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280)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280화(280/497)
189. 로스차일드가(家) (5)
[크아아아아아아아―――!!!]인형의 몸이 들썩였다.
자르카와 똑같은 남자 엘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인형이지만 그 안에서 들려오는 비명은 날카로운 여자의 것이었다.
침전지의 벽이 흔들렸다.
앤섬과 케이는 무너질 것처럼 흔들리는 방안의 모습을 불안한 듯 바라봤다.
파직……!!!
파즈즈즉……!!
콰앙!!
폭발이 일어나듯 유리 조각처럼 산산이 부서지는 얼음 파편이 날카로운 비수처럼 여기저기 흩뿌려졌다.
“큭?!”
케이와 앤섬은 황급히 고개를 돌리며 고개를 숙였다.
“…….”
하지만 카릴은 눈을 떼지 않고 그저 인형에서 빠져나온 새하얀 서리를 주시했다.
구름처럼 흩어지던 연기가 다시금 뭉쳐지기 시작했다. 조금 전 날아들었던 파편들은 그의 몸에 닿지도 못하고 녹아 물이 되었다가 그의 전신에서 흘러나오는 뜨거운 염룡의 기운에 순식간에 증발해 버렸다.
츠즈즈즈…….
[하아…… 하아…….]뭉쳐진 서리는 한 사람의 모습으로 변했다.
물에 빠진 듯 축축하게 젖은 머리카락과 거친 숨을 몰아쉬며 쓰러진 여인이 카릴의 눈에 들어왔다.
“말도 안 돼…….”
케이 로스차일드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그 광경에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봉인은 풀린 듯싶군. 이제 더 이상 군소리할 필요 없이 이제 인형 안에 영혼을 담을 수 있겠지?”
그녀는 카릴의 말에 눈빛이 흔들렸다.
“물의 정령왕을 이렇게 보는군.”
카릴은 그녀의 뺨을 가볍게 쓸어 올리며 고개를 들어 자신을 바라보게 했다.
“에테랄.”
[신의 봉인은 그 편에 선 드래곤만이 풀 수 있다. 그런데……. 어째서 인간이 저주받은 염룡의 힘을 가지고 있을 수가 있지?]지친 기색이 역력한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카릴을 바라봤다.
“저주받을 염룡이라……. 그 염룡과 계약을 해서 안식을 찾은 녀석도 있는데 별로 놀라운 일도 아니지.”
카릴은 자신의 손등을 보였다.
[라미느……. 신의 편을 든 그들의 힘을 빌려 인간계에 존재했었나? 그러고도 네가 신령대전을 이끈 정령이라 할 수 있는가!!]에테랄의 외침과 동시에 차가운 서리가 순식간에 침전지 주위를 뒤덮었다.
[그렇게 쉽게 단정 짓지 마라. 나 역시 이유가 있었기에 리세리아와 계약을 한 것일 뿐.] [이유? 소멸되고 싶지 않아 빌붙은 것이겠지. 다른 동료들은 모두 자신의 존재조차 느낄 수 없이 끝도 없는 나락에 갇혀 있었다. 그런데 너는……!!]얼어붙었던 서리가 뭉쳐지며 날카로운 바늘이 되어 라미느를 향해 쏟아졌다.
쾅……! 콰가강……!!!
수십 다발의 얼음송곳이 라미느의 몸을 꿰뚫었다.
[진정해.]그는 부서진 신체를 복원할 생각도 없이 씁쓸한 얼굴로 그녀에게 말했다
[진정? 차라리 여기서 널 죽이는 것이 내 분노를 사그라들게 하는 것이겠지.] [리세리아의 마력이 아니었다면 정령계는 완전히 사라졌을 것이었어!]라미느의 화염이 결국 폭발하듯 피어올랐고 그녀를 향해 지친 기색으로 소리쳤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와 계약을 했다. 소멸해 가는 정령계에서 나에게 안식을 주는 대신 그는 자신의 마력으로 정령계를 유지하기로. 그리고 그 대가로 나는 오직 드래곤에게만 내 힘을 빌려주기로 하였지.] [그게 복종이자 종속이란 말을 에둘러서 표현한 것이지. 안 그래?]그는 그녀의 대답에 이를 바득 갈았다.
[다른 방도가 없었다. 정령계를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으니까. 정령계에 남아 있는 정령왕들이 있었으니까. 고집스럽게 남아 있던 그들을 죽게 놔둘 수 없었어.] [변명은 필요 없다. 나는 변절자와 더 이상 말을 석고 싶지 않으니까.] [에테랄……!!]라미느는 답답한 듯 다시 한번 소리쳤다.
[네가 그토록 저주스러워 하는 리세리아는 죽었다. 인간의 손에 의해서 말이지. 그리고 그 심장을 지금 카릴이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두아트도 깨어났다. 그에 의해서 말이지.] [뭐……?]그의 말에 에테랄이 처음으로 카릴을 바라봤다.
[듣고 놀라지 마라. 네 앞에 있는 인간은 7명의 정령왕 모두를 깨우겠다고 하더군.]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래.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네가 세 번째다. 일곱 중에 이제 절반에 도달한 셈이지. 그 누구도 풀지 못한 봉인을 혼자서 말이야.] […….] [나를 믿지 못한다 하더라도 누구보다 드래곤을 저주스러워했던 두아트는 믿을 수 있겠지. 안 그래?]카릴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수다는 끝났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수천 년 동안의 간극을 모두 설명해 줄 만큼 여유롭지 않아. 나머지 얘기는 나중에 알아서 하도록 해. 내 밑에 들어와서 말이지.”
거침없는 그의 모습에 라미느는 역시나 하는 표정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믿을 상대는 두아트가 아니라 나를 믿어야지. 에테랄, 네가 쏟아내야 할 분노의 대상은 라미느가 아니라 신이어야 하고.”
[잘도 그런 소리를 하는군. 신령 대전을 부활시키기라도 하겠다는 뜻인가?]“못할 것도 없지.”
“……!!!”
“……!!!”
그의 말에 케이와 앤섬은 놀란 나머지 눈을 동그랗게 껐다.
“지금은 아니야. 그러나 한 가지는 약속하지.”
카릴은 에테랄을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는 떨리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그리고 순서가 잘못되었지. 녀석에게 화를 내기보다 일단은 내게 고마워해야 하지 않아? 널 봉인에서 풀어줬는데 말이야.”
[……무슨 뜻이지?]에테랄이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무슨 뜻이긴.”
그러자 카릴은 손가락을 뻗어 바닥을 가리켰다. 예의 그 미소의 뜻을 알고 있는 다른 이들은 그 뒤에 나올 말이 무엇인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머리 숙이란 말이지. 이제부터 너 역시 내게 충성하라는 뜻이야.”
[뭐……?]그녀는 어이가 없다는 듯 그를 바라봤다.
저벅―
하지만 그가 발을 떼어 바닥을 밟자 그녀의 주위를 감싸던 냉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시간 낭비는 하지 말자. 라미느와 두아트가 왜 내 밑에 있는지 꼭 보여줄 필요는 없겠지.”
카릴은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피어오른 불꽃 안에 번쩍이는 비전력이 응축되며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의 말대로였다.
그것만으로도 설명은 충분했다.
“로스차일드 가문의 인형술을 부활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재료가 모두 모였다. 술사, 영체 그리고 그 힘을 집어넣을 수 있는 빙결의 힘까지.”
카릴은 케이와 자르카 그리고 에테랄을 번갈아 가면서 바라보며 말했다.
[한 가지가 빠졌어. 인형 역시 골렘의 일종. 모든 골렘이 그러하듯 내 힘으로 영체를 응축시켜 봉인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유지 하려면 영체를 담을 그릇이 필요하다. 일종의 심장이라 할 수 있겠지.]“흐음.”
[그게 없다면 인형 안에 영체를 넣는다 하더라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어.]“잘됐군.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싶었는데 마침 딱 맞는 게 있거든.”
[뭐?]카릴은 입꼬리를 올리며 품 안에서 목걸이를 꺼내어 그녀의 앞에 흔들었다.
[……!!!!]“이거면 심장으로 쓰기에 충분하겠지. 사령술은 그 어떤 마법보다 마계의 마법과 비슷한 속성을 가지니까 말이야.”
에테랄은 묵시의 목걸이를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란 인간은 도대체……. 이 짧은 만남 속에서도 경악을 금치 못하게 만드는군.]카릴은 그런 그녀에게 말했다.
“앞으로 더한 일들도 많을 거니까 이 정도로 놀라면 곤란하지. 안 그래?”
그러고는 목걸이의 끈을 끊고 팬던트를 인형의 가슴팍에 박아 넣었다.
우우우우웅…….
안에 박힌 보석이 마치 심장이 뛰는 것처럼 붉게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는 인형을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시작해.”
* * *
“앤섬.”
서리고원에서 화이트 벙커로 돌아온 카릴은 피곤한 듯 의자에 기대며 함께 돌아온 그의 이름을 불렀다.
“네, 말씀하십시오.”
고원을 향했을 때처럼 안색이 새하얗게 질린 그는 다행히 저번처럼 게워내지는 않았지만 다시는 비룡을 타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는 중이었다.
“고원에서 본 것들은 비밀에 부쳐야 한다. 그럼에도 내가 자네를 그곳에 데려간 이유는 자네를 믿는 것도 있지만 케이도 풀지 못한 르와의 진을 유일하게 이해한 사람이라는 것이 크지.”
“감사합니다.”
툭―
“하지만 네가 본 것은 일부에 불과해. 이건 로스차일드 가문의 비술이 집약된 르와의 진의 전문이다. 앞으로 가장 우선적으로 이걸 분석하도록 해. 곧 케이를 데려가야 하니 짧은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것을 배우도록 해.”
“알겠습니다.”
앤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또 하나. 남부의 5대 일가 중 하나인 창 일가의 사람을 이곳으로 보낼 테니 너는 그녀에게 그들의 진법을 익히도록 해.”
“창 일가의 진법이라면……. 혹시 맹화진(猛火陣)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앤섬은 카릴의 말에 단번에 알아차린 듯 말했다.
창 일가의 17대 가주인 오르도 창이 창안한 전투 진법은 바다를 건너 공국에까지 이름이 알려질 정도로 유명했다.
“맞아. 야만족들 중에 가장 특별한 진법을 쓰는 자들이지. 다른 것은 몰라도 창 일가의 전술만큼은 배워 둘 만해.”
“물론입니다. 야만족을 인정하지 않는 제국인들조차도 맹화진만큼은 이견이 없을 정도니까요. 그들의 진법을 볼 수 있다니……. 즐거운 일투성이입니다. 모든 게 주군 덕분이군요.”
카릴은 진심으로 들뜬 목소리로 대답하는 앤섬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그렇게 좋아할 필요 없어. 네게 과제를 주는 것이니까. 너는 르와의 진과 맹화진 그리고 현존하는 공국의 전술들을 조합해서 그 누구도 깰 수 없는 진법을 만들도록 해.”
앤섬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명심하겠습니다. 신이라 할지라도 깰 수 없는 최고의 진법을 만들겠습니다.”
“신도 깨지 못할 진법이라…….”
카릴은 그를 바라보며 묘한 웃음을 지었다.
“그 말 기대하지.”
우습지만 정말로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앤섬은 모르겠지만 신과 싸워야 할 미래가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한데……. 이 연구에 동참을 시키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허락을 해주시겠습니까?”
지금까지와 달리 앤섬은 조심스럽게 카릴의 안색을 살피며 물었다.
“아마도 이 연구에 가장 적임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게 누군데?”
“주군께서도 아마 들어 보셨을 겁니다. 공국에 마탄(魔彈)이라는 이명을 가진 마법사 말입니다.”
“마탄이라면…….”
“네. 데릴 하리안입니다.”
앤섬의 말에 카릴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황금 마법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