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281)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281화(281/497)
190. 제국으로
“그렇습니다.”
카릴은 의외의 인물을 앤섬이 언급하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전쟁에도 나서지 않은 그들이 이제 와서?”
자타공인 대륙의 마법회라면 역시나 상아탑의 여명회와 안티훔의 불멸회였다.
제국 궁정마법사인 카딘 루에르를 비롯해 황실의 막대한 지원을 받는 상아탑과 안티훔이라는 독립적으로 도시에 버금가는 거대한 영토와 대도서관을 보유하고 있는 불멸회.
그에 비해 공국의 마법회라 불리는 황금마법회는 그 입지가 확실히 약했다.
뿐만 아니라 전생에 다른 마법회들과 마찬가지로 세속에 관심이 없는 그들은 신탁 전쟁이 일어난 그때에도 세상을 위해 싸우지 않았다.
“국가가 전쟁 중임에도 불구하고 나서지 않은 자들이야. 아무리 마법회가 왕국의 일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관례라 하더라도 내전 동안 입은 백성들의 피해마저 그들은 나 몰라라 했잖아. 그런 자들에게 나는 관심 없다.”
“그건 황금마법회의 창단 의의를 아시면 이해가 가실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창단 이유?”
“그들은 비록 공국에 터를 잡고 있으나 공국의 일과는 무관한 자들이니까요. 그들은 마법의 지식을 공국에 제공할 뿐 공국에 충성하는 자들은 아닙니다.”
“흐음…….”
카릴이 앤섬을 바라봤다.
“과거 신화시대라 불리는 먼 옛날에 존재했다는 마법서를 찾기 위해 만들어진 결사대였으니까요. 그들이 시대를 거듭하며 지금의 규모가 되어 마법회의 형태로 남아 있는 것입니다.”
“마법서……?”
앤섬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말했다.
“네. 대마법서라 불리는 폴세티아. 그 안에는 위대한 마법이라는 마법이 있다 합니다.”
그 순간,
카릴의 눈썹이 씰룩였다.
‘위대한 마법……? 어디서 들어 본 기억이 있는데…….’
낯익은 그 이름을 되뇌다 그는 그 이름을 라미느가 말했던 것을 기억해냈다.
‘분명 용마력과 정령력을 동시에 쓸 수 있는 영역에 도달한 힘을 가리켜 그렇게 불렀다 했지.’
지금의 자신 역시 두 힘을 쓸 수 있다.
[너와는 다르다.]그의 생각을 읽은 듯 라미느는 단칼에 그의 생각을 잘라냈다.
[그 마법은 실로 신조차 죽일 수 있는 마법이니까.]“…….”
카릴은 그런 그를 향해 말했다.
‘하지만 그 유일무이한 영역에 도달한 자 역시 위대한 마법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했잖아. 드래곤조차 도달하지 못한 영역이니 9클래스의 영역에 닿으면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했지. 라미느, 혹시 폴세티아라 불리는 마법서가 네가 말한 그자가 남긴 마법서일까.’
[글쎄. 그것까지는 알 수 없군.]라미느의 대답에 카릴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허황된 꿈만 꾸는 놈들이로군. 그런 자들 중에 대마법사의 반열에 오른 자가 나온 것만으로도 믿기지 않을 일이야.”
그러고는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차갑게 대답했다.
“하지만 그는 대륙 10강이라 불릴 정도로 뛰어난 자입니다. 황금 마법회는 그렇다 쳐도 그는 곁에 둘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카릴은 앤섬의 말에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일단 조금 생각해 보지. 하지만 마탄의 거처와 위치는 파악해 둘 필요가 있겠어. 조사하도록.”
“네, 알겠습니다.”
허락이 떨어지자 앤섬은 기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위대한 마법이란 말을 듣는 순간 앤섬의 추천과 상관없이 카릴의 마음속에 데릴 하리안을 만나야겠다고 굳어졌다는 것을 그는 알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우타르라는 자를 찾아봐. 공국에서 오랫동안 대장간 일을 해온 가문이라던데.”
속내를 숨기고 카릴은 말을 이었다.
“우타르……. 바직 가문의 사람을 말씀하시는 듯싶습니다. 그자는 어째서?”
“속성석 안에 화염을 집어넣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그에게 시킬 일이 있거든. 그 사람만큼 불을 다루는 데 능통한 사람도 없으니까.”
잉걸불의 우타르.
전생에는 현재 란돌이 쓰고 있는 해방된 불꽃이란 검을 다뤘던 주인이자 공국에 남아 있는 인재.
그는 불 그 자체를 닮은 사내였다.
‘비록 전생과 다른 삶을 살게 되었지만 전생에 그가 타락을 태워버린 수많은 업적을 알고 있으니까. 그를 그냥 둘 수 없지.’
전사로서의 전생의 삶이 아니더라도 카릴은 그의 재능을 대장장이로서라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
“알겠습니다. 수소문을 해두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윈겔 하르트에게 전하도록 해. 공국의 서리고원을 골렘의 개발지역으로 삼으라고. 이유는 네가 더 잘 알겠지?”
“네, 물론입니다.”
서리 고원에 있는 로스차일드 가문의 창고 안에 있는 수많은 골렘의 부품을 확인한 앤섬은 두말할 것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노움국의 위치를 알려주겠다. 그들의 위치는 극비이니 너를 제외하고 이곳의 사람들에게는 일단 비밀에 부쳐 둬. 서리고원에서 멀지 않으니 노움과 윈겔 하르트를 통해 새롭게 완성된 골렘들은 최우선적으로 노움국 쪽으로 배치시키도록 해.”
“네? 국경이 아니고 말입니까?”
“그래. 국경 쪽은 일단 크게 신경 쓸 필요 없어. 당분간 전쟁이 일어날 것도 아니고 제국과도 불씨를 지피기 위해서는 그전에 해결해야 할 것이 있거든. 너희는 그동안 골렘을 준비하는 거다. 시간이 많지 않을 거야.”
“박차를 가하겠습니다.”
앤섬은 쉴 새 없이 몰려드는 업무에 어쩐지 지치기보다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이제 제대로 책사로서 본연의 임무를 충실하게 할 수 있게 된 환경이 갖추어진 것만으로도 그는 즐거울 따름이었다.
공국이 하나로 합쳐진 지금, 하고 싶었던 것과 해보고 싶었던 모든 것을 펼쳐 보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그곳을 찾아올 한 녀석에게 제대로 인사를 해주려면 단단히 준비를 해야 하거든.”
카릴은 묘한 미소를 띠었다.
“……?”
앤섬은 그의 마지막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묘한 미소를 지으며 입꼬리를 올리는 그를 보며 뭔가 단단히 계획을 세우는 것이라 여겼다.
“나머지 필요한 것들은 칼 맥에게 말해뒀다. 앞으로 그가 주요한 물자들을 옮기는 일을 맡게 될 거야.”
지금까지 해협을 건너는 일은 수안이 담당했었지만 카릴은 타투르로 돌아가게 되면 그에게는 당분간 새로운 임무를 내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스라필이 선혈 동굴에 대한 조사를 끝냈겠지. 우든 클라우드 놈들의 또 다른 실마리를 찾아야 하는 것도 있지만 트라멜에서 권왕을 발견하는 것도 주요한 일이다.’
대륙의 5대 소드 마스터.
창왕(槍王)을 직접 만나지는 않았지만 가네스로 인해서 그와의 인연은 연결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권왕 발본트뿐.
카릴은 수안 하자르의 실력을 증강 시키는 것과 더불어서 세속에 관심이 없는 권왕을 다시 세상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서 수안이 필요하다 여겼다.
‘녀석이 좋아하겠군.’
그는 타투르에서 헤어지기 전의 수안의 얼굴을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크르르르르…….]카릴이 비룡의 머리를 툭툭 치고는 앤섬을 바라봤다.
“나머지는 네게 맡기지.”
화아아아아악―――!!!
앤섬은 하늘 위로 날아오르는 카릴을 바라보며 꽤 오랫동안이나 무릎을 꿇은 채로 그를 배웅했다.
* * *
“마스터!!”
“오셨습니까.”
카릴의 소식을 미리 밀리아나에게 전해 들은 타투르의 사람들은 거대한 비룡을 타고 온 그를 반겼다.
“이게 그 비룡입니까?”
“와……. 이런 게 공국에 몇 마리나 있다 이거지.”
몇몇 사람들은 그가 타고 온 비룡에 눈을 떼지 못했고 몇몇은 그가 가져온 소식에 집중했다.
“말씀해 주신 대로 공국에 필요한 물자는 준비 되었습니다. 칼이 오는 대로 보낼 예정이구요. 책상에 그동안의 서류들을 정리해 뒀습니다.”
두샬라는 비륭을 구경하는 수안과 캄마를 바라보며 고개를 젓고는 카릴에게 말했다.
“그래. 바로 확인하지. 마광산 쪽은?”
“전에 발견한 7각석이 매몰된 위치에서 극소수이기는 하지만 채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드워프들이 8각석이 있을 수도 있다고 의심되는 장소들을 발견해서 조사 중입니다.”
“좋아.”
전생에 비한다면 엄청난 결과였다.
그 당시에는 8각석은커녕 이스트리아 삼국의 전쟁으로 그에 반도 안 되는 중급 속성석도 구하기 어려웠으니 말이다.
“드워프들 덕분에 채광은 가능하지만 손질을 할 수 없었는데……. 다행이네요. 칼립손 그 노인이 그런 일을 했을 줄이야. 노움국이라니 상상도 못 할 일이에요.”
카릴은 두샬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수집된 7각석은 모두 그들에게 보내주도록 해. 어차피 가지고 있어도 세공을 할 수 없으니까. 그리고 8각석 중에 화속성의 적명석을 최우선으로 찾도록 해.”
“그러겠습니다.”
“안티훔으로 보내는 조암석의 수급은 어때?”
“그쪽이야 뭐……. 마광산 개발이 활성화되면서 버려지는 조암석들의 수도 증가했으니까요. 불만 없이 충분히 그들에게 수급 가능합니다. 마찬가지로 7각 조암석을 구하게 되면 그건 따로 불멸회 수장인 나인 다르혼에게 직접 보내고 있습니다.”
확실히 두샬라는 암시장을 운영했던 타투르의 관리자답게 카릴이 말하지 않아도 그가 생각했던 계획들을 완벽하게 해내고 있었다.
“널 살려 둔 게 참 잘한 일이로군.”
두샬라는 그의 말에 피식 웃었다.
“제국 쪽은?”
“별다른 움직임은 없습니다. 3황자의 장례식 이후 공표해 놓았던 애도의 기간이 끝난 지 얼마 안 되었으니까요.”
“흐음.”
카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의 목숨을 담보로 해둔 게 효과가 있었나 보군. 대놓고 전쟁을 할 수는 없을 테니까. 지금으로써는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뒷공작 정도겠지.’
그리고 이미 남부에서 란돌을 통해 그가 하려는 짓이 뭔지 알고 있었다.
다만 의외인 것은 자신이 공국으로 가 있는 몇 개월 동안 황제가 맥거번 가문에 이렇다 할 압박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조급한 마음에 자신을 헤임으로 오게 만들 함정을 파놓은 것이라면 어떻게든 가문의 가족들을 이용해서 그의 귀에 들리게 만들었을 것이다.
‘해독제를 찾았을 리는 없는데…….’
전생에도 찾지 못해 결국 죽음을 맞이했던 그였지 않은가.
카릴은 살짝 미심쩍은 기분을 놓치지 못했지만 이내 곧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이스라필이 긴히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합니다. 마굴에 대한 조사 건인 듯싶습니다.”
“흐음. 그는 지금 어디에 있지?”
“조금 전까지도 마굴을 조사하고 있어서 지금 집무실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올라가시죠.”
카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 * *
“오셨습니까.”
이스라필이 자리에서 일어나 카릴을 향해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오랜만이로군. 그사이에 마력의 성취가 있었던 것 같은데?”
카릴은 단번에 이스라필의 변화를 알아봤다. 그리고 변화를 느낀 것은 이스라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제 정말로 왕의 위엄이 느껴지시는구나.’
공국의 내전을 겪고 난 뒤 카릴 역시 또 다른 의미에서 성장을 한 것일지 모른다.
이스라필은 본능적으로 더 이상 존대를 받는 관계가 이뤄질 수 없음을 알았다.
결코 무례라 느껴지지 않고 당연하게 느껴지는 격차.
애초에 그런 대우를 받고자 원한 것도 아니었지만 타투르를 넘어 공국의 주인이 된 그에게서 그 전과는 다른 기세가 느껴졌다.
“이게 모두 큰사부님 덕분입니다.”
“큰사부?”
[당연히 나지. 잘 다녀왔느냐. 소식은 들었다.]카릴은 이스라필의 뒤에 있는 검은 형체의 알른을 바라보며 반가운 듯 말했다.
“내가 없으니 새로운 제자를 들였나 보군. 어때? 쓸 만한가?”
[쓸 만하지. 하지만 재미로 따진다면 너만 하겠나. 녀석은 너무 고분고분해서 말이야.]알른의 대답에 카릴은 피식 웃었다.
“내게 보고할 게 있다지?”
“네. 선혈 동굴에 관련된 일입니다. 그 안에서 뭔가를 재배하는 것은 확실한 듯싶습니다. 하나 그 안을 드나드는 자들 중 몇몇을 심문하려 했지만 모두가 벙어리에 귀는 들리지 않는 자들이었습니다. 눈조차 그 안에서는 마법을 쓰는 것인지 보지 못한 채 그저 시키는 일만 한다고 하더군요.”
“흐음…….”
“잠입을 시도할까 싶었지만 일단 조사만 하라는 명령을 주셨기에 예상가는 곳들만 확인해두었습니다.”
카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어. 녀석들은 섣불리 다가가서는 안 될 놈들이거든.”
“그런데……. 주시를 하던 중에 그곳에서 생각지 못한 자를 봤습니다.”
“그게 누군데?”
이스라필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제국의 2황자입니다.”
잔뜩 긴장된 얼굴로 말했지만 그의 예상과는 달리 카릴의 표정은 담담했다.
“뭐, 놀랍지도 않은 일이야.”
“……네?”
“그 녀석 말고 포착된 다른 자들은 없나?”
“아직은…….”
시큰둥한 반응에 오히려 보고를 올린 이스라필이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조금만 기다려봐. 검은 눈이 뭔가 수확을 가져올 테니까. 선혈 동굴의 조사는 그다음에 하면 되겠지.”
카릴은 이스라필을 바라보며 날카롭게 말했다.
“놈은 그 후에 족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