는 입맛을 다셨다.
공작가의 일곱 형제 중에 막내인 루이체는 조금 특별하고 특이한 존재였다.
그녀는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오빠들과 달리 유독 프란을 따랐었다.
과할 정도의 애정이라는 것.
하지만 공국의 최고 권위를 가진 그들에게 있어서 그 정도는 문제가 될 일이 아니었다.
물론,
그 모습을 바라보며 튤리만큼은 달랐다. 그저 동생을 죽일 하나의 핑계를 찾았을 뿐이었으니까.
‘진실이 뭐든 상관없다. 프란을 잡고 나면 근친이든 뭐든 죄목을 뒤집어씌워 녀석을 죽인 뒤에 병력을 빼앗으려고 했는데…….’
자신의 힘이 되었어야 할 병사들이 지금 자신을 향해 검을 드리우고 있었다.
‘차라리 바보 같은 락히엘 대신에 루이체를 꼬드겼더라면…….’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해왕과 수왕이 개입된 전투였다.
제아무리 은익 함대라 하더라도 두 마리의 귀왕들을 상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게다가 패배의 대가로 락히엘은 화이트 벙커로 잘린 목만이 돌아오고 육신은 코브 앞바다에 잠들어 있으니 더 이상 잘잘못을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했다.
‘아냐.’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루이체에게 우든 클라우드에 대한 것까지 알리게 되면 이야기가 복잡해져.’
그녀의 병력이 아깝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쥐고 놓을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다.
피해가 있더라도 승리를 하는 것이 더 중요했으니까.
“가네스 경이 패할 줄은 예상치 못한 일이었습니다.”
“그에 대한 소식은?”
“아직 없습니다. 상식적으로 5대 소드 마스터를 이길 자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분명 살아 계실 겁니다.”
“상식적으로?”
튤리는 콕스 바틀러의 말에 냉소를 지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미 이 전장은 충분히 말이 안 되는 상황이야. 소드 마스터란 자리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그라도 패할 수 있다. 오히려 상식 밖은 저런 걸 말하는 거지.”
그녀의 말에 모두가 창밖을 바라봤다.
[크르르르르르르……!!] [카아아아악……!!]성벽 너머로 보이는 드레이크들.
한때 자신들을 지켜줬던 든든한 수호신이 이제는 그들을 향해 이빨을 드리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
“비룡 1부대가 전멸했다는 것도 믿을 수 없는 판국에 드레이크들이 프란의 손에 들어갔다. 좋아. 백번 양보해서 그것까지도 인정하지. 그런데 자네도 봤을 거 아닌가. 드레이크의 머리 위에 기수가 없다는 것을……!!”
튤리는 이를 악 깨물었다.
“워……! 워워!!!”
“다들 뭣들 하나! 어서 자리로!!”
“그게……. 비룡들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그녀는 창밖에서 들리는 분주한 소리에 아래를 내려 봤다.
요란한 포효와 함께 마치 힘을 과시하듯 상공을 날고 있는 적군의 비룡들과 달리 화이트 벙커에 남아 있는 비룡 7부대의 드레이크들은 잔뜩 겁에 질린 듯 날개로 얼굴을 가리고 웅크리고 있었다.
기수들이 아무리 기를 쓰고 고삐를 잡아당겨도 녀석들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아무래도 비룡 7부대는 전력에서 제외를 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비룡 7부대의 지휘관은 튤리의 상태를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얘기했다.
“도대체……. 저놈들이 무슨 술수를 벌인 거지.”
지금의 사태는 단순히 비룡 1부대를 잃은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비룡 부대 하나로 적의 전력을 올라갔고 반면 자신들의 전력은 깎였다.
“빌어먹을 이민족들……. 마력도 없는 놈들이 괴상한 술법을 쓴 게 분명해. 빈프레도의 병력이 합류되기 전에 승부를 봐야 한다. 마이스터 부대는?”
“정비는 모두 끝났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들을 쓰게 되면……. 성 내의 주민들의 대피가 아직 끝나지 않아 운용하기 어려울 듯 보입니다.”
“그게 무슨 헛소리야? 당장 출진 대기 시켜.”
“……네?”
“자네들 눈은 옹이구멍인 게냐! 골렘의 발에 밟혀 죽든 화이트 벙커가 함락되어 죽든 죽는 것은 매한가지야. 백성들의 목숨까지 일일이 신경 쓰면서 전쟁을 치를 수 있을 것 같아?!!”
튤리의 일갈에 귀족들은 입을 다물었다.
“마이스터 부대의 준비가 끝났다는 것은 레볼의 정비도 끝났다는 말이겠지. 지금 당장 윈겔 하르트 불러와.”
“네!!”
문 앞을 지키고 있던 병사가 그녀의 말에 경례를 하며 황급히 뛰어갔다.
콕스는 튤리의 말에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레볼은 화이트 벙커의 최후의 수단입니다. 그걸 움직이신다는 것은…….”
화이트 벙커의 거대한 동상처럼 서 있는 초대형 골렘인 레볼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크기 때문에 전투 반경 역시 어마어마했다.
성 내부에서 골렘이 지나갈 길을 만드는 것도 일이었지만 자칫 잘못하면 화이트 벙커까지 전투에 휘말릴 수 있다는 말이었다.
“녀석들은 그걸 노리고 전선을 앞으로 당겼다. 전선이 성에 가까울수록 레볼을 쓸 수 없을 거라 여긴 것이지.”
튤리는 지도를 가리켰다.
“가증스러운 놈들…….”
“하오나…….”
“그럼 다른 방법이라도 있나? 비룡은 움직이지 못하고 남은 병력으로 저들을 상대했다가는 빈프레도와 요만에서 올 병력을 막지 못해!”
콕스 바틀러는 뭐라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녀의 말대로 골렘을 쓰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었으니까.
“설령 화이트 벙커가 폐허가 된다 한들 놈들을 살려두지 않겠다.”
* * *
“화이트 벙커에서 소형 골렘들이 전방에 배치되기 시작하였습니다.”
하시르의 보고에 카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골렘전으로 포문을 열겠군요.”
“예상했던 일이야. 다른 전장에서 병력을 보충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함부로 병력 싸움을 강행할 순 없을 테니까. 골렘은 부서져도 다시 수리할 수 있으니 가장 효율이 좋은 방어 수단이지.”
“저런 거대한 골렘은 처음 봅니다. 정말 걸어 다니는 성이라는 말이 과언이 아니겠습니다.”
처음 화이트 벙커에 도착했을 때 우뚝 솟아 있는 산처럼 거대한 골렘을 바라보며 이민족들은 모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표정 변화가 거의 없는 하시르조차 눈빛에서 당혹감이 있었으니까.
“약점이란 게 있긴 할까요? 검이 박히기나 할지 의문입니다.”
붉은달의 파툰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 그의 말에 카릴은 대답 대신 앤섬을 바라봤다.
“약점이라……. 글쎄요. 실제로 십수 년 동안 레볼이 가동되는 것을 본 사람은 없습니다. 화이트 벙커의 수문장처럼 그저 서 있는 것만으로도 의미를 가졌으니까요. 전력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감독관인 윈겔뿐일 겁니다.”
“현재로써는 전무하다란 말이군.”
“붙어 보면 알겠지. 어떤 성벽이든 틈은 있는 법이니까. 차이점이라곤 단지 걸어 다닌다는 것뿐이니까.”
파툰은 호기롭게 말했다.
“제게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붉은달이 가장 먼저 성벽을 오르겠습니다.”
“무슨 소리. 네 입으로 말했잖아? 네 녀석들의 비실한 검이 박히기나 할지 모르겠다고. 이번에는 우리가 먼저다.”
그의 말에 쿤타이가 질세라 대답했다.
기세등등한 젊은 족장들의 모습에 하시르와 릴리아나는 옅은 웃음을 지었다.
“일착(一着)은 저희가 하겠습니다.”
그때였다.
거친 남자들의 목소리 사이로 들리는 여린 목소리.
모두의 시선이 아래를 향했다.
쿤타이의 허리에 올 것 같은 작은 체구의 소녀가 비장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특유의 금발과 입고 있는 가죽 갑옷마저 버거워 보이는 가녀린 체구.
카릴은 처음 세상 물정 모르는 비올라를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그녀는 비올라보다 훨씬 더 온실 속 화초를 보는 것 같았다.
“골렘을 상대로 싸워본 적은 있습니까.”
“없습니다. 아군을 공격해 본 적도 없지요. 하지만 현재 저희 군이 가장 많은 숫자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골렘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군이라면 역시 저희들일 겁니다.”
그녀는 다름 아닌 루레인 공작가의 막내인 7공작, 루이체 루레인이었다.
“무엇보다 프란 경을 저렇게 만든 튤리 경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카릴은 루이체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함께 온 프란은 의식을 잃은 채 이따금 신음을 내는 것으로 살아 있음을 보일 뿐이었다.
“루, 루이체…….”
6공작인 보니토스는 창백한 얼굴로 그저 어린 동생을 바라볼 뿐이었다.
‘오빠를 위해 언니에게 검을 드리우는 동생에다가 서슴없이 저런 말을 하는 동생에게 한 마디도 못하는 오빠라……. 서글프군.’
아이러니한 일이었지만 두 사람 모두 전쟁과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인물들이었다.
카릴이 이후 가장 먼저 한 것은 프란이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혼란스러워하는 두 사람을 한곳으로 모으는 일이었다.
프란의 독살.
그리고 그뿐만 아니라 중독성 있는 이 약을 유행처럼 번지게 만들어 귀족들을 자신의 발아래 두려고 했다는 이야기까지.
옆 막사에 누워 있는 프란이야말로 증거로서 충분했으니 두 공작의 전의를 다시 불태우는 것은 큰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물론,
그것이 나머지 두 공작을 이끌고 화이트 벙커를 치기 위한 카릴의 수단이라는 것을 이들이 알 리가 없었다.
“프란 경께서 기뻐하시겠군요. 자신을 위해 싸워 줄 좋은 동생을 두어서 말입니다.”
루이체의 얼굴이 붉어졌다.
“……저는 단지 공국을 위해 싸울 뿐입니다.”
하지만 카릴은 그 말을 하는 그녀의 표정에서 묘함을 느꼈다.
루이체의 출정 이유가 그저 단순히 남매의 우정인지 아니면 남모를 공작가의 연정이 숨어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알고 싶지도 않다.
단지 카릴은 자신이 만들 미래를 위해 그것이 남매의 정이든 연인의 정이든 훌륭한 도구라면 그저 이용할 뿐이었다.
“공국을 위해서라면 더더욱 제가 말씀드린 대로 하셔야 할 겁니다. 곧 공작 저하께서 하셔야 할 중요한 일이 있으시지 않습니까.”
카릴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지?’
‘무슨 계획이기에…….’
하지만 그 둘을 제외하고 비밀인 듯 나머지 사람들은 알지 못해 의문 가득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미 전쟁은 시작되었으니까요.”
“……네?”
그의 말에 이번에는 루이체마저 놀란 듯 서로를 바라봤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
요란한 북소리와 함께 성벽 높이만큼 커다란 골렘들이 하나둘 화이트 벙커를 빠져나오고 있었다.
쿵……!! 쿠우웅……!!
골렘들의 한쪽 팔에는 거대한 타워 실드가 장착되어 있었고 반대쪽에는 한쪽에는 철퇴라든지 검이라든지 다양한 무구들이 달려 있었다.
“마이스터!!! 전투 준비!!!”
선두에 선 골렘 안에서 지휘관의 외침이 들렸다.
열을 맞춰 서는 골렘들.
그들은 단순히 마법이나 연금술로 만들어진 것들이 아니었다. 특이하게도 골렘 안에는 조종사들이 직접 탑승해 있었다.
우우우웅……!!
조종석에 앉아 마력을 집중하자 골렘들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마도 공학의 집합체.
골렘 수십 기가 정렬하자 그것만으로도 전장을 압도하는 느낌이었다.
그때였다.
“뭐, 뭐지?!”
지휘관에 시야에 들어온 한 인영(人影).
하지만 정체를 알아차리기도 전에 흐릿한 잔상만을 남기고 사라졌다.
콰아아아아앙―――!!
강렬한 일격과 함께 골렘 안의 시야가 번쩍이면서 불꽃이 튀었다.
지휘관의 골렘이 충격으로 휘청거렸다.
“크윽?!”
그는 다급히 자세를 잡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그의 시야는 점차 직각으로 꺾이며 골렘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우우우우웅…….
놀랍게도 골렘의 무릎 관절 사이로 수십 다발의 화살이 박혀 있었다.
푸른 화살촉이 이따금 빛을 뿜어내며 떨렸다. 몇 번 더 화살촉이 번쩍이더니 골렘 외갑에 그려져 있는 방어 마법진이 무력화되며 사라졌다.
‘이, 이게 어떻게…….’
다급하게 주위를 훑었다.
그러나 지휘관이 사태를 파악기도 전에 골렘의 가슴팍이 먼저 뜯겨 나갔다.
콰직……! 콰즈즈즉……!!
골렘 내부에 설치되어 있던 마경을 통해 보이던 조종석의 시야가 사라지고 대신 그 풍경이 육안으로 직접 들어왔다.
“…….”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는 북부의 차가운 공기.
그 냉기를 느낄 새도 없이 지휘관은 눈앞에 나타난 여인을 바라봤다.
“컥…… 커컥……!!”
그녀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조종석에 앉아 있던 지휘관의 목을 움켜쥐고는 그대로 들어 올렸다.
“커거걱……!!”
지휘관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다 조여 오는 목을 붙잡고는 허공에서 물장구를 치듯 발을 동동 굴렀다.
“아무래도 저희가 가장 늦었나 봅니다.”
골렘의 무릎에 박힌 화살을 뽑으며 키누는 부서진 저 멀리 본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무슨 소리야? 아직 시작 안 했잖아. 다들 저기서 구경이나 하고 있는데.”
그의 말에 밀리아나는 코웃음을 쳤다.
우득―
그녀는 지휘관의 목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을 주었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부들부들 떨던 지휘관의 몸이 축 늘어졌다.
“싸움은 먼저 치는 놈이 이기는 거라고.”
콰아아앙……!!
밀리아나는 있는 힘껏 발을 내리쳤다.
마력을 담은 일격이었다.
그러자 골렘의 갑주가 부서지면서 돌가루들이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수십 기의 골렘이 그녀를 둘러싸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그들은 반격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키누는 유유히 골렘 사이에서 허리춤에 달고 있던 뭔가를 꺼내었다.
“……!!!”
“……!!!”
골렘 안에 있던 조종사들은 그의 손에 들린 두 개의 잘린 목을 보자 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위…… 윌메이 경!!”
“자크소 공작까지 당하셨단 말인가…….”
키누가 들고 있는 목은 다름 아닌 프라우 햇으로 도망친 두 명의 공작의 것이었다.
스릉―
밀리아나는 그런 그들을 향해 경고하듯 허리에 차고 있던 게일을 꺼내어 지휘관의 목을 잘라 다시 한번 그들의 앞에 들어 올렸다.
와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
그 순간,
마치 신호라도 된 듯 저 멀리서 동시에 들려오는 병사들의 외침이 울렸다.
부서진 골렘 위에서 눈앞의 적은 별것 아니라는 듯 밀리아나는 저 멀리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을 카릴을 향해 말했다.
“봤지? 우리가 일착(一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