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284)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284화(284/497)
192. 헤임(Heim) (2)
탈칵―
문이 열리고 교단의 사제가 카릴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타투르의 왕을 뵈옵니다. 교단을 찾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송구하오나 주교님께서 현재 황제 폐하의 건강을 돌보시기에 잠시 자리를 비우셨습니다.”
“대륙인들을 평등하게 사랑하는 것이 교단의 교리라 알고 있는데 교단의 최고 권위자이신 주교께서 한 사람을 위해서 자리를 비우시다니……. 교칙에 위반되는 것이 아닙니까?”
카릴의 말에 사제는 여전히 평온한 얼굴로 응대했다.
“신분의 고하를 떠나 만인을 위한 교단이기에 주교께서 직접 황제 폐하를 보살피는 것입니다. 전하께서 교단의 힘이 필요하시다 하신다면 주교께서는 기꺼이 응대하실 겁니다.”
능글맞은 그의 대답에 카릴은 코웃음을 쳤다.
“황제의 병환을 고치는데 주교의 성은보다 저와의 만남이 더 효과 좋을 것이라고 전해주십시오.”
“그리하겠습니다. 처소를 마련해 두었으니 편히 쉬시기 바랍니다. 주교님을 뵙고자 하는 분들이 많아 조금 시간이 걸릴 듯싶습니다.”
“우리 이외에 또 손님이 있단 말입니까.”
“네. 제국의 2황자이신 올리번 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대륙에 내로라하는 분들께서 교단을 찾아오시다니 저희들에게는 큰 기쁨입니다.”
“…….”
사제의 말과 달리 카릴은 올리번이라는 이름이 나오는 순간 얼굴이 굳어졌다.
‘헤임으로 나를 부른 것은 황제의 덫이다. 올리번 녀석과는 관계가 없는 일인데……. 어째서 그놈이 여길 찾은 거지?’
카릴은 순간 올리번과 황제가 서로 협력하는 관계가 된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았다.
자신의 자리를 빼앗기고 싶지 않은 황제에게 올리번은 혈연을 떠나 적일 뿐이니까.
반대로 우든 클라우드인 올리번에게 황제는 치워야 할 존재에 불과했고 말이다.
‘황제의 상태를 확인하러 온 건가.’
그는 살짝 눈을 흘기면서 사제에게 말했다.
“2황자께서 오셨다니……. 생각지도 못한 귀객이 오셨었군요. 그럼 당연히 기다려야겠군요. 그런데……. 황자께서는 혼자 이 먼 곳을 오신 겁니까.”
“아닙니다. 그분의 호위로 대륙제일검이신 크웰 맥거번 경께서 수하들을 대동하여 함께 오셨습니다.”
“크…… 웰 경?”
카릴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오히려 올리번의 이름을 들었을 때보다 더 당혹스러워하는 얼굴이었기에 이스라필과 케이는 처음으로 그를 바라봤다.
“네. 하루 먼저 오셔서 안채에서 쉬시고 계십니다. 그분들도 주교님을 뵙길 청하였으나……. 아시다시피 주교님께서 현재 부재중이시기 때문에 기다리시고 계십니다.”
사제는 마치 먼저 온 황자도 기다리고 있으니 불만을 가지지 말라는 듯한 태도로 말했다.
‘마르트와 란돌도 이곳에 있다. 거기에 제이크 역시 교단에 있으니……. 맥거번 가문의 사람만 다섯이나 되는 건가.’
크웰이 올리번을 따라온 것은 굳이 이유를 찾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제이크의 치료를 위한다고는 하지만 결국 인질로 잡혀 있는 것.
뿐만 아니라 마르트와 란돌까지 이곳에 있으니 자식들의 안위를 살피기 위함이 틀림없었다.
‘좋지 않아.’
오랜만에 재회하게 될 가족 상봉이라지만 카릴은 크웰과의 만남이 전혀 기쁘지 않았다.
‘아버지는 제국 기사들의 중심이다. 황제가 자리를 비운 지금이야말로 제국을 안정화시키기 좋은 시기야. 그런데 이런 시기에 올리번과 함께 이곳에 왔다는 건…….’
이유는 하나다.
‘귀족들은 나를 빌미로 맥거번 가문의 힘을 약화시키고 싶겠지. 그리고 그건 황제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올리번이 크웰과 함께 이곳에 왔다는 것은 그만큼 그를 믿는다는 것.
‘끝을 보기 위함이로군.’
자신의 입지를 굳건히 하기 위해서 올리번에게 황제는 결국 걸림돌이었다.
계획대로라면 이미 독살로 그의 자리는 자신의 것이 되었어야 하니까.
황제라는 존재가 걸림돌이라는 것은 크웰 역시 마찬가지였다. 볼모로 잡힌 아들들 때문에 자유롭게 행동할 수 없는 상황이니까.
‘녀석은 황제를 죽이기 위해 온 것이야.’
혹시 모를 위험에 대한 대비와 동시에 황제의 죽음으로 맥거번 가문의 자유를 되찾게 해준다면 크웰은 더욱이 올리번에게 충성을 맹세할 것이다.
운명일까.
황제, 올리번, 크웰 그리고 자신까지.
전생의 과거에서부터 현생의 미래까지 이 네 명이 한자리에 모이는 순간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제국에서는 크웰 경만 오신 겁니까?”
“아닙니다. 저하의 수행기사로 크웰 경과 함께 세 명의 기사가 함께 오셨습니다.”
“누구죠?”
“으음……. 두 분은 성함을 말씀하시지 않아 잘 모르겠습니다만 한 분은 엘란이라 하셨습니다.”
카릴은 그의 말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성은(聖銀)의 엘란. 그렇다면 나머지 둘이 누구인지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겠군. 벌써 그들이 등장할 시기인가…….’
마치 읽었던 책을 다시 보며 등장인물을 되짚는 것처럼 카릴은 그 이름을 듣자마자 감회가 새로운 듯한 기분이었다.
성은(聖銀)의 엘란, 창귀(槍鬼) 파이만, 군도왕(群島王) 마그토.
모두가 신탁 전쟁이 시작됨과 동시에 두각을 나타난 영웅들이다.
제국 3신장(神將)이라 불리는 그들은 후에 크웰 맥거번이 죽고 난 뒤 그의 빈자리를 채우며 구국의 영웅이라 칭송받는 자들이었다.
‘모두가 아버지의 검술을 바탕으로 그가 직접 지도한 자들이다. 그 당시에는 다들 소드 마스터였는데 과연……. 지금은 어느 수준이려나.’
카릴은 기대가 되는 눈빛으로 말했다.
“올리번 저하께서도 저희 방문을 아십니까.”
“네. 아마 지금쯤이면 교단에 도착하셨다는 소식이 전해지셨을 겁니다.”
카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기다리도록 하죠.”
의외로 순순히 수긍하는 카릴의 모습에 사제는 역시나 하는 거만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을 나섰다.
“이스라필, 케이.”
그가 방문을 닫자마자 카릴은 두 사람을 불렀다.
“가자.”
“네? 하지만 사제님께서 여기에서…….”
이스라필은 말을 하다 입을 다물고 말았다.
거대한 교단의 위용에 눌려 잠깐이지만 잊고 있었다. 카릴이란 사람은 고작 사제 따위의 말에 어찌 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크크크……. 이놈아. 너도 저 녀석의 배짱은 좀 배우거라.]“큰사부님…….”
검은 연기와 함께 알른이 튀어나오자 이스라필은 깜짝 놀란 듯 그를 바라봤다.
그도 그럴 것이 정화와 복마(伏魔)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교단에서 버젓이 모습을 드러냈으니 말이다.
[이미 저들도 네가 흑마법사라는 것을 알고 있을 텐데 뭐. 교단은 신을 모시는 자이지 녀석들이 신이 아니다.]드르륵― 드르륵―
케이는 아무런 말 없이 바닥에 세워 놓았던 거대한 관과 같은 검은 상자를 끌고 오기 시작했다.
드워프들이 직접 제작한 상자에는 마력을 감추는 마법진이 새겨져 있었다.
그 안에 뭐가 담겨져 있는지는 뻔했다.
철컥―
크드드득―!!
그녀가 상자 옆면에 있는 레버를 돌리자 잠금장치가 풀리고 그 안에 인형이 모습을 드러냈다.
[후우…….]케이가 열 손가락 끝에 반지처럼 생긴 고리에서 투명한 줄을 뽑아 인형에 연결하자 잠들어 있던 인형이 낮은 숨을 토해냈다.
카릴은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성스러운 교단 한복판에 사자(死者)와 리치(Lich)가 버젓이 서 있으니 말이다.
‘올리번, 너도 지금쯤이면 당혹스럽겠지.’
황제 살해를 위한 교단행이었지만 그조차 예상치 못한 문제가 있었다.
바로,
카릴이 이곳에 왔다는 것.
‘아니지. 오히려 반대로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지. 선혈 동굴에서 이미 녀석은 선전 포고를 했으니 말이야.’
“얼마 만이지…….”
그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제국 황도에서 올리번을 처음 만나고 난 뒤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만큼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은 변화가 있었다.
첫 만남은 크로멘의 죽음으로 인해 두 사람이 만나게 되었고 지금은 황제의 목숨이 걸린 자리에서 또다시 재회를 하게 되었다.
‘우린 피를 흘리지 않고는 볼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르지.’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부디 그동안 네가 성장했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이 자리에 걸린 대가가 황제의 목숨이 아니라 네 목숨이 될지 모르니까.’
파즈즈즉―――!!
그 순간,
카릴의 전신을 휘감는 보랏빛 비전력의 마력이 강렬하게 뿜어져 나왔다.
* * *
“……!!!”
“왜 그러십니까.”
“자네들은 느껴지지 않던가.”
“네?”
황급히 창밖을 바라보는 크웰의 모습에 그와 함께 있던 세 명의 기사가 그가 주시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질적인 마력의 기운이 느껴졌네.”
“마력…… 입니까?”
세 명의 기사 중 머리를 뒤로 넘기고 깔끔한 미남자가 살짝 눈을 찡그리며 되물었다.
“교단의 결계가 있어 이 안에서 마력을 사용하는 것은 허가된 사제들이 아니고선 불가능할 텐데요. 혹여 주교의 치료 의식 때문은 아닐까요?”
“흐음…….”
“요즘 들어 너무 예민하신 것 같습니다. 조금은 여유를 가지시면 좋겠습니다. 스승님. 안 그래? 엘란.”
크웰의 머릿속에는 본능적으로 한 사람의 이름이 떠올랐다.
‘카릴…….’
엘란이라 불리는 미남자는 풍성한 그의 머리카락과 대조되는 깨끗하게 머리를 민 짙은 눈썹의 남자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파이만, 스승님은 우리처럼 한가하신 분이 아니니까. 국정을 돌보시느라 바쁘셔서 그렇지. 지금까지 우리는 스승님 덕분에 편히 검의 저택에서 실력을 쌓을 수 있었잖아.”
검의 저택.
크웰이 각지를 돌아다니며 재능 있는 이들을 모아 훈련을 시킨 양성소였다. 그중에 이번에 성취를 얻은 세 명을 꼽아 올리번의 호위를 위해 데리고 온 것이다.
그곳에서 양성된 기사들은 신탁 전쟁에서 타락과의 전투에서 맹활약을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이전에 올리번에게 힘을 주기 위한 준비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맞아. 하지만 세상과 단절되었지. 앞으로는 우리가 스승님의 힘이 되어 드릴 차례야.”
맥거번가의 저택 북부에 깊은 숲에 있는 검의 저택은 오로지 수련만을 위한 곳이었다.
엘란은 수년 만에 느끼는 바깥이 신기하면서도 그만큼 긴장감을 가지며 다짐하듯 말했다.
“우리가 좀 더 노력해야 해.”
“고리타분한 소리. 그거야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소드 마스터의 경지는 노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잖아.”
맞은편에 있는 짧게 머리를 세운 근육질의 남자를 향해 파이만은 입술을 씰룩였다.
“마그토, 너희들은 충분히 노력하고 있다. 내가 봐온 자질 중에 너희들만큼 뛰어난 자들은 없어.”
크웰은 피곤한 얼굴로 옅은 미소를 짓고는 세 명의 제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한 명 한 명이 직접 뽑은 인재들이었다.
젊은 나이에 모두가 상급 소드 익스퍼트의 실력을 지닌 그들은 이미 소드 마스터를 목전에 두고 있었다.
‘이들을 데리고 온 것이 다행이로군.’
크웰은 교단에 도착한 뒤 카릴이 이곳으로 온다는 소식에 불안감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애초에 황제가 이곳을 카릴을 불러들이기 위한 장소로 정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저 지금처럼 카릴이 모든 제안을 거절하고 독자적인 길을 걷길 바랐다.
‘카릴, 넌 무슨 생각으로 이곳에 온 것이냐.’
“당연히.”
그때였다.
탈칵―
“올리번을 만나러 왔습니다.”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던 물음의 대답이 육성으로 들리자 크웰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문이 열리며 들어오는 한 사람.
“오랜만입니다.”
그는 떨리는 눈으로 카릴을 바라봤다.
“무례한 자로군. 감히 저하의 이름을 함부로 입에 담다니.”
파이만이 황급히 일어나며 소리쳤다.
하지만 그 순간 카릴은 마치 반가운 사람들을 만난 것처럼 세 사람의 얼굴을 보며 피식 웃었다.
‘이런 곳에서 저들을 보다니…….’
어수룩한 그들의 모습이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들이 없었다면 신탁 전쟁은 패배했겠지. 나는 너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고마움은 전생의 것이지 지금의 것이 아니니까.’
“무례는 그쪽이 하고 있지.”
“……뭐?”
자신보다 한참이나 어려 보이는 카릴이 아무렇지 않게 도발적인 말을 하자 파이만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앉아.”
“……!!!”
하지만 그 순간 그의 눈이 커졌다.
카릴에게서 쏟아지는 날카로운 기세가 닿는 순간 그는 마치 수백 개의 칼날에 베인 것 같은 고통에 그대로 의자에 주저앉았다.
“창을 쥘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세상 밖에 나와 기쁜 건 알겠지만 실력 발휘를 하기 전에 실력을 가늠하는 눈부터 기르는 게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일 거다. 다시는 창을 잡지 못하게 되기 싫으면 말이야.”
꿀꺽―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방안을 울렸다.
무례하기 짝이 없는 그 말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반박하지 못했다. 엘란과 마그토는 그저 카릴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채 굳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스승님.”
“섣부른 생각 하지 말거라.”
“……아무래도 충분히 노력하고 있다는 말씀은 틀리신 것 같습니다.”
한참이나 어린 나이로 보이는 소년에게서 풍기는 기세는 결코 자신이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카릴이 기세를 뿜는 순간 세 사람은 가장 먼저 싸울 수 있을까가 아니라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의 이마에서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조금 전 이질적인 마력이란 게 저자의 것인가 보군요. 저 사람……. 누굽니까?”
카릴을 본 순간 그들의 머릿속에 본능적으로 든 생각은 모두 같았다.
“……내 아들이다.”
크웰은 무거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스승님의 아드님이시라고요?!”
정적을 깨는 경악에 가까운 비명 소리에 모두가 다시 한번 카릴을 바라봤다.
“아니.”
그는 부정했다.
모두가 놀란 가운데 그들의 시선을 향해 카릴은 차갑게 대답했다.
“나는 타투르의 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