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273)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273화(273/497)
187. 얼음샘 (3)
“얼음 발톱에서 쫓겨난 걸 보니 내가 생각했던 존재가 이 안에 있는 건가?”
[……궁금하면 직접 봐라.]기대에 찬 목소리로 묻는 카릴과 달리 자르카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전신은 얼음 창고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새하얀 서리가 끼어 있었다. 죽은 사자임에도 불구하고 뼛속까지 시린 냉기에 그의 목소리는 떨렸다.
“흐음.”
자르카 호치가 가리키는 손가락을 따라 고개를 돌리자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미칠 듯이 냉기를 뿜어내던 샘이 잠잠히 변해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이지?”
[잠깐이지만 샘 안의 냉기를 영혼력으로 바꿔 샘의 폭주를 멈춘 것이다. 곧 다시 요동치겠지.]“샘의 마력을 죽음의 기운으로 바꿨단 말이야? 두아트의 암흑력도 아닌데 정령력이 영혼력으로 변할 수 있나?”
카릴이 자르카를 바라봤다.
사령술에 쓰이는 영혼력과 두아트의 정령력의 속성인 암흑력은 분명 같은 흑마법의 계열이지만 다른 것이었다.
게다가 이 샘 안에 있을 것이라 예상되는 존재는 비록 사자(死者)의 시체보다 더한 냉기를 가진 존재였지만 분명 얼음과 죽음의 차가움은 본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직접 보라는 말이다.]쿠드드드드드득…….
당장에라도 폭발할 것 같은 샘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떨렸다.
자르카의 말대로 샘의 아래를 바라봤다.
“이건…….”
그 순간 그의 눈빛이 가볍게 떨렸다.
[내가 얼음 발톱에서 나올 수 있었던 건 이 검의 주인인 해일의 여왕이 이 안에 잠들어 있어서 그 힘에 밀려난 게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지.]자르카 호치의 투명한 몸이 마치 육체를 가진 것처럼 서서히 짙어지더니 망령의 성에서 그를 처음 봤을 때처럼 완벽한 엘프의 형태를 갖추었다.
[이 안에 짙은 마력은 해일의 여왕이 잠들어 있어서가 아니다.]첨벙―
카릴은 그의 말이 들리지 않는 듯 뭔가에 홀린 듯 샘의 물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무, 무슨……!!]그 모습에 자르카 호치는 깜짝 놀란 듯 소리쳤다.
조금 전 샘의 냉기가 얼마나 강렬한지 누구보다 그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츠즈즈즈즈……!!!
하지만 카릴의 손이 들어가자 샘 안으로 열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오히려 그 냉기를 넘어 부글부글 물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
카릴은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 듯 담담한 표정으로 샘 안에 잠겨 있는 뭔가를 꺼냈다.
하지만 라미느의 열기가 그의 팔을 감쌌음에도 불구하고 샘에서 꺼낸 그의 팔은 파랗다 못해 검붉게 변해 있었다.
샘의 물이 독기를 머금기라도 한 것처럼 그의 살점들이 녹아 떨어졌고 산을 뿌린 듯 매캐한 냄새와 함께 새하얀 증기가 그의 팔에서 흘러내렸다.
[하여간 괴물 같은 녀석이라니까…….]자르카 호치는 그 모습을 고개를 저으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게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샘 안에 있는 물건을 꺼낸 순간 카릴은 고통보다 당혹감이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
[설마 너……. 그게 뭔지 알고 있는 건가. 그건 신화시대에는 존재하지 않았고 마도 시대에 만들어진 물건이니 나를 제외하고 아는 자가 없을 텐데.]자르카는 카릴을 바라보며 살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게 마도 시대에 만들어진 거라고? 고작 그것밖에 되지 않은 거라고?”
[마도 시대라 해도 천 년이나 지난 세월이다. 고작이라니……. 뭐야, 그런데 그게 뭔지도 모르면서 아는 척한 거냐?]“무슨 소리야. 이건 신타…… ㄱ.”
카릴은 자르카의 말에 대답을 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샘 안에서 찾은 목걸이가 전생에 그가 받았던 3개의 신탁 중에 찾아야 할 하나의 유물이라는 것을 말할 순 없었다.
“…….”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신탁에 대하여 설명을 할 것도 없거니와 애초에 이 목걸이를 찾기 위해 신탁이 내려진 장소는 여기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살짝 입술을 깨물며 자르카 호치에게 물었다.
“설명을 해줄 수 있나?”
[크큭. 잘난 척하던 표정과 사뭇 다른걸.]자르카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웃으며 카릴에게 말했다.
“맞아. 그러니 네가 알고 있는 것을 좀 말해주면 좋겠는데. 소멸시켜 버리기 전에.”
[…….]카릴은 한숨을 내쉬며 샘에서 꺼냈던 얼음 발톱을 다시 던지려 했다.
[자, 잠깐!! 젠장, 농담도 살벌하게 하는군.]“내가 농담하는 걸 본 적 있어?”
[……지금부터 말을 하려고 했거든? 그러니 제발 진정하고 검을 좀 내려놔.]하지만 그의 말에도 불구하고 카릴은 어서 얘기나 하라는 듯 검을 세워 두고는 고개를 까딱거렸다.
[묵시(?示)의 목걸이.]자르카는 카릴의 손에 들여 있는 녹이 슨 낡은 물건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것의 이름이다.]“그리고?”
[과거 에리얼 우드의 수장이자 엘프의 장인(匠人)인 나르한 티누비엘은 3개의 피스로 되어 있는 하나의 무구를 만들었다.]“…….”
카릴은 그의 말을 듣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3개의 유물.
그리고 전생의 10인에게 내려졌던 3개의 신탁.
단순한 우연일까?
“계속해.”
그는 자신도 모르게 목걸이를 쥔 손에 힘을 주며 자르카에게 말했다.
[그는 마도 시대의 블레이더 중 한 명이다. 블레이더에 대해선 너도 알잖아? 어쩌면 네 옆에 있던 늙은 사령이 안면이 있을지도 모르지. 신화시대를 살았던 최초의 블레이더가 아니라 순수하게 강력한 무구를 만들고자 모인 괴짜들이니까.]“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이 목걸이에 대해서나 말해.”
[일단 어째서 엘프가 이런 무구를 만들었는지는 묻지 마라. 그리고 왜 이게 여기에 있는지도. 나 역시 모르거든. 알고 싶지도 않고.]“그래서?”
[애초에 엘프가 인간과 드워프까지 한데 섞여 있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 일이니까. 나르한 타누비엘은 엘프의 왕가에서 태어난 자임에도 불구하고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자거든.]자르카 호치는 카릴에게 말했다.
[왜냐면 이건 마계의 힘을 가진 물건이거든.]“……뭐?”
[내가 지금 모습을 갖출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지. 너도 알다시피 마계는 사령과 영혼이 집약된 세계. 묵시의 목걸이 속에 내재되어 있는 흑요석은 오직 마계에서만 존재하는 광물이기에 그 힘을 가지고 있지.]“그 말은 이게 마계의 물건이라는 소리야?”
지금까지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던 카릴이 처음으로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는 마계의 힘이 담긴 물건이라고 해야지. 그래서 먼저 말한 거다. 엘프가 불경스러운 마계의 힘에 손을 댄 이유는 나 역시 이해 못 할 것이니까.]리치의 모습을 하고 있는 자르카였지만 그는 단 한 번도 엘프로서의 자각을 잃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엘프의 땅이라 불리던 에리얼 우드를 지키고 엘븐하임의 여왕이었던 퓌렐의 사진을 가지고 있었던 것일지 모른다.
[엘프의 힘만으로는 부족했던 것이지. 애초에 마도 시대의 블레이더들은 타종족의 힘을 빌려서라도 강한 무구를 만들고 싶었으니까.]“그런데 왜 하필 마계의 힘이지?”
[그 이유라면 알 수 있지. 오직 엘프만이 다른 차원의 문을 열 수 있는 영혼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카릴은 설명을 바라는 눈빛으로 자르카를 쳐다봤다.
[너와 함께 있는 정령왕도 같은 소리를 했던 것 같은데. 보고(寶庫)에서 영혼샘의 정수를 얻었을 때 말이야.]카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라미느는 영혼샘을 가리켜 일종의 차원문이라 말했다. 그리고 그 샘을 통해 정령계의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라 했다.
“설마…….”
[그래. 엘프와 마족은 정말 상반된 존재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엘프의 영혼샘을 통해 마계의 문도 열 수 있다는 말이지.]콰득……!!!
그 순간,
카릴의 발아래가 금이 가며 부서졌다.
[…….]자르카는 순간 입을 다물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에게서 느껴지는 묵직한 기운은 분명 분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했다시피 마계의 문을 여는 것은 극히 위험한 일이다. 그들도 그걸 알겠지. 그래서 3개의 조각으로 나누어 만든 걸 테고. 3개의 조각이 모이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반대로 이 3개를 모으면 마족들이 이 대륙으로 나올 수도 있다는 뜻이겠네?”
[맞아. 다만 마력이 살아 있는 영혼샘이 존재해야겠지만…….]자르카 호치는 눈앞에 있는 거대한 샘을 가리키며 말했다.
[굳이 그걸 찾을 필요는 없겠군. 여기 있으니까.]그의 말에 카릴은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하지만 누가 그런 귀찮은 짓을 하겠어. 굳이 마계의 문을 열 이유도 없는데.]“크…… 크큭.”
자르카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웃음소리는 점차 커졌고 이내 곧 그의 고개가 뒤로 젖혀지며 더욱 커졌다.
[무, 무슨…….]갑작스러운 그의 모습에 자르카는 당황한 듯 뒤로 물러섰다.
“그 귀찮은 짓을 누가 했거든.”
[……뭐?]그 웃음이 사라지는 순간 카릴은 차갑게 말했다.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강한 마력에 샘 안의 동굴이 무너질 듯 흔들렸다.
신탁이 내려지고 세상에 파렐이 나타났을 때.
거대한 탑에서 쏟아지는 타락이라는 괴물과 함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류는 마족과 싸워야 했다.
신탁이라는 위업 아래 뽑힌 10명은 인류의 미래를 위해 내려진 3번의 신탁을 이행했다.
그런데…….
‘감히…… 우릴 이용해?’
그게 오히려 마계의 문을 여는 열쇠를 모으는 것이었을 줄이야. 자신들의 손으로 오히려 인류를 죽일 또 다른 괴물들을 풀어놓은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카릴은 자르카를 바라봤다.
“이걸 알고 있는 자들이 또 있을까?”
[글쎄…….]자르카 호치는 살짝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인간은 모르겠지. 하지만 엘프의 피를 이어받은 자라면 본능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타누비엘 가문의 힘은 마치 족쇄 같아 모든 엘프에게 그 의지가 전해지니까.]그 순간 카릴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다.
“혼종이라도?”
[엘프의 피가 조금이라도 섞여 있다면 물론. 그만큼 타누비엘의 피는 진하니까. 우리들은 인간들처럼 왕가가 뒤집히거나 반역으로 새로이 바뀌는 일 따윈 없거든. 신화시대부터 오직 단 한 가문의 전승으로 이어졌으니까.]자르카는 이미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엘프인 것을 자랑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카릴은 그의 말이 귀에 들리지도 않았다.
“라엘…….”
그의 머릿속에 새겨진 이름.
우든 클라우드의 수장이자 엘프와 네피림의 피를 이어받은 한 명.
카릴은 그들을 그저 삐뚤어진 생각을 가진 광신도들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우든 클라우드가 마계의 식물을 기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들이 마족을 끌어들인 장본인이라 생각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우든 클라우드로부터 만들어진 블루 로어라는 광신교들은 타락을 숭배하고 인류가 멸하길 바랐으니까.
‘그게 아니었어.’
파고들면 들수록 끝없이 나타나는 비밀들.
전생의 자신은 영혼샘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올리번은 공국의 경보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는 이유로 타락과의 격전지를 이곳으로 정했기에 공국에 대한 조사는 따로 없었다.
‘설마 그마저 모두 계획된 것이 더냐.’
누구 하나가 적이 아니다.
타락을 숭배한 우든 클라우드 놈들도 신탁 전쟁의 끝자락에서 자신들을 죽이려 했던 올리번까지…….
그리고 마계의 열쇠를 찾게 신탁을 내린 빌어먹을 신까지.
‘모두가 한패였어.’
카릴은 차가운 눈으로 위를 바라봤다.
보이는 것은 그저 어둠뿐.
하지만 그 어둠이 그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았다.
‘신은 처음부터 인류를 살려 둘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콰앙―――!!!
놀아난 기분을 벗을 수 없다.
아니, 실제로 그렇게 이용당했던 것이니까.
실낱같았던 믿음의 희망마저 이제 완전히 사라져 버리자 카릴은 들고 있던 목걸이를 있는 힘껏 바닥에 던졌다.
요란한 소리가 났지만 블레이더의 무구답게 목걸이는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너희들 중 누군가는 분명 이곳에 이 목걸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우리들이 찾기 전에 다른 장소로 옮겼겠지. 지금 내가 이걸 부숴버리면 마계는 열리지 않을 터.’
신탁 전쟁에 대적해야 할 큰 적 중 하나를 처음부터 막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카릴은 발을 들어 당장에라도 그것을 밟아 부수려 했다.
“…….”
하지만 그 순간 그는 들어 올렸던 발을 멈추고서 목걸이를 바라봤다.
“아니지.”
꽈드드득―
그러고는 천천히 발을 내려놓고는 바닥에 떨어진 목걸이를 지그시 밟았다.
“이걸 그냥 부수면 재미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