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268)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268화(268/497)
185. 튤리 처단 (3)
“카릴…….”
밀리아나가 끓어오르는 그의 마력을 간신히 진정시켰다.
소드 마스터인 그녀가 이 정도인데 실력이 한참 모자라는 튤리는 거의 혼절을 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헉…… 허헉…….”
카릴의 기세가 누그러지자 그제야 튤리는 거친 숨을 내쉬고는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주저앉았다.
‘우든 클라우드가 제국과 관련이 있다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하지만 지친 기색이 역력한 튤리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카릴은 여전히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녀석들은 마굴에서 마계의 식물까지 재배하고 있다. 이 말은 어쩌면 교단까지도 마족과 연결되어 있을지 모른다는 뜻이기도 하다.’
교단, 우든 클라우드, 마계 그리고 제국까지.
어쩌면 절호의 기회였다.
4개의 얽히고설킨 관계는 복잡해 보이지만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고 풀어낸다면 그들을 일망타진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카릴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정말 라엘이란 여자애가 블루 로어의 주인인 게 맞긴 한 건가? 우든 클라우드가 사라지고 난 뒤 그들의 뒤를 이은 자들이라고 전생에 기억되지만 올리번이 놈들과 한패라면 오히려 그 녀석이 더 높은 위치에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혼란스러웠다.
카릴은 신탁의 10인과 더불어 제국의 기사들과 함께 신탁을 받들며 타락을 섬기는 광신도들을 토벌했었다.
전생의 그는 그 전투가 신을 위한 성전(聖戰)이라 여겼으며 끝끝내 블루 로어를 처단하지 못한 것이 하나의 과업으로 남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회귀 이후 신탁 전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우선으로 처리해야 할 것이 우든 클라우드라 생각했다.
왜냐면 그 당시 그의 눈에는 올리번 슈테안이야말로 오롯이 신을 위해 싸우는 유일한 인간이었으니까.
하지만 반대였다.
신탁을 받고 수행한 제국의 황제가 사실은 타락을 숭배하는 우든 클라우드와 한패였다?
‘진실인지 거짓인지 확인을 해야 할 일이겠지만…….’
그 무엇이 되든 충격적인 일이다.
물론 더 이상 올리번을 믿는 것은 아니었다.
‘녀석에 대한 믿음은 내가 놈의 가슴에 검을 박아 넣었던 그 날 끝났으니까.’
그러나 카릴은 친우의 숨통을 끊었던 그 날, 그 직전까지도 최소한 올리번은 신의 편이었다는 것은 인정하는 바였다.
‘녀석이 마지막으로 행한 것은 바로 신탁 전쟁의 종결을 위해 신의 사도들의 목숨을 율라에게 바치는 것이었으니까.’
카릴은 눈을 감았다.
시간을 거슬러 오기 위해 파렐을 오르던 억겁의 시간 동안 그는 단 한 번도 그 날의 일을 잊은 적이 없었다.
지금도 이렇게 눈만 감으면 생생하게 전생(前生)의 마지막이 떠올랐으니까.
-이대로 죽을 수 없다. 그러기엔 내 동료들, 아니, 내게 죽은 내 동료들이 무덤에서 통곡할 테니까!!
그날의 뜨거웠던 열기가 느껴졌다.
신탁 전쟁 10년.
카릴은 자신의 외침을 기억했다. 그리고 그 앞에 서 있던 전생의 유일한 친우이자 자신이 믿고 따랐던 황제, 올리번의 얼굴까지.
-나 역시 마음이 아프다.
올리번은 말했다.
그 역시 흙먼지와 땀으로 엉망이 된 모습이었다. 그가 들고 있는 검 역시 수많은 타락을 베었다.
그랬던 그 검이 지금 자신과 자신의 동료들을 겨누고 있었다.
-마음이 아파? 개소리하지 마.
카릴은 자신의 옆에 너부러져 있는 동료들의 시체를 바라보며 그런 가증스러운 소리가 나오느냔 표정으로 노려봤다.
이상한 일이었다.
밀리아나, 세리카 로레, 이스라필…….
모두가 내로라하는 능력자임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그들이 이토록 허무하게 죽은 걸까.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약이라도 탄 건가? 아니면 이조차도 신의 힘으로 벌인 짓인가?
-…….
-너는 누구보다 신탁을 받들었던 숭고한 사제니까. 동료의 목숨 따위 신의 명령에 비한다면 깃털처럼 가벼운 것이겠지. 말해봐. 타락과의 전쟁이 끝나려 하니 이제 신이 우리의 목숨까지 원하는 것이냔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올리번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카릴을 바라볼 뿐이었다.
-너는 잘못 생각했어. 너 혼자만이 신을 위해 싸운 숭고한 사도라고 생각하지 마라. 목숨? 그래, 원한다면 줄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너는 빌어먹을 신이 우리의 목숨을 원했다면 최소한 전장에서 죽을 수 있도록 했어야 한다. 네놈의 손에 죽는 더러운 결말이 아니라!!
카릴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올리번은 차갑게 그를 바라봤다.
수십, 수백…… 수천, 수만…….
횟수를 세어 보기도 힘들 정도로 많이 되뇌었던 결말의 장면.
푸욱―!!
자신의 검이 올리번의 가슴을 관통했다.
그리고 부들거리는 녀석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거짓된 말을 기억한다.
-내 친우(親友)여……. 어째서 우리가 이렇게 되어버린 것인가.
“…….”
죽음의 앞에서까지 끝끝내 가면을 벗지 않았던 녀석의 얼굴을 기억한다.
‘올리번. 적어도 나는 네가 신탁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숭고한 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아니었던 거냐.’
처음부터 올리번은 신이 아닌 파렐에서 튀어나온 추악한 타락이란 괴물을 받드는 블루 로어의 광신도들과 같은 자였다면?
‘마지막 우리를 죽이려 했던 것이 신명을 받드는 행위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인가…….’
머릿속이 복잡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알 수가 없었다.
만약, 정말 타락과의 싸움부터 신탁의 10인을 죽였던 올리번의 행동이 모두 우든 클라우드와 연관이 있던 것이라면 인류가 녀석의 손바닥 안에서 놀아난 것과 진배없었다.
마치, 지금의 공국 내전이 튤리와 프란의 짜고 치는 연극과 같은 것처럼 올리번은 애초에 신탁을 이행할 생각이 없다는 새로운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든 클라우드는 그런 튤리조차 결국 가네스에게 낙인이라는 이명을 얻게 만들면서 그녀를 배신하게 만들고 제거했다.’
공국의 공작부터 제국의 황제까지…….
도대체 우든 클라우드라는 존재는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그 끝을 알 수가 없을 정도로 깊었다.
“튤리.”
“네, 네?!”
조금 전 카릴에게서 느꼈던 기세에 눌린 것일까. 튤리는 그의 부름에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네놈들의 목적은 뭐지?”
카릴의 물음에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미래에 라엘이 그들을 이끈다 할 지라도 지금의 우두머리는 다른 놈이겠지. 현시점에서는 라엘보다 튤 리가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그는 기대하는 눈으로 튤리를 바라봤다.
“우든 클라우드는 공국의 귀족 중에서도 선별된 자들만이 알고 있다. 대륙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고 숨겨진 너희들이 뒤편에서 무엇을 하고자 하는 것이냔 말이야.”
그의 물음에 어쩐지 그녀는 모두가 궁금해하는 그 비밀이 오히려 대수롭지 않은 것인 양 대답했다.
“신을 받드는 것.”
“……뭐?”
카릴은 그녀를 바라보며 무슨 헛소리냐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신탁(神託)의 이행을 위한 준비. 그리고 그 신탁을 수행하는 것. 그것이 우든 클라우드의 존재 의의이자 우리의 목적…… 입니다.”
튤리는 힘겹게 말했다.
“미친놈들.”
카릴은 그녀의 설명에 대한 짧은 감상을 내뱉었다.
“말을 하려면 똑바로 해. 신이 아니라 악마를 숭배하는 것이겠지. 교단이 버젓이 존재하는데 네놈들이 신을 숭배한다고? 너희들이야말로 진짜 이단이지.”
하지만 그의 신랄한 말에도 불구하고 튤리는 묘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카릴의 기세에 숨도 제대로 못 쉬던 그녀가 처음으로 반항 아닌 반항을 한 것이었다.
“뭐, 알겠다. 이미 녀석들에게 빠져 있는 네가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있을 리가 없겠지.”
카릴은 건방진 그녀의 목을 당장에라도 벨 듯 바라봤지만 의외로 그의 손은 검에 가지 않았다.
“하나하나 잡아 족치면 놈 중의 하나는 제대로 된 녀석이 있을 테니까.”
그는 날카롭게 말했다.
오히려 뜬구름 같았던 숙원의 실마리가 조금은 풀리는 듯한 기분으로 다음에 노려야 할 목표의 명단을 세우고 있었다.
‘올리번이 되었든 교단이 되었든 혹은 황제가 되었든 결국 모두 제국에 있다.’
고민할 것 없이 카릴은 처음 계획대로 자신의 다음 행보가 변하지 않았음을 상기시켰다.
“이제 돌아가도 좋다. 네게 듣고 싶은 것은 모두 들었으니까.”
“약속은…… 지키는 것이겠지요?”
“물론.”
“……알겠습니다.”
튤리는 다시 한번 그의 대답을 듣고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을 나섰다.
“공국 녀석들, 이놈이고 저놈이고 제대로 된 놈들이 없군. 정말 튤리를 살려줄 거야?”
문이 닫히고 나자 밀리아나는 카릴에게 물었다.
“그럼. 나는 그녀를 우든 클라우드로부터 지켜주겠다고 약속했으니까.”
카릴의 대답에 밀리아나는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녀는 공국의 1공작이야. 아직도 그녀를 따르는 귀족들이 많아. 이대로 보낸다면 화근이 될 거야.”
그녀의 물음에 카릴은 차갑게 웃었다.
“그렇겠지.”
“남아 있는 공작이라고는 보니토스와 루이체뿐이지. 하지만 딱 보니 보니토스 그 샌님이 공국을 통치할 것 같지는 않고 루이체 그 여자애는 의식도 없는 프란의 옆에 붙어 있겠지.”
밀리아나의 말대로 남아 있는 자 중에 튤리만큼 강한 리더십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
비록 패하기는 했지만 자연스럽게 귀족들은 다시금 그녀의 아래로 뭉칠 것이다.
하지만 카릴은 그 말에 묘한 웃음을 지었다.
“난 그녀를 우든 클라우드로부터 보호하겠다고는 했지만 동생에게서 지켜주겠다는 말을 하진 않았어.”
“……뭐?”
밀리아나는 그 말에 자신도 모르게 가볍게 어깨를 떨었다.
“루이체. 내가 그녀에게 제안을 했거든. 폐인이 되어 회복을 하려면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잔나비 부족의 해독약을 쓰면 프란의 의식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이지.”
“설마…….”
그녀는 카릴을 바라봤다.
“나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알아서 가져오라 했다. 눈치가 없는 아이는 아니니까.”
카릴은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마침 감옥이 있는 지하로 내려가는 복도의 끝에 루이체가 머무는 방이 있고 말이지.”
“하…… 하하…….”
밀리아나는 그 말에 자신도 모르게 낮은 탄성을 자아내고 말았다.
모든 것이 그의 계획대로였으니까.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적을 옭아매고 있는 그의 머릿속에는 도망이란 단어 자체가 불가능해 보였다.
“잔인하군. 의식을 차린다 하더라도 이미 뇌가 엉망이 되어버린 프란이 루이체를 알아보기나 할 수 있을까? 그저 프란의 껍데기를 하고 있는 바보가 앉아 있을 뿐일 텐데.”
밀리아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하긴, 당신이 그런 친절한 설명을 그녀에게 했을 리 없겠지만 말이야.”
이제 곧 어스름이 걷히고 동이 트려 하던 아침이 올 것이다. 그리고 새벽닭이 울기 시작하는 그때가 되면 카릴은 보고를 받게 될 것이다.
튤리 루레인의 죽음.
그다지 놀랍지 않은 이야기다.
“후우…….”
카릴은 그제야 술기운이 조금 올라오는 듯 피곤한 기색으로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남은 것은…….’
하지만 그의 눈빛만큼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마지막 적이 남아 있으니까.
‘제국(帝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