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289)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289화(289/497)
195. 난장을 피우다
인간이 용마력을 가질 수 있는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미 인류 중에 용마력을 가진 존재를 카릴은 둘 알고 있었으니까.
첫째, 7인의 원로회라 불리는 마법사들.
알른 자비우스는 자신들을 드래곤에게 마법을 전수받은 자들이라 말했다.
용마력을 기반으로 하여 그들은 비전술부터 백색기검, 초대 마법 등 많은 마법을 창조해냈다.
둘째, 남부의 디곤 일족.
그들 역시 인간임에도 용마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특이하게도 그들은 누군가에게 배운 것이 아닌 태생적으로 타고 난 힘이었다.
하지만 그들도 황금룡 토스카의 축복을 받은 종족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디곤의 선조가 그와 인간 사이에서 하프 드래곤이라는 얘기부터 여러 추측이 난무하지만 어쨌든 확실한 것은 그들이 인류 중에 유일하게 드래곤과 직접적인 연관을 가진 존재라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카릴.
그 역시 염룡 리세리아의 심장을 먹음으로써 용마력을 얻었다.
각기 다른 방법으로 용마력을 취했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결국 드래곤과 관련되지 않는 이상 용마력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크웰 맥거번.
전생에는 용마력을 얻지 못했던 그가 어째서 용마력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일까.
카릴의 기억 속에 그가 드래곤과 연관이 있었던 일은 그때 한 번뿐이었다.
‘미래는 바뀌었다. 하지만 사건은 변하지 않는다. 나르 디 마우그가 아버지께 용마력을 가르친 것이 틀림없다.’
어째서?
카릴의 머릿속에 의문이 가득했다.
전생의 나르 디 마우그는 가르치지 않았던 용마력을 이번 생의 크웰 맥거번은 배웠다.
도대체 두 세계에서 이런 결과의 차이를 만들어 낸 특이점이 무엇일까.
콰아아아아아앙――――!!!
하지만 그런 의문에 해답을 찾기도 전에 카릴은 묵직한 공격에 튕겨 나갔다.
츠즈즈즈…….
크웰은 카릴의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호흡을 뱉어내며 천천히 자세를 잡았다.
“…….”
그 모습을 본 순간 카릴은 자신도 모르게 어깨가 가볍게 떨렸다.
천천히 검 끝을 위로 세우고 날을 옆으로 돌려 얼굴을 손잡이 부분의 가드로 가렸다.
카릴은 새삼 저 검식이 이토록 무겁게 느껴지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맥거번 가 전승 검술 3번째-뇌열인(雷熱刃).
천천히.
아주 느리게 거대한 바위처럼 느껴지는 검 끝이 살짝 흔들리자 율스턴을 쥔 크웰의 양팔의 근육이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검이 움직였다.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듯한 폭발적인 속도는 중검술의 경계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것 같았다.
“하압!!!”
위에서 아래로 내려치는 검날.
단순해 보이지만 실로 그렇지 않았다.
노도 하는 제1격을 막기 위해 검을 드는 순간 크웰의 검이 카릴의 허리를 노릴 것이다.
“흡……!!”
뇌열인의 검식이 어떻게 자신을 노릴지 잘 알고 있는 카릴은 건틀릿을 들어 검을 막으며 얼음 발톱을 옆으로 세웠다.
그의 예상대로 이어지는 제2격.
크웰이 검을 내려침과 동시에 몸을 오른쪽으로 꺾으며 허리를 뒤틀었다.
율스턴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급격하게 꺾이면서 허리를 노리는 검격이 이어졌다.
‘여기까지가 허초.’
카릴은 맹렬한 충격에 비틀거리면서도 주의를 잃지 않았다. 크웰의 검이 아직 먹잇감을 찾는 듯 뒤로 물러선 그를 쫓아 왔기 때문이다.
상대방보다 한 발자국 더 앞으로 쫓으면서 그 간격을 좁혀 방어 자체를 불능하게 만드는 제3격이야말로 뇌열인의 진짜 공격이었다.
“카릴, 검을 놓거라!! 그렇지 않으면 팔이 잘릴 것이다!!”
크웰이 그를 향해 소리쳤다.
확실히 현존하는 수많은 검술 중에 맥거번가의 검술은 단연 으뜸이었다.
검의 극의에 도달했을 때 카릴조차 검술의 심오함에 대해서 감탄했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아쉽게도 크웰은 실책을 했다.
우습게도 그 실책이 바로 전생에 그에게 자신의 검술을 가르쳐 주었다는 것이다.
현생의 그로서는 억울하겠지만 카릴은 파렐 속에서 타락이라는 괴물들을 상대로 자신이 알고 있던 수많은 검술을 갈고 닦았다.
당연한 일이지만 그 안에는 크웰의 검술도 있었다.
그 말은 그 검술의 파훼법 역시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검의 다섯 자세의 반격기.
1번째 왕관 자세(Crown Posture).
카릴의 얼음 발톱이 폭이 좁은 두 사람의 간극 사이에서 기묘하게 움직였다.
율스턴의 검날을 타고 얼음 발톱이 미끄러지듯 내려가자 사방으로 차가운 얼음 파편들이 튀었다.
치지지지지……!!
화 속성의 마력을 가진 크웰의 몸은 마나 블레이드를 뿜어낼 때마다 그 열기에 달궈지듯 뜨거워진 듯 부서진 얼음조각들이 그의 얼굴에 닿는 순간 요란한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녹아 증발하였다.
“흡!!”
카릴은 얼음 발톱을 밀며 크웰의 검을 튕겨냄과 동시에 그의 가슴 안쪽을 노리며 검을 그었다.
“……!!”
파앗―!!
크웰이 황급히 검을 피했다.
두꺼운 중갑옷을 입고 있는 그는 갑옷의 무게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가벼운 몸놀림이었다.
파각! 쩌저적…….
완벽하게 피했다고 생각했는데 크웰의 갑옷이 날카롭게 잘려 나갔다.
“대단하구나. 뇌열인을 파훼하는 것도 모자라서 내게 반격까지 하다니 말이야. 이 일격은 고든 파비안조차 막을 수 없을 텐데.”
카릴은 그의 말에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교도 용병단의 단장에게 듣지 못하셨나 봅니다. 그가 예전에 이미 제게 깨졌다고 말이죠.”
크웰은 그 말에 낮은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카릴 역시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내가 만약 파렐이란 특수한 상황을 겪지 못하고 단순히 전생의 수준에 머물렀다면, 어쩌면 검술에서 졌을지도 모른다.’
마력 없이 검과 기술만으로 소드 마스터를 눌렀던 그였음에도 불구하고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의 크웰은 마력뿐만 아니라 검술까지 전생에 비해 올라간 느낌이었다.
그것이 단순히 용마력의 유무에서 나오는 격차일까?
“그 마력……. 인간의 것이 아니군요.”
카릴은 나지막하게 말했다.
“어떻게 알았느냐?”
그의 말에 크웰은 짐짓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아시다시피 저는 폭염왕 라미느의 정령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해일의 여왕인 에테랄의 힘도 제게 있습니다.”
“……!!!”
카릴은 말이 끝남과 동시에 얼음 발톱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쩌적…… 쩌저저적……!!
그러자 검날이 새하얗게 얼어붙었다.
“소실된 정령계의 정령왕들을 찾아내다니……. 이건 황실 마법사들도 하지 못한 일인데……. 도대체 너란 아이는 언제나 내 예상을 뛰어넘는구나.”
크웰은 카릴의 등 뒤에 나타난 라미느의 형상과 얼어붙은 검날을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정령들이 말하고 있습니다. 마력 속에 이질적인 힘. 드래곤의 것이라고 말이죠.”
카릴은 넌지시 물었다.
정령력 때문에 알게 되었다는 것은 거짓말이지만 크웰의 용마력을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었다.
다행히도 크웰의 용마력이 아직까지 그리 크지 않아 카릴의 마력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다.
개미의 눈으로 본다면 눈앞에 있는 코끼리의 다리가 거대한 기둥이라 생각하게 되는 것처럼 카릴의 용마력이 너무나 강대했기에 카릴이 크웰이 마력을 단번에 알아차린 것과 달리 크웰은 알지 못했다.
만약 크웰의 마력이 조금만 더 높았더라면 카릴의 마력을 느끼고 그의 말이 거짓임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위험했어.’
정령왕의 힘을 보여주는 것은 카릴로서는 썩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특히 에테랄의 존재 여부를 말하느냐에 있어서는 짧은 순간이지만 많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그녀의 등장을 알림으로써 주의를 돌릴 필요가 있었다.
그가 위험을 무릅쓰고 정령력을 펼친 이유는 사실상 자신의 용마력을 감추기 위함이기도 했으니까.
“어떻게 된 겁니까?”
“네가 저택을 나선 후 나는 한 남자를 만났다.”
잠시 숨을 고르듯 크웰은 카릴에게 말했다.
‘나르 디 마우그…….’
카릴은 단번에 그가 백금룡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기묘한 검술을 가진 자였다. 그는 내게 대련을 신청했고 별다른 검격 없이 몇 번을 부딪치고 끝났지. 그 뒤로 소식을 들을 수 없었는데……. 크로멘 황자님의 장례 이후 그가 다시 나를 찾았었다.”
‘……나르 디 마우그가 또다시 저택을 찾았었다고?’
크웰의 말에 카릴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전생에는 없었던 일.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으나 3황자님의 장례로 인해 애도의 기간 때문에 당초 계획되었던 북부 원정이 취소되었다. 그 덕분에 나는 기연을 얻을 수 있었지.”
“…….”
“그는 내게 호흡법을 가르쳐주었다. 가문의 검술에 부족함이 없다 믿어왔다. 한데 부족한 것은 검술이 아니라 나였더군. 그의 조언에 따라 수련을 하자 몸이 가벼워지고 몸 안의 마력이 새로이 쌓였다.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응축된 마력이지.”
“그로 인해 6클래스의 반열에 오르신 겁니까. 소드 마스터라는 칭호로는 부족하겠군요. 실로 그랜드 마스터라 칭할 만하군요.”
“그렇다.”
우습게도 카릴은 크웰의 변한 미래가 자신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마치 강해지는 자신을 막으려는 것처럼.
신이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일부러 이런 일을 만든 것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더 이상 적수가 없다 생각한 순간 대륙엔 자신을 상대할 강자가 나타났다.
하필이면 그 상대가 가장 상대하기 꺼려지는 양부(養父)인 크웰 맥거번이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카릴은 크웰의 말을 들었을 때 어쩐지 그가 자신의 마력이 용마력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변형된 마력으로 생각하는 건가?’
말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현존하는 인류 중에 용마력을 가진 자는 오직 디곤 일족뿐이었으니까.
제국인에서 이 마력을 가진 자는 아무도 없었다.
본 사람이 없으니 모르는 게 당연한 일.
그렇다면 문제는 그에게 이 마력을 가르쳐준 남자일 것이다.
‘굳이 알릴 필요가 없었다는 것인가. 아니면 일부러 알리지 않은 것인가.’
크웰의 설명으로는 아쉽게도 그가 나르 디 마우그인지 알 수 없었다.
하나 용의 심장도 없는 상황에서 고작 그 정도의 가르침으로 용마력을 깨우쳤다는 것에 새삼 크웰의 이해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마력의 본질은 몰라도 마력의 운용 능력만큼은 어쩌면 7인의 원로회에 버금 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다루기 어려운 힘이나……. 그 위력은 지금까지와는 비할 바가 못 된다. 다만 네게 이 힘을 쓰는 것이 마음이 편치 않구나. 하나.”
철컥―
크웰은 검을 고쳐 잡았다.
“무례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그때였다.
“모두 멈춰라!!!!”
크웰과 카릴이 격돌하려는 순간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감히 신성한 성도인 헤임에서 감히 칼부림이라니!! 무엄하도다!! 그대들이 그러고도 율라를 섬기는 자들이라 할 수 있는가!!”
“…….”
크웰은 주교의 모습을 보자 검을 천천히 아래로 떨구었다.
“소란은 여기까지겠군.”
그의 말에 카릴은 어깨를 으쓱했다.
전투 사제들은 여전히 긴장된 표정이었지만 주교의 등장에 힘을 입은 듯 카릴을 향해 무기를 겨누었다.
“심지어 제국의 황제라 할지라도 율라께서 허락하지 않은 이상 검을 뽑지 못하거늘 일국의 왕이란 자가 이 어찌 이리도 무례한……!!!”
콰아아아아앙―――!!!
그 순간 주교의 노성이 끝나기도 전에 헤임의 안쪽 건물에 폭발이 일었다.
“……!!”
“……!!”
그곳에 모인 모든 사람의 고개가 부서진 건물을 향해 꺾였다.
“찾았습니다.”
어느새인가 이스라필이 허공에 띄어 놓은 수십 개의 마경 속에 하나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콰아아앙―――!!
“흐, 흑마법……?! 단단히 미쳤구나……!!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저 타락한 놈을 당장 포박하라!”
주교는 이스라필의 머리 위에 떠 있는 우월한 눈의 마경을 바라보며 지팡이를 바닥에 내려치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흥.]화르르르륵……!!!
하지만 사제들이 움직이기 전에 그의 등 뒤에서 흐릿한 잔상이 검게 진해지며 노인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가 팔을 젓자 꺼지지 않는 푸른 불길이 이스라필과 사제들 사이에서 솟구쳤다.
“우악!!”
“으아아악……!!”
알른 자비우스는 악취가 나기라도 한다는 듯 코를 잡고는 당장에라도 이곳에서 나가고 싶은 표정을 지었다.
“이, 이익……!”
몇몇 사제들이 로브에 옮겨붙은 알른의 화염을 끄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영체의 힘이 담긴 영혼의 불꽃은 사그라지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그들을 집어삼키려는 듯 몸을 부풀렸다.
[클클클클…….]바닥에 나뒹구는 그들을 보며 알른은 낮게 웃었다.
콰아앙……!!
그와 동시에 뒤편에 있는 건물에서 다시 한번 폭발이 일어났다. 무너지는 잔해 속에서 또 다른 검은 잔영이 빠르게 움직였다
[네가 찾는 자가 이 녀석이냐.]매끈한 얼굴과 달리 죽은 사람처럼 쇠를 긁는 듯한 목소리가 들리자 모두가 깜짝 놀라며 이번에는 그들의 시선이 인형에 꽂혔다.
“어딜……!!”
사제 한 명이 자르카의 옆을 노리며 메이스를 치켜들었다.
서걱―
하지만 그것도 잠시,
사제의 목이 그대로 잘려 나갔다. 인형의 손목에 감겨 있는 날카로운 실에 핏물이 뚝뚝 바닥으로 떨어졌다.
카릴은 그들을 바라보며 마치 자신이 기대했던 풍경이라는 듯 피식 웃었다.
“소란이 끝나다니요.”
그리고는 자르카의 품 안에 기절해 있는 제이크를 바라보고는 고개를 돌려 크웰을 향해 나지막하게 말했다.
“이제 시작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