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265)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265화(265/497)
184. 화이트 벙커 전(戰) (5)
“누, 누구냐!!!”
튤리는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레볼과 카릴의 격전에 눈이 팔려 화이트 벙커가 뚫리는 것조차 몰랐던 것일까?
아니다.
비록 전방에 성벽이 무너지기는 했지만 프란군 역시 둘의 전투 때문에 화이트 벙커로 들어올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성안으로 잠입한 자들이 있었던 것이다.
꿀꺽―
그녀는 전신을 휘감는 긴장감에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도대체 언제…….’
습격을 받았다는 보고도 없었고 복도에서 전투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지만 창문이 깨지거나 한 흔적도 없었다.
그야말로 어둠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검은 눈 일족의 등장에 그녀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허튼짓하지 마.”
튤리가 눈동자를 돌리자 그녀의 목에 닿아 있는 검날이 조금 더 깊게 파고들었다.
“크흑……?!”
아찔한 통증과 함께 그녀는 피부를 뚫고 검날이 박힐 때마다 자신의 마력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저하!!”
그때였다.
콰아아아아앙―――!!!!
복도에서 들려오는 묵직한 외침과 함께 거대한 할버드가 두 사람을 덮쳤다.
“……!!!”
지그라는 자신을 향해 쇄도하는 도끼날을 바라보며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놀랍게도 둘 사이를 갈라놓은 사람은,
“가네스 경!!”
요만에서 소식이 끊긴 공국의 소드 마스터였다.
튤리는 반가워 마지않는 목소리로 부서진 갑주를 입고 거대한 낫과 같은 할버드를 들고 있는 그를 향해 소리쳤다.
“송구하옵니다. 요만이 무너지고 나서……. 겨우 목숨을 부지하여 이렇게 돌아왔습니다.”
지그라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경계를 하면서 가네스가 말했다.
그의 몰골은 여기저기 상처와 함께 갑옷도 부서진 채였기에 누가 보더라도 격전에서 간신히 살아 돌아온 듯 보였다.
사죄를 하는 그와 달리 튤리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처럼 얼굴에 미소를 띠며 소리쳤다.
“무슨 그런 말을……. 지금 자네가 없었더라면 내 목숨은 이미 끝났을 거야. 상벌은 나중의 문제다. 공국의 소드 마스터로서 화이트 벙커를 위협하는 저 벌레들을 모두 잡아주게!”
튤리는 목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막기 위해 손으로 누르면서 소리쳤다. 그녀의 언성이 높아질 때마다 핏물이 좀 더 짙게 흘러내렸다.
“프란, 그 멍청한 놈이 모든 걸 망쳤어!! 이민족을 데리고 오다니! 그놈이 공국을 더럽히고 있게 놔둘 수 없어!”
그녀의 외침에 가네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콰아아앙―――!!
가네스가 할버드에 마력을 있는 힘껏 응축시키자 그의 날에서 번뜩이는 전격이 흩어지며 날카로운 날이 벽에 박혔다.
“…….”
단 일격으로 와르르 무너지자 조금 전 튤리를 습격했던 지그라가 황급히 몸을 숙이며 어둠 속으로 도망쳤다.
“아직 더 있을지 모릅니다. 모두 대피소로 피하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다. 제 병사들을 성 주위에 배치해 두었습니다. 그들이 호위를 맡을 겁니다.”
지그라가 도망치자 가네스가 손짓을 했다.
그러자 복도에서 그와 같은 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달려와 경례를 했다.
“여, 여기!!”
“나 먼저다!!”
“자자, 어서 가게!”
귀족들은 기다렸다는 듯 앞다투어 뛰쳐나왔다. 당장에라도 쓰러질 것 같은 골렘의 뒷모습을 보며 누구도 이곳에 있고 싶은 사람은 없었다.
그들은 병사의 뒤를 따라 대피하기 시작했다.
“저하.”
홀 안에 귀족들이 사라지고 튤리와 콕스 두 사람만이 남았다.
“가시지요.”
콕스 바틀러는 가네스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고는 튤리를 이끌었다.
“더글라스와 레디오스.”
“……!!”
그때였다.
건물을 나서려던 두 사람을 지켜보던 가네스가 그들의 등 뒤에서 입을 열었다.
“이 두 사람을 아십니까.”
그 순간 튤리의 걸음이 멈추었다.
“공국의 귀족이라 생각했는데 처음 들어 보는 이들입니다. 하나 이들이 이번 내전과 관련이 있는 자들이라는 것이 사실입니까?”
“그, 그게 무슨…….”
담담한 가네스와 달리 그녀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에게서 그 이름들이 나올 일이 있을 것이라고는 단 한 번도 상상한 적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둘이 누구인가.
바로 카릴이 아조르에서부터 찾았던 우든 클라우드의 일원들의 이름이었다.
현재 캄마는 그중 한 명인 레디오스와 접촉을 했었고 노움국과 우든 클라우드가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칼 맥이 그들과 접촉하기 위해 공국에 남은 상태였다.
하지만 이 모든 일련의 사태는 극비.
우든 클라우드에서도 최상위인 뿌리들만이 알고 있는 일이었다.
‘……이게 무슨 뭣 같은 경우지? 어째서 그가 그 둘을 알고 있는 거냐고!’
튤리는 빠르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듣기로 그들이 프란 경에게 약을 먹였다고 하더군요. 혹여 저하의 사람들입니까.”
선택의 여지는 두 가지였다.
자신의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과 부정하는 것. 이미 둘의 존재는 엎질러진 물.
그녀는 어떤 선택이 자신에게 유리한지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의 존재는 공국의 충신이라 한들 알지 못하는 일이었다.
심지어 7공작 중에서도 이 사실을 모두 알지 못하니 말이다.
“정말……. 이 내전이 우든 클라우드에 의한 것입니까? 그들이 지엄한 공작을 독살하려 한 것이 사실입니까!”
‘제기랄…….’
튤리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았다. 평시도 아닌 하필이면 급박한 전시 상황에서 이런 일이 터지다니 말이다.
그에게 설명할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하나 가네스 경. 공국의 소드 마스터인 자네도 알지 않은가. 우든 클라우드가 공작가와 오랜 인연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들이 공국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제가 충성을 맹세한 것은 공국과 공작가이지 우든 클라우드가 아닙니다.”
튤리의 회유에도 불구하고 가네스는 확고했다.
“그리고 최소한 공작의 전쟁은 명예로워야 합니다. 그리해야 나머지 공작들과 귀족들이 새로운 주인을 인정할 테니까요.”
고리타분할 정도로 정론을 얘기했지만 튤리는 그의 말에 어떠한 반박도 하지 못했다.
그의 말에 튤리의 볼이 미세하게 떨렸다.
지금도 그녀의 머릿속은 어떻게 해야 가네스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지 바쁘게 굴러가고 있을 것이다.
“그들 중의 한 명인 더글라스가 잡혔습니다.”
“……뭐?”
“대범하게도 국경을 건너 이스트리아 삼국으로 도망치려고 했더군요. 은익 함대를 통해서 말이죠. 하지만 코브에서 그리 빠르게 락히엘 경이 패전을 할 줄은 몰랐습니다. 붙잡힌 그가 말하더군요.”
가네스가 천천히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저하께서 우든 클라우드에 공국을 바치기로 약조하였다고. 그렇기 때문에 프란 경에게 약을 먹인 거라고.”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겐가. 내가 왜?!”
“저 역시 그리 생각합니다.”
굳은 얼굴로 소리치는 그녀를 향해 가네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뭐가 문제냐고!! 그 머저리 새끼도 인정을 했던 일이야!! 이건 모두 짜고 치는 전쟁이라고! 애당초 이렇게 크게 벌일 일이 아니었어!!”
튤리는 미친 듯이 소리쳤다.
“가네스! 아무리 경이라도 저하의 명령을 어긴다면 불경죄를 면하지 못할 것이다!”
“알고 있네, 콕스 경. 자네도 우든 클라우드라는 걸. 창왕께서 내게 말씀하시길 공국에서 가장 견제해야 하는 것이 우든 클라우드라고 했네.”
“……뭐?”
“지금 저하께서는 선대가 세워 온 공국을 망치려고 하고 있어. 그리고 자네 역시. 신하 된 도리로서 나는 공국을 지킬 의무가 있어. 자네의 목을 베어서라도 말이지.”
“닥쳐라!!!”
콕스는 구겨진 얼굴로 소리쳤다.
그때였다.
“연극은 거기까지면 됩니다. 가네스 경. 이로써 확실해졌으니까요.”
문밖에서 병사 한 명이 걸어 들어왔다. 얼굴을 가리고 있던 투구를 벗자 홀 안에 있던 튤리와 콕스는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언니, 아니, 튤리. 당신이 우든 클라우드에 공국을 팔아 버리려고 했다는 것을요.”
“……뭐?”
“다행입니다. 이제 내가…… 오라버니의 복수를 할 수 있으니까요.”
튤리는 인상을 찡그리며 마치 못 볼 사람을 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루이체? 네가 어째서.”
그저 어린아이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던 그녀가 직접 전장에 나서다니……. 튤리로서는 믿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변명할 생각은 하지 않으시는 게 좋을 겁니다. 우든 클라우드가 공국의 비밀 단체라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지요. 그들의 정체가 뭐죠? 또한 목적은요? 공작인 저와 보니토스 오빠는 그들을 만나본 적도 없습니다.”
“무슨 헛소리를…….”
튤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이번 일로 인해 확실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이 전쟁이 그들의 손에 놀아난 것이었고 그런 미치광이들에게 가족을 판 튤리 경을 저는 용서 하지 않겠습니다!!”
“……이런 미친!!”
그녀는 황당함을 넘어 어처구니가 없어 할 말을 잃은 표정이었다.
“이따금 들려오는 소문에 저흰 불안했습니다. 혹여 해협 건너 제국의 황제가 교단에 빠져 있는 것처럼 나라를 지켜야 할 공작들이 우든 클라우드라는 불손한 자들에게 속은 것은 아닐지 말입니다.”
‘이런……. 머저리 같은……!!’
그녀의 말에 튤리의 얼굴이 구겨졌다.
두 사람이 우든 클라우드에 대해서 모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공국의 7공작 중 가장 어린 두 사람이었기에 그들은 당연하게도 둘 모두 변방의 영토를 물려받았다.
최소한의 형제애.
나라와는 상관없이 그저 자신의 땅에 안주하며 조용히 살기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화근이었다.
공작임에도 불구하고 그 둘은 우든 클라우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기에 뜬구름 잡는 상상만으로 짐작할 수밖에 없었다.
루이체의 얼굴을 보니 튤리 자신뿐만 아니라 프란도 우든 클라우드 소속이라는 것을 까맣게 모르는 것 같았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조용히 살면 될 것을……!’
그녀는 아차 싶은 생각에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루이체에게 진실을 알려 줄 사람이 없었다.
자신의 독에 의해 프란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으며 락히엘은 그들을 배신했으니 저들의 진형에 남은 공작이라고는 세상 물정을 모르는 순진한 두 사람뿐이었다.
‘하지만 누가 그런 헛소리를 저들에게 말한 거지?’
완벽하게 속은 것이다.
내막을 모르는 이 둘은 공작이기 때문에 우든 클라우드를 공국 내전의 흑막이라 여겨 더욱 처단해야 할 적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도 이상해. 멍청한 이놈들은 그렇다 쳐도 가네스까지……. 누구의 말을 듣고 이런 짓을 벌이는 거지?’
공국의 충신.
설령 자신이 정말로 우든 클라우드에 공국을 고스란히 바친다 하더라도 검을 드리우는 일은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다.
‘프란의 명령인가? 아니야 그가 그럴 리 없다. 그럼 앤섬……? 아무리 녀석이라도 자신보다 상관인 가네스를 움직일 순 없어.’
튤리는 고개를 저었다.
답은 이미 나와 있었고 그녀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콰앙―!!
카릴이 마력을 담은 일격을 내려치자 비틀거리며 기울어지던 레볼이 무릎을 꿇었다.
골렘의 다리를 밟고 뛰어오른 그는 가슴팍에 있는 갑주 위에 손을 얹고는 낮은 목소리로 뭔가를 읊조렸다.
[……!!!]그 순간 조종석에 앉아 있던 윈겔 하르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어…… 어떻게 시동어를?]그의 물음에 대답 대신 묘한 웃음과 함께 카릴이 손을 뻗자 갑주의 문이 열리며 두 사람의 시선이 교차되었다.
“궁금해? 이 전쟁이 끝나면 알려주지.”
카릴은 그 말을 끝으로 손날로 윈겔의 목을 힘껏 내려치자 강렬한 충격에 그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툭―
그러고서 작동이 멈춘 골렘의 어깨를 밟고 부서진 건물의 창문으로 뛰어들었다.
“카릴……!!”
튤리는 씹어 먹듯 이를 갈며 그의 이름을 외쳤다.
하지만 한껏 즐거운 광경을 구경하는 것처럼 카릴은 만면에 웃음을 가득 띠고서 말했다.
“내 말이 맞지? 공국의 진짜 공적은 프란이 아니라 튤리다. 그녀는 수많은 백성이 살고 있는 이 나라를 팔아먹으려고 했어.”
“…….”
“프란 경은 그들에게 속았던 거다. 하나 진정 나라를 위해 싸웠던 그는 추악한 중독이라는 방법으로 폐인이 되었지.”
그의 말에 가네스는 고개를 떨구었다.
“정의를 구현할 때입니다, 루이체.”
기다렸다는 듯 카릴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설마…… 가네스……!! 자네가 화이트 벙커의 문을 열어 준 것이더냐!!”
그제야 튤리는 모든 것이 이해가 갔다.
어떻게 이민족이 들키지 않고 성안으로 잠입할 수 있었는지부터 루이체가 이곳에 있는 이유까지 말이다.
“도대체 어떻게 저들을 구워삶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이대로 물러날 것 같으냐!!”
“구워삶긴. 그보다 더 쉬운 길이 있는데.”
튤리는 악에 받친 듯 이를 갈며 카릴을 향해 말했다.
“그리고 방법이야 너도 잘 알 텐데. 네가 썼던 방법이니까.”
“……뭐?”
“소드 마스터에겐 그다지 잘 효과가 없을 테지만 다행히 우리 쪽에 독 전문가가 있어서 말이야. 꽤나 공을 들였지.”
카릴은 성큼성큼 걸어가 들리지 않을 작은 목소리로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러고는 작은 알약 하나를 보여주었다.
“……!!”
그녀의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크게 떠지면서 너무 놀란 나머지 엉덩방아를 찧으며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카릴이 보여준 알약은 다름 아닌 자신이 프란에게 줬던 암폐(暗蔽)였기 때문이었다.
“튤리.”
그는 엉거주춤하고 있는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툭툭 치면서 말했다.
“독이란 이렇게 쓰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