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274)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274화(274/497)
188. 서리고원 (1)
“칼립손.”
“말하게나.”
조금 전 얼음샘에서 일어난 일을 떠올리며 칼립손은 카릴을 대하는 태도를 달리했다.
‘정령왕이라니…….’
샘의 냉기조차 막을 정도의 강렬한 화염 그리고 의지를 가진 자아.
확인할 필요도 없이 불의 정령왕인 라미느였다.
칼립손은 이따금 카릴의 행보를 듣기는 했지만 그가 폭염왕의 힘을 가진 것까지는 몰랐다.
드워프와 함께 땅과 불에 밀접한 관계를 가진 노움에게 라미느란 존재는 신과 같은 것이다.
그러니 그가 카릴을 대하는 태도가 조심스러워진 것도 당연한 변화였다.
“이것과 똑같은 걸 만들 수 있을까?”
카릴은 묵시의 목걸이를 보이며 말했다.
“드래곤도 속을 만큼 정교하게.”
“으음…….”
칼립손은 안에 박혀 있는 보석을 살피며 말했다.
“외관상으로는 불가능한 것이 아니지만 이 안에서 흘러나오는 특유의 마력까지 똑같게 할 수는 없을 걸세.”
“그건 내가 알아서 하지. 마계의 마력은 사령술과 비슷하니까. 곧 구할 수 있어.”
카릴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자신의 뒤에 서 있는 자르카 호치를 가리켰다. 다음 행선지가 그를 부활시킬 인형술이 있는 곳이란 의미였다.
“겉모습만 따진다면 방법이 없진 않네. 대신 담금질을 하기 위한 강한 불이 필요하지. 섬세한 작업이니까. 마치 자네의 화염 같은…….”
칼립손은 입맛을 다시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군.”
“……저, 정말인가?”
“예전에 내가 알던 어떤 노움도 항상 불이 약해서 좋은 무구를 만들지 못한다고 투덜거렸거든.”
“음?”
카릴은 묘한 미소를 지었다.
“내게 노움국의 생존자들에 대한 소식을 알려 줬을 때도 그렇고……. 그때는 반신반의했는데 정말로 노움과 친분이 있나 보군. 그자가 누구인지 고맙다고 전해 주겠나. 언제든 환영한다고 말이야.”
칼립손에 말에 카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도록 하지. 아마 앞으로 그는 많은 사람에게 그런 말을 들을 테니까.”
카릴은 그 전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알고 있던 유일한 노움이 바로 미래의 그라는 것을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앞으로 그의 미래가 자신이 알고 있는 것보다 암울하지 않게 만들 것을 다짐했다.
‘신탁 전쟁이 일어나면 당신이 만든 무구가 세상을 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테니 말이야.’
그는 칼립손에게 말했다.
“이번 일이 끝나면 타투르로 돌아갈 예정이야. 그럼 두샬라에게 말해서 7각 적명석 몇 개를 구해서 라미느의 힘을 넣어 보내주지. 최상급이 아니면 폭염왕의 힘을 일부라도 담을 수 없을 테니까.”
“7…… 7각?!”
“뭘 놀래고 있어. 당신은 몇 년 전에 이미 타투르에서 그것들을 봤으면서.”
카릴은 그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그때야……. 얼마 되지 않았잖은가. 몇 개라니……. 어디서 그런 걸 구했지?”
“이스트리아 삼국 쪽에 마광산이 있다. 아마 노움국의 힘이 많이 필요할 거야. 시동석을 만드는 데 필요한 영혼석은 내가 따로 구하겠지만 현존하는 일반 골렘에 들어갈 속성석들의 세공을 자네들에게 맡기고 싶거든.”
“허……. 설마 거기서 7각석이 채취된다는 말인가?”
“물론.”
칼립손의 눈동자가 떨렸다.
드워프는 광물에 대한 기술이 뛰어나지만 보석의 세공에 대해서는 노움을 따를 자가 없었다.
단순히 반짝이는 것을 좋아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기술에 대한 도전에 대한 열망.
그건 한마디로 말해 장인의 영역이었다.
‘물었군.’
카릴은 노움국의 동맹의 조건으로 그들의 목숨을 지켜준다는 것을 제시했을 때보다 더 관심을 보이는 칼립손의 모습에 입꼬리를 올렸다.
“당신네가 우리와 동맹을 맺는다면 그뿐만 아니라 더 많은 것을 지원할 생각이야. 아마 목걸이의 보석을 만들 때도 필요할 테니……. 밀리아나에게 미리 말해둬야겠군.”
“7각석 말고도 또 뭐가 있는 겐가?”
“남부 일대에 있는 마굴에 자라는 삼방석영이라는 광물이 있다. 들어는 봤겠지?”
칼립손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귀족들의 세공품에 많이 들어가지 않는가. 타투르에 있을 때도 몇 번 의뢰를 받은 적이 있어서 잘 알지. 유리처럼 투명한데 쉽게 깨지지 않아서 귀부인들에게 인기가 높았지.”
카릴은 그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겉멋만 든 귀족들의 사치품으로 쓰기엔 아까운 물건이지. 만져봤다면서 광물의 가치를 찾지 못했나 보지? 속성석은 고유의 속성을 가지고 있지만 석영은 일종의 무속성의 광물이니까. 그 안에 마력을 담을 수 있지.”
“마력을 담는다, 라…….”
“연금술로 만들 수 있는 회복약은 상처를 치유하는 것뿐이지. 하지만 석영에 마력을 넣어 가루를 내면 마력을 회복하는 물약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다른 데에 있지.”
신탁 전쟁에서의 무구.
꽤나 무심코 지나가듯 내렸던 명령이지만 그는 결코 잊지 않았다.
“마력으로만 타격을 줄 수 있는 사령체와 같은 언데드에게 효과적이고 말이야.”
타락에 대한 것을 미리 언급할 수는 없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뿐만 아니라 빌어먹을 마족들에게도 치명적이지.’
또한 마지막 말도 덧붙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몇 번이나 되뇌었다.
마계의 문을 열어 대륙을 유린했던 마족들을 불러들인 것이 자신의 실책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 분노를 쉽사리 잠재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마력을 담는다……. 마력을 담는다, 라…….”
그러나 어쩐 일인지 칼립손은 카릴의 설명보다 뭔가에 꽂힌 듯 몇 번이나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혹시……. 마광산에 속성석이 많은가?”
“적어도 당신이 쓰고 싶은 만큼은 구할 수 있지.”
“부서져서 못쓰게 되도 될 만큼?”
“얼마든지.”
시원시원한 카릴의 대답에 칼립손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왜? 해보고 싶은 게 있나?”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말이야……. 저 안의 샘물의 냉기와 자네의 화염. 극상성의 두 힘으로 담금질을 한다면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
“무엇이?”
“속성석의 합성.”
“…….”
카릴은 담담한 표정을 지었지만 칼립손의 말에 짐짓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냥 한다면 불가능하지. 하지만 마력을 담을 수 있는 석영을 매개체로 한다면 다르지. 물론……. 아직은 이론에 불과하지만 말이야.”
“아니, 아주 훌륭해.”
“뭐?”
“원하는 만큼 지원해 주겠다. 얼마든지 써도 좋아. 이게 동맹의 조건은 아니니 걱정 말고. 대신 무속성의 속성석을 당신이 만들 수 있다면 그걸 가장 먼저 내가 쓸 수 있게 해주겠나?”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할 줄 알았던 칼립손은 오히려 반색을 하는 그를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
“내가 성공을 할지 안 할지 어찌 알고?”
“그런 발상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놀랄 일이야. 실력이 없으면 그것도 불가능하니까.”
카릴은 칼립손의 말에 피식 웃었다.
“성공만 한다면 역사적인 위업이 될 것이다. 수백, 수천의 사람들에게 날개를 달아 줄 수 있게 될 일이니까.”
“날개?”
칼립손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또한 당신 덕분에 내가 했던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될 것이고.’
교도 용병단의 비공정.
그 안에 들어갈 시동석을 칼립손에 의해 탄생할 것이라는 생각에 카릴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크로멘의 장례식에 얼굴을 비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나타나지 않았었지. 이유 없이 오지 않을 사람은 아닐 텐데……. 뭘 하고 있을까.’
카릴은 고든 파비안을 떠올렸다.
지병으로 인해 죽을 운명에서 이제 그의 미래 역시 바뀌었으니 앞으로 그가 무엇을 할지는 예측 불가였다.
하지만 비공정의 시동석이 칼립손으로부터 완성된다면 그것을 빌미로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
“사용할 곳을 벌써 점찍어 둔 게로군?”
눈치 빠른 칼립손이 카릴에게 물었다.
“북부의 이민족 중에 쓸 만한 자들을 추슬러서 노움국의 호위로 두도록 하지. 작업은 아무래도 샘이 있는 이곳에서 해야 하니까.”
“고맙군.”
카릴은 그런 그에게 말했다.
“고맙다면 한 가지 부탁을 좀 해도 될까?”
“음?”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닐 거야.”
그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미끼가 되어주겠어?”
* * *
“제길……!! 어떻게 이런 일이……!”
“쉿! 빨리 여길 떠야 한다고!”
“나도 알아! 하지만 방법이 없잖아. 코브의 항구는 봉쇄되었고 북쪽으로 가는 길도 없어.”
어두운 골목길.
인적이 없는 그 길을 따라 달리는 두 사람의 다급한 대화가 이어졌다.
“어쩔 수 없이 그들에게 의탁할 수밖에……. 우리와의 계약이 아직 유지 되고 있으니 잠잠해질 때까지 숨어 있어야지.”
“빌어먹을…….”
주고받는 목소리는 둘 다 남자였다.
“튤리가 패할 줄이야.”
한 사람은 차분한 어조였고 다른 한쪽은 조금 거칠었지만 그보다 더 명확히 다른 점은 한쪽은 공국 특유의 억양이었고 다른 한쪽은 제국의 황도에서 쓰는 말투였다는 것이다.
“서두르자고.”
“그러지.”
어둠을 틈타 이동하는 둘의 움직임은 제법 기척을 숨기는 모습이 익숙했다.
하지만 그래 봐야 평범한 수준에서 훌륭하다는 것일 뿐 그들을 주시하고 있는 존재의 영역에서는 한참 우스운 실력일 뿐이었다.
‘칼의 말대로군.’
조금 전 어둠 속에서 도망치던 두 사람을 주시하며 카릴은 입꼬리를 올렸다.
그들은 다름 아닌 카릴이 아조르에서부터 찾았던 우든 클라우드의 일원인 레디오스와 더글라스였다.
당초의 계획대로 그들은 당연히 튤리의 승리가 확정적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내전의 전황이 뒤바뀌면서 그들은 도망치지 못한 채 화이트 벙커에 숨어 있었던 것이다.
그런 두 사람이 말한 ‘그들’이란 다름 아닌 노움들이었다. 전전긍긍하던 차에 칼립손이 손을 내미니 그들로서는 그의 제안을 단번에 수락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절대 모를 것이다.
내민 그 손이 사실은 칼립손의 것이 아닌 카릴의 손이라는 것을 말이다.
“지그라.”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눈빛이 처음에 하나였다가 두 개가 되었다.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새로이 나타난 인영에도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네, 주군.”
“조용히 뒤를 밟아라. 녀석들이 갈 곳은 노움국일 테니까. 그들에겐 미리 언질을 해두었다. 배후의 인물이 있다면 확인하고 그렇지 않다면 처리해도 좋아.”
“따르겠습니다.”
“그리고 이 일을 처리하고 나면 타투르로 가는 동안 내 호위를 맡도록 해주지.”
지그라는 카릴의 말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검은 눈 일족의 규율.
수장을 만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하지만 아쉽게도 튤리의 목을 베는 것을 지그라는 놓치고 말았다.
카릴은 북부로 가기 전에 이번 임무를 통해 그가 공을 세울 수 있는 기회를 다시 한번 주려는 것이었다.
“너는 충분히 몫을 다했다.”
카릴이 호위를 둔다는 것은 그의 실력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헛웃음을 지을 일이었지만 단순히 그 자리가 보호를 위한 것이 아님을 알았다.
그의 가장 옆에 있을 수 있는 자리.
즉, 카릴은 지그라에게 타투르로 가는 여정 동안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내어 주겠다는 의미였다.
지그라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저들이 우든 클라우드일 줄은 몰랐습니다. 그들 역시 공국의 귀족일 터인데…….”
그가 사라짐과 동시에 약간의 탄식이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놈들은 그저 수많은 가지 중 하나에 불과해. 공국의 공작가의 실세인 튤리와 프란이 이미 우든 클라우드였다는 것 생각하면 저런 녀석들은 놀랄 일도 아니지.”
“으음…….”
“뿐만 아니라 놈들은 우리의 생각보다 대륙에 깊게 자리를 잡고 있다. 이미 제국에도 관계되어 있으며 또 모르지. 타투르나 이스트리아 삼국에도 놈들의 끄나풀들이 있을 수도 있고. 녀석들을 모두 제거하려면 쉽지 않을 거야.”
골목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사라지고 나자 카릴은 뒤를 돌아봤다.
“하지만 씨를 뽑아야지.”
그의 말을 들으며 앤섬 하워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장정이 되겠군요.”
“대륙통일보다 어쩌면 더 오래 걸릴지도 모르는 숙원일 수도 있겠지만 꼭 해야 할 일이야.”
앤섬 하워드는 아무렇지 않게 대륙통일이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카릴의 대범함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미 제국을 제외한 나머지가 그의 손아래 놓여 있다는 것을 봤을 때 그것이 절대 허풍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저를 부르신 이유가…….”
눈치 빠른 앤섬은 카릴이 단순히 우든 클라우드의 저 둘을 알리기 위해 이 야심한 시각에 자신을 거리로 부른 것은 아니라 생각했다.
“혹시 미로 좋아하나?”
“……네?”
“자네와 갈 곳이 있거든. 지금부터 출발해서 가도 아침에나 도착할 테니까. 서둘러야겠군.”
“아, 아침이라니요? 어딜 가시려고 그러시는 겁니까?”
“서리고원.”
“……!!!”
카릴의 대답에 앤섬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공국의 북쪽에 위치한 여명회의 성지인 상아탑 그리고 그보다 더 위쪽에 염룡인 리세리아의 레어가 있었다.
화룡의 둥지에서 다시 서쪽으로 가면 펼쳐진 드넓은 이 고원은 대륙에서 가장 해가 늦게 뜨고 늦게 지는 곳이기도 했다.
언제나 어두운 그늘 아래 잠들어 있는 고원은 단순히 그 분위기만으로 끝이 아니라 살인적인 추위만큼이나 살고 있는 몬스터들 역시 범상치 않아 S급 위험지역으로 분류된 곳이었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인데……. 무슨 연유로……? 아니, 그보다 지금 출발한다 하더라도 고원에 아침에 당도할 수는 없을 겁니다.”
수백 킬로미터나 떨어진 북쪽의 땅이었다. 앤섬의 머리로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 먼 거리를 고작 몇 시간 안에 갈 방도가 떠오르지 않았다.
삐이이익―――!!!
카릴은 답을 구하는 그의 눈빛을 보며 아무렇지 않게 두 손가락을 모아 호각을 불었다.
“드레이크 타본 적 있나?”
“……네?”
앤섬은 당혹스러운 듯 그를 바라봤다.
[크르르르르……!!]저 멀리서 자신을 향해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는 붉은 비룡을 바라보며 앤섬은 낯빛이 하얘졌다.
“이참에 한번 타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