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293)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293화(293/497)
198. 폭풍 전야
휘이이익…….
창문이 바람에 파르르 떨렸다.
밤이 되자 갑작스럽게 불어오기 시작하는 을씨년스러운 바람은 헤임에서 벌어진 죽은 황제의 원망처럼 보였다.
“말씀대로네요. 오셨습니다.”
“응.”
이스라필은 창밖을 확인하더니 고개를 돌리며 카릴에게 말했다. 그의 말에 소파에 앉아 있던 카릴이 천천히 눈을 떴다.
“다녀오지.”
“그동안 떠날 채비를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헤임 밖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알겠어.”
카릴은 자르카 호치가 들어 있는 관 위에 앉아 있는 케이 로스차일드를 바라봤다.
“할 말이라도?”
그녀는 소란이 끝나고 난 뒤에 뭔가 표정이 굳어져 있었다. 전생에도 그렇고 지금도 워낙에 말이 없기는 매한가지라 다른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하겠지만 카릴은 달랐다.
“자르카가 말을 전해달라고 했어.”
“뭔데?”
“찾아보라 했던 사람은 없었다, 라고 하던데.”
“흐음……. 그렇군.”
말을 전한 케이는 그 뜻이 뭔지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지만 카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라엘은 이곳에 없는 건가.’
일전에 불멸회의 수장인 나인 다르혼이 말하길 그녀는 엘프와 네피림의 혼혈이라 했었다.
엘프는 인간과 다르게 과거 타누비엘이라는 왕가 아래 이루어진 단일 종족.
모든 엘프들에게 그 의지가 전해진다.
비록 혼종이라 할지라도.
그 힘은 역시나 마찬가지로 비록 죽은 사자이지만 엘프인 자르카에게도 이어지기에 카릴은 그에게 비밀리에 라엘을 찾아보라 했던 것이다.
태초의 빛은 둘.
‘그중에 엘프가 따르는 빛은 율라가 아닌 2대 광야 중 하나인 라시스의 빛.’
인간은 그에게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소멸할 터. 그 말은 라시스를 봉인하기 위해서는 그 힘을 다루기 위해서는 엘프의 힘이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그게 교단이 라엘을 데리고 있는 이유겠지.’
라시스의 봉인으로서.
놈들은 그녀를 쓰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라엘을 찾으면 라시스도 얻을 수 있다.’
그것이 카릴이 내린 결론이었다.
“언젠가 만나게 되겠지.”
카릴은 비록 아직도 라엘의 실마리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전생에 비한다면 조금씩 그녀에게 다가가고 있음을 느꼈다.
바뀐 미래만큼 그 전에는 연결되지 않았던 실이 이번에는 단단하게 묶여 가고 있었으니까.
“곧 돌아오겠다.”
카릴은 창밖에서 서 있는 한 남자를 바라보며 두 사람에게 말했다.
그는 라엘과의 미래만큼 중요한 또 다른 변화된 미래를 결론지을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 * *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했지?”
“란돌과 함께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혼자 왔다는 건 동생에게도 말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하려는 거라고 봐도 될까.”
카릴은 눈앞에 남자를 바라봤다.
마르트 맥거번.
가문의 장남이자 자신의 형인 그는 란돌의 이름이 언급되자 낯빛이 어두워졌다.
“단둘이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나 봐. 다행이군. 이번에는 두 발로 걸어서 올 수 있는 곳이어서 말이야.”
카릴은 타투르 때를 상기시키듯 말하자 마르트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한 가지 확실히 해두고 싶어 널 찾아왔다. 아버지께 검을 드리우다니……. 정말 맥거번가와 갈라설 생각이냐.”
“그 검을 막은 게 또 누굴까.”
“나는……!!”
마르트는 뭔가를 말하려다 다시 입술을 깨물었다.
“이제 올리번이 황제에 오르겠지. 크웰 맥거번은 새로운 황제를 위해 충실하게 싸울 것이고. 그 검이 타투르를 향하지 않을 거라고 봅니까?”
“…….”
“언제가 되었든 결국 싸울 수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믿음에 대한 부정을 요구할 수는 없지. 크웰 맥거번은 올리번 슈테안에게 자신의 미래를 걸었으니까. 하지만 형님은? 마르트 맥거번도 올리번에게 미래를 걸었습니까?”
“대륙을 위함이다. 폐하의 죽음은…….”
그의 대답에 카릴은 피식 웃었다.
“누가 뭐라 합니까? 크로멘을 독살한 것도 대의를 위한 것이라 한다면 그것조차 숭고한 행위가 될 텐데.”
“……네 말대로다. 나는 저하를 믿는다.”
“정말입니까?”
카릴의 되물음에 마르트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저하를 믿는 게 아니라 아버지를 따르는 것이 아니고? 아직도 아버지의 품 안이 좋습니까?”
“너……!!”
그때였다.
당장에라도 자신을 노려보는 마르트를 향해 카릴이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었다.
혹여 그것이 무기일지 몰라 화들짝 놀라는 마르트와 달리 그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작은 쪽지였다.
“이게 뭔지 기억하겠지?”
“그건…….”
마르트는 손에 있는 쪽지가 조금 전 크웰과 카릴이 격돌했을 때 날아들었던 전서구의 다리에 있던 것임을 알았다.
일촉즉발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날아든 전서구를 확인하는 여유에서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그 누구도 그를 막지 못했다.
“마력의 발달과 더불어서 원시적이라고 천대받게 된 몇 가지 방법들 중 의외로 너희들이 자랑하는 마법의 허를 찌르는 것도 있지.”
카릴은 품 안에 있던 쪽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듯 펼쳤다.
“언제부터인가 적국에 대한 감시는 그저 마력장과 마경으로만 진행되었지. 첩자들 역시 통신 마법에 대한 주의만 기울일 뿐. 정작 날아다니는 새에 대해서는 무관심해졌거든.”
“…….”
마르트의 시선이 손에 들린 쪽지에 꽂혔다.
“이런 오래된 방식은 북부의 이민족과 남부의 야만족만이 쓰니까. 그들은 지금까지 한 번도 제국을 비롯해서 대륙인들에게 공격을 가한 적이 없었기에 그들의 방식이 위협될 거라 생각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
카릴은 쪽지를 가볍게 흔들었다.
“하지만 그 미천한 방법이 자신들을 감시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는 생각했어야.”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전서구의 쪽지에 뭐가 써 있단 말이지?”
그 물음에 카릴은 대답했다.
“녀석이 우든 클라우드라면? 그래도 그저 아버지의 뒤꽁무니만 쫓을 텐가?”
“……!!!”
마르트의 눈동자가 커졌다.
“음해(陰害)다!! 말도 안 되는 헛소리!!”
“아버지는 올리번을 믿고 있다. 신하로서 믿음에 대한 부정을 말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한 명쯤은 다른 시선으로 이 전쟁을 바라볼 필요가 있으니까. 그게 가문의 장남으로 태어난 자가 해야 할 일이다.”
“나는…….”
“그게 싫다면 내 말을 부정해라. 조금 전 외침처럼 음해라고 생각해. 상관없으니까.”
“뭐?”
“모두가 그러하듯 너 역시 올리번을 믿으면 쉽게 해결될 일이야. 네가 좋든 싫든 너와 나는 적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까.”
“…….”
카릴의 말에 마르트는 입술을 깨물었다.
“왜……!! 왜 내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거지……?”
마르트는 억울하다는 듯 탄성을 토해냈다.
그의 머릿속엔 진실에 대한 의혹이 있지만 그것을 밝히기 위해서는 아버지인 크웰의 믿음을 부정해야 했으니까.
“잊어버려. 솔직히 말해서 이제 와 크로멘의 죽음의 진위를 밝혀 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어. 아비인 황제를 죽이라 말한 녀석에게 말이야.”
“하, 하지만……!!”
“그래, 하지만이지. 바로 그 하지만이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가문에 오직 당신……. 아니, 형 뿐이기에 말하는 거다.”
꿀꺽―
마르트는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였어. 그놈은.”
카릴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에 마르트는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였다.
“그것이.”
전생에서부터 시작하여 억겁의 시간 동안 별러 온 그의 분노는 고작 한 번의 삶을 살았을 뿐인 자가 이해할 수 있는 깊이가 아니었다.
“적어도 인간으로 태어났으면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니까.”
마르트는 자신도 모르게 어깨를 파르르 떨었다.
그런 그를 바라보던 카릴은 옅은 한숨을 내쉬고는 저 멀리 숲 안쪽을 바라봤다.
“란돌을 조금 더 믿도록 해. 힘이 되어 줄 거야. 그는 제국인이기도 하지만 야만의 검을 배운 사람이기도 하니까.”
숲 안쪽에서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을 또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것이었다.
‘…….’
나무의 뒤에 숨어 있던 란돌은 자신의 존재를 알고 있는 카릴의 모습에 쓴웃음을 지었다.
“설마 너…….”
“맞아. 나는 그에게도 시험을 주었거든.”
카릴의 말에 마르트는 얼굴을 구기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너는 정말 악마 같은 놈이야…….”
“맞아.”
하지만 그 말에 카릴은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뭐?”
마르트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는 그를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
“그리고 신을 죽이는 건 악마뿐이지.”
카릴은 그 말을 끝으로 돌아섰다.
마르트는 그와의 대화의 마지막은 언제나 그렇듯 자신이 혼자 남겨져 그의 뒷모습을 보는 것으로 끝난다는 것을 상기했다.
단 한 번도.
그를 두고 자신이 먼저 떠난 적이 없었다.
“잘 봐. 내가 놈의 껍데기를 벗겨 줄 테니까. 하나부터 열까지. 낱낱이 말이야.”
* * *
“크…… 크큭.”
방 안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황제의 죽음을 목도한 아들의 모습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폐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과했다. 그 자리에서 황제를 죽이라 한 것은 자칫 잘못하면 오해를 살 수 있었어.”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모르게 평정심을 잃었습니다. 그 녀석을 보고 있자니 이상하게 심장이 떨립니다. 그렇기에 더욱 그의 정체가 궁금해집니다. 대륙제일검이라 불리는 크웰 경과 대등하게 싸우는 것도 모자라 그 대범함이란…….”
올리번은 뒤를 돌아봤다.
“저도 모르게 그에게 흥미를 보이고 말았습니다만…… 그가 우리의 계획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지.”
차분하게 말하는 그는 머리를 쓸어 넘겼다.
은발의 미남자가 로브를 벗으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동자는 인간의 것이 아닌 것처럼 신묘한 빛깔이었다.
“하긴, 경에게 그런 물음은 바보 같은 것이겠습니다.”
“…….”
“국장을 치르는 동안 그것이 얼마나 진행되었는지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이번 전쟁에 ‘그것’을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아무리 날고 긴다는 소드 마스터라 할지라도 지금처럼 전쟁의 판도를 쥐락펴락하지 못할 겁니다.”
“흐음.”
“하나 다음에 그를 만난다면 경의 힘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어디로 튈지 모르니까요.”
그때였다.
갑자기 바람이 몰아치더니 올리번의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콰드드드득……!!!!
그 순간,
닐 블랑이 손을 뻗었다.
* * *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이스라필은 헤임을 떠나기 직전 카릴이 갑자기 나뭇가지를 꺾어 있는 힘껏 던지는 모습에 어리둥절한 얼굴로 되물었다.
“별거 아냐.”
카릴은 손을 털며 말했다.
“그냥 작별 인사.”
* * *
꽈드드드득…….
츠즈즉…… 츠즉…….
닐 블랑은 정확히 올리번의 미간을 노리고 날아든 나뭇가지를 잡아 던졌다.
퉁―
파스슥……!
연기를 내뿜으며 시커멓게 타 버린 나뭇가지는 바닥에 떨어지자마자 재가 되어 바스라졌다.
“…….”
올리번은 어안이 벙벙한 듯 가루가 되어 버린 나뭇가지를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나뭇가지는 분명 닐 블랑이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스며들어 있던 무형의 기운이 그의 뺨을 스치고 벽에 박혀 커다란 구멍을 만들어 냈다.
툭…… 투둑…….
구멍이 뚫린 벽의 돌가루가 떨어지며 올리번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설마…… 알아차린 걸까요?”
“그러진 않을 거다. 아무리 그라 하더라도 내가 이곳에 있다는 것은 모를 테니. 그 누구도 말이지.”
닐 블랑은 고개를 저었다.
벼락같은 뜨거운 마력에 살이 뜯겨진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며 그는 묘한 눈빛을 발산했다.
하지만 실로 놀라운 것은 나뭇가지를 마치 포탄처럼 던진 카릴의 실력이 아니라 그 공격을 아무렇지 않게 막아낸 그일 것이다.
실로 깊이를 알 수 없는 강함.
베일에 싸인 마지막 공작과의 만남은 지금 생각해도 우연이 아닌 운명 같은 일이었다.
‘공작이 움직이려 하는군.’
올리번은 새삼 그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카릴 맥거번.”
기다렸다는 듯 닐 블랑이 은발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낮은 목소리로 카릴의 이름을 되뇌었다.
꽈악―
올리번은 그 모습에 주먹에 힘을 주었다.
‘드디어……. 카릴, 네게 고마워해야겠어. 그에게 불씨를 붙였으니 말이야.’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그가 관심을 표했다는 것만큼은 알 수 있었으니까.
‘제국의 4 제후 모두가 내 아래 집결하게 되었다.’
두 사람은 이 짧은 이별의 유예기간이 그들에게 주어진 마지막 시간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야말로,
폭풍전야(暴風前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