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27)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27화(27/497)
25. 탈출
“타투르쯤……? 내 귀가 이상해진 건가. 아니면 하도 맞아서 내 머리가 병신이 된 건가. 크…… 크큭.”
수안은 카릴을 바라보며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었다.
“황자 다음에는 도시를 주겠다는 이상한 꼬마까지. 지금까지 그 어떤 왕국도 얻지 못한 자유도시를 말이야. 세상에, 도대체 여기가 감옥이야 여관이야.”
퉷-
검붉은 핏덩이를 뱉어내며 수안은 으르렁거리듯 카릴을 노려보며 말했다.
“꺼져.”
“눈빛이 좋은데. 역시 아무리 봐도 상인 따위를 할 위인은 아니었어.”
“……뭐?”
자신을 바라보는 수안의 눈빛을 보며 그는 만족스럽다는 듯 말했다.
“솔직히 몰랐다. 네가 항상 안대를 차고 있어서 말이야. 수안 하자르가 노예왕이라니. 정말……. 이거야말로 운명의 장난이로군.”
카릴은 그의 얼굴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고는 한쪽 얼굴을 가리고 있는 긴 머리카락을 걷어 올렸다.
“…….”
그 순간.
평범한 푸른색의 눈동자와 달리 숨겨진 붉은색의 눈동자가 나타났다.
저주받은 오드 아이(Odd Eye).
“네가 혼종일 줄이야.”
제국인과 이민족 사이에 태어난 사람.
파앗—!!!
수안 하자르는 카릴을 노려보며 있는 힘껏 그의 팔을 쳐냈다.
카릴은 차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제국을 싫어하면서도 올리번을 따랐던 이유. 그건 제국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단섬멸령을 철회한 올리번 개인을 위함이었다.’
하지만.
올리번이 황위에 즉위했을 때는 이미 선황제의 이단섬멸령이 내려지고 2년이 흐른 뒤였다.
늦었다.
‘많은 이민족이 죽었지.’
기껏 살아남은 이민족들 역시 재기가 불가능할 정도의 소수에 불과했다.
‘살아도 산 게 아닌 형국.’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올리번의 선정(善政)에 그를 우러러보았다.
대륙에 그를 칭송하는 울림이 끊이지 않았었다.
“…….”
카릴은 그때의 모습을 떠올렸다.
찬란한 빛 아래 올리번은 누가 뭐라 할 것 없이 완벽한 왕의 표본이었다.
이민족이었던 그가 처음으로 제국에 목숨을 바쳐도 되겠다고 생각했던 순간이니까.
하지만.
이젠 다르다.
카릴의 머릿속에 드는 의문.
‘정말일까.’
이단섬멸령을 철회했던 것이 정말 이민족들을 자신의 백성이라 생각해서였을까.
‘더 이상 그들이 자신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선왕(宣王)의 진짜 모습.
자신은 알고 있다.
콰아아앙—!!
콰가강—!
여기저기에서 터지는 폭음소리.
자신도 모르게 떨리는 손, 손바닥에 땀이 맺힌다.
카릴의 귀에 생생하게 들리는 것 같았다.
폭음 속의 비명이.
철컹-
서거걱—!!
본보기로 잡힌 부족 족장과 그의 가족들이 단두대에 처형되던 모습이.
‘지금이라면…….’
수안 하자르를 바라보며 그는 생각했다.
‘살릴 수 있다.’
이단섬멸령으로 인해 죽은 수많은 이민족을.
“나를 도와라.”
“황자가 하는 말은 헛소리라고 넘길 수 있지만 너는 그냥 미친 녀석이었군.”
수안은 카릴의 말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웃었다.
“왜? 너도 이민족들을 구하고 싶나? 너는 뭘 제시할 거지? 황자만큼 내게 돈을 줄 건가?”
“없다.”
그의 대답에 수안이 인상을 찡그렸다.
“없다고? 그럼 뭘 믿고 그렇게 자신만만하지?”
갑자기 나타난 의문의 소년.
수안은 자신의 수갑을 풀어 보이며 말했다.
“지금 당장 날 풀어 줄 여력은 있나?”
차가운 비소.
하지만 카릴은 그의 말에 오히려 입꼬리를 천천히 올렸다.
“고작 그 정도라면 실망인걸. 내가 너에게 제시한 조건은 분명 말했을 텐데.”
콰아아앙—!!
지하 감옥의 벽이 굉음과 함께 산산조각이 나며 부서졌다.
“그런 건 일도 아니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귀족의 저택을 부숴버린 그의 모습.
수안은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
그때였다.
부서진 벽 뒤로 아침을 알리는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눈부신 태양에 반(反)하는 검은 눈동자.
그게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너…… 설마…….”
조금 전 평범했던 제국인 꼬마는 사라지고 그의 눈앞에 서 있는 건 검은 눈의 이민족이었다.
수안의 시선이 카릴의 손에 꽂혔다.
‘마…… 마력?!’
말이 되지 않는 일이다.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민족은 태생적으로 쓸 수 없는 힘.
그렇기 때문에 이단(異端)으로 몰리며 아무런 이유 없이 핍박받고 있었다.
“거짓말…….”
입을 그렇게 내뱉었지만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바라보며 수안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자신의 뺨을 있는 힘껏 후려쳤다.
찰싹—!!
느껴지는 통증.
명백한 꿈이 아니었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건.
현실이다.
“어때.”
카릴이 팔짱을 낀 채로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세상을 바꿔보고 싶지 않나.”
올리번조차 얻을 수 없었던 한 남자.
수안 하자르.
그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째서 그의 마음이 이 어린 꼬마 아이의 말 한마디에 떨렸는지.
“무슨 일이냐!!”
“어디서 벌어진 거야!!”
“적인가?!”
“모두 경계 태세로!!”
저택이 소란스러웠다.
무너진 벽 뒤로 병사들이 아래로 내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카릴은 손을 내밀었다.
“몇 명의 이민족을 타투르로 보냈지? 백 명을 살리면 위인이 될 수 있고 천 명을 살리면 영웅이 될 수 있겠지. 하지만 고작 그 정도로 왕이라는 호칭은 아깝지 않나.”
그가 수안을 향해 말했다.
“따라와라.”
꽈악-
왜일까.
알 수 없다.
황자조차 거절했던 그가 마치 홀린 듯 자신도 모르게 카릴의 손을 잡고 말았다.
* * *
‘미쳤지……. 내가 미쳤어.’
수안은 있는 힘껏 노를 저으면서 다시 한번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무슨 생각으로 내가 저 꼬마를 태운 거지?’
촤아아아악……!!!
시원하게 강물을 가르는 배의 머리에 서서 카릴은 만족스러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옷을 봐선 어디 귀한 집 자식 같은데……. 이민족이라니……. 정체가 뭐야?’
하지만 그와는 달리 수안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타투르가 어떤 곳인지 알기나 하는 걸까.’
여전히 의문은 가득했지만 수안은 카릴의 뒷모습을 보며 그가 범상치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감옥에서 느꼈던 기분.
수안은 그 순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이따금 몸이 떨리는 기분이었다.
‘하긴, 남작의 감옥에 몰래 들어올 인간이라면 평범한 사람은 절대 아니겠지.’
카릴에게서 느꼈던 기운은 단순한 박력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부족했다.
무엇이라고 정의 내릴 수 없지만 자신이 생각할 수 있는 한계를 초월한 느낌.
‘기껏해야 열 살 남짓한 아이에게서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마치……. 수많은 전장을 겪은 패왕(覇王)에게 느껴지는 기운.’
그런 게 가능한가?
그때였다.
“수안 하자르.”
“예? ……네?!”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카릴에게 그는 반사적으로 화들짝 놀라며 존댓말을 내뱉었다.
“이민족이 대륙에서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 넌 어떻게 생각하지?”
“네? 별시답잖은 질문을……. 죽지 않으면 다행이겠죠. 이제는 섬멸령 때문에 노예로도 살려두지 않으니까.”
수안은 카릴의 물음에 쓴웃음을 지었다.
“저만 봐도 아시지 않습니까. 혼종이어도 핍박받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책에서 보면 멋진 이야기겠죠. 이민족의 여자와 제국인의 남자가 만난 이룬 금단의 사랑.”
마치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하듯 드는 손을 크게 허공에 젓다가 멈추었다.
빠득-
“빌어먹을……. 금단의 말뜻을 모르나. 감당하지 못할 거라면 다 큰 어른들이 하지 말라는 건 하지 말아야지. 왜 하고 지랄이야, 지랄은.”
그의 얼굴에서 분노가 느껴졌다.
하지만 그 속에 씁쓸함을 카릴은 알 수 있었다.
“별로 속마음을 숨기지 못하는군.”
카릴이 나직하게 말했다.
“…….”
“욕을 뱉을 때마다 눈빛이 흔들리거든. 아마 올리번도 그걸 알았을 거다. 그러니 널 포기하지 않았던 걸 테고.”
황자의 이름을 아무렇지 않게 부르는 소년.
수안은 더더욱 카릴의 정체가 궁금했지만, 그마저 숨기려는 듯 심드렁한 얼굴로 말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꽉 붙들기나 하시죠. 여기서부터는 떨어지면 나도 구해주지 못하니까.”
끼릭- 끼이이익—!!
수안은 있는 힘껏 노를 잡아당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