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282)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282화(282/497)
191. 목적지
“현재 공국의 상황을 빨리 파악하라!”
“내전 종결 이후 공국을 통치하는 자가 누구인지 아직도 알 수 없다니…….”
“공작원들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게야!!”
제국의 회의실은 연일 불이 나게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튤리와 프란의 내전이 더 오래 이어질 것이라 예상했던 전문가들의 생각과 달리 내전은 갑작스럽게 끝나고 말았다.
하지만 충격적인 것은 튤리의 죽음을 비롯하여 7공작 중에 살아남은 자가 단 한 명.
6공작인 보니토스뿐이라는 것이 제국에게 충격을 안겨 주는 일이었다. 유일한 계승자라 할 수 있는 보니토스 마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자리를 내어놓으면서 공국은 주인이 없는 나라가 되었다.
“생각보다 혼란은 없군요.”
“그들의 내전에 이민족이 개입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프란이 정말 그들을 끌어들였을까요?”
“글쎄요……. 일전에 2공작을 만났던 적이 몇 번 있습니다. 그는 공작으로서의 자존심이 무척이나 강한 자였습니다. 이민족의 개입은……. 솔직히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군요.”
회의실에 소란과 달리 그 안쪽에 마련되어 있는 방은 조용한 대화가 오갔다.
그러나 연신 발로 뛰어다니는 그들보다 실질적으로 더 중요한 결정은 이곳에서 나온다는 것을 탁자에 앉아 있는 자들의 얼굴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재상 브린 이니크, 궁정마법사인 카딘 루에르 그리고 기사 단장인 벨린 발렌티온까지.
당연한 말이겠지만 4명의 대제후 중 3명이 모인 자리는 황제에 버금가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런 그들이 한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탁자의 끝.
놀랍게도 그 앞에는 한 소년이 앉아 있었다.
“내전의 내막에 대해서는 좀 더 조사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군요. 화이트 벙커에서 치러진 장례식의 마지막 날 벌어졌던 연설. 그에 대한 보고는 귀공들도 잘 아시겠지요.”
그는 다름 아닌 올리번 슈테안이었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상석에 앉아 있는 그 모습은 이미 그가 제국의 주인이라 해도 믿을 것 같았다.
“한시바삐 맥거번가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어야 합니다.”
재상인 브린 이니크가 먼저 말을 꺼냈다.
“이미 폐하께서 그에 대한 명령을 내리지 않았소이까. 맥거번가의 후계자들이 현재 교단의 성지인 헤임에 있다는 잘 아시지 않소.”
그리고 그의 말에 궁정마법사인 카딘 루에르가 반박을 했다.
“모두는 아니지요. 자네 밑에도 맥거번가가 한 명이 있지 않소? 둘째인 티렌 맥거번 말이오. 꽤나 영특해서 아낀다는 얘기가 많던데……. 제자라 손이 안으로 굽는다 하더라도 공과 사는 구분을 해야 하오.”
“무, 무슨……!!”
카딘 루에르는 재상의 말에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말이 과하시오, 재상.”
“내가 틀린 말을 했소이까?”
그런 그른 말리는 벨린 발레티온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왜냐면 그들은 과거 1황자인 루온을 지지했던 자들이었으니까.
남부 원정에 대한 실패에 대한 대가와 함께 3황자인 크로멘의 독살에 대한 죄를 뒤집어쓴 루온을 지지하던 세력은 애도의 기간 동안 마치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아직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고군분투하는 사람은 황후뿐이었다.
그녀는 유일한 지원자라 할 수 있는 그녀의 오빠인 등(藤) 기사단의 베스탈 후작을 통해 재기를 노리고 있지만 이미 올리번에게 마음이 가 있는 기사들이 허수아비 단장인 그를 따를 리가 없었다.
결국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
처음부터 올리번을 지지했던 카딘 루에르와 사이가 틀어지는 것은 확실히 껄끄러운 일이었다.
“같은 가문의 형제라 할지라도 걸어가는 길은 다를 수 있지 않소. 듣자 하니 요즘 하룬 자작의 조카인 브랜과 함께 유능한 자재들을 모아 토론회를 연다고 들었소이다. 이 얼마나 기특한 일입니까.”
기사단장은 그답지 않게 궁정 마법사를 치켜세워주었다.
“흥……. 남의 사람을 칭찬하지 말고 자네의 수하나 간수 잘하시오. 남부에서 수개월 동안 소식이 끊어졌다 돌아와서는 바로 헤임으로 가지 않았소이까.”
하지만 여전히 재상은 못마땅한 얼굴로 이번에는 단장마저 끄집어 내렸다.
‘저, 미친놈……. 꼬리를 말 거면 확실히 말던가. 루온 황자는 이미 끝인 것을.’
재상을 흘겨보며 단장은 생각했다.
그런 그의 생각을 올리번은 읽었는지 옅은 미소와 함께 말했다.
“귀공들의 고견은 잘 알겠습니다. 하나 헤임은 제국이라 할지라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곳. 게다가 폐하께서 친히 아끼시는 곳이니……. 그 부분에 있어서는 두고 봐야 할 것이겠지요.”
“하지만 가문은 그렇다 하더라도 크웰 맥거번에 대한 처분은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무슨 명분이 있겠소. 그의 아들이 문제이지 그는 여전히 제국의 충신이지 않소이까. 대륙제일검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행동을 할 것이지……. 어디서 아이들을 주워와서는…….”
올리번의 말에 대한 카딘 루에르의 대답에 재상은 중얼거리다 아차 싶었다.
조금 전 언급했던 카딘 루에르의 제자인 티렌 역시 크웰의 양자였으니까.
뼛속까지 귀족인 재상으로서는 도무지 적응이 안 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크, 크흠…….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그의 입장을 확실히 해야겠지요. 애도의 기간이 끝났습니다. 타투르는 명실공히 이제 한 세력으로 인정해야 하며 그의 뒤에 이민족이 있다면 이것은 제국의 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가 아들이라 할지라도 제국을 위해서 검을 뽑을 수 있는가를 봐야겠군요.”
“반대로 그를 이용해서 타투르를 손에 넣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곳은 포나인 강 가운데에 있는 요충지입니다. 거길 기점으로 이스트리아 삼국을 토벌하는 것이지요.”
재상이 조금 전의 실수를 만회하려는 듯 번뜩이는 생각이 떠올랐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스트리아 삼국도 현재 전쟁 중입니다만 형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아니, 이제는 이스트리아 사국이라고 해야 하겠군요. 펜리아 왕국에서 독립을 한 비올라 왕녀의 군대가 나머지 삼국을 먹어 치우고 있으니 말입니다.”
“전쟁으로 인해 약화된 지금이 그들을 노릴 절호의 기회입니다. 차라리 그들을 회유해서…….”
“그건 어려울 걸세. 폐하께서는 카릴, 그자의 목을 원하시니 말이야.”
재상의 말에 벨린 발렌티온이 낮은 탄식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아는 폐하는 분명 전쟁을 택하시겠지.”
“그렇다면 당장에라도 출진 준비를 해야 합니다. 만약 카릴 그자가 북부와 남부 두 곳의 이단들을 발아래에 두고 있다면…….”
세 명의 공작들은 살짝 굳은 얼굴이 되었다.
비록 이단섬멸령으로 인하여 북부의 이민족들이 타격을 입었다고는 해도 생각지 못한 크로멘의 죽음으로 인해 그 이후의 정벌이 늦어졌다.
여전히 생존자들은 많았으니까.
“그전에 가문의 일은 가문 안에서 해결하라 명하셨지. 하나 그게 불가하다면 아마 직접 나서실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재상이 먼저 말을 꺼냈다.
“그가 배신할 가능성은 없겠소?”
궁정마법사가 살짝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소드 마스터라 하더라도 인간일세. 결국 한계라는 것은 분명 존재하는 법이지. 경천동지할 만한 힘을 가지고 있긴 하나 수백, 수천…… 아니 수만의 병사를 혼자 감당할 수는 없단 말일세. 설령 배신한다 하더라도 제국에 위협이 될 수 없네.”
카딘 루에르의 말에 기사단장인 벨린 발렌티온은 자신감 넘치게 말했다.
“하지만 일단은 기회를 주는 게 맞겠지요. 폐하께서는 아마 가족의 사사로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주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교단의 성지.
그곳은 오직 선택받은 자들만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니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다 한들 알 수가 없었다.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황자님께서는 앞으로 어찌하는 것이 좋으신지…….”
공작들의 시선이 올리번에게 꽂혔다.
“저는…….”
그는 이미 생각해 둔 바가 있다는 듯 망설임 없이 입을 열었다.
* * *
“이겁니다.”
타투르로 돌아오자마자 이스라필은 우월한 눈에 기록되어 있는 장면 중 하나를 끄집어냈다.
카릴은 익숙한 풍경에 감회가 새로운 듯 선혈 동굴을 훑었다.
“흐음. 이게 초대 마법이로군.”
이스라필이 만들어 낸 마경이 카릴의 눈으로 스며들 듯 사라지자 카릴은 마치 지금 자신이 선혈 동굴에 있는 것 같은 생생한 기분이 들었다.
“네, 기록되어 있는 영상 안으로 흡수될 수 있습니다. 물질도 만질 수 있지만 기록된 영상이기 때문에 그들이 저희를 인지할 순 없습니다.”
“그렇군. 첩보 활동에 정말 좋겠는걸. 좀 더 세밀하게 주위를 조사할 수 있으니 말이야.”
“안 그래도 두샬라 님께서 제국과 이스트리아 삼국 쪽에도 우월한 눈 마법을 심어 두라 하셨습니다.”
카릴은 그의 대답에 역시나 하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입니다. 선혈 동굴에 들어가는 세 사람……. 올리번 황자가 맞지 않습니까?”
이스라필의 말에 카릴은 고개를 돌렸다. 동굴 안쪽으로 들어가는 세 사람은 모두 새하얀 로브를 쓰고 얼굴을 가리고 있었는데 그중 한 명만은 그렇지 않았다.
로브의 의미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우든 클라우드.
“…….”
하지만 다른 의미에서 카릴의 얼굴이 마경 속에 보이는 소년을 바라보자 굳어졌다.
“올리번 황자도 방심한 걸까요. 동굴 앞에서 로브를 벗다니 말입니다.”
‘이 새끼…… 보게?’
이스라필의 말과 달리 카릴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마경 속의 올리번을 향해 코웃음을 쳤다.
“저거 일부러 보여준 거야.”
“……네?!”
카릴의 말에 이스라필은 깜짝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정확히 이쪽을 보고 있어.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지만 감시를 한다는 것을 알았던 모양이다. 오히려 대놓고 자신의 정체를 알려준 거지.”
“……이유가 뭘까요?”
“뻔하지.”
자신을 만나러 와라.
카릴은 올리번의 눈빛에서 뜻하는 바를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우습지만 그 누구보다 오랜 세월을 함께 해온 자신이었으니까.
“하지만 양옆의 사람들은 누군지 모르겠네요. 두샬라 님께 부탁을 드려 놓긴 했지만…….”
“조사할 필요 없어.”
“네?”
“누군지 알 것 같으니까. 한 명은 교단 사람이다. 일전에 만났던 적이 있어.”
이스라필은 카릴의 말에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었다.
‘조이 요한셀.’
로브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그 특유의 걸음걸이와 어깨의 움직임을 기억한다.
교단에서부터 화룡의 거처까지 함께 해왔던 시간 동안 카릴은 그의 행동거지들을 봐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째서 저자가…….’
의외였다.
딱히 특이점이 있었던 자가 아니었으니까.
굳이 꼽자면 황제가 요양을 위해 교단에 몸을 의탁했을 때 그의 전임 치유사였던 것.
카릴은 이스트리아 삼국에서 베릴 남작이 연 연회에서 그를 처음 보고 그때의 일을 기억해서 접근했었다.
‘녀석과 황제. 둘의 관계로부터 우든 클라우드를 의심하긴 했었는데…….’
아니었다.
‘황제가 아니라 조이 요한셀 저놈이 올리번의 사람이었으니 둘 다 우든 클라우드라고 해도 이상할 게 아니지.’
튤리로부터 우든 클라우드가 황제를 죽이려고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조이 요한셀은 황제의 치료를 위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완벽하게 그를 죽이기 위한 암살자였을지도 모른다.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서는 잘도…….’
하지만 그런 그의 계획도 카릴의 개입으로 인해 실패하고 오히려 황제의 치료약을 구하기 위해 자신과 함께 화룡의 거처로 가게 된 것이다.
‘그 말은 황제는 반대로 우든 클라우드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거군.’
확실히 그렇다면 효용가치가 떨어진 황제를 우든 클라우드 독살하려고 했던 이유도 맞아떨어졌다.
퍼즐이 하나하나 맞춰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또 한 명.
“저자는 누구지…….”
하지만 카릴조차도 그 옆에 있는 또 한 명의 사람은 감이 오지 않았다.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오라고 했으면 가야지.”
“네?”
“녀석이 즉위하고 난 뒤에 정리를 하려 했지만 이런 식으로 초대한다면 나 역시 피하지 않지. 제국 전쟁의 포문은 역시 여기에서 열겠다.”
카릴은 마경 속에 비친 올리번의 얼굴을 바라보며 마치 그에게 말하는 듯 입을 열었다.
“헤임(Heim)으로.”
* * *
“그래, 헤임으로.”
올리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모여 있는 공작들을 향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곳으로 가겠습니다.”
“그곳으로 가겠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그들은 그 순간 동시에 읊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