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288)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288화(288/497)
194. 크웰 맥거번
“네가 내게 저택에서 했던 말이 떠오르는구나.”
크웰은 카릴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뛰어넘고 싶다고 했지.”
카릴은 아인헤리로 가기 위해 마법을 배우고 싶다 말했던 그 날 식탁에서의 일을 떠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가 카릴을 인정했던 이유.
무례하게 보일 수 있었지만 카릴은 그때 크웰을 넘어서고 싶다 말했다.
형제들뿐만 아니라 검을 잡은 사람이라면 대륙 전역을 보더라도 크웰 맥거번이란 절대적인 벽은 뛰어넘을 수 없다 여겼다.
그런 거대한 산을 앞에 두고 고작 열두 살짜리 꼬마가 넘어서겠다 말한 것이다.
크웰은 그런 카릴의 기개를 마음에 들어 했었다.
“…….”
역시나 다시 보더라도 크웰이란 남자는 전생과 현생 모두 한결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내가 했던 말을 기억하느냐.”
“물론입니다.”
카릴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기사에게 마력이란 결국 검을 위함. 정말로 나를 뛰어넘기 원한다면…….”
“답은 검이라는 것.”
그의 대답에 크웰은 만족스러운 흐뭇하게 웃었다.
비록 그때는 아인헤리에 들어가기 위해 그의 올곧음을 이용했지만 카릴 역시 무인으로서의 마음가짐은 전생과 현생 모두 변치 않았다.
“자신 있느냐.”
“제 대답은 이미 그때 했습니다.”
“클클…….”
크웰은 낮게 웃었다.
“검에 대한 자신감만큼은 단연 칼리악의 아들답구나. 그리고 그 기개는 크웰의 아들에게도 어울린다.”
마치 그의 성장을 기뻐하는 듯 말하는 크웰을 향해 카릴은 대답했다.
“제 이름을 카릴입니다. 누구의 아들이 아닌.”
“비록 형이나 마르트가 너의 그 당당함을 배웠으면 좋겠구나.”
크웰은 마치 나무라듯 말했다.
안채가 부서지며 일어난 소란에 사람들이 몰려와 있었다. 그중에는 낯익은 얼굴들도 있었다.
마르트와 란돌.
맥거번가(家)의 두 형제는 오랜만에 재회하는 아버지와 동생을 이런 식으로 만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아버지께 검을 겨누다니…….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나. 카릴. 정말로 제국을 적으로 돌릴 생각이냐.’
마르트는 입술을 깨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가족과 조국을 모두 버린다는 것은 그로서는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
하지만 한편으로는 안하무인으로 보일 정도로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내달리는 카릴의 모습이 부럽기도 했다.
가족과 조국.
분명 중요한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족쇄가 되어 자신의 모자람에 대한 핑계가 될 뿐이기도 했다.
빠득―
특히 크웰의 마지막 말이 비수처럼 그의 가슴에 꽂히는 기분이었다.
‘카릴……. 정말로 네가 왔다는 사실에 놀랍기도 하고 그 용기가 존경스럽지만…….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란돌 역시 불안한 듯 그를 바라봤다.
‘너는 분명 내게 네가 만들 미래에 우리 가문이 필요하다 했다. 그런데 아버지께 검을 겨눈다면 우리는 완벽한 적이 되어버리고 만다!!’
꽈악―
그는 남부에서 돌아온 뒤로 한 시도 떨어뜨려 놓지 않았던 품 안에 있는 작은 두루마리 자신도 모르게 쥐었다.
‘네가 먼저 내게 말했잖으냐. 네가 왕이 될 만한 그릇인지 내 눈으로 확인을 하라고. 하나……. 네가 아무리 그 어떤 정의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아버지에게 위해를 가한다면 나는 언령서약서를 발동시킬 것이다.’
카릴과 붙어본 적이 있는 란돌은 그의 실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아니,
붙어 봤기 때문에 오히려 알지 못할지 모른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의 끝은커녕 그 언저리도 파헤치지 닿지 못했으니까.
‘아버지라면…….’
크웰의 실력이야 의심할 여지가 없는 일이지만 혹시 모를 위험에 카릴의 목숨을 쥐고 있는 것은 자신뿐이라는 사실에 그는 서약서를 놓지 않았다.
‘마르트, 란돌……. 그리고.’
대륙 최강의 소드 마스터를 앞에 두고 카릴은 오히려 그 두 사람이 자리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서 마지막으로 누군가를 찾으려 고개를 돌렸다.
‘올리번.’
크웰의 제자들에게 호위를 받고 있는 그를 한번 바라보고는 카릴은 생각했다.
‘다들 모였군.’
자신이 만든 무대에 드디어 관객들이 채워졌다.
이제 계획을 실행할 때다.
콰아아아앙―――!!!
크웰의 검과 카릴의 얼음 발톱이 동시에 부딪혔다.
묵직한 충격에 찌릿한 통증이 카릴의 손목을 타고 전해졌다. 검날이 부딪힌 것이 아니라 거대한 바위가 통째로 내려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묵직하다.’
‘날카롭구나.’
단 일 합으로 서로의 검술에 대해서 파악한 듯 두 사람의 생각이 교차되었다.
카릴은 양손으로 잡고 있던 얼음 발톱에서 한 손을 풀며 크웰의 얼굴을 향해 손을 밀었다.
순간적으로 다가오는 그의 주먹에 크웰이 고개를 돌리며 피했다.
찰나의 틈.
그는 그것을 놓치지 않고 다시 양손으로 검을 잡으며 자세를 취했다.
2번째 외뿔 자세(Unicorn Posture).
뒤로 물러서는 크웰을 향해 팔을 뒤로 당기면서 찌르는 일점 공격의 자세로 카릴이 다시 거리를 좁혔다.
즈즈즈즉……!
번뜩이는 비전력의 전격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마치 거대한 마상 창을 연상케 하는 것처럼 비전력의 그물이 속도를 이기지 못한 채 검 끝에서 원뿔처럼 흩어졌다.
카강!!
하지만 노련한 크웰은 자세가 흐트러졌음에도 불구하고 카릴의 검을 튕겨냈다.
휘이이익……!!
부웅―!!
하지만 카릴이 먼저 크웰의 동작을 예측한 듯 찔러 오던 검날의 방향을 틀어 반대로 허리를 베었다.
4번째 여울 자세 (Riffle Posture)
검을 쥔 카릴의 속도가 폭발적으로 상승하며 검날이 반원을 그리며 베어졌다.
후아아앙―!
거목이 뿌리째 흔들리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리며 검이 지나간 일대는 풍압만으로도 바닥이 뒤집어지며 잔해들이 나뒹굴었다.
기사라 할지라도 그 공격을 버틸 수 없었을 텐데 크웰은 오히려 허리를 뒤로 활처럼 휘며 머리 위로 검을 들어 카릴을 향해 내려찍었다.
“흐아압!!”
우렁한 그의 기합 소리와 함께 카릴의 검 폭풍을 베다 못해 부숴 버릴 것 같은 강대한 검기가 뿜어져 나왔다.
콰아아아아앙!!!
파도의 물결이 갈라지는 것처럼 바닥에 내려찍음과 동시에 그의 검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맹렬한 파동이 일어났다.
“큭?!”
“후웁……!!”
주위에 있던 기사와 사제들은 황급히 고개를 돌리며 두 사람의 격돌의 여파에서 벗어나려 했다.
차자자자장……!!
카강……!!
요란하게 피어오른 먼지구름 사이에서 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몇 번의 검격이 오고 간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
캉!!
화아아악―!!
격돌의 쐐기를 두 검이 강하게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그들을 가리고 있던 먼지가 흩어졌다.
“…….”
“…….”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어느 정도 경지에 도달한 자들뿐이었지만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그들의 검합에 넋을 놓고 지켜볼 뿐이었다.
“놀랍구나.”
크웰은 카릴의 공세를 걷어 내며 말했다.
카앙―
카릴 역시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며 크웰을 바라봤다. 표정은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실제로 그보다 더 놀란 건 카릴 본인이었다.
억겁의 시간 동안 검을 베며 완성한 검의 자세를 이토록 완벽하게 막아 낸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바위 같은 묵직함 속에 믿을 수 없을 만큼의 가벼움이 숨어 있었다.
결국 끝은 하나로 통한다 했던가.
자신과는 전혀 다른 검술이었지만 묘하게도 닮은 구석이 있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겠지. 나 크웰과 경합을 벌이면서도 모든 힘을 쓰지 않다니 말이야.”
“그건 피차 마찬가지지 않습니까.”
카릴은 자신의 공격을 크웰이 오직 기본 검술만으로 파훼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강하겠지만 전생에 크웰이 죽기 전 그의 검술을 전수받은 카릴이기에 그가 전력을 다했을 때 어떤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꽈악―
카릴은 얼음 발톱을 쥐었다.
그의 힘에 에테랄이 고통스러운 듯 검 끝이 살짝 떨렸다.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비록 정령의 힘을 쓰지 않았다 하더라도 자신이 검의 끝에 도달한 자신이 창안한 검술을 막아냈으니 말이다.
‘전생에도 그가 이렇게 강했었나?’
그의 기억 속에도 분명히 크웰 맥거번이란 존재는 강했다. 확실히 마력도 없던 상황이었으니 더욱 강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뭔가 다르다.
아무리 강하다 하더라도 자신이 기억하는 전생의 크웰과 달랐다.
아니면…….
‘뭔가 내가 모르는 다른 게 있던 걸까.’
카릴은 자꾸만 크웰이 말했던 기연이라는 것이 신경 쓰였다.
“성년도 되지 않은 네가 이 정도의 경지에 오를 줄이야. 나로서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로구나. 과연……. 검귀(劍鬼)조차도 네 나이 때 너만큼의 실력이었을까 궁금할 정도야.”
“……검귀?”
카릴이 크웰을 바라봤다.
“250년 전 대마도사인 카이에 에시르의 동료 중 한 명이다. 알려진 바는 딱히 없지만……. 맥거번가의 검술이 그의 기반으로부터 만들어졌지.”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놀랍게도 자신이 찾고 있는 다른 한 명의 동료가 가문과 연결되어 있을 줄은 카릴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가문의 선조라는 말입니까?”
흥미를 보이는 카릴의 모습에 크웰은 의외라는 듯 대답했다.
“그렇지 않다. 그는 대륙인이 아니었으니까. 그저 검의 자문을 구했던 것일 뿐으로 인연이 닿았던 것이지.”
‘대륙인이 아니다……?’
카릴은 그 말에 어쩌면 크웰이 이민족인 칼리악과 인연이 깊은 이유도 그 영향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카이에 에시르의 남겨진 유산을 얻기 위해 그의 동료를 찾는 것은 중요한 일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불필요한 생각이었다.
“사설이 길었군.”
그리고 크웰 역시 카릴과 같은 생각이었던 듯 검을 고쳐 쥐며 말했다.
“이제부터 전력을 다하겠다.”
끝을 내자는 의미.
크웰은 낮게 숨을 토해 내고는 율스턴을 카릴을 향해 겨누었다.
화르르륵……!
그의 검날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맹렬한 마나 블레이드가 뿜어져 나왔다.
그때였다.
“……!!!”
카릴은 믿을 수 없다는 듯 크웰을 바라봤다.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일렁이는 검날의 화염 속에 가려서 보이지 않지만 그 속에서 분명하게 느껴지는 이질적인 마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말도 안 돼.”
아마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오직 자신만이 크웰의 마력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것에 확신했다.
왜냐면 그 마력은 자신과 같은 것이었기 때문이니까.
‘……용마력?!’
카릴은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혼란스러웠다.
의문 가득한 눈으로 크웰을 바라봤지만 크웰은 문답무용으로 대신 검을 휘둘렀다.
콰강!! 카가가가강!!!
수직으로 내려긋는 크웰의 검을 막는 순간 카릴의 몸이 전과 달리 크게 휘청거리며 뒤로 주르륵 밀려 났다.
충격에 수십 미터를 뒤로 튕겨 나가고 난 뒤에 간신히 멈춘 그에게 일말의 여유도 주지 않고 크웰이 검을 찔렀다.
“큭!”
기본적인 마력 자체가 이미 6클래스에 도달한 크웰이었기에 비록 같은 용마력이라 할지라도 밀리아나와는 명백히 달랐다.
예고를 한 것처럼 그의 공격 하나하나는 실로 혼신의 힘을 담은 것 같이 무거웠다.
기연(奇緣).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카릴은 자신이 놓친 그의 기연 속에 어떤 사건이 숨겨져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그 안에 명백한 존재 하나가 얽혀 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나르 디 마우그……!!’
자신의 미래가 변했듯,
크웰 맥거번의 미래 역시 변해 있었다.
콰아아아앙―――!!!
두 사람의 검이 다시 격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