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261)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261화(261/497)
184. 화이트 벙커 전(戰) (1)
[실드 정렬!!!]지휘관의 죽음 이후 놀란 나머지 멈춰 있던 골렘들의 조종석에 울리는 날카로운 외침.
[다들 뭣들 하나!! 정신 똑바로 차려!!]우레 같은 노성에 조종사들은 몸을 움찔하며 자신도 골렘의 레버를 당겼다.
드르르륵―――!!
골렘의 팔에 부착되어 있는 거대한 실드가 일렬로 세워지자 마치 또 하나의 성벽이 만들어진 것 같았다.
[마도 포격기 장전!!]조종사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그의 명령을 따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조종석 안에 장착되어 있는 통신구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마이스터 부대의 대장이자 골렘 공학자인 윈겔 하르트였다.
우우우우웅……!!
골렘의 양쪽 어깨에 부착되어 있는 포격기에 마력이 응축되자 포신이 붉게 변했다.
[발사!!!!]윈겔 하르트의 명령과 동시에 조종사들이 일제히 레버를 당겼다.
콰가가가강……!! 콰가가강……!
콰가가강……!!!
열기의 골렘에서 쏟아지는 포격이 전방에 흙먼지를 자욱하게 일으키며 폭발했다.
“으악!!”
“아아아악!!”
달려오던 병사들의 비명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왔다.
[적의 수는 많지 않다! 골렘의 실드라면 소드 마스터라도 쉽게 당하지 않는다. 적을 몰아붙여!!]“네!!”
“알겠습니다!!”
지휘관의 죽음으로 싸늘하게 식었던 전의에 다시 불씨가 붙은 듯 조종사들이 소리쳤다.
[돌격진(突擊陣)으로!!]명령이 떨어지자마자 골렘들이 바닥에 세워 뒀던 방패를 다시 뽑아 가슴을 가리고는 허리를 숙이며 달려가기 시작했다.
쿵―! 쿠웅――! 쿵!!
엄청난 돌격력으로 질주하는 골렘들은 발을 뗄 때마다 요란한 소리를 냈다.
레볼의 반의반도 되지 않는 골렘의 발걸음 소리가 이 정도니 화이트 벙커 안에 서 있는 초대형이 발을 뗀다면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하기도 어려웠다.
[왼발, 왼발!! 발을 맞춰라! 사정거리를 유지!]지휘관을 대신해서 부관이 가장 선두에 서 골렘을 지휘했다. 삼각형 형태로 만들어진 골렘의 병진이 밀리아나의 병사들과 격돌했다.
콰아아앙―――!!
골렘이 무기를 휘두르자 요란한 굉음과 함께 병사들이 사방으로 튕겨져 나갔다.
[적들을 모두 뭉개 버려!!]골렘의 등에서 터지는 시동석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염과 함께 마이스터 부대가 달리기 시작했다.
[벌레 같은 놈들!!]조종사의 광기 어린 외침처럼 몰아치기 시작하는 골렘들은 프란군을 유린하기 시작했다.
“으아악!!”
“피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는 폭음과 함께 말과 병사들이 뭉개진 살점들이 대지를 덮었다.
콰가가강!! 콰강!!!
골렘이 들고 있던 검에 마나 블레이드가 생성되며 번쩍이는 전격이 사방으로 흘렀다.
검을 수직으로 내려찍자 마치 운석이 떨어진 것처럼 지면이 폭발했다.
“쿨럭…… 쿨럭…….”
매캐한 열기에 제대로 눈도 뜰 수 없는 상황.
반 토막이 난 말의 시체 밑에서 살아남은 병사들이 기어 나왔다.
쿠그그그그…….
갑자기 주변이 어두워졌다.
병사들이 고개를 들자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골렘의 눈이 보였다.
그와 동시에 천천히 올라가는 팔.
거대한 검이 마치 단두대의 작두처럼 일직선으로 그들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
“……!!!”
살아남은 병사들은 도망칠 엄두도 내지 못하고 그 자리에 굳어 버리고 말았다.
“으, 으아아악!!”
비명과 함께 그들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머리를 감싼 채로 눈을 감고 말았다.
그때였다.
퉁―! 투퉁―!!
병사들을 압살하려는 골렘의 팔목을 뚫고 단단한 쇠사슬이 지면에 박혔다.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쇠사슬 끝에 달려 있는 갈고리가 펼쳐지면서 박힌 화살이 골렘의 팔을 뒤로 잡아당겼다.
콰드드드득……!!
하지만 화살 한 발로는 골렘의 팔을 완벽하게 멈추지 못했다.
저그덕……. 저그덕…….
골렘이 힘을 주자 쇠사슬이 팽팽하게 당겨져 당장에라도 끊어질 듯 보였다.
하지만 그 순간 화살은 멈추지 않고 연속적으로 날아와 마치 올가미처럼 골렘의 어깨부터 손등까지 꿰뚫으며 붙잡았다.
“큭?!”
골렘 안의 조종사가 당황한 듯 레버를 당겼지만 오히려 박힌 화살의 힘에 골렘이 뒤로 휘청거렸다.
서걱―
무기를 들고 있던 팔이 대각선으로 비스듬하게 잘려 나가며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주저앉아 있던 병사의 옆으로 떨어졌다.
콰아아앙―――!!
중심을 잃은 골렘이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비켜.”
키누 무카리는 부서진 골렘의 손목에서 화살을 뽑았다.
“가, 감사합니다!!”
주저앉아 있던 병사들이 황급히 일어나 달리기 시작했다.
“…….”
마력을 흡수하는 속성을 가진 청린만이 골렘의 방어 마법을 뚫고 효과를 줄 수 있었다.
골렘의 갑주는 여기저기 긁힌 상처는 있었지만 이렇다 할 큰 피해를 입은 곳은 없었다.
“아무래도 병력을 빼는 게 좋을 듯싶습니다. 프란군들은 청린으로 된 무구가 아니라 골렘에게 타격을 주기 어려울 듯 보입니다.”
키누는 쓰러진 골렘을 바라보며 말했다.
유일하게 타격을 줄 수 있는 그의 화살 역시 이제 얼마 남지 않아 보였다.
[네놈……!!]쓰러진 골렘에서 외침이 들렸다.
부서진 팔 대신 반대쪽 방패를 들어 올려 키누를 찍어 누르려는 듯 일어섰다.
하지만 골렘이 기동하기 전에 키누가 먼저 뽑은 화살을 손에 쥐고서 골렘의 가슴 언저리에 그대로 박아 넣었다.
둥글게 박힌 6개의 화살 안쪽으로 골렘의 가슴팍을 보호하는 외장갑에 걸린 보호 마법이 해제되자 그 부분만 잿빛으로 변했다.
지직…… 지지직……!!
골렘이 몇 번 몸을 부르르 떨더니 관절 부위를 시작으로 여기저기에서 전격이 뿜어져 나왔다.
크그…… 크그그그…….
쓰러진 골렘이 키누를 향해 팔을 들어 올렸지만 마치 녹이 슨 것처럼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보면 볼수록 신기하군요. 마도 공학의 결정체라 불리는 골렘이 이토록 청린에 취약할 줄이야.”
삐걱거리는 골렘을 바라보며 키누 무카리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흡.”
밀리아나는 기다렸다는 듯 두 자루의 세검을 그 안으로 찔러 넣었다.
“컥……!!”
마치 두부 자르듯이 매끈한 소리와 함께 검날을 돌리자 그 안에서 둔탁한 비명이 들렸다.
수욱―
검을 뽑자 검날에 붉은 피가 묻어 나왔다.
츠즈즈즈즈…….
골렘의 심장에 빛나던 시동석이 빛을 잃는 것으로 조종사의 숨통이 끊어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청린은 대륙에서 몇 안 되는 무구에만 남아 있는 유물 중의 유물이니까. 네가 쓰고 있는 화살도 제국으로 가져가면 보물이 될걸.”
“그럼 자유군은 유물급 무구를 두르고 있는 것과 같다고 해야겠군요.”
“그렇게 만든 녀석이 대단한 거지. 공국은 그렇다 쳐도 제국은 나락 바위의 비전샘에 대해 알고 있으면서도 청린을 빼앗을 엄두를 내지 못했으니까.”
밀리아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황제의 수명.
3황자 간의 권력 다툼.
그리고 남부 전쟁에서의 실패로 인한 분란까지.
제국은 청린이라는 매력적인 무구를 손에 넣을 틈도 없이 몰아치는 상황에 허덕였다.
“그렇군요.”
키누 무카리는 그녀의 말에 다시 한번 감탄을 금치 못했다. 공국 내전 역시 공작 간의 사전 협의가 있었다 하지만 불씨를 댕긴 것은 카릴과 프란의 만남이었으니까. 제국과 공국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그사이 카릴은 자유군을 청린으로 무장시켰다.
휘익―
밀리아나는 만족스러운 듯 허공에 몇 번 검을 휘두르며 날에 묻은 피를 털어냈다.
골렘의 갑주에 핏방울이 방울방울 떨어졌다.
“하지만 그 말씀대로입니다. 자유군이 있었다면 모를까……. 여제의 말씀대로 골렘의 눈을 돌리는 미끼로 프란군을 진격시켰지만 피해가 너무 큽니다.”
“아니. 우린 이대로 싸운다.”
“……네?”
“키누, 듣기로는 야만족 중에 가장 먼저 카릴을 따른 자라고 하던데. 그를 섬긴 지 얼마나 됐는데 아직도 녀석을 몰라?”
키누 무카리는 그녀의 말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청린으로 된 무구를 장착하고 있는 이민족들이 투입되면 확실히 전황은 빠르게 우리 쪽으로 넘어가겠지. 하지만 그렇게 되면 내전이 끝난 뒤에도 공국의 백성들 사이에서 쓸데없는 말이 나올 게 분명해. 혹은 살아남은 공작들의 다른 생각을 품을지도 모르고.”
“…….”
“그새 정이라도 들었나? 너는 바다 건너의 이들까지 생각하고 있군. 그건 너 스스로 무능함을 보이는 행보에 불과해.”
신랄한 그녀의 말에 키누는 결국 입을 다물고 말았다.
“네 주군이라는 작자가 어떤 인간인데. 전쟁을 그런 물렁한 생각으로 하고 있을 것 같아? 잘 봐, 우리가 진격을 하는 것을 보고도 아직 본진에서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어.”
“그건…….”
키누 무카리는 뒤에 있는 막사를 바라봤다.
확실히 그녀의 말대로 전투가 시작된 지 꽤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출진 준비를 위한 병사들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녀석은 이번 전투에서 이민족을 쓰지 않을 거야. 오직 프란군을 가지고 싸우려는 거지.”
“하지만 그렇게 되면 피해가 클 겁니다.”
키누의 말에 밀리아나는 차갑게 웃었다.
“아군도 아닌 공국의 병사들일 뿐이야. 대신 승리를 얻는다. 지금처럼 병사들이 움직이며 방패가 되어 주는 동안 지금처럼 한 마리씩 격퇴하면 충분해. 대신 브라운 앤트에서 데리고 온 5천의 프란군은 모두 죽겠지만.”
“…….”
5천의 목숨이 사라진다는 것을 너무나도 쉽게 말하는 밀리아나의 모습에 키누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너는 확실히 전사보다 사냥꾼에 어울려. 골렘의 숫자는 이제 8기다. 내가 개입했다고는 하지만 고작 5천의 병사로 10기의 골렘을 잡는 거다. 실보다 득이 많지. 동료의 죽음에 대한 분노와 골렘에게서 승리했다는 고양은 저들에게 영웅심을 발휘하게 만들어 줄 테고.”
그녀는 저 뒤에 있는 본진을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가 가능성을 보여주라는 거겠지. 화이트 벙커의 수문장을 상대로도 이길 수 있다는 용기를 말이야. 그게 지금 카릴이 원하는 거다.”
아크와 게일, 두 자루의 세검을 허리에 차고서 그녀는 다음 타깃을 찾았다.
블레이더의 무구인 그녀의 검이 마치 그녀의 말에 대답을 하는 것처럼 검날이 가볍게 떨렸다.
“녀석이 가는 길은 야만족이 숭배하는 대수렵의 위업이나 이민족의 대전사의 칭호 같은 멋들어진 것이 아냐.”
그녀가 자세를 잡았다.
“권좌(權座)란 피 웅덩이를 밟고 그 위에 세워지는 거니까.”
그러고서 키누에게 다짐을 시키듯 밀리아나는 차갑게 말했다.
“무딘 화살이라 하더라도 지금 같은 상황에서 골렘을 잡기 위해서는 네가 없으면 안 되겠지. 좋아. 병력을 숲 안쪽으로 이동시킨다.”
밀리아나는 화이트 벙커 왼쪽에 있는 침엽수림을 가리켰다.
“딱 한 번뿐이다. 네게 어울려주는 것은.”
“그게 무슨…….”
키누 무카리는 그녀의 말에 살짝 인상을 찡그리면서 말했다.
“저들의 목숨을 조금이나마 더 살리고 싶다면 그 대신 네가 죽을 만큼 뛰어야 할 거야. 지금부터 전쟁이 아니라 사냥을 할 거니까.”
그녀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디곤이 드래곤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하프(Half)라는 말은 너도 알겠지.”
키누는 그녀의 말에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떻게 해서 인간과 드래곤 사이에서 우리가 태어날 수 있었을까. 종족을 뛰어넘는 사랑? 웃기는 소리지.”
그녀는 천천히 마력을 끌어 올렸다.
마력혈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용마력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온몸의 털이 솟는 기분이었다.
“과거 디곤의 선조들은 드래곤의 피를 직접 마셨기 때문이다. 마도 시대의 용 사냥꾼보다 훨씬 더 이전부터 우리 디곤이야말로 진짜 용잡이었다.”
꿀꺽―
입꼬리를 올리며 말하는 밀리아나의 모습을 바라보며 키누는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세상에서 가장 큰 종족을 잡던 자들의 후예다. 네게 진짜 사냥을 보여주겠다.”
* * *
“주군의 말씀대로입니다. 밀리아나가 병력을 숲으로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카릴은 그의 보고에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도 시작한다.”
그러고는 천천히 일어났다.
막사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카릴에게 꽂혔다.
“밀리아나가 골렘 사냥에 나섰다면 우리도 질 수 없지. 더 큰 녀석을 잡겠다.”
그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저 멀리 화이트 벙커에 있는 거대한 레볼을 바라보며 말했다.
“거신 사냥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