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303)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303화(303/497)
204. 검 축제 (1)
“믿을 수가 없군…….”
에이단은 지금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이 실로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대륙 10강이라 불리며 5대 소드 마스터에 버금가는 사이몬 코덴을 이긴 그는 명실상부 대륙의 강자의 반열에 올랐다.
부르르르…….
하지만 그는 지금 몸이 떨렸다.
그건 공포이기도 하면서 전율이기도 했다.
콰아아앙―――!!
카강――!!
육중한 대검이 마치 공기를 찢어발기듯 터져 나왔고 검의 궤도 안에 있는 모든 것이 폭발하듯 부서져 갔다.
사이몬 코덴과의 전투는 암살자들 간의 일격의 승부였다. 에이단 그가 사이몬 코덴의 모든 것을 뛰어넘었기 때문에 이긴 것은 아니었다.
살수들의 싸움은 그런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에이단은 이제야 진정한 전투라는 것이 어떤 영역인지 눈이 떠지는 기분이었다.
힘 대 힘, 속도 대 속도 두 사람은 단 한 치에 물러섬도 없이 서로를 격돌했다.
“으아아아아아―――!!!”
잔나비 부족의 화린이 날카로운 고함을 지르며 거대한 대검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려 단두대처럼 있는 힘껏 세로로 그었다.
쿠우웅……!!
대검의 날에 닿는 공기가 폭발했고 내리는 눈이 가루가 되어 부서졌다.
수 미터가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에이단은 그 풍압이 확실하게 느껴졌다.
‘릴리아나도 괴물이었는데 그 수장은 더한 녀석이로군…….’
그는 사이몬 코덴을 마주했을 때와는 또 다른 위압감을 느꼈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동방국의 최고라 할 수 있는 주인보다 눈앞에 맹수가 더 대단해 보였다.
잔나비 부족.
그들은 각종 독을 사용하는 이민족이었다.
그렇기에 오히려 호표라든지 붉은달 혹은 늑여우와 같은 이민족들에 비해 전투력에 있어서 약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에이단은 지금 자신이 알고 있는 이민족의 강함이 완전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저 여자가 강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
암살자인 자신도 기척을 느끼지 못했을 정도로 귀신처럼 나타난 목소리에 에이단은 황급히 고개를 돌리며 옆으로 물러났다.
“잔나비 일족의 독은 수장을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다는 말이 있으니까. 그들은 가장 먼저 자신들의 수장에게 독을 시험하지. 그 독에 죽게 된다면 그다음 수장을 뽑는다.”
“……정말로 괴물이군.”
에이단은 그의 말에 혀를 찼다.
신비할 정도로 짙은 검은 눈은 북부의 쌓인 눈과 너무나도 대조적이었다.
그의 옆에 나타난 남자는 다름 아닌 지그라였다.
동방국으로 떠나 있었던 에이단은 검은눈 일족에 대한 소식을 듣지 못했기에 잔뜩 긴장된 얼굴로 그를 경계했다.
하지만 그의 뒤에 하시르와 쿤타이 그리고 파툰이 서 있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그가 카릴의 수하라는 것을 눈치챘다.
‘도대체 저런 자가 있는데 이단섬멸령 때 제국에게 진 거지? 크웰의 청기사단이 그 정도로 대단한 건가?’
동방국의 주인은 어둠 속을 노릴 뿐이지만 북부의 맹수는 그저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을 부숴버렸다.
게다가 황자의 목숨을 빼앗았던 극독조차 통하지 않는 몸을 가졌으니 놀라움과 동시에 에이단의 머릿속엔 의문이 들었다.
파앗―! 팟―!!
카릴이 몸을 틀었지만 그의 어깨와 허리에 여기저기 상처가 났다. 결코 얕지 않은 상처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어쩐 일인지 화린의 공격을 피하지 않고 모두 정면으로 막아내고 있었다.
콰아아아아앙―――!!
폭음이 터져 나오면서 카릴의 몸이 화린이 올려친 대검에 부웅 떠올랐다.
“큭!”
전신이 부서질 것 같은 강맹한 충격과 함께 카릴은 낮은 신음을 토해내며 바닥에 착지했다.
두 다리가 내려앉는 순간에도 화린이 내뿜은 충격은 가시지 않은 듯 카릴이 주르륵 뒤로 밀렸다.
철컥―
얼음 발톱이 울었다.
정확히는 그 안에 담겨 있는 에테랄이 울고 있는 것이었다. 어째서 자신의 힘을 쓰지 않느냐는 듯한 투정과도 같은 울음이었다.
화르르륵―!!
북부의 눈보라 속에서 카릴의 손등에 박힌 아인 트리거에서 불꽃이 일어나며 그와 화린이 싸우는 무대를 녹였다.
발목을 잡는 쌓인 눈을 치우기 위함이 아니라 라미나의 불꽃 역시 자신의 힘을 쓰지 않는 카릴에 대한 반항 같은 몸부림이었다.
[…….]어둠의 정령왕 두아트는 그저 침묵했고 푸른 뱀, 마엘은 두 사람의 검투에 관심 없다는 듯 눈을 감고 있었다.
[고집이로군.]단지 알른 자비우스만이 그런 카릴을 향해 낮은 탄식과도 같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카릴은 그 어떤 마력도, 정령력도 쓰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라 검술조차 쓰지 않은 채 오직 육체와 무구라는 두 개의 도구만으로 화린과 싸웠다.
두 사람의 검투는 기사들의 결투와는 전혀 달랐다.
오히려 사냥에 가까운 모습.
단지 눈앞에 검을 쥔 마물과 싸우는 것 같은 본능적인 싸움이었다.
‘주군이 저렇게까지 밀리다니…….’
에이단은 긴장 가득한 눈으로 화린을 바라봤다. 완력으로만 따진다면 고든 파비안과 맞먹는 힘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민족이란 원래 마력이 없이 태어난 존재니까. 똑같은 조건에서 싸운다. 그리고 가장 강한 자가 칭호를 얻는다. 단순하지만 확실히 자신을 증명하는 방법이지.”
[가지고 있는 힘을 쓰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녀석이나 하는 짓이지. 나는 쓰지도 않을 우둔한 놈에게 내 지식의 보고를 물려 준 게 아니다.]카릴의 말에 알른은 못마땅한 듯 대답했고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화린은 그저 카릴의 혼잣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칼리악의 아들이라 했던가.”
잠시 숨을 고르듯 화린이 카릴에게 물었다.
“그렇다.”
“이민족이면서 마력을 가졌다고 하더군 게다가 정령의 힘까지 쓴다지?”
“이상한 일은 아니지. 디곤족 역시 마력을 가지고 있잖아? 이민족 역시 남부의 야만족과 같은 원류를 가지는 자들이니까. 단지 북부로 이동하면서 이름을 서로 달리했을 뿐.”
화린은 카릴의 말에 피식 웃었다.
“오해하지 마라. 내 말은 그 힘을 써도 좋다는 뜻이다. 가지고 있는 힘을 모두 쓰지 않는 자는 검 축제에 임할 자세가 되지 않은 것이니까.”
[거 봐라. 저 덩치 큰 여자가 오히려 네놈보다 낫군.]화르르륵―!
카릴의 주위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알른 자비우스의 형상이 나타났다.
[차라리 내 지식을 그녀에게 준 게 나았겠어.]“……!!”
화린은 그 모습에 짐짓 놀란 듯 머뭇거렸지만 산전수전 겪었던 그녀는 이내 곧 아무렇지 않은 듯 대검을 바닥에 박아 넣으면서 카릴을 바라봤다.
“시끄러워. 알른.”
카릴이 손을 젓자 알른의 형체가 연기처럼 흩어졌다가 다시 뭉쳤다. 알른의 몸을 뚫고 그는 한 발자국 앞으로 걸어갔다.
“칼리악이 대전사의 칭호를 얻었을 때 그가 마력을 가지고 있던가? 아니면 정령의 가호를 받고 있었나.”
“그럴 리가.”
“그럼 지금 네가 한 말이 얼마나 바보 같은 배려인지 알겠지. 칼리악이 한 것을 내가 하지 못하면 말이 안 되지. 대전사의 칭호를 받는 것은 단순히 그 이름을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선대를 뛰어넘는 것이니까.”
에이단은 그가 말하는 아버지가 비단 한 사람만을 뜻하는 것이 아님을 알았다.
동방국의 암연은 누구보다 대륙의 많은 정보를 가진 비밀단체였으니까.
그리고 이제 그 단체가 그의 손아래 놓이게 되었으니 전생에 그가 창설했던 정보단체인 유성보다 훨씬 더 거대한 세력이 될 것임이 틀림없었다.
크웰 맥거번과 칼리악.
에이단은 카릴이 헤임에서 그랬던 것처럼 제국과 이민족 두 세력의 정점에 선 모두를 뛰어넘기 위해 북부에 온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지금 자신의 주군은 그 힘을 보란 듯이 증명해 보였다.
“알겠어? 그게 대전사라는 이름을 내 것으로 할 제대로 된 자세라고.”
“오만하군.”
[그래. 저놈의 저 쓸데없는 콧대 좀 꺾어줘라.]화린의 말에 알른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가 카릴이 지기를 바라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질 것이라고 생각도 하지 않았다.
“미친…….”
자신을 놀리는 듯한 그 말에 화린은 이를 갈았다. 카릴이 덤비라는 듯 손을 까닥거리자.
“흡!”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 양손으로 대검의 손잡이를 잡고서 대검을 들어 올리며 달려들었다.
수많은 공방을 이어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몸놀림은 어쩐지 더 빨라진 것 같았다.
창!! 차자장―――!!
검이 맞부딪칠 때마다 불꽃이 일었다.
동시에 들리는 검격의 소리와 함께 화린이 카릴의 빈틈을 노렸고 카릴은 그 검을 피하며 품 안으로 검을 찔렀다.
콰드드드드드드득……!!!!!!
콰가강――!!
몇 번의 검이 교차 되었는지 셀 수 없을 정도의 합이 이어지면서 어느샌가 두 사람은 검을 피할 생각도, 반격을 할 생각도 하지 않고서 그저 서로 검을 온 힘을 다해 격돌했다.
“훌륭하다.”
카릴은 그녀의 검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나 무기가 아쉽군.”
“……뭐?”
그때였다.
카앙―!!
주위를 울리는 청명한 울림.
카릴의 얼음 발톱이 화린의 대검을 뚫고 지나쳤다.
그 순간,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카릴의 검이 느리게 느껴졌다. 옆으로 몸을 돌리려는데 놀랍게도 자신의 몸은 그보다 더 굼뜨게 반응했다.
대검을 반으로 잘라버린 얼음 발톱이 그녀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
꿀꺽―
자신을 향해 선명하게 다가오는 검날은 마치 죽음 직전의 주마등이 지나갈 시간을 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피할 수 없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툭―
하지만 죽음 대신 차가운 냉기가 그녀의 이마에 닿았다. 얼음 발톱이 눈앞에서 멈췄고 감았던 눈을 뜨자 카릴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원한다면 황궁의 보고에서도 구할 수 없는 청린으로 만든 무구를 줄 수도 있지. 대신 내게 힘을 보태는 것이 어때.”
“……뭐?”
화린은 황당하다는 얼굴로 카릴을 바라봤다.
“네 실력은 버리기에 아까우니까. 게다가 잔나비 부족이 이미 내게 마음을 두고 있다는 건 릴리아나를 통해 알고 있었고.”
카릴은 검을 집어넣었다.
더 이상 싸울 의미가 없다는 모습은 마치 처음부터 이미 두 사람의 승패가 명백했다는 것처럼 보였다.
“이 와중에 등용을 노리시는 겁니까?”
에이단은 바닥에 쓰러진 그녀를 바라보더니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뭐, 저런 괴물을 이긴다면 확실히 대전사라는 칭호를 받을 만하네요. 주군의 말씀대로 이민족도 절대로 무시하지 못할 전력이네요. 그녀가 현재 대전사의 칭호를 가진 사람입니까?”
“크…… 크큭. 모르는 소리 하는군.”
그의 말에 화린은 어쩐 일인지 웃기 시작했다. 의아한 표정으로 에이단이 그녀를 바라봤다.
“검 축제는 이제 시작이다.”
“……에?”
입가에 흐르는 핏물을 닦아내며 그녀가 손을 들어 올리자 눈으로 덮인 언덕 위에 인영들이 나타났다.
“꼴사나워졌군. 좋다. 잔나비는 축제에서 빠지겠다. 잘해봐. 아직 도전자는 많으니까.”
화린은 자리를 털며 일어났다.
‘……설마 저자들을 전부 다?’
에이단은 언덕 위에 있는 자들 한 명 한 명이 모두 다 강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확실히 칼리악의 아들이야.”
“설마 화린이 질 것이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그녀의 완력은 이민족 중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데 말이지.”
“내가 봤을 땐 그녀가 봐준 것 같은데? ‘라이칸의 의지’를 쓰지 않았잖아. 솔직히 그 목걸이를 논외로 치고 그녀의 강함을 말하는 것은 잘못되었지.”
“그렇게 따지면 그 역시 마력을 쓰지 않았어. 피차일반이야.”
두 사람의 승부를 지켜보던 그들은 마치 평가를 하듯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찬바람부족, 무쇠일족, 묘족, 천둥일가……. 저 뒤에 남은 자들도 굳이 안 봐도 알 수 있겠어. 장로들 쪽의 선 자들이다.”
눈이 좋은 하시르는 언덕 위에 사람들을 바라보며 쯧― 하고 혀를 찼다.
“마력을 가진 자를 이민족의 수장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장로들로서는 절대로 인정할 수 없는 일일 테니까.”
“저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으려 들겠지.”
“쳇, 녀석들. 머리를 썼군. 가장 체력이 좋은 화린을 일착으로 낸 것도 주군을 지치게 만들기 위함이었겠지.”
“그만큼 그를 인정하는 것일지도.”
하시르와 쿤타이, 파툰은 걱정스러운 듯 아래의 카릴을 바라봤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많이도 왔군. 뭐 볼 게 있어 이렇게나온 거야?”
그러나 그들의 우려를 달리 카릴의 입에서 나온 말은 경악 그 자체였다.
“시간도 없는데…….”
그는 언덕 위에 도전자들을 향해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말했다.
“그냥 다 들어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