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291)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291화(291/497)
196. 제국 전쟁 (2)
“카릴……!!!!”
크웰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그를 향해 외쳤다.
“그만.”
하지만 그런 그를 막은 것은 올리번이었다.
“폐하의 주검을 잘 추슬러주시기 바랍니다. 크웰 경. 오늘은 비통한 날입니다……. 전쟁을 생각하기에 앞서 제국은 애도의 기간을 가질 것입니다.”
올리번은 침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말투에는 묘한 울림이 있어 들끓는 마음이 진정되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상하군.]알른 자비우스는 그런 올리번을 바라보며 카릴의 머릿속에 말했다.
‘왜?’
[언령(言靈)을 쓰고 있다. 인간이 쓰는 말투 이외에 보이지 않는 억양이지. 이따금 태생적으로 내는 자들도 있긴 하지만……. 저 녀석이 그런지는 확인해 봐야 할 일이겠지.]카릴은 그의 말에 살짝 눈을 흘겼다.
‘언령이 뭔데? 내가 알지 못하는 효과라도 있는 건가?’
[그 자체로만 본다면 딱히 위협적인 것은 아니다. 마법과 주술 사이쯤이라고 해야 할까…….]알른 자비우스는 말을 이었다.
[즉각적인 반응이나 결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특유의 억양에서 나오는 목소리의 파장으로 듣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든지 혹은 호감이랄까? 자신에게 더 믿음이 가게 하는 수준 정도지.]그의 말대로 그 정도는 큰 효과는 아니었다.
오히려 매혹 마법이라든지 환각술 같이 즉각적이고 더욱 강렬한 수단이 존재하니까.
[그것을 마법으로까지 승화시킨 존재가 드래곤이지. 그렇기에 그들의 말엔 힘이 담겨있고 그 말을 용언(龍言)이라 부른다. 그리고 그것을 구축한 것이 용언 마법이지. 하지만 용의 마법이라 해도 인간의 마법과 체계가 다른 것은 아니야. 효과의 차이일 뿐이지.]‘확실해?’
카릴은 그 말 역시 백금룡이 한 말이라면 믿을 수 있는 것이냐는 의미였다.
알른은 그의 물음에 살짝 입꼬리를 씰룩이며 대답했다.
[드래곤이 용언 마법을 구축했다면 인간의 마법 체계를 구축한 존재는 바로 나다. 네 녀석이 내 지식의 보고를 완전히 열게 된다면 적어도 마법의 체계에서만큼은 드래곤에게 지지 않는다.]인간이 용을 이길 수 없는 이유는 종족이 가지는 마력의 절대량의 차이 때문.
하지만 카릴은 용의 심장 덕분에 진화의 한계를 뛰어넘기에 알른 자비우스는 아이러니하게도 그에게서 용살자로서의 가능성을 찾은 것이다.
[언령은 태생적으로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자도 있고 없는 자도 있으며 그 효과도 달라서 그것을 부르는 이름도 모두 다르다.]‘또 다른 이름?’
[그래. 마도 시대는 마법이 융성했기에 그만큼 교단의 힘도 강했다. 시대를 풍미했던 7인의 원로회만큼이나 강한 마법사를 꼽자면 교단의 사제들이겠지. 그들 역시 큰 맥락으로 보면 마법사들이거든.]카릴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마력이 구축되지 않았던 먼 과거, 언령의 힘은 충분히 신격화될 수 있었지. 그렇기에 인류는 언령을 때론 신의 힘, 신력(神力)이라 부르기도 했다.]“…….”
카릴의 얼굴이 굳어졌다.
단순한 기우일까.
신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카릴은 올리번의 얼굴을 자신도 모르게 바라봤다.
마력(魔力)과 신력(神力).
두 힘은 서로 공존할 수 없는 정반대의 힘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 그 원류는 같았다.
오히려 용마력이 정령력에 기원을 두고 있다는 사실에서 신의 힘과 반대였으니 어쩌면 그들 역시 어쩌면 신살자(神殺者)의 운명을 타고났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드래곤이 신의 편에 서며 신령대전은 처참하게 패배하고 말았지만 말이다.
“……알겠습니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솟구치던 크웰의 분노가 순식간에 누그러졌다.
그는 검을 검집에 집어넣고는 고갯짓을 했다.
그러자 그의 제자들과 사제들이 타이란 슈테안의 주검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황제의 죽음, 아니, 살해에 대해 누구 하나 토를 달지 않았다.
그 죽음이 황자에 의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때로는 저를 원망하는 자들도 생겨날 겁니다. 하지만 대의를 위한 고통과 질타는 제가 받겠습니다. 그로 인해 황도와 제국 전역의 백성들이 평탄한 삶을 살 수 있다면 말이죠.”
올리번의 말을 들을 때마다 어쩐지 심장 한편이 찌릿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 통증과 함께 그의 비통함이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마치 그의 마음과 동조되는 느낌.
‘이게 언령의 힘인가…….’
어쩌면 전생에는 마력이 없어 느끼지 못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 저런 힘이 있다면 황궁에서 만났을 때 썼겠지. 그렇다면 힘의 사용 여부도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건가?’
[아마 그때 힘을 쓰지 않은 것은 네가 정령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일 거다.]라미느의 말에 카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신의 힘에 반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이 정령력이었으니 올리번으로서는 경계를 하지 않을 수 없었을 테니까.
[이제 적이라 여기기에 대놓고 그 힘을 보이는 것일지도 모르지.]“…….”
카릴은 라미느의 말에 천천히 정령력을 끌어 올렸다.
눈에는 눈.
도발에는 도발이었다.
두아트의 검은 힘이 카릴의 전신을 감싸자 마치 유리창이 깨어지는 듯 그는 자신을 둘러싸는 언령의 힘을 부숴버렸다.
“돌아가지.”
카릴의 말에 이스라필과 케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타투르의 왕이여.”
돌아서는 그의 등을 향해 교단의 주교가 말했다.
“오늘의 일을 잊지 않겠소. 그대는 이제 교단에 척을 지게 되었다는 것을 명심하시오.”
“헛소리하지 마.”
카릴은 그런 주교를 바라보며 코웃음을 쳤다.
“녀석의 개 주제에. 놈을 돕기 위한 명분을 만들려고 머리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군.”
그는 두 손가락을 뻗어 올리번과 주교를 가리키며 말했다.
“애도의 기간? 말은 잘하는군. 그럼 너희가 먼저 오든지. 붙고 싶으면 누구든 상관없으니까.”
“뭐…… 뭐라!!”
주교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지며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거기까지.
크웰과의 일전을 지켜본 그가 카릴에게 덤빌 만큼의 용기는 없었다.
“흥.”
그런 그를 향해 다시 한번 비소를 지으며 돌아섰다. 사제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주교를 바라봤지만 그저 인상을 구기는 그의 모습에서 이 이상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음을 알았다.
“…….”
마르트 맥거번은 카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전 검을 쥐었던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봤다.
아버지의 검을 막았던 손은 아직도 떨리고 있었다.
긴장감일까 고양감일까.
그는 알 수 없는 묘한 눈빛으로 펼쳤던 손을 꽈악 쥐며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 * *
“말씀하신 대로 난장도 이런 난장이 없군요. 교단의 성지에서 황제의 목을 베다니…….”
“뭐, 아들이 아비의 목을 베라고 직접 얘기를 했는데. 우리가 한 일은 놀랄 일도 아니지.”
카릴은 마치 헤임에 처음 도착한 것처럼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저 멀리 창밖으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는 조금 전 일전의 증거였다.
“괜찮을까요? 이렇게 교단의 건물 안으로 들어와도…….”
“걱정하지 않아도 돼. 녀석은 우리를 이곳에서 죽이지 않을 거야. 이용가치가 있으니까요.”
“……이용가치?”
카릴은 그의 말에 입꼬리를 올렸다.
“올리번 녀석이 이제 할 일은 뻔해. 타이란 슈테안의 살해자로 나를 지목할 테고 교단은 놈에게 힘을 실어 주겠지. 녀석은 아비의 복수라는 정당성에 비통함과 분노를 담아 백성들의 마음을 움직일 테고. 그러기 위해서는 혹여나 자신을 향할 의심을 피하기 위한 타깃이 필요할 테니 말이야.”
“……··.”
이스라필은 제국이란 초강대국에 교단이라는 힘이 더해질 것을 상상하자 생각만 해도 오금이 저리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황자가 원하는 대로 하셨습니까? 차라리 그의 본모습을 황제께 보였으니 황제를 살려 황자를 실각시키는 쪽이 더 낫지 않았을까요?”
카릴은 그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이미 올리번과 교단이 한패인 이상 제국의 대부분의 귀족들 역시 황제를 따르기보다는 녀석에게 힘을 줄 수밖에 없을 거야. 굳이 놈을 견제할 수 있는 자라면 황후와 루온 황자겠지만……. 그들을 편에 둘 바에는 차라리 올리번에게 힘을 실어 주는 게 낫지.”
“힘을…… 실어 준다고요?”
“악역쯤이야 질리도록 해왔어. 조금 더 맞춰 주는 거야 어렵지 않지. 녀석이 정의라는 대의를 두르고 싸우면 싸울수록…….”
펑―
카릴이 주먹을 쥐었다가 펼치자 그의 손가락을 따라 작은 불꽃이 떨리듯 피어오르다 사라졌다.
“놈의 가면을 부숴버렸을 때의 파장은 커질 테니까.”
“제국의 모든 사람을 상대로 악역이라……. 질타와 원성은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일 겁니다.”
“괜찮아. 내가 악역을 할지라도 너희는 날 따라올 거잖아. 전황을 더 넓고 크게 봐. 제국이 세계의 전부가 아니다. 고작 한 나라가 아니라 대륙으로 보란 말이지.”
카릴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이민족과 야만족, 불멸회와 공국까지. 과연 놈을 따르는 자가 많은지 나를 따르는 자가 많은지 말이야.”
이스라필은 그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공국의 전쟁을 종결시키면서 공국의 영웅으로서 그들을 내 아래 둘 수 있었다. 하지만 일인 체제인 제국과 달리 공국은 내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 제국의 기사들은 오직 한 가문에게만 충성하고 있으니까.”
카릴은 말을 이었다.
“황자를 지금 이 자리에서 죽인다 한들 제국의 귀족들이 과연 나를 따를까? 황제의 죽음까지 내게 죄목을 씌워 오히려 더 큰 전쟁이 일어나겠지.”
따라야 할 주군을 잃은 충신은 죽음도 불사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더 큰 피해를 입게 될 터.
카릴은 제국의 인재들이 자신을 따를 수밖에 없게 될 상황을 만들고자 했다.
믿었던 슈테안 가문에 대한 배신감은 제국인이라 할지라도 이민족인 자신의 존재에 대한 부정을 사라지게 만들 테니까.
“올리번이 황제를 죽인 것과 동시에 우든 클라우드와의 관계 거기에 크로멘의 죽음까지 터뜨리게 된다면···….”
카릴은 날카롭게 웃었다.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대륙의 가장 큰 세력인 제국을 최소한의 피해로 자신의 발아래 두는 것이.
하지만 결코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인류의 절반 이상이 나를 따른다면 과연 누가 정의일까. 뭐, 물론 머릿수로 이길 생각은 없지만 말이야.”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전쟁을 준비해야지. 오래 있을 필요 없겠지. 돌아갈 준비를 하도록 해. 녀석이 교단을 자신의 편으로 삼은 것처럼 우리도 놈들이 생각하지 못할 세력을 곁에 둘 거야.”
“그게 누구입니까?”
카릴의 말에 이스라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유능한 지원군.”
그런 그를 향해 카릴은 묘한 웃음을 지었다.
* * *
“하아……. 하아……!! 제길!! 죽겠군!! 퉷……!!”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뱉어낸 침에 핏덩어리가 얽혀 있었다.
“이번엔 진짜 위험했잖아. 정말로 죽을 뻔했다고.”
까마득한 천장을 바라보며 한 남자는 지친 듯 핏물이 고여 있는 웅덩이도 개의치 않은 듯 주저앉으며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외쳤다.
“믿을 수 없군……. 정말 20층을 돌파했다는 말인가.”
“위계를 받지 않은 자들 중에 가장 높은 성취입니다. 교관들도 20층에서 버거워하는데.”
“적어도 3위계의 실력이라는 것 아닙니까. 대륙으로 보낸 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의 실력이 몰라볼 정도로 늘었습니다.”
“저 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소질이 있었으니까요. ”
아래를 바라보는 눈들이 갈기갈기 찢긴 몬스터들의 시체를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그들은 다름 아닌 암연의 원로들이었다.
“이제 어쩔 생각이십니까? 이 위로 더 올라간다면 정말로 주인님과…….”
“말도 안 되는 소리! 동방국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입니다. 배신자를 벌하기는커녕 주인님을 영접하게 하다니요.”
“하지만 규율이지 않습니까. 적아의 구분을 막론하고 오직 섬의 주인을 뵐 수 있는 자는 탑의 끝에 도달한 자뿐이라는 것을.”
“하지만 설마 이 정도까지 가능할 것이라 누가 여겼겠습니까…….”
탄식과도 같은 대화가 이어졌다.
“걱정 말게.”
하지만 그도 잠시 모두의 우려를 일축 시키는 목소리가 들렸다.
“어차피 이 위로 오르지 못할 것이니까. 놈은 그저 독 안의 든 쥐일 뿐이다. 쥐가 희망을 품어봐야 돌아오는 건 절망뿐이겠지.”
그는 자신 있는 듯 말했다.
“후우…….”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몬스터의 시체 위에 기대어 쉬던 에이단 하밀이 천천히 눈을 떴다.
그러고는 시체들 사이에서 늑대를 닮은 거대한 녀석의 옆구리에 검을 찔러 넣었다.
아인 울프.
시체의 생김새는 일반 늑대와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녀석의 얼굴에는 눈알이 세 개가 박혀 있었다.
“독성이 없는 놈은 이것뿐이로군.”
에이단 하밀은 능숙하게 늑대의 고깃덩어리를 잘라 질겅질겅 씹어 먹었다. 생고기를 뜯어 먹는 모습이 의외로 어색해 보이지 않았다.
“이 위로 올라가야 사이몬 코덴을 만날 수 있다는 말인데…….”
에이단 하밀은 자신의 문 앞에 굳게 닫혀 있는 철문을 바라보며 낮게 중얼거렸다.
청린은 아니지만 동방국에서만 나는 특수한 강철로 만들어진 이 문은 초후술을 배운 2위계의 강자들이 아닌 이상 부술 수 없었다.
‘원래대로라면 여기까지 도달한 자들은 3위계로 인정받아 탑의 시련이 끝난다. 저 문은 열쇠가 없으면 열 수 없고.’
하지만 이건 암연의 수뇌부가 되기 위한 시험이 아니었으니 어딘가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을 원로들이 호락호락하게 문을 열어 줄 리가 없었다.
“흐음…….”
에이단 하밀은 앞을 가로막고 있는 문 앞에서 고민을 했다.
탁―
그러고는 결론을 내린 듯 고개를 끄덕이며 손바닥을 마주치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부숴버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