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28)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28화(28/497)
26. 우연은 우연이 아니다
포나인의 강물이 그들을 잡아먹을 듯 덮쳐왔지만 그는 사이를 기가 막히게 빠져나갔다.
“흡!”
그러고는 기다렸다는 듯 바닥에 두었던 갈고리가 달린 두꺼운 로프를 있는 힘껏 던졌다.
촤르륵—!!
캉–!!
강물 사이로 보이는 바위 하나에 갈고리가 걸리자 그는 재빨리 선미에 밧줄을 묶었다.
끼릭…… 끼리리릭…….
배의 밑창이 당장에라도 부서진 것처럼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배가 크게 원을 그리며 돌기 시작했다.
그의 팔에 힘줄이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대단한 힘이군.’
마력의 도움도 없이 오로지 순수한 근력만으로 포나인의 조류를 거슬러 배를 위로 올리고 있었다.
‘음?’
그 순간.
카릴의 눈이 살짝 찌푸려졌다.
‘저건…….’
수안의 손목에 불로 지진 듯한 문신 하나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건 뭐지?”
“별거 아닙니다. 아귀 부족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북부에서 좀 더 들어간 늪지에서 사는 부족인데 그곳의 문신입니다.”
“그래?”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는 수안을 바라보며 카릴은 알 수 없는 묘한 미소를 띠었다.
“그렇군.”
“크윽……!! 이제 말 시키지 마십시오!”
수안이 밧줄을 있는 힘껏 잡아당기며 소리쳤다.
“후읍, 후읍, 후읍…….”
숨을 토해낸다.
수십 번을 반복했던 일.
바위 사이에 틈으로 뱃머리가 들어가자마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 밧줄을 끊었다.
촤르륵……!!
팽팽하게 당겨졌던 밧줄이 뱀처럼 사방으로 흔들리며 물속으로 딸려 들어갔고 수안은 배는 정확히 바위 사이를 뚫고 포나인의 강을 빠져나갔다.
“몇 번을 봐도 훌륭하군.”
카릴은 배를 모는 그 모습을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조심!!!”
그때였다.
수안이 깜짝 놀란 목소리로 소리쳤다.
촤아아악……!!
배가 크게 좌우로 흔들리면서 양옆으로 물보라가 솟구쳐 올랐다.
“카아아아!!”
거친 괴물의 포효소리와 동시에 물속에서 튀어나온 뱀처럼 생긴 몬스터가 상공에서 헤엄을 치듯 똬리를 틀었다가 풀며 아래로 떨어졌다.
“제길!!”
수안은 있는 힘껏 노의 방향을 반대로 저었다.
와드득-
와작-
하지만 오히려 노가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부러지면서 수안은 중심을 잡지 못한 채 바닥에 굴렀다.
“수…… 수왕(水王)? 제길, 재수 옴 붙었군!! 하필이면……!!”
강 아래로 잠수해 들어가는 몬스터를 보며 그는 굳어진 얼굴로 소리쳤다.
“…….”
하지만 소란스러운 그와 달리 카릴은 천천히 품 안에서 아그넬을 뽑았다.
“호들갑 떨지 마. 수왕은 저것보다 훨씬 더 거대하니까. 게다가 그놈은 여기보다 좀 더 위쪽 강에 서식하고 있어서 겨울이 아닌 이상 잘 내려오지 않아.”
“……에?”
“저건 그냥 리버 서펀트다. 수왕의 수많은 새끼 중 한 마리에 불과하지.”
스르릉-
날카로운 단검의 소리가 들렸다.
[크르르르!!!]수면 위로 대가리를 들이미는 괴물을 바라보며 그의 눈빛이 번뜩였다.
녀석이 똬리를 틀 듯 배를 움켜쥐었다.
수안이 눈을 질끈 감았다.
‘지금.’
카릴의 검이 번뜩였다.
서펀트의 관자놀이에 정확히 단검이 꽂혔다.
촤르르륵—!!
껍질을 벗기듯 카릴은 머리에 박힌 단검을 있는 힘껏 위로 밀어 올렸다.
[캭!!! 캬아아악……!!]그러자 서펀트의 머리가 그대로 두 동강이 나며 녀석은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한 채 그대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서걱-
아직 신경이 살아 있는지 서펀트의 꼬리가 펄떡였지만 그것도 잠시 카릴의 검에 잘린 채 강물에 떠올랐다.
주위에 붉은 피가 퍼졌고 피 냄새를 맡은 괴물들이 일제히 녀석에게 달려들었다.
“가자.”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그를 바라보며 수안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 * *
“……도착했습니다.”
수안은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멍한 얼굴로 카릴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떻게 된 인간이야. 저 거대한 몬스터를 일격에…….’
리버 서펀트(River Serpent).
깊은 강에 사는 이 몬스터는 비록 다른 서펀트의 비해 크기가 작지만 포악성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저런 건 기사급이나 되어야 가능한 거 아냐?’
물어보고 싶은 것이 오만가지였지만 그는 입을 다물었다.
괜한 호기심은 죽음을 재촉하는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으니까.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이 강을 안전하게 맡길 수 있는 사람은 너뿐이야.”
“네?”
“올리번에게 했던 말. 거짓말이지?”
카릴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도착한 인공섬.
마치 요새처럼 높은 벽이 세워져 있는 이곳은 대륙에서 가장 안전한 곳일 테다.
단지.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안전과는 거리가 먼 존재라는 것이 문제였지만.
저 멀리 항구에서 자신들을 발견한 듯한 무리의 남자들이 걸어 오고 있었다.
“그게 무슨 말인지…….”
“이민족 노예들에게 5골드를 받고 포나인을 건너게 해준다는 거 말이야.”
“…….”
“노예들이 그렇게 큰돈이 있을 리가 없지. 하지만 해마다 타투르에 사는 이민족들은 늘어갔거든. 나중에는 소문이 퍼져 도시의 90%가 이민족들로 채워질 정도로.”
최후의 성지.
아이러니하게도 타투르는 이민족들에게 그렇게 불렸다. 이단섬멸령을 피해 도망친 자들부터 이단섬멸령이 철회되고 남아 있던 사람들까지.
‘자연스럽게 이곳으로 그들이 모이게 된다. 나는 단지 그 시간을 좀 더 앞당기려 하는 것.’
카릴은 수안 하자를 바라봤다.
‘그 중심에 네가 있었고.’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는데요.”
수안은 고개를 돌리며 카릴의 눈을 피했다.
“돈이 없다고 그들을 네가 금사자 녀석에게 노예로 그냥 줄 리도 없고. 그럼, 한 가지뿐이지.”
“…….”
“녀석에게 상납하는 돈까지 네가 지불하는 것.”
카릴은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남자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래 봐야 금사자의 배만 부르게 해줄 뿐이지. 이제부터는 귀찮게 그러지 마라. 대신 네가 직접 타투르로 사람들을 모아라.”
콰아아아앙—!!!
그 순간.
카릴의 몸이 솟구쳐 올랐다.
그가 밟고 있던 뱃머리가 충격에 산산이 부서졌다.
눈으로 좇을 수 없는 빠르기.
수안은 카릴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고개를 돌렸다.
쾅-!! 콰쾅—!!
카아아앙–!!
날카로운 병장기 소리가 울렸다.
그제야 수안은 카릴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네…… 네놈……. 누구냐!!”
날카로운 단검이 병사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
순식간이었다.
카릴의 발아래 한 남자가 밟혀 있었고 나머지 한 명은 정신을 잃은 듯 바닥에 너부러져 있었다.
“금사자에게 안내해.”
“……커컥!!”
바닥에 쓰러진 그의 얼굴을 밟자 남자는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고 신음을 토해냈다.
“이…… 미친!! 죽여…….”
스윽-
카릴은 망설임 없이 단검을 겨누고 있던 남자의 목을 그었다.
그의 발아래 쓰러진 남자의 머리 위로 뜨거운 피가 후드득 떨어졌다.
“히…… 히익?!”
이마를 타고 흐르는 피에 그는 깜짝 놀라며 발버둥 쳤지만 그럴수록 카릴의 힘이 거세졌다.
“사…… 살려…….”
그때였다.
“으…… 악!! 사, 살려……! 아아아아악……!!!”
카릴의 발에 밟힌 남자와 똑같은 말이었지만 무거운 공기를 깨뜨리는 방정맞은 외침.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엉망으로 두들겨 맞은 듯한 남자가 절뚝거리는 다리를 끌고 카릴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푸웃……!!
움직일 때마다 움푹 들어가는 모래에 남자는 엎어졌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면서도 거의 기다시피 이곳으로 오고 있었다.
보는 사람조차 안쓰러울 정도였다.
‘저 녀석이 여기에?’
생각지도 못한 남자의 등장에 모두가 어안이 벙벙한 사이에 카릴만은 그 남자를 바라보며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군.’
카릴은 수안 하자르와 헤어지며 올리번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또 만나겠다는 그 말.
‘제법인데, 올리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