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295)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295화(295/497)
199. 이스트리아 삼국 (2)
“보……! 보고 드립니다!!”
동이 트는 이른 아침부터 트윈 아머의 병사가 황급히 뛰어오며 소리쳤다.
“무슨 소란이냐.”
전술 지도를 펼쳐 머리를 쥐어짜 내고 있던 이스탄의 방패, 마르제는 가뜩이나 골머리를 썩이고 있는 상황에서 생각을 방해하는 병사의 등장에 살짝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현재 적 연합의 거점이 불타고 있습니다……!!”
“뭐?”
마르제는 병사의 보고에 황급히 창밖을 바라봤다.
“……!!!”
그는 놀란 얼굴을 감출 수 없었다.
정말로 저 멀리 너머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이게 어찌 된 일이지…….”
전혀 알지 못했다.
마르제는 다급히 병사에게 물었다.
“마법 병대는?”
“그, 그게……. 현재로서는 확인 불가합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 * *
그 소식은 쌍둥이 요새인 트윈 아머의 반대쪽인 아벤에게도 들렸다.
꽈악―
그는 정찰병이 보낸 보고서를 주먹을 움켜쥐면서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현재 마법 병대가 차례차례 투항 중이라니…….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인가!! 소리 소문도 없이 연합 거점이 파괴되었다고……?”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전쟁이 진행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식으로 어처구니없이 결말이 났던 적이 있던가?
오랜 세월 전장에서 살았던 아벤도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
아니,
딱 한 번 있었다.
“설마.”
그 순간 아벤의 머릿속에 한 사람이 떠올랐다.
* * *
웅성― 웅성―
여기저기 불에 탄 막사에서 미처 도망치지 못한 병사들은 한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시선은 갑자기 나타난 한 소년보다 그 밑에 깔려 있는 자신의 부대장에게 더 꽂혀 있었다.
“저게 말이 돼?”
“왕국의 최고 마도구를 하사받은 분이 일격도 버티지 못하다니…….”
“도대체 누구야?”
트윈 아머를 치기 위해 거점을 마련한 삼국 연합의 병사들은 갑작스러운 습격에 대응하는 방식이 둘로 나뉘어졌다.
병력은 습격이 알려지자마자 부리나케 도망치는 절반과 나머지 절반으로 갈리었는데 놀랍게도 도망친 병사들이 오히려 마법 병대 안에서 꽤나 베테랑들이라 불리는 경험 있는 병사들이었다.
반대로 말하자면 지금 남아 있는 대부분이 경험이 미숙한 신출내기들뿐이라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꽁무니 빠지게 도망치는 동료들을 보며 욕을 했지만 경험이 있기에 알고 있었다.
자신들을 공격한 자가 누구인지를 말이다.
“남아 있는 건 부대장뿐인가?”
카릴이 고개를 들어 물었다.
“그, 그렇습니다.”
잔류병들은 그제야 마법 병대의 단장마저 이미 거점을 버리고 도망쳤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그런데 지금 그거 나한테 겨눈 거야?”
“……네? 아, 아닙니다.”
병사들의 선두에 서 있던 병사는 들고 있던 창을 황급히 하늘로 향했다.
1천의 병사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 중 그 누구도 카릴에게 덤빌 엄두를 내지 못했다.
“흠, 보아하니 대충 정리된 것 같은데…….”
카릴은 주위의 막사를 훑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 단장도 너희를 버리고 도망친 마당에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지? 이대로 트윈 아머에 투항한다고 좋은 꼴을 볼 수는 없을 텐데. 나를 돕는 건 어때?”
“그, 그게 무슨…….”
“보잘것없는 이런 전투에 시간을 낭비할 생각은 없거든. 뒷공작을 하는 노인네를 처단하고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 내 힘이 되라는 뜻이다.”
“…….”
“…….”
하지만 병사들은 여전히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그저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여, 연합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요!”
서걱―
그 순간,
카릴은 부대장의 목을 검으로 그었다.
“연합?”
바닥의 흙덩이가 패이듯 흙가루가 날렸고 소리를 지르던 그 표정 그대로 잘려나간 머리가 바닥을 굴렀다.
“내가 여기 온 순간 연합은 끝났어.”
그러고는 코웃음을 쳤다.
“이봐.”
부대장이 죽어버렸으니 카릴은 가장 앞에 있는 자를 향해 검을 겨누며 말했다.
“흐익……! 네, 네?!”
“이 녀석 다음으로 여기서 가장 높은 놈을 데리고 와. 나는 이스트리아 삼국이 안정적으로 내 밑으로 들어오길 바라거든. 굳이 힘을 빼고 싶지 않으니까.”
“아, 알겠습니다!!”
“내 눈에는 같잖아서 할 말이 없다만 어쨌든 너희가 연합이라고 불리는 녀석들에게 있어서 가장 큰 힘은 마법병대일 테니까. 너희를 빼앗으면 이 전쟁도 끝나겠지.”
카릴은 지금 무척이나 짜증이 나 있었다.
대륙 3강이라고 불리고는 있지만 제국과 공국에 비한다면 이스트리아 삼국은 전력은 사실상 큰 의미가 없을 정도의 영향력이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마도구를 비롯해서 마광산과 비올라의 세력까지 추후에 신탁 전쟁의 전력으로 삼기 위해 다른 두 나라보다 먼저 손을 써두었다.
그런데 기껏 전력을 올려뒀더니 이 작은 땅에서 서로 아웅다웅하며 이따위 낭비를 하고 있었으니 카릴로서는 어이가 없을 일이었다.
‘안 될 놈들은 안된다더니……. 전생도 그렇고 삼국의 머저리들이 딱 그 꼴이로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 봐야 뭐해. 그걸 제대로 쓰질 못하는데.’
하지만 한 가지 의외인 것은 아무리 베릴 남작이 배신을 했다 쳐도 비올라와 그레이스 그리고 베이칸이 이끄는 자유군이 이렇게까지 시간이 끌리고 있으니 말이다.
‘뭐, 그 노인네의 꿍꿍이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정리해 버리면 그만이겠지.’
카릴은 남아 있는 1천 명의 마법병대를 인질로 삼아 베릴 남작이 있는 곳으로 직접 찾아가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굳이 병력을 낭비할 필요도 없었다.
혼자면 충분했으니까.
그때였다.
“카…… 카릴 님!!!”
저 멀리서 들리는 목소리.
카릴은 허둥지둥 달려오는 두 노장의 모습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카, 카릴?!”
“설마……!”
그제야 병사들은 저마다 무릎을 꿇으면서 동료들을 따라 바로 도망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무지(無知)가 용기를 만들어 낸 것.
도망친 자들은 알고 남은 자들은 모르는 것.
병사들은 경악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트윈 아머의 전설……!!!”
* * *
“하루.”
“……네?!”
“베릴 남작이 있는 거점이 하루 안에 갈 수 없는 거리에 있습니까? 뭐, 그럼 일단 배신을 한 베릴, 그 노인네부터 잡고 그다음에 나머지 세 나라를 정리하면…….”
카릴은 수를 세듯 손가락을 몇 번 움직이는 척했지만 별 의미 없음을 알았다.
“그럼 이틀로 잡죠.”
마르제와 아벤은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카릴의 모습에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처음 등장했을 때도 그렇지만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언제나 상상을 뛰어넘는 것들뿐이었다.
“설마 했는데 역시나 저들을 소탕한 분이 카릴 님이셨군요. 마도구 때문에 골치가 아팠는데…….”
“저희가 제공한 거니까요. 그리고 저들이 쓰는 마도구야 딱히 위협이 되지도 않습니다.”
카릴은 창 밖에 무릎을 꿇고 있는 포로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
그는 아무렇지 않게 말하지만 마도구의 위력은 생각보다 대단했다. 거대한 타워 실드가 아닌 이상 마법사들의 마법을 막기 어려운데 마법병대의 손목에 부착되어 있는 매직실드는 무게도 가벼워 경장병들도 손쉽게 착용할 수 있기에 단숨에 중장병의 효과를 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속성석이 손잡이에 부착되어 있는 마도무구들은 마나 블레이드를 쓸 수 없는 저클래스의 보병들을 단숨에 기사급으로 만들어 주기에 충분했다.
물론,
소드 익스퍼트와 비교를 하자면 검술과 체력 등 모든 면에서 뒤떨어지기에 대인전에서는 미흡할 수 있지만 대규모의 전투에서는 마도구로 전력이 상승된 수천, 수만의 병력을 상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비올라와 자유군이 고전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카릴이 고작 하루 만에 전쟁을 끝내겠다고 하니 마르제와 아벤으로서는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제 실책입니다. 그건 그렇고 어째서 제게 미리 말하지 않았습니까? 그랬다면 불필요한 소모를 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면목이 없습니다. 왕녀님께서는 공국에서 카릴 님께서 일구신 업적을 들으시고 삼국의 일은 스스로 해내겠다고 하셨습니다. 이런 작은 일도 해내지 못한다면 카릴 님을 뵐 수 없다 하신…….”
카릴은 마르제의 말에 피식 웃었다.
“타투르의 자유군도 돌려주지 않고 데리고 있으면서 무슨 같잖은 소리를. 스스로 해결하려면 자유군을 쓰지 않아야지.”
“저희도 그렇게 말했습니다. 하나 베이칸은 카릴 님께서 삼국을 정리하라 내리신 명령을 제대로 완수하지 못한 상태에서 갈 수 없다 하여…….”
아벤은 스스로 이야기하면서도 트윈 아머의 수문장이라 불리는 자신들이 합류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전쟁을 끝내지 못한 상황에 이런 말은 그저 핑계처럼 들리는 듯하여 말을 얼버무렸다.
“하여간 둘 다 쓸데없는 자존심은…….”
카릴은 쯧― 하고 혀를 차고는 말을 이었다.
“현재 상황을 이야기해 주시죠. 삼국 연합이라는 같잖은 세력 중에 베릴이 있는 곳이 어딘지와 세 왕국 중 가장 세력이 큰 곳.”
마르제는 황급히 지도를 펼쳐 말했다.
“베릴 남작은 이스탄 왕국의 수도에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스탄 왕국은 삼국 중에 가장 안쪽에 있기에 수도까지 가려면……. 나머지 두 왕국을 무너뜨려야 합니다.”
“앞에 두 왕국의 병력은?”
“일단……. 펜리아 왕국이 2만 트바넬이 1만입니다. 이스탄 왕국의 병력은 2만이지만 마법병대 때문에 전력으로 따진다면 두 왕국의 배는 됩니다. 그래서 연합을 이끌고 있기도 합니다만.”
“마법 병대의 수가 얼마나 됩니까?”
“7천입니다.”
카릴은 기가 막혔다.
연합의 병력이 적은 것은 아니었다. 도합 5만의 전력이니까. 하지만 세 왕국의 전력을 합쳐도 고작 공국의 공작가 수준에 불과했다.
게다가 전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마법 병대의 수는 1만이 채 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너무 큰 전쟁만 겪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카릴에게 삼국의 전쟁은 소꿉장난 같이 들릴 뿐이었다.
“그 정도 병력이라면 요새 안에 병사들은 기껏해야 2, 3천밖에 되지 않는다는 말이겠군.”
카릴은 더 이상 들을 필요 없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잘됐네. 베릴 그 인간을 잡으러 따로 찾으러 돌아다니지 않고 이스탄으로 바로 가면 되니 이틀도 안 걸릴 수 있을 것 같고.”
“……에?”
그는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이스트리아 삼국에서 가장 열기 어려운 트윈 아머의 문이 이미 열려 있는데 뭐가 문젭니까?”
우우우웅―
카릴이 품 안에서 작은 구슬 하나를 꺼내어 마력을 응축시키자 손바닥 위에 놓여 있는 구슬이 붉은빛을 띠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그것은 공국에서 루온의 앞에서 부서뜨렸던 통신구와 같은 모양이었다.
“앤섬,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알지?”
[네. 이미 이스라필 님께 소식을 들은 직후 처리를 해뒀습니다. 이제 곧 당도할 겁니다. 이스탄까지 가는 길은 저희들이 뚫어 놓겠습니다.]“좋아. 트바넬과 펜리아 쪽은 오늘 쓸어 버린다. 길을 여는 데까지 얼마나 걸리겠어?”
[오늘이라 명하셨으니 오늘 안에 끝내겠습니다.]“그래. 일 처리는 이렇게 해야지.”
카릴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스탄은 건들지 마. 내가 직접 갈 거니까.”
[여부가 있겠습니까.]마르제와 아벤은 두 사람의 대화에 넋이 나간 표정으로 서로를 마주 봤다.
[크르르르르르…….] [크그그그……!!]그 순간,
트윈 아머의 상공을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수십 마리의 드레이크들이 저 멀리 국경을 넘어 불을 뿜어대기 시작했다.
쿵―!! 쿠쿠쿵――!!
쿠쿠쿵――!!
동시에 비룡 부대의 드레이크가 발로 움켜쥐고 있던 소형 골렘들을 흩뿌리듯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낙하한 골렘부대가 각 요새의 성문을 부수기 시작했다.
“말 한 필만 빌리지.”
카릴은 저 멀리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며 안장 위에 올라 고삐를 잡아당겼다.
히이이이잉!!!
말은 앞다리를 위로 치켜들었다가 내려오더니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다그닥― 다그닥―
퍼엉……!! 펑!!! 콰가가가가강……!!
마치 행진을 하는 것처럼 경쾌한 말발굽 소리와 함께 그의 양옆으로 수많은 폭음과 폭발이 일어났다.
“흐음.”
카릴은 마치 구경을 하듯 조금씩 속도를 올리며 말을 몰았다. 비룡 부대와 골렘 부대는 그가 달리는 길에 그 어떤 장해물도 없도록 속도에 맞춰 부수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아악!!”
콰아앙!! 콰가가가가강……!!
설령 그것이 요새의 성벽이나 적군이라 할지라도 모조리 말이다.
트바넬과 펜리아.
두 왕국이 함락되기까지는 정확히 하루가 걸렸다.
휘이이이이잉……!!
휘이잉……!!
카릴은 길을 지나는 동안 잡은 일곱 명의 요새 수비대장과 열아홉의 귀족들을 포박한 밧줄을 잡고서 볼품없는 성 앞에 섰다.
이스탄 왕국의 요새.
“컥!!”
“으아악……!!”
“커컥!”
그가 밧줄을 잡아당기자 스물여섯명의 기사들이 일제히 넘어졌다. 카릴은 말에서 내려 그들을 밟고 앉으며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