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29)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29화(29/497)
27. 에이단 하밀
250년 전.
대마도사 카이에 에시르의 지휘 아래 제국은 가장 화려한 번영을 누렸었다.
하지만 정점을 찍은 영광은 결국 쇠퇴를 하게 마련.
적수가 없다고 생각된 제국도 시간이 흐르며 그 영토가 줄어들었다.
‘루레인 공국이나 이스트리아 삼국과 같은 나라들이 아직까지 존재한다는 것도 그 증거겠지.’
‘하지만 2년 뒤, 올리번이 황위에 오르고 신탁이 내려지기까지 단 1년.’
제국은 마치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라도 하는 듯 수많은 발전을 거듭한다.
카릴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자들.
제국 7강.
올리번 황제를 받들어 제국의 부흥을 이끌었던 일곱 명의 인재들.
역사상 가장 뛰어난 책략가, 브랜 가문트.
카이에 에시르의 재림이라고 불린 마법사 세르가.
대륙의 상권을 쥐락펴락했던 맥 마이스터.
상단의 이름을 한 특작군을 이끈 수안 하자르.
전쟁의 천재지만 잔인하고 냉정한 자켄 볼튼.
대륙 최대 규모의 정보 단체인 유성(Astra)을 이끌었던 에이단 하밀.
‘그리고 마지막…….’
검성(劍聖) 카릴 맥거번.
바로.
자신이었다.
“…….”
단순히 추억을 떠올리기 위해 그들의 이름을 다시 한번 새긴 것은 아니었다.
“어? 당신은……!!”
수안이 비틀거리며 걸어오는 남자를 바라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는 잔가?”
“네. 이곳으로 들어오는 외지인은 거의 제가 강을 건너게 해주니까요. 배를 탔던 사람들은 거의 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래?”
카릴은 그의 말에 살짝 눈을 흘겼다.
“괜찮으십니까?”
“헉…… 허억……. 감사합니다.”
수안이 쓰러질 것 같은 남자를 부축했다.
“여기.”
허리에 차고 있던 수통을 그에게 건네자 남자는 며칠은 굶은 사람처럼 게걸스럽게 물을 마셔댔다.
그때였다.
“이 새끼 어딨어!!”
“찾는 순간 죽여 버려!!”
“건방진 새끼! 나머지 한 년은?”
“어차피 도망가 봐야 섬 안이야. 죽여 달라고 빌 때까지 칼침을 놔주겠어!!”
부두에서 들리는 남자들의 목소리.
“헉……!!”
그 소리가 들리자 카릴의 앞에 있던 남자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란 얼굴로 소리쳤다.
“도, 도망쳐야 합니다!!”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분명 여동생이 있었던 거로…….”
자신의 팔을 부둥켜안다시피 잡아당기는 남자를 진정시키며 수안은 기억을 더듬고는 화들짝 놀랐다.
“설마……. 저들이 말하는 여자가…….”
그러고는 카릴을 바라봤다.
그의 눈빛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우드득-
카릴은 말없이 둘을 지켜보다 밟고 있던 남자의 허리를 찍어 눌렀다.
“…….”
쓰러진 그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숨이 끊어졌다.
“도, 도와주십시오.”
그를 바라보며 카릴은 낮은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도와 달라?”
“제 기억에 분명 어린 여동생과 함께 타투르에 왔던 사람입니다. 뭔가 문제가 생긴 게 틀림없습니다.”
“그래서.”
누군지도 모를 처음 보는 사람에게 부탁을 한다?
모르는 사람이라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라서 그런 거라고 할 수도 있겠다.
단 한 명.
그를 제외하고 말이다.
‘내가 널 알거든.’
카릴은 비소(誹笑)를 지었다.
‘에이단 하밀.’
전직 암살자이자 정보 단체 유성의 마스터.
황제의 명을 받아 수십 명의 공국 고위 간부를 쥐도 새도 모르게 살해했던 그가 고작 무법항의 떨거지들에게 당했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큭…….”
카릴은 지금 상황이 우스워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게다가 넌 애초에 올리번 쪽 사람이고.’
“…….”
당장에라도 말하고 싶었지만 참으면서 그는 배우 뺨칠 정도로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을 하는 에이단을 바라봤다.
‘게다가 어린 여동생이라면 그 인간을 말하는 거겠군.’
그러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톱니바퀴가 맞아 떨어지는구나.’
몇 년 후.
타투르로 들어오는 이민족의 수가 언제부턴가 급속도로 증가한 이유.
‘그 당시 무법항의 주인인 큐란을 비롯해서 타투르의 관리자라 불리는 네 명 중 세 명이 모조리 죽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 당시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자유도시에서의 죽음이야 비일비재한 일이었으니까.
‘단순히 그들의 죽음과 수안 하자르 때문에 타투르로 유입되는 사람들이 증가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다.
‘이미 그때부터 타투르는 자유도시지만 자유도시가 아니었던 거로군.’
카릴은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올리번.’
이제 알 수 있었다.
‘네가 이곳을 손에 넣었던 거야.’
그렇다면 지금 에이단 하밀이 이곳에 있는 이유도 충분히 납득이 되는 일이다.
‘언제부터 잠입해 있었던 거지?’
1년? 2년?
‘제법이야. 너는 오래전부터 황위에 오르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구나.’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에이단이 지금 자신의 앞에 나타난 이유는 뭘까.
‘단 하나겠지.’
카릴은 자신의 옆에 있는 수안 하자르를 곁눈질로 살짝 바라봤다.
‘올리번은 수안이 언젠가는 타투르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다.’
감옥에서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던 올리번의 말을 떠올렸다.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었구나.’
빠득-
자신도 모르게 얼굴에 힘이 들어갔다.
카릴은 에이단 하밀을 바라봤다.
“…….”
외관상으로는 엉망이 되어 보이지만 자세히 살피면 뼈가 부러진 곳도 없고 움직이는 데는 큰 무리가 없었다.
‘상처는 일부러 만든 것.’
이렇게까지 해서 만남의 접점을 만들 줄은 몰랐다.
결코.
우연으로 보이지만 우연이 아니다.
올리번은 에이단 하밀을 시켜 수안 하자르에게 접촉을 시도한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그조차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었다.
바로.
카릴이었다.
‘일이 재밌어지는군.’
전생(前生)에서 올리번이 이번 일을 통해 수안 하자르를 얻었는지 아닌지는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건 하나 있다.
‘올리번, 이번 생엔 내가 너보다 타투르에 먼저 와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다!!”
“저놈들은 또 뭐야?”
세 사람을 발견한 한 무리의 남자들이 무기를 뽑아 들고 달려오기 시작했다.
퍼억-!!
카릴은 쓰러져 있던 나머지 한 명을 발로 차올렸다.
“컥……!!”
정신을 잃었던 남자는 충격에 본능적으로 숨을 토해내며 몸이 붕 떠올랐다.
콰아앙……!!!
달려오는 녀석들의 앞에 남자가 처박히자 모래가 사방으로 튀었다.
“뭐, 뭐야?!”
“이 새끼가……!!”
자신의 동료가 수십 미터를 날아와 떨어지는 걸 보며 소리치며 무기를 겨누었지만 그들의 얼굴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저벅- 저벅- 저벅-
카릴이 발걸음을 떼었다.
부우웅-!!
대각선으로 날아드는 검을 피했다.
부우우웅–!!
옆으로 파고드는 검을 몸을 돌리며 흘려보냈다.
마력을 쓸 필요도 없었다.
콰직……!!
카릴이 있는 힘껏 정강이를 후려치자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검을 휘두르던 남자가 고꾸라졌다.
“컥…… 커컥!!”
고통에 제대로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올리번.’
그는 제2황자다.
비록 크웰이 그를 지지한다고 나섰지만 현재로서는 루온에 비한다면 입지도 상황도 약할 수밖에 없었다.
‘황도에서 너를 지지하는 세력은 적다. 자르반트 경과 아버지인 크웰이 너를 따르지만 루온 황자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지.’
두 번째 남자가 쓰러졌다.
스윽-
카릴은 아그넬로 남자의 아킬레스건을 끊어버리고서 천천히 일어났다.
서걱-
움직이지 못하는 그의 목을 가차 없이 그었다.
‘이곳은 네가 황위에 오르고 난 뒤에도 여전히 자유도시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제 알겠군. 그건 표면 상만 그럴 뿐 이미 너의 땅이었구나.’
세 번째, 네 번째 남자들은 순식간에 당한 동료의 처참한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상관없다.’
퍼억-!!
퍽! 퍽! 퍽! 퍽!!
순식간에 튀어 올라 거리를 좁힌 카릴이 나머지 두 사람을 사정없이 두들겼다.
“컥…… 커컥……!!”
그 비명조차 오래가지 않았다.
너부러진 시체들 사이에서 카릴은 아무렇지 않게 서 있었다.
“…….”
에이단 하밀은 그의 모습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시선을 주지 않은 채 카릴은 담담한 얼굴로 쓰러진 두 사람을 넘어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젠 내 것이 되어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