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3)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3화(3/497)
3. 길을 정하다
“이쪽이에요.”
루벤의 안내를 받으며 카릴은 복도를 걸었다.
제국을 대표하는 기사 가문인 맥거번의 역대 가주의 초상화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복도의 끝에 크웰의 그림이 걸려 있었다.
그리고 빈 자리.
‘생각해 보니 많은 일이 있었다.’
카릴의 과거.
평온한 저택으로만 보였던 이곳에서도 수많은 사건과 만남이 있었다.
‘저곳에 걸릴 초상화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일.
그중엔 역사를 바꿀 만한 사건들도 있다.
‘이번 생엔 누가 이곳에 얼굴이 걸릴까.’
카릴은 걸음을 멈췄다.
그러고는 빈 액자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원래대로라면 첫째인 마르트가 가문을 물려받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모든 자식에게 승계 후보자의 자리를 주었지.’
그렇다면.
‘이번 생에도 녀석이 가문을 이어받을까?’
그건 모르는 일이다.
‘나는 미래를 알고 있다.’
당연히 맥거번가(家)의 가주(家主)를 확정 짓게 했던 사건도.
이제.
저 자리에 그의 초상화가 걸리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내 목표는 고작 백작이 아니다.’
이제 몇 년 뒤, 신탁이 내려지고 파렐 속 괴물들이 나타나면 대륙을 손안에 두었던 화려한 제국 귀족들의 삶 따윈 의미가 없다.
카릴은 시간을 거슬러 오는 탑 안에서 오직 한 가지만을 생각했다.
모든 정점(頂點)에 서는 것.
“저곳이에요.”
루벤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봤다.
“그래.”
카릴은 익숙한 검을 부딪치는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 * *
“음?”
“저 녀석…….”
연무장의 문이 열린 순간 모두의 시선이 한 곳에 쏠렸다.
“카릴, 먼 길을 와서 피곤할 텐데. 쉬지 않고 어째서 이곳까지 온 거지.”
마르트는 땀을 닦으며 말했다.
따뜻한 그의 말과는 달리 냉랭한 분위기가 연무장을 감돌았다.
“아 네, 주인님의 말씀으로 잠시……. 저택을 둘러보는 중이었습니다.”
눈치 빠른 루벤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래? 쓸데없는 곳까지 안내했다. 어차피 이곳과 인연이 없을 녀석인데. 데리고 돌아가.”
“그게…….”
엘리엇은 차갑게 같은 공간에 카릴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싫은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신경 쓰지 말고 계속해.”
카앙-!!
캉!! 캉!! 카아앙-!!
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몇 분이 흘렀을까.
“…….”
신경 쓰지 말라고 말했던 마르트의 검이 끝내 멈췄다. 그는 뒤에서 느껴지는 카릴의 시선을 끝내 무시하지 못했다.
“검을 좀 쓸 줄 아느냐. 북부의 이민족들은 맨손으로 사람을 죽이고 살을 뜯어 먹는다는 소문만 들어서 말이야.”
“…….”
다정하게 말하는 말투와 달리 그의 말 안엔 바늘이 숨겨져 있었다.
“어때. 구경만 하지 말고 해볼 테냐.”
“형님?”
카릴은 차분한 척 말하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마르트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역시……. 변한 게 없군. 자존심 강한 네 성격이라면 내 시선을 참지 못할 줄 알았지.’
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전력(全力)으로 한다면.”
그의 한마디에 침묵하던 나머지 사람들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미친놈……. 무슨 생각으로 형님을 도발하는 거지?’
‘오자마자 찍히고 싶어서 안달 났나 보군.’
‘넌 끝이다.’
아무리 형제라고 하지만 자신들은 양자(養子)였다.
재능이 있다 한들.
첫째인 마르트의 심기를 거스르는 행동을 피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것은 그들만의 암묵적인 룰이었으면서 양자가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었다.
다행이라면 다행인 것이 크웰의 친아들인 마르트가 자신들이 인정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아이고……. 난 이제 죽었다. 시종장님은 왜 하필 나한테 이런 일을 맡기셔서는…….’
그의 눈엔 마냥 대책 없어 보이는 카릴의 행동에 루벤은 속으로 울상을 지었다.
첫날 오자마자 사고도 대형 사고를 쳤으니 말이다.
“전력이라……. 재밌는 소리를 하는구나.”
카릴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보고 마력을 쓰라는 말이냐.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아느냐. 카릴, 넌 멸족의 쓸데없는 자존심을 버리지 못했나 보구나.”
그의 말에 카릴은 가볍게 웃었다.
“좋든 싫든 너는 앞으로 이곳에서 지내야 하니 형으로서 제국의 법도를 가르쳐주지. 엘리엇, 카릴에게 검을 줘라.”
마르트의 말에 모두가 놀랐다.
“진심이십니까? 형님?”
화르르륵……!!
그 순간, 마르트의 검에서 불길이 솟구쳐 올랐다.
마나 블레이드(Mana Blade).
“너는 지금 이게 농담으로 들리나?”
“…….”
일그러지는 얼굴로 그가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도발은 성공이었다.
‘구구절절 말이 많지만 결국은 나를 꺾어 놓을 명분을 만들려는 수작에 불과한 것. 마르트 맥거번, 겉으론 포장해도 결국 자기를 떠받들어주는 것을 좋아하는 속 좁은 소인배였으니까.’
이제 막 저택에 온 카릴의 입지는 좁다.
다른 양자들처럼 마르트의 눈치를 살피며 조금씩 자신의 세력을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어째서 이런 위험한 수를 두었을까.
‘도대체 무슨 꿍꿍이지.’
머리가 좋은 티렌은 카릴의 담대한 행동에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꽈아악-
카릴은 마르트의 검을 바라보며 쥐고 있던 검에 힘을 주었다.
오직.
제국인만이 가질 수 있는 힘.
마력(魔力).
시간을 거슬러 오며 수많은 탑의 층을 오르며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내린 하나의 결론.
자신이 더 강해질 수 있는 방법.
몇 번을 생각해도 저거다.
‘이번 생에 그걸 깨주겠다.’
이민족인 자신은 평생 가지지 못하는 힘.
‘내가 새로이 가야 할 길.’
그는 천천히 검을 들어 올렸다.
이번 생에.
‘나는 마법을 익힐 것이다.’
아니,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카릴의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검(劍)과 마법(魔法). 두 가지의 길 모두 정점에 서겠다.’
그 누구도 상상조차 못 할 것이다.
이 무모해 보이는 도발이 오랜 세월 끝에 생각해 낸 계획의 첫 단추라는 걸.
‘이 녀석…….’
마르트 맥거번은 검을 쥔 채로 한동안 굳은 것 마냥 서 있었다.
팽팽한 긴장감.
그건 두 사람을 바라보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왜지? 왜 안 움직이시지.’
‘이렇게 신중한 형님은 처음이다.’
‘설마 저 이민족 녀석이 그 정도로 강하단 말인가?’
빠득-
엘리엇은 못마땅한 얼굴로 이를 갈았다.
“마법도 쓰지 못하는 놈이…….”
제국인들은 태어날 때부터 마력을 가진다.
그리고 그들의 특성에 따라 5대 속성 중 하나의 힘을 쓸 수 있다.
마르트의 마나 블레이드.
맥거번가(家)의 피를 이어받은 그의 검은 크웰과 같이 불꽃을 머금고 있었다.
하지만 마르트의 검과 달리 카릴의 검은 깨끗하기 그지없었다.
황제가 선포한 이단섬멸령(異端殲滅令).
이것이 바로.
이민족들이 이단으로 칭해진 이유.
제국인들과 달리 마력을 담는 마력혈이 없는 이민족들은 마력을 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마르트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
당사자인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그냥 가볍게 혼을 내줄 생각이었다.
필요했으니까.
첫째로서 본보기를 보여 줄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뭔가 잘못되었다.
미심쩍었던 그 기분은 카릴을 앞에 두고 확실해졌다.
‘빈틈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