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294)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294화(294/497)
199. 이스트리아 삼국 (1)
두샬라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정말……. 이제는 놀라게 할 일이 없어 찾아 만드시는 겁니까? 정말 헤임에서 일을 치르신 거예요?”
포나인 강에 있는 하구에는 몇몇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규율대로라면 헤임을 벗어 날 때도 눈을 가리고 사제들의 인도를 받아야 했지만 카릴의 앞을 막을 수 있는 자는 없었다.
“그런 것치고는 입꼬리가 올라가 있는 것 같은데. 은근 좋아하는 거 아냐?”
“뭐, 그렇긴 하지만요. 이렇게까지 황자뿐만 아니라 교단에까지 한 방 먹이실 줄은 몰랐죠.”
“기대 이상이라는 뜻이지?”
“네. 아주 많이요.”
카릴의 말에 두샬라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조이 요한셀이라는 녀석을 감시하도록 해. 이스라필을 통해서 확인했을 때 교단에 없는 걸 봐서는 아마 다른 일을 수행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알겠습니다.”
두샬라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올리번 녀석이 우든 클라우드라는 것은 나중에 놈을 옭아맬 수단이라 교단에서 밝히지 못한 게 아쉽군. 선혈 동굴에서 정체를 알 수 없던 나머지 한 명에 대하여 알아내야 했는데.’
카릴은 올리번이 동굴을 조사할 때 대동했던 두 사람 중에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사람에 대해 떠올리다가 입맛을 다셨다.
‘그게 누군지는 모르지만 내가 기억하는 역사에서 특별히 기억나는 자는 일단 없다.’
하지만 우든 클라우드가 그러하듯 그들은 역사의 뒷면에 존재하는 자들이며 올리번이 직접 대동했다는 것이 카릴에게는 신경이 쓰이는 문제였다.
“창 일가의 카일라 창이 공국에 도착했다는 전갈을 보내왔습니다.”
“빠르군.”
“수안이 배를 몰았으니까요.”
두샬라는 어깨를 으쓱했고 나루터에 정박해 놓은 배 위에 있는 수안은 불만투성이의 얼굴로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한숨의 의미를 알기에 카릴은 피식 웃었다.
‘이제 선혈 동굴로 보낼 때가 된 것 같긴 하네. 미하일과 에이단도 없는 상황에서 너무 전력을 빼는 것도 좋지 않지만 더 늦었다가는 발본트가 트라멜을 떠나게 될 거야. 만나게 하려면 별수 없으려나.’
전생에 있어 신탁 전쟁에 관여하지 않았던 권왕 발본트였기에 카릴은 그에 대한 소재를 아는 것은 딱 하나뿐이었다.
그가 선혈 동굴 근처의 유적지인 트라멜에 머물고 있다는 것뿐이었다.
이후에 그의 행방은 묘연했기에 지금을 놓친다면 앞으로 기회가 없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주군…….”
수안 하자르가 눈치를 챈 듯 뭔가를 말하려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배를 모는 것이 지겹지?”
“휴……. 말해서 뭐하겠습니까.”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심술이 난 듯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카릴은 뒤에 있는 이스라필에게 손짓을 했다.
“수안, 이제부터 네게 임무를 주겠다. 이스라필과 함께 선혈 동굴을 조사하러 가도록 해. 지금쯤이면 시기가 맞을 거야.”
“시기요?”
“동굴에 가기 전에 트라멜이란 곳에 들리면 커다란 바위를 쪼개고 있는 노인이 한 명 있을 거야.”
“바위를 쪼개는 노인이요……?”
수안은 이해할 수 없는 그의 말에 살짝 고개를 꺾었다. 동굴을 조사하는 것과 노인의 연관성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 너도 본 적이 있는 인물이지. 권왕 발본트.”
“……?!”
“그분이 어째서 트라멜에 계신 거죠? 그리고 왜 거기서 바위를 쪼개고 계신데요?”
그의 말에 깜짝 놀란 듯 수안이 되물었다.
“그건 가서 네가 물어봐야지. 하지만 널 그곳에 보내는 이유만큼은 잘 알겠지.”
쿵―
수안은 주먹을 맞부딪혔다.
“드디어…….”
청귀(靑龜) 칼두안의 힘이 담겨 있는 건틀릿이 청명한 소리를 내면서 떨렸다.
“권왕의 정수를 모두 배워 오겠습니다.”
“너는 운이 좋게도 정식 제자는 아니지만 권왕의 태세를 배웠지. 조언을 하자면 지금 권왕 이외에 그의 8태세를 익힌 사람은 너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네?”
카릴은 묘한 말을 남기고서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
“그의 눈에 들어봐. 그리고 그의 정수를 얻는 것 이외에도 가능하다면 그도 데려오면 좋고.”
“궈, 권왕을 말입니까?”
수안은 아무렇지 않게 대범한 말을 잘도 하는 카릴의 모습에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응.”
카릴은 변해서 돌아올 이들의 귀환이 벌써부터 기대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동방국의 사이몬 코덴에게 보낸 에이단에서부터 여명회로 간 미하일, 창왕(槍王) 더스틴 필립에게 교육받고 있을 세리카 로렌에다가 이제 권왕에게 맡겨질 수안 하자르까지.
대륙에서 각 분야에 최고라 할 수 있는 자들에게 자신의 부하들을 맡겼다.
전생에서는 하지 못했던 준비.
그때도 충분히 강자들이었지만 이제 그들은 자신의 기억보다 몇 배는 더 놀라운 성취를 얻을 것이다.
‘제국과의 전쟁은 확실히 지금까지 겪은 그 어떤 전쟁보다 치열하겠지. 하지만 올리번과의 전쟁을 오래 끌어선 안 돼.’
그렇기 때문에 카릴은 지금까지 재능 있는 인재들을 마치 씨를 뿌리듯 여기저기 퍼뜨려 놓은 것이다.
수안 역시 마찬가지.
“이스라필, 너는 알겠지만 교단에서 우리가 벌인 일 덕분에 올리번은 황자로서는 황제의 죽음 때문에 발이 묶여 있어도 우든 클라우드로서는 더욱 발 빠르게 움직일 거야. 그리고 그 대부분의 행동들이 우리를 노리는 것이겠지.”
“알겠습니다.”
“조심하도록 해. 수안은 소드 마스터까지는 아니지만 충분히 제 몫을 할 거야. 하지만 발본트에게 시간을 할애한 만큼 너를 완벽하게 호위할 순 없을 터.”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 몸은 제가 지킬 수 있습니다.”
이스라필의 실력이야 누구보다 카릴이 잘 알고 있었다. 신탁의 10인 중의 한 명이었던 그였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마음가짐이었다.
지금의 이스라필은 전생의 본인처럼 날카로움이 없었고 교단에서 카릴을 도왔지만 단 한 번도 사람을 죽여 본 적이 없었으니 능력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대인전에서 어떤 실수를 할지 모르는 일이었다.
“물론 그렇겠지만 혹시 모르니 사람을 몇 더 붙여 주겠어. 두샬라, 키누 무카리와 베이칸이 지금 어디에 있지?”
“키누 무카리는 밀리아나 님과 함께 일단 남부로 돌아갔습니만, 베이칸은 아직 삼국에 있습니다. 자유군과 함께 비올라 왕녀…… 아니, 공작을 돕고 있으니까요.”
두샬라의 말에 카릴이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아직도 삼국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말이야?”
“주군께서 헤임에 가셨을 때 카일라 창이 공국으로 가기 위해 타투르에 와서 마지막 보고를 올렸습니다. 이스탄의 방패라 불리는 마르제 경이 그녀의 산하에 들어오면서 트윈 아머를 흡수했습니다.”
“그런데? 그곳은 삼국에서도 가장 요충지이니 거길 가지게 된 시점에서 이미 승부는 빠르게 났을 텐데.”
카릴은 그녀에게 군사를 빌려준 석 달째 트윈 아머를 흡수하겠다는 보고를 받았었다.
트윈 아머의 효용성이야 굳이 이루 말할 수 없으니 카릴은 그 계획을 용인했었다.
게다가 그녀는 원한다면 자유군을 모두 철수해도 좋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그만큼 삼국의 판도가 기울었다는 뜻이었을 텐데. 어째서 아직도 베이칸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거지.’
베이칸은 뛰어난 전사였다.
전생에도 그러했지만 실로 대지 정령의 축복을 받았다고 생각될 만큼 뛰어난 자였기에 카릴은 그에게 자유군을 맡겼다.
‘삼국에서 그에게 대항할 만한 기사는 기껏해야 트윈 아머의 노장들 정도일 텐데……. 게다가 소드 마스터의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그레이스까지 있다.’
카릴은 이해가 가지 않아 두샬라를 바라봤다.
“밀릴 이유가 없는데?”
“아직 그에 대한 보고는 없었습니다. 삼국 쪽 정리는 비올라 공작에게 일임한 일이라서 가타부타 말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흐음.”
그는 두샬라의 말에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두샬라, 이게 얼마나 귀찮게 된 일인지 넌 알겠지?”
그녀는 살짝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까운 삼국에 있는 베이칸을 부르려고 했는데……. 할 수 없지만 키누에게 연락을 취해서 이스라필의 호위를 맡으라고 해. 선혈 동굴에 현재 검은눈 일족이 상황을 주시하고 있을 테니 그들도 합류하라고 하고.”
“알겠습니다.”
“제국과의 전쟁에 대비해서 북부의 힘부터 정리하려고 했는데……. 뭐 때문에 이렇게 질질 끌고 있는지 아무래도 내가 직접 내려가 봐야겠다.”
북부의 힘도 중요하지만 이스트리아 삼국을 분열된 상태로 둘 수는 없었다.
이민족들이야 절대로 제국에게 힘을 빌려주지 않겠지만 삼국은 달랐다.
혹여나 비올라의 승리가 아닌 다른 자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면 그들이 누구의 편을 들지는 뻔했다.
카릴은 신탁 전쟁을 대비하여 제국과의 전쟁을 최대한 빨리 끝내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시급한 것은 북부의 이민족이 아닌 알 수 없는 이유로 전쟁이 장기전으로 변한 삼국이었다.
‘이왕 내려간 김에 동방국까지 정리를 해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에이단을 데려올 시간도 줄어들고 말이야.’
그는 생각을 정리한 듯 입꼬리를 씰룩거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여간 다들 내가 없으면 안 된다니까.”
그는 남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 * *
밤이지만 달빛이 밝았다.
저벅― 저벅― 저벅―
“혼자 움직이는 건 오랜만인가.”
카릴은 이동마법진이 있는 작은 마법회의 건물에서 계단을 내려오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스트리아 삼국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트윈 아머로 가는 초입에 있는 마법진이었다.
“흐음…….”
두샬라의 보고를 받고 나서 그는 일단 트윈 아머의 노장들로부터 현재 상황에 대해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카릴, 다수의 마력 기운이 느껴진다.]혼자라고는 하지만 그의 정신 안에는 네 명의 이질적인 존재가 함께하고 있었으니 사실상 전생에서 느꼈던 고독감은 잊어버린 기분이었다.
그리고 마치 조금 전의 감상에 대해 대답하듯 알른의 목소리가 들렸다.
‘응. 나도 느꼈어.’
카릴은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빨리! 서둘러!”
“오늘 중으로 성벽의 문을 열어야 한다.”
낮지만 확실히 목소리가 들렸다.
“…….”
고민할 필요도 없이 카릴은 소리가 나는 곳으로 달렸다.
“컥……!!!”
그러고는 주먹을 내지르자 숨이 막히는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누……!! 누구냐!!”
“그건 내가 묻고 싶은 건데.”
갑자기 나타난 카릴이 선두에 있던 병사의 머리를 내려치며 말했다.
퍼억―!!
그대로 안면을 바닥에 처박으며 병사가 미동도 하지 않고 정신을 잃었다.
“저런 미친놈……!! 쏴!!”
궁수들이 활을 겨누었다.
‘음?’
카릴은 그들이 들고 있는 활이 조금 낯설다는 느낌을 받았다. 단순한 활이 아닌 크로스 보우. 하지만 그것도 그냥 크로스 보우가 아니라 활시위에 마력이 느껴졌다.
한때 이스트리아 삼국에게 팔았던 마도구였다.
‘쯧, 나중에 신탁 전쟁에 사용하기 위해서 준 것들이 이런 식으로 쓰이고 있다니.’
삼국을 구워삶기 위한 미끼였기는 했지만 중요한 자원이 이렇게 소모되고 있으니 카릴로서는 어이가 없을 따름이었다.
‘베릴 남작, 그는 뭘 하고 있는 거야.’
마광산의 개발과 함께 초기에 삼국의 조율을 그에게 맡겼기에 카릴은 비밀리에 그에게 비올라를 도우라 명했었다.
솔직히 말해서 베릴 남작이 제공하는 속성석과 마도구만 없어도 애초에 약소국인 삼국의 전력은 별 볼 일 없는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었다.
슉! 슈슈슉!!!
화살은 날카롭게 카릴을 향해 쏟아졌다.
하지만 며칠 전만 해도 대륙제일검과 검을 맞댔던 그에게 일개 병사들의 화살이야 하품이 나는 수준일 뿐이었다.
팅……! 티팅! 티팅!
카릴은 보지도 않은 채 손을 저으며 날아오는 화살들을 모두 잡아냈다.
“……!!!”
“너희들. 어느 소속이냐.”
“컥……!! 우웁……!!”
카릴은 성큼성큼 걸어와 가장 가까운 병사의 얼굴을 잡아 들었다.
“아, 그렇지.”
대답을 하지 못하고 바둥거리는 병사를 보며 카릴은 움켜쥐고 있던 쓰러진 병사의 턱을 놓았다.
“으…… 으으으…….”
하지만 이미 턱이 바스러진 듯 그는 눈물을 흘리며 뭐라 대답을 하려 입을 움직이다가 고통에 몸부림치는 듯 바닥을 엉금엉금 기었다.
“허윽…… 허으윽…….”
그 모습에 나머지 병사들은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주저앉고 말았다.
어떤 이들은 축축하게 바지가 젖었지만 그것조차 느끼지 못하는 듯 덜덜 떨었다.
카릴은 병사들을 힐끔 보고는 바닥에 쓰러진 병사의 정수리를 잡고 마력을 모았다.
그러자 옅은 빛이 병사의 머리를 감싸더니 부서진 턱이 말끔하게 나았다.
“묻는 말에 빨리 대답해. 안 그러면 이번엔 턱을 부수는 게 아니라 다시는 말을 못 하도록 반으로 잘라 줄 테니까.”
“사, 살려주십시오!!”
콰직―
카릴은 바닥에 떨어진 화살을 하나 잡아 병사의 손등에 찍었다.
“질문에 대답.”
“아악!!”
“대답부터 하라니까.”
카릴은 다시 화살 하나를 집어 병사의 반대쪽 손등에 박아 넣으려 했다.
그 모습을 보던 나머지 병사들은 턱을 고쳐준 이유가 일부러 비명을 지르게 만들려고 한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마, 말하겠습니다! 뭐든지 다 말하겠습니다!”
병사는 얼굴을 땅에 박은 채로 바들바들 떨면서 말을 시작했다.
“저, 저희는 삼국 연합 소속입니다. 그중에 마일 가문의 장남인 헤서 마일 경의 마법 전투병입니다. 현재 트윈 아머를 수복하기 위해…….”
카릴이 묻기도 전에 알고 있는 유용한 정보들 모두를 말이다.
“잠깐 삼국 연합? 그게 뭐지?”
“네, 네네……. 비올라 공작령을 치기 위해 이스트리아 삼국의 연합입니다.”
“미치겠군…….”
예상은 했지만 설마 자신의 딸인 비올라를 치기 위해 다른 두 왕국과 손을 잡을까 싶었던 카릴이었다.
‘머저리 같은 왕이라니. 자기가 살려고 남에게 빌붙어서 딸을 쳐? 전생에 펜리아 왕국이 가장 먼저 사라진 게 당연한 일이야.’
카릴은 설마 비올라가 핏줄에 연연하여 펜리아 왕을 치지 못해 아직까지 전쟁을 끌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된다면 그녀는 옥석이 아니라 그저 길바닥에 구르는 돌에 불과하겠지.’
카릴은 쯧― 하고 혀를 차면서 말했다.
“마법 전투병? 쓸데없이 거창한 이름을 붙인 것 치고는 제값도 못하는 것 같은데. 지금 연합을 이끄는 놈이 누구지? 마일 가문인 건가?”
“그게…….”
병사는 순간 머뭇거렸다.
하지만 카릴이 들고 있던 화살을 던져 버리고는 허리에 있는 얼음 발톱을 꺼내 들자 튀어나올 정도로 눈을 크게 뜨고는 소리쳤다.
“베, 베릴 경입니다!!”
“……뭐?”
그 순간,
카릴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내가 지금 잘못 들은 거지?”
“아, 아닙니다!! 어느 안전이라고 제가 감히……!!”
병사는 당장에라도 자신의 목을 향해 떨어질 것 같은 얼음 발톱의 검날을 바라보며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이 노인네가 노망이 들었나…….”
카릴은 이마를 짚었다.
“하아, 이제야 전쟁이 길게 끌린 이유를 알겠군. 썩어도 준치라더니 나름 전쟁의 천재였다 이거지?”
그는 차갑게 입꼬리를 올렸다.
“썩은 건 뽑아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