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287)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287화(287/497)
193. 최강좌(最强座)
“……뭐?! 감히……!!!”
황제는 노성을 지르며 의자를 내려쳤다.
그러나 이미 체력이 다해 힘이 빠진 그의 모습에서 분노가 느껴지기보다는 볼품없어 보일 뿐이었다.
“무리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그러다 독기가 더 올라 쓰러지면 누구 좋으라고 말이죠. 당신의 아들들은 지금도 당신이 죽기만을 바라지 않습니까.”
“닥쳐라!!”
그때였다.
카릴의 발아래에서 빛이 흘러나오더니 방안의 바닥 전체에 그려져 있는 거대한 결계진이 발동되었다.
촤르르륵……!!
바닥에서 수십 개의 황금빛의 밧줄이 솟아오르며 그의 몸을 포박했다.
콰앙―!!
그와 동시에 방문이 열리며 사제들이 들어왔다.
모두가 완장을 차고 있는 1급 전투 사제들이었다. 그들의 앞에 서 있는 한 남자를 바라보며 카릴은 반가운 동료를 만난 것처럼 웃었다.
전장의 광인(狂人). 유린 휴가르.
하지만 그 이명과 달리 카릴을 바라보고 있는 유린의 얼굴은 긴장으로 굳어 있었다.
“오랜만이로군. 제국의 녹을 먹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교단에 있다니 말이야. 아니면 황제 때문에 아직 남아 있는 건가?”
“율라(Yula)의 축복이 있으리. 아그누스(Agnus).”
유린은 카릴의 말을 듣지 않고서 들고 있는 메이스를 가슴에 모으고는 축복을 걸었다.
은은한 우윳빛이 전신에 흐르더니 그의 뒤에 있는 전투 사제들 역시 오러를 뿜어냈다.
“축복 마법 하나로 되겠어? 기다려 줄 테니까 할 수 있는 한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게 좋을 거야.”
카릴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안 그럼 죽는다.”
“……헛소리! 지금 발동된 것은 교단의 최상급 봉인진이다.”
그 한마디에 긴장이 역력한 유린과 달리 그의 뒤에 있는 다른 사제들은 카릴의 말에 으르렁거리듯 소리쳤다.
일국의 왕이라 할지라도 성도에서 소란을 피운 죄는 쉬이 넘어갈 수 없다!”
“저자를 포박하라!!”
콰즉…… 콰즈즈즉……!!
그때였다.
카릴이 힘을 주자 바닥에 새겨진 결계진이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콰아앙!!
굉음과 동시에 그의 양팔을 잡고 있던 포박이 산산조각이 나며 부서졌고 바닥에 빛을 뿜어내던 결계진이 반으로 갈라졌다.
“마, 말도 안 돼…….”
순식간에 사그라진 결계를 바라보며 교단의 사제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카릴을 바라봤다.
저벅― 저벅―
카릴은 먼지를 털어 내듯 재가 되어 버린 결계의 잔해를 걷어 내고 걸음을 옮겼다.
그가 발자국을 뗄 때마다 전투 사제들이 긴장 가득한 표정으로 경계했지만 카릴은 그들에게 관심 없는 듯 지나쳤다.
“유린 휴가르.”
카릴이 그의 어깨를 툭 하고 쳤다.
치이이이익……!!
그러자 유린의 어깨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큭?!”
타는 듯한 고통과 함께 그의 사제복이 시커멓게 구멍이 뚫렸다.
“설마 나와 싸울 생각은 아니겠지.”
몸의 기억은 시간이 흘러도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화룡의 거처에서 느꼈던 압도적인 전율이 다시금 떠오르자 유린은 어깨를 파르르 떨었다.
“제이크의 상태는?”
“……맥거번가의 다섯째는 안전합니다.”
유린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인질로서의 위험은 없다는 것이로군.”
카릴의 물음에 유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는 그의 모습에 소리쳤다.
“자, 자네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게야!!”
카릴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를 지나쳐 타이란 슈테안을 바라봤다.
“황제여.”
“……!!”
자신의 앞에 선 카릴이 황제를 내려다봤다.
“설마 숨겨 놓은 패가 이게 끝은 아니겠지. 고작 전투 사제 몇 명과 인질로 날 상대하려 했다면 지금 당장 머리를 굴려야 할 거야.”
“네놈…….”
그때였다.
“카릴―――!!!”
콰아아아앙―――!!!
엄청난 굉음과 함께 처음으로 그의 몸이 휘청거렸다.
“도대체 이게 무슨 짓이냐!!!”
천지를 울릴 것 같은 일갈과 함께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 그의 노성에 무기를 떨어뜨렸다.
크웰 맥거번.
확실히 대륙제일검이라 불릴 만큼 엄청난 위용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일격을 받아 낸 카릴이 생채기 하나 없이 서 있다는 것이 오히려 더 놀랄 일이었다.
“제이크 형님의 안위를 물어봤을 뿐입니다.”
“그게…… 지금 할 소리더냐!! 지금 너는 폐하께 검을 드리운 것이다! 네가 이런 짓을 하고도 무사할 것이라 생각하느냐.”
“무사하지 못하다면요?”
카릴은 차갑게 되물었다.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대로 집안일을 해결했습니다. 하나 태도를 확실히 해야겠지요. 지금 아버지는 제국의 크웰 맥거번 경입니까. 아니면 맥거번가의 가주이십니까.”
크웰은 그의 그 물음이 마치 비수처럼 아프게 들렸다.
하지만 결정해야 한다.
제자들의 앞에서 카릴이 먼저 자신의 위치를 토로하였던 것처럼 크웰 자신도 언제까지 무르게 있을 수 없음을 잘 알았다.
“나는…….”
크웰은 굳은 얼굴로 카릴을 향해 말했다.
“제국의 기사다.”
스윽―!
그가 쥐고 있는 검이 마치 사라진 것처럼 빠르게 흔들렸다. 웬만한 기사들이라 할지라도 그의 속도를 쫓을 순 없을 것이다.
콰아아아앙―――!!
하지만 카릴은 정확히 가슴을 노리는 크웰의 검을 막아냈다.
손목이 저릿저릿한 느낌.
‘전생의 마지막 전성기 때보다 더 빠른 것 같은데.’
미래가 바뀐 만큼 카릴은 자신이 모르는 크웰의 행보 속에 뭔가 변화가 있었을 수도 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분명한 것은 그의 검은 더욱 무게감 있어졌고 한층 더 완성도가 높아져 있었다.
마치,
전생에 나르 디 마우그가 안타까워했던 검술의 완성이 어쩌면 이번 생에는 가능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네게 검을 가르치기 위함이 아닌 다른 이유로 검을 뽑게 될 줄이야.”
크웰은 자신의 애검(愛劍), 율스턴을 카릴에게 겨누었다.
맥거번가의 가주에게 전승되는 그의 검은 은은한 옥빛의 검날 위로 화염의 마력이 더해지자 마치 청명한 에메랄드빛을 뿜어냈다.
블레이더의 5대 무구에 버금갈 정도로 명검이라 불리는 이 검은 대륙의 그 어떤 자보다 크웰이란 남자에게 가장 잘 어울렸다.
“후웁…….”
호흡을 들이마시자 율스턴의 검날이 더더욱 강렬한 마력을 뿜어냈다.
‘6클래스…….’
카릴은 크웰의 검에 응축되는 마력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마력의 양은 용마력을 가진 자신보다 부족하지만 마나 블레이더의 순도(純度) 만큼은 결코 자신보다 밑이 아니었다.
“성취를 축하드립니다.”
그는 크웰을 바라보며 말했다.
“황도에서 뵈었을 때보다 더 대단해지셨군요. 5클래스의 벽을 허무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실 텐데……. 대단하십니다.”
서로가 검을 겨누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카릴은 크웰의 강함에 경탄했다.
자신은 이미 전생에 검의 경지에 도달하고 억겁과도 같은 시간을 파렐이란 탑 속에서 더더욱 검을 갈고 닦았다.
뿐만 아니라 마도 시대의 대마법사인 알른 자비우스가 남긴 지식의 보고를 통해 마력을 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력의 벽을 뛰어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카릴은 크웰이란 남자의 재능이야말로 정말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연한 기회에 기연을 얻었다. 아마 나 스스로였다면 도달하지 못했겠지. 하나 이 성취가 네 앞을 막는 데에 쓰게 될 줄이야.”
‘……기연?’
크웰의 말에 카릴은 살짝 눈을 흘겼다.
[그냥. 가벼운 호기심이었다. 네 아비를 비롯해서 대륙 3강이라 불리는 자들 중 과연 누가 가장 강할까. 정세니 뭐니 하는 말로 그치들이 직접 붙을 리는 없고……. 내가 직접 그들을 찾았었지.]어째서일까.
그 순간 카릴은 전생에 나르 디 마우그와의 첫 만남 때 그가 했던 말이 스치듯 떠올랐다.
드래곤을 만났다는 놀라움보다 더 그를 경악하게 만든 것은, 과거 나르 디 마우그는 맥거번가를 방문했었다는 것을 들었을 때였다.
‘그래서?’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현존하는 다섯 명의 소드 마스터 중에서 가장 정점에 있다는 자였는데 말이야.]신랄했다.
카릴은 그의 평가에 말했다.
‘그 정도였나.’
[나이가 아쉬웠지. 완벽해 보였지만 사실 그의 검은 완성되지 않았거든. 조금 더 젊었더라면 성취가 달라졌겠지만.]그와의 대화로 인해 용의 심장이 아인헤리에 봉인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회귀 이후 용마력을 얻게 되었지만, 그 후 저택을 나서는 바람에 나르 디 마우그가 저택을 찾아오는 것을 보지는 못했다.
“…….”
어차피 카릴이 저택에 머물렀던 전생에서도 그는 방안에 틀어박혀 있었던 상태였으니 자신이 있든 없든 크웰과 백금룡과의 만남 속에서 별다른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설마…….’
카릴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 머릿속에 든 가정이 진실이 되기 위해서는 무수한 가능성 중의 하나가 연결되어야 할 뿐이었다.
그렇기에 억측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일이 어느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는 일이겠는가.
“기연에 대해서 여쭤 본다 한들 알려주지 않으시겠죠.”
카릴은 어깨를 으쓱했다.
느긋하게 검에 대해 논의나 할 수 있는 정겨운 상황은 아니었으니까.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두 사람.
쿵……! 쿵!!!
크웰이 걸음을 뗄 때마다 부서진 바닥이 마치 진흙마냥 움푹 파였다.
‘엄청나구나…….’
‘이미 소드 마스터의 경지를 뛰어넘으신 게 아닐까.’
그를 따라온 세 명의 제자들 역시 크웰이 전력을 다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으니 그저 놀랄 따름이었다.
두근―
카릴은 경악하는 그들과 달리 크웰을 본 순간 확신했다.
같은 소드 마스터라 하더라도 그는 다르다.
고든 파비안이나 가네스 아벨란트를 만났을 때는 느껴보지 못한 심장의 떨림.
“대단하시군요.”
카릴은 진심을 담아 말했다.
“일전에 남부의 여제에게 제가 했던 말이 있습니다.”
“……?”
“소드 마스터의 자리가 다섯으로 굳어졌던 시간이 너무 오래되었다고 말이죠.”
“그 구도는 깨어졌지. 네가 소드 마스터의 반열에 오르지 않았느냐.”
“저뿐만이 아닙니다. 그녀도 이번에 소드 마스터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남부와 카릴의 관계를 알고 있는 크웰은 그 말을 듣자 얼굴이 굳어졌다.
대륙에 다섯뿐이 없었던 소드 마스터였다.
한 명을 보유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카릴의 그 말은 그의 세력에 두 명의 소드 마스터가 있다는 것을 의미했으니까.
“또한 앞으로 더 많은 소드 마스터들이 탄생하겠지요.”
카릴은 크웰의 뒤에 서 있는 세 사람을 향해 눈짓했다.
“그래야겠지.”
크웰은 조금 전의 불안감을 떨쳐내려는 듯 말했다. 확실히 카릴의 말대로 자신이 고른 세 명은 곧 큰 전력이 될 것이었으니까.
그렇게 되면 제국은 가장 많은 소드 마스터를 보유하게 될 것이다.
물론, 수안 하자르부터 에이단 그리고 삼국의 그레이스 판피넬까지 카릴의 아래에 소드 마스터가 될 자질을 가진 자들이 있다는 것을 크웰은 모르고 있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왜 지금 그런 말을 하는 게지?”
카릴은 그의 물음에 가볍게 웃었다.
“다섯이란 구도가 깨어졌다는 말은 강자의 서열도 변할 수 있다는 말이지 않습니까.”
“……뭐?”
철컥―
그는 얼음 발톱을 뽑았다.
우우우웅……!!
검날이 파르르 떨림과 동시에 새하얀 냉기와 함께 그의 등 뒤에서 뜨거운 불꽃이 일었다.
꽈드드득―
카릴이 검의 손잡이를 움켜쥐자 마치 빨려 들어가듯 냉기와 열기가 검날에 집약되었다.
지직…… 지지지직……!!
폭염왕과 해일의 여왕의 힘이 비전력과 함께 섞이자 맹렬한 아케인 블레이드가 뿜어져 나왔다.
“너무 오래 계시지 않았습니까?”
크웰은 생전 처음 보는 검기에 긴장된 얼굴로 카릴을 바라봤다.
“최강좌(最强座).”
카릴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내려놓으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