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307)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307화(307/497)
205. 북부의 스승 (2)
“자네들. 저 아이에게 라크나를 내어 주게. 그는 검 축제의 우승자이니 대전사의 칭호를 받을 자격이 있어. 게다가 이미 다른 수장들도 그에게 마음을 빼앗긴 것 같던데.”
알테만은 등 뒤를 가리키며 손짓을 했다.
동굴 뒤 가려진 천막 사이로 보이는 바깥의 풍경에는 이미 모든 수장들이 숨을 죽이고 그 앞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저 아이의 말대로야.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는 게 앞서 살아왔던 자들이 해야 할 일이니까.”
그의 말에 장로들은 마지 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곧 동굴 안쪽에 석벽을 두들기자 그 안에서 기다란 벽돌이 빠져 나왔다.
그그그극…….
당연한 일이지만 전생에는 대전사의 명맥이 끊겨 존재조차도 보지 못했던 이민족의 유물.
하지만 이민족으로서 살았던 어린 시절에도 존재 여부조차 불확실했던 무구가 지금 눈앞에 나타났다.
‘……이게 라크나?’
카릴은 석벽 뒤에 숨겨진 상자에서 장로가 가져온 물건을 바라보며 살짝 당혹스러운 얼굴로 그들을 바라봤다.
“오랜 시간을 거쳐 오직 대전사에게만 전해지는 유물이다. 원래대로라면 칼리악이 보관했어야겠으나 어쩐 일인지 그는 죽기 전에 우리에게 이 무구를 맡겼다.”
“…….”
장로 중 가장 선두에 서 있는 노인이 말했다.
“이단섬멸령에 의해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찌 된 영문인지 아그넬이 아니라 라크나를 우리에게 맡긴 것은 지금도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지. 덕분에 검은 눈 일족은 큰 피해를 입었지. 만약 아그넬을 우리에게 놔두었다면 고집 센 그들이 끝까지 싸우지 않게 할 수 있었을 텐데.”
그의 말에 카릴은 고개를 저었다.
“같은 이민족이라 하더라도 모두를 알지 못해. 지금 살아 있는 검은 눈들은 당신처럼 생각하지 않을걸. 그들은 그 날 칼리악을 따라 죽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을 텐데.”
카릴은 장로의 손에 놓여 있는 라크나를 잡아 들었다.
“전장에서 살아남는 것이 검은 눈에겐 명예가 될 수 없으니까. 그들이 나를 따르는 이유가 그를 위한 복수도 포함되어 있겠지.”
철컥―
라크나를 쥔 손이 제법 착 감기는 묵직한 느낌을 받았다.
“……검의 손잡이로군.”
카릴은 나지막하게 감상을 뱉어내듯 말했다.
놀랍게도 장로들이 대전사의 유물이라 숨겨 놓았던 것은 그의 말대로 손잡이였다.
검날은 존재하지 않았고 그저 특이한 은빛을 내는 손잡이 일부만이 남아 전해지는 유물.
언뜻 보기에는 부서진 검의 잔해 같아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보였다. 게다가 손잡이 부분 역시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는 것처럼 낡고 녹이 슬어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 무구가 그저 단순히 유적지에 잠들어 있는 유물이 아닌 지금도 살아 있으며 다른 무구들과 당장에라도 경쟁을 하고 싶어 하는 투지가 느껴진다는 것을 알았다.
“어째서 대전사였던 칼리악이 라크나를 쓰지 않았던 것인지 너라면 알 수 있겠지.”
알테만이 라크나를 든 카릴을 향해 말했다.
“아니, 왜 지금까지 위대한 대전사의 보물이 세상에 나오지 않았는지라고 해야 하겠군.”
“…….”
카릴은 알테만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그리고 그 이유를 알고 있다는 듯 장로들 역시 굳은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그래. 손잡이를 잡는 순간 딱 알겠군.”
그는 라크나를 흔들며 말했다.
“이런 이유라면 내게 라크나를 주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 아닌가? 오히려 나 이외에 이 무구를 쓸 수 있는 사람도 없을 것 같은데.”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거지. 마력이 없다는 것은 우리가 이민족이라는 긍지니까 말이야. 비록 과거……. 역사에도 나와 있지 않은 신화시대에 선대의 모습을 이 유물 하나로 설명할 수 있으니까.”
철컥―
즈으으으응…….
카릴이 쥐고 있는 작은 손잡이의 윗부분의 기관이 움직이며 날카로운 날이 튀어나왔다.
푸른빛을 띠는 검날은 얼음 발톱의 냉기와는 사뭇 달랐다.
철크덕―
화르르르르륵……!!
다시 한번 라크나의 기관이 움직이자 이번에는 뜨거운 열기를 머금고 마치 대장간에서 지금 막 담금질을 하다 나온 것 같은 붉은 열기를 띤 검날이 손잡이에서 튀어나왔다.
“허…….”
“이럴 수가.”
“역시.”
그 모습에 장로들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을 내뱉고 말았다.
“맞아.”
카릴은 검을 들어 알테만에게 보이며 말했다.
“마력검(魔力劍)이로군. 황궁의 보고에서도 볼 수 없던 무구야. 어째서 이게 이민족에게 남아 있는지 신기하지만…….”
그가 다시 한번 손잡이를 비틀 듯 잡았다.
“이건 단순히 한 속성을 가진 속성 무구가 아니라 사용자의 마력에 따라 검날의 속성까지 변할 수 있는 무구로군. 그렇다면.”
콰직―!!
그러자 이번에는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기관 속에서 튀어나오는 검날이 번쩍거리는 빛을 뿜어냈다가 튀어나온 검날이 그 빛을 다시 흡수했다.
날카로운 검날은 마치 칠흑 같았고 은은하게 뿜어져 나오는 검은 연기는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살을 에는 것 같은 깊이 모를 섬뜩함을 내뿜었다.
“이런 것도 할 수 있다는 말이군.”
카릴은 만족스러운 듯 자신의 앞에 나타난 묵(墨)빛의 검날을 바라보며 말했다.
[두아트의 힘이로군!! 원래대로라면 인간이 가진 마력의 속성은 하나뿐이지. 하지만 네가 마력은 용마력으로서 무색.]알른은 카릴의 검날을 향해 감탄했다.
[모든 속성을 쓸 수 있다는 것은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니 정령들의 속성까지 네 속성으로 사용할 수 있겠군. 이 정도 경지까지 오다니…… 네 재능은 실로 7인의 원로회에 어중이떠중이보다 더 뛰어나구나.]그는 진심으로 즐거운 듯 말했다.
자신의 마력을 다루는 것에 있어서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닐진대 단순히 용마력을 쓴 것이 아니라 카릴은 거기에 정령력을 덧붙여 라크나의 검날을 완성한 것이었다.
[이건 칼날은 그저 마력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냐. 마치 손잡이 안이 대장간 마냥 그 안에서 속성에 맡게 새로이 날이 제작되어 나온 것 같구나.]마도시대의 블레이더로서 알른은 라크나를 흥미롭게 살폈다.
[게다가 무구의 재질조차 특이하군. 청린도 아닌데 마력의 흡수률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뿜어내는 반발력은 그보다 더 강하니 사용된 마력보다 배의 위력을 내는군. 도대체 어떻게 생긴 구조지?]그는 마치 당장에라도 라크나를 분해해보고 싶어 하는 눈빛이었다.
허락할 리가 없지만 카릴 역시 볼품없어 보였던 낡은 검 손잡이가 이런 엄청난 물건이 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확실하게도 마도 시대엔 없었던 물건이다. 우리가 블레이더를 창설하고 최고의 무구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 만약 이런 것이 존재했다면 우리가 만든 5대 무구는 모두 쓰레기통으로 던져 버렸을 테지.]카릴은 그의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지금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얼음 발톱 역시 그 5대 무구 중 하나였으니 말이다.
[신화 시대의 물건이로군. 마스터 키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런 무구가 존재한다는 것은…….]“인간이 썼던 것이겠지. 도구를 사용하는 존재는 인간뿐이니까. 블레이더에 속해 있던 인간.”
카릴은 나지막하게 말했다.
“천년빙동 속 우리의 선대(先代).”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장로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
“……!!”
그들의 반응을 마치 예상했다는 듯 카릴은 손목을 위로 탁 꺾으며 라크나를 움직이자 날카롭게 돋아났던 검은 검날이 사라졌다.
“확실히 알테만 당신 말대로 라크나가 이민족들에게 모습을 드러낼 수 없었겠지. 이민족의 대전사에게 주어지는 유물이 마력이 없으면 쓸 수 없는 무구라니……. 어느 누가 받아들이겠어. 이들은 마력이 없음을 긍지로 여기니까. 아무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지.”
“맞아. 그리고 자네라면 이 유물이 뜻하는 게 뭔지 알 것 같은데.”
카릴은 알테만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내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겠지. 이 무구가 우리의 선대가 사용했다는 것은 우리의 선대도 마력을 가졌었다는 것. 그 말은…….”
모두의 시선이 카릴에게 꽂혔다.
“제국인과 이민족이 결국은 한 핏줄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뜻하겠지.”
“그리고 어떤 이유에서 둘로 나뉘었다.”
“그래. 한쪽은 마력을 잃고 한쪽은 마력을 유지한 채로. 마력을 가진 자들이 대륙을 통치하고 그들은 교단을 세우고 마력을 잃은 우리를 이단이라 칭했고.”
“하지만 같은 시발점이었다면 과연 마력을 잃은 자만이 악(惡)인가?”
두 사람은 마치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처럼 대화를 이어갔다.
“알 수 없는 일이지.”
“그래. 하지만 그 역시 자네라면 알 수 있겠지. 이것만큼은 자네만이 알 수 있는 일이야.”
알테만은 조금 전 그가 검날을 뽑았던 라크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신화 시대의 증언을 들을 수 있는 정령왕들이 자네에게 있으니까.”
그의 말에 카릴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과연 우리 선대가 마력을 잃은 이유가 무엇인지……. 정말로 그것이 악의 길이었는지를 그들에게 알려주길 바라네. 우리들이 마력이 없는 것이 진실 된 긍지가 될 수 있도록.”
알테만은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없는 것이 아닌 잃은 것에 대한 이유가 명예가 될 수 있도록 말이야.”
“라미느.”
화르르르륵―――!!
“에테랄.”
쩌적…… 쩌적……!
“두아트.”
스으으윽―
카릴이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부르자 그의 등 뒤로 각자의 힘을 발산하며 세 명의 정령왕들이 나타났다.
[클클…….]알른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낮게 웃었다.
정령의 힘이 소실되어 가는 시점에서 대륙의 정령술사라고 해봐야 겨우 정령 하나를 소환할까 말까인데 카릴은 아무렇지 않게 세 명의 정령왕을 모두 소환하고 있었으니 그가 가진 정령력의 양도 더 이상 모자람이 없었다.
[이제는 정말로 정령계의 문을 열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그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너희들이 증인이 되어 줘야겠다. 내가 가진 마력이 이민족의 적법한 수장으로서 걸림돌이 되지 않을 이유.”
카릴은 장로들을 바라봤다.
“우리 선대가 마력을 가졌던 증거와 그것을 잃게 된 이유를 말이야.”
[신령대전(神靈大戰).]라미느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 긴 설명은 필요 없을 것이다. 너희가 마도 시대라 불리는 역사의 시작과도 같은 시대 이전에 역사에도 남아 있지 않던 시대에 일이니까.] [정령과 인간은 신에게 대적했다.] [그 결과 우리는 패배했고 정령은 봉인되었으며 인간은 마력을 잃었지.]그의 말을 시작으로 나머지 정령들이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장로들 중 한 명이 뭔가를 말하려다 굳은 얼굴로 카릴을 바라봤다.
“설마……?”
“맞아. 모든 인간이 인간의 편에 선 것은 아니겠지. 대륙에 남아 있는 마력은 신에 대한 헌신의 대가겠지. 하나 우리는 스스로를 위해 싸웠을 뿐이다. 비록 그 전쟁이 패배로 결착되었으나 그 의지는 결코 나약하지 않다.”
쿵― 쿵―!!
카릴을 지켜보는 장로들의 심장이 미칠 듯이 뛰기 시작했다.
“우리는 결코 이단이 아니다.”
그들은 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아직 살아 있음에 감사했으며 한편으로는 앞으로 싸워야 할 전쟁에 참여할 수 없음에 강인했던 젊은 시절이 한탄스러웠다.
“자랑스러워해도 된다. 마력이 없다는 것은 진실 된 긍지이니까. 우리는 신살자(神殺者), 블레이더(Blader)의 피를 이어받은 진정한 자율의지의 인간이다.”
그 순간,
장로들은 모두가 무릎을 꿇고 카릴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