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279)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279화(279/497)
189. 로스차일드가(家) (4)
[사령의 왕? 저 꼬마 애가? 아서라, 아서. 너도 아직 나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데 저런 꼬마가 무슨…….]자르카 호치는 케이 로스차일드를 가리키며 코웃음을 쳤다.
“얼음샘에서 도움을 준 것은 알겠는데. 자르카, 그 뒤로 자기 위치를 망각한 것 같아. 다시 알려줄까?”
[무, 무슨…….]카릴은 자신의 말에 케이보다 먼저 자르카가 대답하는 것에 있어서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렇게 따지면 나도 어리긴 마찬가지다. 그 꼬마에게 당한 녀석이 누구지? 막말로 내가 아니었다면 너는 그대로 소멸됐을걸.”
카릴의 말에 자르카는 입맛을 다셨다.
“이건 너를 위한 것이기도 해. 고작 칼에 기생하는 영체(靈體)로 에리얼 우드를 그 꼴로 만든 범인을 찾아갈 수 있기나 할 것 같아? 백금룡의 콧바람 한 번으로도 너는 존재 자체가 날아가 버릴걸.”
[…….]신랄하지만 그의 말에 자르카는 반박하지 못했다.
확실히 그의 말대로 망령의 성은 이제 사라졌다. 그 말은 곧 강한 힘이 있다 하더라도 그 힘을 발현할 수 있는 마력의 근원이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너를 부활시킨 자의 피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야. 물론 피가 이어진다고 해서 재능까지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지만 내 눈엔 보여. 조금 전 인형을 다루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말은 잘하는군…….]하지만 여전히 자르카는 미심쩍다는 듯 말했다.
‘오히려 차고 넘치지. 전생에 그녀는 이 안에 다른 영혼을 집어넣어 사용했었다.’
사람들이 열한 번째 영웅이라 부를 정도였으니 그때의 위용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 알겠어. 누가 봐도 이건 널 염두에 두고 갈드 로스차일드가 만든 인형이라는 걸, 네 영혼이야말로 이 인형의 온전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야.’
하지만 이런 사실을 자르카가 알 리 없었다.
그저 눈앞에 누워 있는 자신을 똑같이 닮은 인형 안에 들어간다는 것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그는 망령의 성을 관장하던 성주(城主).
그러나 인형 안에 들어가는 순간 그는 케이 로스차일드라는 술사의 제약을 받게 될 수밖에 없었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그가 고작 어린 인간의 명령을 따라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그는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
“네가 지금도 그때와 같은 리치라고 생각하지 마. 내 곁에 있어 봐야 너는 영원히 얼음 발톱에 붙어 있을 뿐이니까. 나는 나인 다르혼에게 로스차일드 가문에 대해 듣고 난 뒤에 사령술을 배울 필요가 없다 생각했거든.”
[어째서?]“시간 낭비니까. 그보다는 나보다 더 잘 다룰 수 있는 자를 내 편으로 삼는 게 더 낫지. 바로 그녀처럼.”
카릴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알른 자비우스가 했던 말에 너도 공감하지 않아? 복수를 위해서라면 완벽하게. 비수를 꽂으려면 확실하게 해야 한다고 말이지. 내게 있어 봐야 네가 망령의 성에서 보였던 힘을 되찾긴 어려울 거야.”
자르카의 생각을 눈치챈 듯 카릴은 말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나보다 그녀에게 속하는 게 네게도 더 낫지 않을까? 내가 널 어떻게 굴릴지 상상이나 할 수 있겠어? 편할 대로 해. 선택은 네가 하는 것이니 말이야.”
[…….]농담일 텐데 결코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 자르카는 떨떠름한 얼굴로 대답했다.
[선택의 여지도 없는 물음이면서 그건 제안이라고 말하는 거냐? 너란 녀석은…….]그렇게 말하지만 자르카 자신도 카릴의 제안이 최선이라는 것을 잘 알았다. 인형술은 그 어떤 사령술과도 다른 차이점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육체라는 이점.
사령술로 인해 부활을 해봐야 결국은 영체에 불과하다. 리치(Lich)의 몸을 구성하는 뼈 역시 그저 영체를 구축하는 부품으로 사용되는 것일 뿐 그것이 어떠한 힘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인형술로 부활을 하게 되면 리치로서의 강점과 더불어서 물리력까지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나쁜 제안은 아니잖아? 안 그래?”
자르카는 이미 알른 자비우스라는 예시를 봤다.
그가 어둠의 정령왕인 두아트와 계약을 하며 특수한 육체를 가지게 된 것을 말이다.
하지만 알른의 경우 역시 정령력이라는 마력으로 만들어진 육체. 어쩌면 자신은 그보다 더 완벽한 육체를 가지게 되는 것일지 모른다.
[좋다.]자르카 호치는 카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봐, 꼬마.]그는 케이 로스차일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와 계약하자. 그럼 내가 천 년의 역사가 담긴 엘프의 지식을 네게 전해주겠다.]위엄 있는 그의 목소리가 침전지를 가득 채웠다. 피부가 따끔거릴 정도로 강렬한 마력이 휘몰아쳤다. 긴장 가득한 얼굴로 앤섬이 그 모습을 바라봤다.
“싫어.”
[……뭐?]촛불이 사그라지듯 자르카에게서 뿜어져 나오던 마력이 맥이 빠지듯 흩어졌다.
[아니 왜?! 지금 네가 거절할 위치라고 생각하느냐!]오히려 자르카 호치가 카릴의 눈치를 보는 듯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으로 소리쳤다.
“아니, 못 한다는 게 맞는 말이겠지.”
[못한다고? 지금 하고 못하고를 따질 일이냐! 어떻게든 해내야지!! 저 사악한 녀석이 마음이 바뀌어서 입구라도 막아버리면 넌 이대로 갇혀 죽는 거라고!]“……나도 나가고 싶어.”
[그런데 왜?!]케이는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인형의 봉인을 내가 깨울 수 없기 때문이야. 상황을 모르는 건 내가 아니라 너희들이라고.”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
카릴은 전생의 그녀가 분명 인형을 가지고 황도로 왔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인형을 만져봐.”
케이는 인형을 가리켰다.
파슥―
그녀의 말에 카릴이 손을 가져가자 조금 전 인형과 닿은 부분에서 옅은 파동이 일어나며 그의 손을 밀어냈다.
아찔한 통증과 함께 그의 팔이 튕겨 나가듯 뒤로 확 밀렸다.
“흠……?”
“강한 힘일수록 봉인에 필요한 힘도 강해지지.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로스차일드 가문의 역작이라 불리는 이 인형은 봉인되어 있어.”
“그래봐야 250년 전에 만들어진 인형일 뿐이잖아.”
“누가 그래?”
“……뭐?”
카릴의 말에 케이 로스차일드는 반문했다.
“너희가 생각하는 것이 옳다고 일반화를 시키지 마. 세상엔 더 이상한 일들이 있으니까. 로스차일드 가문은 마도 시대 이전부터 존재했다. 이 인형이 만들어진 것은 1천 년도 더 넘었어.”
“마도 시대 이전……?”
[그럴 리가 없어. 저 인형은 누가 봐도 내 얼굴을 가지고 있잖느냐. 그 말은 날 리치로 만든 그 녀석의 괴팍한 짓이라는 뜻이지.]“그 이유까지는 나도 모르지. 하지만 선대의 선대부터 그리고 선대의 선대까지도 분명 이 인형은 존재했다. 단 한 번 눈을 뜬 이후로 쭉 봉인이 되어 있었지만.”
[나와 똑같이 생긴 자가 과거에도 있었단 말인가……? 말도 안 돼.]자르카 호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딱 한 번 눈을 떴다고? 그게 언제인데?”
“신화시대. 대격변(大激變)이라 불렸던 신과 인간의 전쟁이 있었다. 너희들은 모르겠지만.”
“그렇군.”
카릴이 이제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오히려 말을 꺼낸 케이가 당황스러운 듯 그를 바라봤다.
“네 설명을 들으니 더더욱 너는 나와 함께 해야겠다. 이 인형이 어째서 자르카와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로스차일드 가문이 무엇을 했는지는 알겠으니까.”
“가문의 의의가 너와 무슨 상관이지?”
“그게 너희가 갇히게 된 이유이자 나와 함께해야 할 이유이거든. 케이, 네가 블레이더의 후예일 줄이야. 운명이란 말을 싫어하지만 이거야말로 운명이라 할 수 있겠어.”
“……블레이더? 그게 뭐지?”
케이 로스차일드는 카릴의 말에 이해가 안 되냐는 듯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설명은 나중에 해주마. 그보다 라미느. 이곳에 그녀 말고도 한 명이 더 봉인이 되어 있는 것 같군. 인형 속에 있는 정체가 뭔지 너는 알고 있겠지?”
[…….]“천년 빙동에서 내가 본 선조부터 너, 마엘, 아그넬의 검집 그리고 로스차일드 가문까지. 이들은 모두 과거 전쟁에 패한 대가로 봉인당했다.”
카릴은 인형을 훑었다.
“네가 처음 언급했을 때 나는 얼음샘이 그녀의 봉인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어. 신의 악취미일지 모르겠지만 이걸 보니 알겠군. 케이, 네게 묻지. 로스차일드 가문의 인형술이 혹시 사령술과 함께 정령술을 사용하는 것이지 않아?”
그의 물음에 케이는 놀란 듯 되물었다.
“……그걸 어떻게 알지?”
카릴은 쓴웃음을 지었다.
“로스차일드 가문의 사령술에 들은 바가 있어서 알고 있다. 그들의 사령술은 단순히 영혼을 끄집어내는 것이 아닌 시체 자체를 인형으로 만들기 때문에 특유의 시체 보존술이 있단 말이지.”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가문 자체가 베일에 감춰져 있는 그들의 비법이 알려질 리가 없었다.
카릴은 전생에 그녀가 언데드를 소환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을 뿐이다.
유적지에 갇혀 있는 그녀는 세상 밖의 일을 알지 못했기에 그런 그의 말을 의심하지 못했다.
“그 보존술에 가장 좋은 것은 시체 그 자체를 얼리는 것. 로스차일드 가문이야말로 누구보다 물의 정령과 연관이 깊지. 신령 전쟁 이후 패배자는 승자가 만든 패배의 규율을 따라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신이 그녀에게 내린 형벌이 뭔지 알겠어.”
카릴은 말을 끝냄과 동시에 천천히 누워 있는 인형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이 인형뿐만 아니라 천년 빙동의 블레이더와 아그넬의 검집까지 그녀의 힘으로 봉인된 것이라면……. 신은 누구보다 해일의 여왕에게 최악의 형벌을 준 셈이로군. 자신의 힘으로 함께한 동료를 가두는 끔찍한 짓을 말이야.”
파즈즉……!! 콰즉……!!
그러자 마치 메마른 땅이 갈라지듯 인형의 껍데기에 거미줄처럼 금이 가기 시작했다.
“무, 무슨……?!”
케이 로스차일드는 그 모습에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하지만 카릴은 더욱더 힘을 주었다.
‘전생에 그녀가 나르 디 마우그를 따르는 이유가 단순히 위의 골렘들을 부숴 그녀에게 자유를 준 것에 그친 것이 아니다. 그때 분명 녀석과 함께 올 때 이 인형을 가지고 왔으니까.’
빠득―
카릴은 이를 갈았다.
‘그녀의 봉인 된 이 인형을 풀려났다는 것은 결국 이 봉인이 해제되었다는 것.’
카릴은 계단 아래로 내려왔을 때 들었던 처음의 의심이 깊이 내려올수록 더욱더 확신으로 돌아서는 순간이었다.
이곳에 가장 먼저 발을 들여놓았던 존재.
바로, 백금룡(白金龍).
‘녀석이 인형의 봉인을 푼 게 틀림없다.’
그가 마력을 더욱 집중하자 인형의 이마가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봉인이 풀렸다는 것은 곧 해일의 여왕의 족쇄 역시 파괴되었다는 것을 뜻할 터.
‘회색 교장에서 상자를 숨긴 이유부터 모든 것이 이제 확실해지는 군. 놈이 물의 정령왕을 우리에게서 숨겼다는 것.’
배신감이라든지 분노보다 이제 카릴은 올리번과 나르 디 마우그의 관계에 대한 궁금증이 더 깊게 일었다.
‘나르 디 마우그. 너는 정말 인간을 위해 싸웠던 것이 아닌 거냐.’
어째서일까.
카릴은 그 순간 알른 자비우스를 처음 만났을 때 자신에게 백금룡을 믿느냐는 물음이 다시금 떠올랐다.
“멈춰!!!”
케이 로스차일드가 위태롭게 떨리는 인형을 바라보며 불안한 듯 소리쳤다.
하지만 카릴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에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의 몸에서 휘몰아치는 화염은 폭염왕의 것보다 더 찐득하고 무거웠다.
[이건…….]라미느는 익숙한 그 화염이 오랜 세월 동안 자신을 봉인시켰던 또 다른 불꽃이라는 것을 잘 알았다.
[염룡의 불꽃…….]그는 진심으로 감탄스러운 목소리로 카릴의 전신을 휘감고 있는 폭열의 소용돌이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 봉인을 드래곤이 풀 수 있는 것이라면 내가 못 할 것도 없지.”
콰득…… 콰드드드득……!!
껍질이 깨지듯 인형을 감싸고 있던 서리가 얼음처럼 단단하게 변하더니 다시 물처럼 녹아내리며 흐물거렸다가 또다시 부글거리며 끓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 역시 내게 굴복한 다른 정령왕들과 마찬가지로 무릎을 꿇게 되겠지. 안 그래? 라미느.”
[크아아아아아아아―――!!!]그때였다.
인형 안에 마치 혼백이 들어 있는 것처럼 새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며 귀곡성과 같은 비명이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