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292)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292화(292/497)
197. 에이단 하밀의 증명
쾅……!! 콰강……!! 쾅!! 쾅!! 쾅!!
“후웁……. 푸하!!”
요란한 굉음이 어둠 속에서 울려 퍼졌다. 때로는 폭발이 일어나기도 했고 때로는 날카로운 검날이 쇠에 갈리는 소리가 나기도 했다.
“안 되네.”
에이단 하밀은 몇 번 문에 부딪히고 나자 박살이 나버린 늑대의 이빨을 던져 버리고는 중얼거렸다.
“하긴, 내가 마스터도 아니고……. 저 문을 힘으로 부술 수 있을 리가 없지.”
그는 빠르게 현실을 인정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망령의 숲에서 쓸 만한 검이라도 하나 얻어 오는 건데.”
에이단 하밀은 안간힘을 써도 부서지지 않는 철문을 보며 질린다는 듯 말했다.
평상시에 쓰던 단검도 마지막 하나를 남겨 두고는 모두 문을 부수는 데 써버렸기 때문이다.
“뭐, 그래도 이걸 얻은 덕분에 여기까지 올라온 것은 맞지만…….”
그의 몸에 둘러져 있는 사슬로 된 갑옷을 툭 하고 치면서 말했다.
산문갑(山文甲).
세 가지 방향으로 날카로운 가시가 돋아나 있는 사슬을 엮어 만든 갑옷만큼은 동방국의 3위계 이상의 고위 간부들이 쓰는 것에 비교해도 모자라지 않았다.
“20층에 도달하면 암연의 훈련병들을 가르치는 교관의 자격을 얻고 이 문을 여는 순간 3위계에 이름을 올려 주인을 만날 수 있다, 였지.”
독사의 탑.
암연 소속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들어 볼 수밖에 없는 동방국의 상징적인 건축물.
간단명료하지만 확실히 자신의 힘을 증명하는 확실한 방법이었다.
‘성장하긴 한 건가.’
에이단은 쓴웃음을 지었다.
비록 아직 문을 깨지는 못했지만 20층에 도달했다는 것만으로도 사실 놀라운 일이었다.
밀리아나, 수안 하자르, 미하일, 세리카 로렌…….
그리고 카릴 맥거번.
주변은 괴물들투성이였다.
워낙 대단한 자들만 있다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에이단은 자신의 성장을 체감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대륙의 최정예들이라 할 수 있는 제국의 기사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암연의 교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실력이 된 것이다.
“쯧.”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했다.
지금 자신을 보고 있을 암연의 원로들이 괄목할 정도의 성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자신의 곁에 있는 괴물들은 자신보다 강했으니까.
“날아드는 여든아홉 개의 바늘 수까지는 못 세더라도 여기서 막혀서는 주군을 볼 낯이 없지.”
에이단은 이 탑이 두 번째였다.
물론,
그 자신이 손님으로서 이 탑을 공략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해 보지 못했지만 말이다.
암연에서 훈련과정을 모두 마친 훈련병들은 명령을 수행하기에 앞서 마지막 시험을 치른다.
바로 이 탑의 10층까지 공략하는 것.
오직 10층에 도달한 자들만이 자격을 얻어 대륙 곳곳에 임무를 수행하도록 뽑힌다.
“여길 처음 왔을 때만 하더라도 주크와 같이 했었는데…….”
에이단은 감회가 새로운 듯 중얼거렸다.
암연의 암살자들은 동료이기 이전에 내려진 명령에 따라 움직여야 하기에 서로를 죽이기도 하고 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시절은 어렸다.
비록 혹독한 훈련으로 평범한 삶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적어도 그 당시에 함께 동료들에 대한 정은 남아 있었다.
‘결국 서로 갈라졌지만…….’
카릴을 따르기로 맹세한 이후 타투르에서 헤어진 뒤, 주크 디 홀드를 본 적이 없었다.
짝―!
“감상에 젖어 있을 때가 아니지.”
에이단은 정신을 차리라는 듯 자신의 뺨을 양손으로 가볍게 때렸다.
“포기해.”
그때였다.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탑 안에 다른 목소리가 들리자 에이단은 황급히 쥐고 있던 단검을 겨누며 자세를 잡았다.
“……?!”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익숙한 얼굴에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주크?”
에이단은 반가운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하하,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조금 전에 네 생각을 했었는데.”
“알아. 그리고 바보 같은 혼잣말도 들었고.”
“…….”
신랄한 그녀의 말에 에이단은 입술을 씰룩였다.
“하여간 붙임성이라곤 없다니까. 어떻게 된 거야? 대륙에서 돌아온 거야? 아직 제국이 소란스러울 텐데.”
“그 소란이야 너희가 벌인 일들 때문이잖아. 덕분에 이쪽은 곤란해하고 있다고.”
에이단은 어깨를 으쓱했다.
“서로 바라는 일이 다르니까.”
두득…… 두드드득.
주크의 얼굴과 몸이 기괴하게 꺾이더니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에이단의 허리 정도밖에 오지 않았던 작은 키가 순식간에 커졌다.
신체변형술.
그녀의 특기이자 성인의 모습으로 돌아왔을 때 체술을 비롯해서 모든 능력치가 비약적으로 상승하는 암연의 비술이었다.
“…….”
귀여워 보이던 꼬마는 사라지고 8등신의 늘씬한 미녀가 눈앞에 나타났지만 에이단은 놀라움보다는 사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뭐 하는 짓이지?”
그의 물음에 대답 대신 주크는 허벅지에 달려 있는 두 자루의 단검을 뽑았다.
“한판 붙자고?”
여전히 그녀는 대답이 없었다.
“검을 내려. 안 그러면 후회한다.”
짱그랑―
그때였다.
주크는 그의 앞에 열쇠를 흔들었다.
고리에 걸려 있는 세 개의 열쇠가 서로 부딪치면서 소리를 냈다.
“이게 뭔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지.”
“…….”
“올라가고 싶다면 날 죽이면 돼. 그게 독사의 탑의 마지막 관문이니까. 문을 열면 주인께서 널 맞이한다 하셨다.”
“20층의 수문장으로 설마 너를 세울 줄이야. 원로들의 고약한 취미 같은 건가…….”
에이단은 낮은 한숨과 함께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파앗―!!
주크 디 홀드의 몸이 움직였다.
아니, 사라졌다고 해야 더 맞을 정도로 어둠 속으로 그녀가 질주하듯 에이단을 향해 뛰어올랐다.
섬광과도 같은 검날의 번뜩임만이 탑의 어둠 속에서 빛났다.
파카카카캉!!!
불꽃이 튀었다.
두 자루의 단검을 교차하며 주크는 쉴 새 없이 에이단을 향해 검을 쏟아부었다.
캉!! 카아앙―!! 카카카카!!
숨을 내쉴 찰나의 여유도 없을 정도로 몰아치는 주크의 검술은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대각선으로 뛰어오른 공중에서도 수십 번씩 방향을 틀며 급소를 노렸다.
“…….”
하지만 놀랍게도 양방향에서 자신을 노리며 쇄도하는 공격을 에이단은 고작 하나의 단검으로 모두 튕겨 내고 있었다.
카앙!!
무게를 실은 에이단의 일격.
핑그르르르…….
주크의 손이 충격으로 뒤로 젖혀지며 단검 한 자루가 떨어지며 바닥을 굴렀다.
탁―
팽이처럼 빙글빙글 미끄러지는 단검이 에이단의 발아래 밟히며 멈췄다.
에이단이 검을 줍자 주크는 살짝 눈을 찡그러고는 허리에 있는 단검을 다시 뽑았다.
검을 맞댄 순간부터 두 사람의 대화는 사라졌다.
주크는 검을 쥐자 그대로 다시 에이단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파앙!! 파아아앙!!!
이번에는 네 자루의 검이 마치 춤을 추듯 서로 부딪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 자루로도 그녀의 검격을 모두 막았던 에이단이었다.
싸우고 싶지 않은 동료.
에이단은 주크의 공격을 막으면서 생각했다.
‘물러졌어.’
카릴과 있으면서 자신도 변한 것일까.
대상을 베는 것에 있어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훈련을 받은 암연의 암살자인 자신이 검을 긋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
에이단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단검의 손잡이 부분으로 주크의 손목을 아래에서 위로 쳐올렸다.
“큭!!”
충격에 비틀거리는 주크의 팔을 잡아 그대로 비틀자 우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팔이 꺾였다.
에이단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바둥거리는 주크가 몸을 꺾어 원을 그리며 단검을 그었다.
팟……!
날카로운 단검이 에이단의 코끝을 살짝 스쳐 지나가자 핏방울이 떨어졌다.
거리가 멀어진 주크가 쥐고 있던 단검을 입에 물고는 빠진 어깨를 끼워 맞추려는 듯 꺾인 반대쪽 팔을 잡아 밀어 넣었다.
“완전히 부러뜨려야 했는데.”
“너야말로. 조금 얕았군. 목을 노린 건데 말이야. 운이 좋은 줄 알아.”
탈골된 팔을 맞추고서 주크는 팔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에이단에게 말했다.
“운이라니. 실력인데.”
그런 그녀에게 에이단은 능글맞게 웃으며 대답했다.
“계속할 거야?”
“당연한 소리를 하는군.”
“안 해.”
그때였다.
에이단은 귀찮다는 듯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그러자 주크의 얼굴이 구겨졌다.
“……안 한다고? 뭘?”
“너랑 싸우는 거.”
“널 이겨서 얻는 열쇠 따윈 의미가 없다는 말이야.”
주크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에이단을 바라봤다.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콰아앙―――!!!
탄환처럼 튀어 오르는 주크가 이번에야말로 죽이겠다는 일념으로 에이단의 목을 노렸다.
카득…… 카드드드득…….
하지만 에이단은 주크의 공격을 깔끔하게 막아내며 그녀의 복부에 주먹을 꽂았다.
“컥!”
숨이 막히는 소리와 함께 주크의 몸이 튕겨 나가며 일직선으로 날아갔다.
실력의 차이는 명백했다.
에이단은 그녀가 정신을 차릴 시간을 주지 않았다.
몸을 일으키려는 그녀의 등 뒤로 어느새 에이단이 나타나 그녀의 뒷덜미를 움켜잡으며 그대로 아래로 잡아당겼다.
콰직!
요란한 소리와 함께 주크의 두 다리가 위로 부웅 떠오르며 바닥에 등으로 떨어졌다.
“주군이라면 아마 이렇게 말씀하셨을걸.”
“너……! 컥!”
주크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바닥에 쓰러진 그녀가 뭐라 하기도 전에 에이단이 그녀의 가슴을 있는 힘껏 발로 짓눌렀다.
“장단을 맞춰 주는 것은 여기까지.”
“크으윽…….”
주크는 도대체 에이단이 자신이 보지 못한 사이에 어떻게 이렇게까지 성장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정작 본인은 강함에 목말라 있지만 말이다.
“주군께서 내게 명하길 이곳에서 내 존재를 관철시키라 하셨다. 나는 단순히 어린애처럼 내 성장을 보여주고 칭찬을 받고자 이곳에 온 것이 아냐.”
에이단은 말했다.
“너희가 정한 규율을 지키는 건 여기까지야.”
그는 주크의 품 안에 있는 열쇠를 꺼내었다.
꾸드득―
그러고는 망설임 없이 열쇠를 꺾어 버렸다.
“타투르의 대표다. 이제부터 타투르의 방식대로 동방국을 대하겠다. 고분고분 너희가 말하는 대로 따라서는 면이 서지 않을 것 같거든.”
입꼬리를 올리며 단단히 잠겨 있는 문을 바라보며 그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나와 똑같은 시험을 받고 있을 녀석도 분명 그렇게 했을 테니까.”
* * *
“에취!!”
북부의 찬바람이 몸서리칠 정도로 떨려오는 듯 남자는 로브를 감싸면서 눈앞에 있는 거대한 탑을 바라봤다.
[누구냐. 이름을 밝혀라.]인간의 음성으로 들리지 않는 딱딱한 어투가 설원에 울렸다.
남자는 얼굴을 감싼 로브를 벗었다.
“미하일 로만.”
[무슨 일로 상아탑을 찾아온 것이지?]어리숙하게 보이는 얼굴과 달리 로브 안에 감춰진 눈빛만큼은 날카로워 보였다.
그는 사람 좋은 얼굴로 하늘 높이 솟아 있는 탑을 향해 말했다.
“여명회에 도전하러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