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301)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301화(301/497)
202. 결전을 준비할 때
“진격하라!!!!”
그레이스 판피넬은 회심의 외침을 지르며 자신의 기사들을 이끌었다.
이스탄 왕국의 뒤편.
베릴의 목을 베었던 그는 비올라와 헤어진 뒤 지체 없이 이스탄의 수도를 공략했다.
“단장님, 적의 반격이 없습니다.”
“베릴의 죽음을 들은 거겠지. 아니면 국경 요새에서의 일을 알게 된 것일지도.”
어느 쪽이 되었든 간에 그레이스는 눈앞의 적들은 이미 전의를 상실했다는 것을 직감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완벽하게 이스탄을 우리의 것을 만드는 것이다! 전장을 끝내고 승리를 왕녀님께 바쳐라!!”
와아아아아아――!
와아아아――!!
판피넬 가문의 기사들은 저마다 자신의 무기를 들어 올리며 함성을 질렀다.
기사를 가장 확실하게 단련시키는 방법은 앞마당에서의 훈련이 아니라 실전이었다.
비올라가 성장한 것처럼 그레이스 역시 과거의 역량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뛰어난 위용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그가 이끄는 기사들 역시 그 전에도 물론 뛰어났으나 지금은 개개인의 능력이 한 단계 진보하여 제국의 기사단과 어깨를 나란히 하더라도 결코 모자라지 않았다.
이제는 과거라 말할 수 있는 이스트리아 삼국에서 이들보다 강한 기사단은 없을 것이다.
쉬이익―――!!
그레이스가 마력을 검에 집중하자 마나 블레이드가 길게 주욱 하고 늘어났다.
그가 날카로운 검을 마치 창처럼 어깨 위로 들어 올려 가로로 세우고는 있는 힘껏 앞으로 찔러 넣었다.
콰가가가각……!!
콰가각……!!
판피넬 가문의 가전 비기로 검의 간격을 마치 창과 같이 사용하는 돌격창검(突擊槍劍).
지금껏 삼국 연합의 많은 기사들의 목을 꿰뚫었던 일 점 즉살의 필살검을 고작 성문이 막을 수는 없었다.
콰직!!
그레이스의 마력이 담긴 검이 이스탄 왕국의 수도의 성문과 격돌했다. 그러자 우지끈―! 하는 소리와 함께 성문의 걸쇠가 단번에 부서졌다.
“돌격하라!!!”
양옆의 기사들이 그레이스의 외침이 끝남과 동시에 왕궁의 문을 열자 병사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와아아아아아―――!!
와아아아――!!
병사들이 함성과 함께 성안으로 뛰어들었다.
“…….”
“……?!”
하지만 그것도 잠시, 호기롭게 들어 온 병사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뻗은 무기들이 어디로 가야 할지 갈 곳을 찾지 못한 채 서 있었다.
“재밌는 검술을 쓰는군. 란돌만큼 자질이 있어 보이는데. 이 재미없는 전장에서 그나마 쓸 만한 녀석이겠어. 어때, 한판 붙어 보겠어?”
“……!!”
이스탄 왕국의 성문 뒤로 보이는 수백, 수천의 시체의 산 위에 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지루한 듯 하품을 하던 여인이 자신을 가리키자 그레이스는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당신은…….”
까무잡잡한 피부와 새하얀 천 사이로 드러난 몸매는 탄탄하게 근육이 잡혀 있었다.
디곤의 여제라 불리는 남부의 절대적 존재.
모를 수가 없는 남부의 패자.
하지만 그녀가 이곳에 있을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마치 아름다운 조각 같은 그녀의 모습에 넋을 잃을 수도 있겠지만 그 미모조차 압도하는 시체의 산에 기사들은 긴장 속에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저항이 없었던 건……. 이미 모두 죽었기 때문인가.’
그레이스는 주위를 살폈다.
하지만 그녀 이외에 다른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스탄 왕국의 수도 안에 주둔하고 있던 병력은 마법병대를 포함하여 수만 명.
‘아무리 소드 마스터라 하더라도 혼자서 이 정도의 숫자를 처리할 수 있을까?’
그레이스는 조금씩 닿아 가는 소드 마스터라는 벽을 이제는 곧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하지만 결코 그레이스 판피넬의 실력이 낮은 것이 아니었다. 카릴로 인해서 용마력의 사용법을 배우고 자신의 것으로 만든 밀리아나의 마력은 확실히 질적으로 차이가 있었다.
“어떻게……. 이곳에 계십니까? 여제여.”
“이유야 당연한 것 아냐? 카릴이 내게 명했다.”
“혼자……. 오신 겁니까?”
그레이스는 주위를 둘러봤지만 그녀 이외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고작 이런 약소국 하나 처리하는 데 병사가 필요하다는 건 스스로 약함을 증명하는 것뿐이지.”
밀리아나는 당연하다는 듯 하품을 내쉬며 말했다.
“물론, 한 녀석 덕분에 좀 더 빨리 끝났지. 밤 하루 동안 왕국의 왕과 함께 주요 기사들이 목을 모두 베어버렸으니까.”
“누구…… 말입니까?”
“에이단 하밀. 너도 알겠지. 지금쯤이면 카릴이 있는 곳에 도착했겠군.”
밀리아나는 잘린 왕의 목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
“카릴이 있는 곳으로 서둘러 가야 해서 디곤의 도움을 요청해서 말이지. 야만족만이 알고 있는 지름길을 알려줬지. 덕분에 잔챙이들만 상대하게 돼서 재미를 못 봤어. 이번에 새롭게 익힌 검술을 써볼 기회도 놓쳤는데……. 어때? 붙어 보겠어?”
그녀가 자신의 애검인 아크와 게일을 들어 가볍게 휘두르며 물었다.
힘을 들이지 않은 것처럼 보였지만 쌍검이 공기를 가르자 파앙―!! 하고 공기가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사양하겠습니다. 하루 만에 수만의 피를 먹은 검에 제 피까지 보태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레이스는 어깨를 으쓱했다.
“누가 그래?”
“……네?”
그 순간 놀랍게도 그녀의 밑에 깔려 있는 병사들이 나지막한 신음을 토해냈다.
‘설마?’
그레이스는 황급히 고개를 들었다.
죽었다고 생각했던 이스탄의 병사들은 그저 의식을 잃었던지 혹은 몸을 움직이지 못할 정도의 부상을 당하긴 했지만 죽은 자가 없었다.
“말도 안 돼…….”
기사 중 한 명이 투구 속 눈빛을 떨며 자신도 모르게 탄성과 함께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내 검에 고작 이런 녀석들의 피를 묻게 할 순 없지. 게다가 너희들은 모두 카릴의 전력이 될 자들이니 죽여선 안 되잖아.”
밀리아나는 그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늦었지만 공훈은 네게 주마. 적어도 이 머리를 들고 가야 네가 존경해 마지않는 화초께서 면이 설 테니까 말이야.”
고작 단 두 명으로 이스탄 왕국을 공략했다.
밀리아나의 실력이야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레이스는 홀로 왕국을 침입한 에이단의 성장을 가늠할 수 없었다.
‘카릴 님의 곁엔 전부 다 괴물들뿐이로군…….’
그레이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카릴이 전하라는 말이 있었다. 넌 운이 좋아. 지금쯤 나머지 한 명은 카릴에게 직접 이 소리를 면전에 듣고 있을 테니까. 얼굴을 붉히든지 아니면 너와 같이 넋이 나간 표정이겠지.”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레이스는 밀리아나의 말에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는 쪽지를 던지며 말했다.
“무슨 이유에서든 삼국 통일의 업을 이루지 못한 것은 명백한 실수. 타국에 대한 주의를 기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힘을 강맹하게 만들어 타국이 우리를 견제하게 만들어라.”
‘그는……. 모든 것을 예상했던 건가.’
바보 같았다.
밀리아나의 말대로 그레이스는 얼굴이 화끈거리는 기분이었다.
“그러니 이스탄 왕국의 동쪽 해안에 함대를 집결시켜라. 판피넬의 모든 군사를 그곳에 집결하고 북상할 준비를 하라. 물론, 그 병력에는 이놈들도 포함되어 있겠지.”
밀리아나는 자신의 발아래에 쌓여 있는 병사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또한 트윈 아머의 모든 길을 열어 남부의 야만족이 진출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하라.”
“……!!”
밀리아나는 두 자루의 검을 허리에 꽂으면서 말했다.
“그 말씀은…….”
“뭐긴 뭐야. 대륙 평정이란 말이지.”
휘익―――!!!
그때였다.
밀리아나가 손가락을 입에 넣어 호각을 불렀다.
그러자 아무도 없었던 빈 왕도에서 검은 인영들이 나타났다.
‘어…… 언제?!’
그레이스는 분명 숨은 병력을 확인했지만 인기척조차 느낄 수 없었다.
완벽하게 숨어들어 있던 그녀의 병사들.
그들의 선두에는 밀리아나만큼이나 탄탄한 근육의 여전사 세 명이 서 있었다.
“아무리 소드 마스터라고 해도 혼자서 수만 명을 죽이지도 않고 제압하는 건 불가능해. 뭐……. 그 녀석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밀리아나는 자신의 세 자매를 향해 손짓을 하고는 그레이스에게 말했다.
“디곤의 선발대는 이미 도착했다. 너희도 늦장 피우지 마라. 카릴의 전투는 숨이 턱까지 차오를 만큼 빠르니까. 지금처럼 딴짓하며 있다가는 뒤처진다.”
“정말…… 지금 제국과 전쟁을 시작한다는 말씀이십니까?”
아직 삼국이 정리도 되지 않은 상황에다가 자신이 알기로는 공국을 손에 넣은 것도 몇 달이 채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전쟁이란 일단 자신의 국정을 안정화시키고 난 뒤에나 가능한 일.
일반적으로 족히 몇 달은 걸릴 일이었다.
“카릴이 어째서 너희들에게 삼국 평정을 맡긴 지 그 큰 이유를 모르나 보군. 하긴, 그러니 여우가 사자를 위한답시고 머리를 굴렸지.”
“……네?”
“타투르, 대초원의 4부족, 5대 일가 그리고 디곤과 공국까지. 그는 작은 도시에서부터 대륙의 강국을 손에 넣는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병력을 최소한으로 썼다. 그것은 단순히 병력을 아끼고 보존하기 위함만은 아니야.”
밀리아나는 그레이스를 바라봤다.
“적군의 피해 역시 최소화하기 위함이지. 전쟁에서 이겨야 할 적군마저 살리려는 그의 행동이 과연 오만이나 만용으로 보일까? 카릴을 아는 자는 그리 생각하지 않을걸.”
그레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무모하다고 생각되는 모든 승리를 그는 이뤄냈으니 말이다.
특히나 트윈 아머에서 그가 보여준 전투는 지금도 그의 머릿속에 각인 되어 있었다.
“적군의 수뇌부들을 살려두는 것은 패전국에서 일어날 혼란을 줄일 수 있지. 물론, 역사 속 그 어떤 왕도 이런 일을 하지 않았지. 반란의 여지를 두는 것은 그만큼 위험한 일이니까.”
밀리아나는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그라면 가능한 일이지.”
그와 싸워 본 사람이라면 그에게 검을 드리우는 것이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이라는 것을.
반란이라는 용기를 가지는 것보다 차라리 충성을 맹세하는 것이 목숨을 부지하는 옳은 방법이니까.
우습지만 모든 일에 카릴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순간 달라졌다.
“타투르의 관리자부터 공국의 귀족들까지 그들은 자신의 땅에서 일어난 일을 카릴이 신경 쓰기 전에 마무리 지었다. 삼국 역시 마찬가지야.”
그녀는 그레이스를 지나치며 말했다.
“너희가 마무리 짓고 그의 명령이 떨어지기 전에 모든 것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카릴의 방식이자 카릴을 따르는 자들이 해야 할 일이지.”
밀리아나가 그의 등을 때렸다.
“왜? 못하겠어?”
“……!!”
“그럼 빠져. 남부와 같이 내가 너희를 통솔해 줄 테니까. 왕가의 자존심만 버리면 될 일이야.”
그레이스 따끔한 통증에 다른 기사들과 마찬가지로 몸을 떨며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
“그럴 일 없습니다.”
그의 대답에 밀리아나는 피식 웃었다.
“지금……. 카릴 님은 어디에?”
“북부로 향하겠지. 그가 전쟁을 준비할 마지막 세력이니까.”
밀리아나는 그레이스를 향해 말했다.
“북부는 다른 곳들과 달리 본디 그의 땅이니까. 지금까지 부하들에게 맡겼던 일을 이번에는 직접 행한다는 말이야. 그것만으로 더 이상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까?”
히이이잉―――!!
그녀는 말처럼 생긴 동물인 남부의 카르곤 위에 올라타고는 고삐를 당기며 말했다.
“그가 다시 중앙으로 내려올 때는 북부의 전(全) 이민족들이 함께 내려올 것이다.”
손을 뻗자 디곤의 정예병들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
“우리는 그와 함께…….”
남아 있던 판피넬의 기사들의 머릿속에 밀리아나의 마지막 말이 깊이 새겨졌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엄두도 내지 못했던 위업을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제국을 섬멸한다.”
그 한마디에 모두의 심장이 요동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