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312)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312화(312/497)
208. 위대한 마법 (1)
“인간의 왕이라……. 한 나라의 왕이 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진대 참으로 대단한 얘기를 하는군.”
마도 시대부터 천 년을 살아온 엘프조차 단 한 번도 그런 생애를 생각해 보지 못했다.
“당신 말대로 한 나라의 왕이 되는 일은 쉽진 않지. 하지만 나는 타투르와 공국 그리고 이스트리아 삼국을 비롯한 야만족의 수장이다. 이제 북부의 모든 이민족들 역시 나를 따르겠지.”
카릴은 보란 듯이 그의 말에 대답했다.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그렇게 말하자 알테만은 이제는 피식 웃고 말았다.
“봉인은 어떻게 할 생각이지?”
“에테랄의 말대로라면 이 봉인을 푸는 순간 각인되어 있는 그들의 환영이 사라진다고 했다. 이 장면 속에 어떤 의미가 숨겨져 있는지 궁금하지만 조금 더 기다리도록 하지.”
“왜?”
“내가 지금까지 뼈저리게 느낀 것 중 하나가 한쪽의 말만을 믿고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야. 저 금발이 라시스와 관련된 자라면 2대 광야가 모두 모이고 난 뒤에 이 봉인을 푸는 것이 더 좋을 거니까. 어떤 장면이 봉인 이후에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완벽한 해석이 불가능할 수도 있으니 말이야.”
알테만은 카릴의 대답에 자신도 모르게 감탄을 하고 말았다.
‘이제 겨우 성인식을 치를 때가 가까워져 오는 소년에 불과해 보이는데……. 이 정도까지 깊게 생각할 수 있다니. 단순히 용맹과 지식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현인의 지혜마저 가지고 있구나.’
카릴은 떨리는 눈동자로 자신을 보고 있는 알테만을 향해 물었다.
“알테만 혹여 얼음 기둥의 봉인을 풀지 못한다면 검귀의 검술을 볼 수 없는 건가?”
“그건 아니라네. 그랬다면 내가 검귀의 검술을 배우고 난 뒤에 이 얼음이 사라졌겠지.”
“하긴…….”
알테만의 대답에 카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검귀의 검술은 어떤 하나의 형태가 있는 것이 아니야. 어찌 보면 이민족의 검술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지.”
“하지만 당신은 내 검의 다섯 자세를 했었잖아?”
“그걸 다섯 자세라 부르는가? 나는 검식을 구분 짓지 않고 그저 자네가 했던 검술을 스스로 해석했던 것뿐이네.”
그는 카릴을 향해 옅은 미소를 지었다.
“왜냐면 그의 검술을 얻는 것은 본인 스스로의 몫이기 때문이지. 해석에 따라 천차만별이 될 수 있거든. 어떤 이에게는 삼류 검술이 될 수 있고 어떤 이에게는 극상의 검술이 될 수 있지.”
그 말을 끝으로 알테만은 얼음 기둥 뒤에 있는 벽으로 카릴을 안내했다.
촤아아악……!!
마치 장막을 걷는 것처럼 기둥 뒤로 시야를 가리던 차가운 안개가 알테만의 발걸음과 동시에 양옆으로 갈라졌다.
끝을 알 수 없는 거대한 벽.
놀랍게도 그곳에는 정교하게 세공되어 있는 엄청난 규모의 벽화 하나가 있었다.
정확히는 그림이 아닌 일일이 벽면을 깎아서 만든 것으로 조각들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생동감 느껴졌고 그 웅장함에 카릴은 자신도 모르게 압도되는 느낌이었다.
“이건…….”
카릴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늘을 가릴 정도로 거대한 용들이 하늘 위로 날갯짓을 하고 있었고 그 아래는 희뿌연 형체들이 인간들을 덮치고 있었다.
타락(墮落).
비록 색이 입혀지지는 않았지만 카릴은 그것들이 무엇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들에 맞선 빛무리가 하늘을 향해 뛰어오르고 있었으며 대지에는 몬스터들과 수많은 인간들이 뒤엉켜 잔혹할 정도로 싸우고 있었다.
카릴은 이 벽화를 본 순간 단번에 알았다.
“신령대전…….”
비록 자신이 겪어보지는 못했지만 눈 앞에 펼쳐진 벽화만으로도 그는 인류가 얼마나 위대한 전쟁에 참여했던 것인지 알 것 같았다.
“자네도 알겠지. 신령대전은 후보자가 현재의 신을 죽이려 했던 싸움.”
카릴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 반란은 실패했고 율라(Yula)는 여전히 차원을 지배하지만 말이야. 그녀 역시 인간의 반란은 달갑지 않은 일이지. 왜냐면 신 역시 유일한 것이 아닌 블레이더와 마찬가지로 경합을 통해 일궈낸 자리니까.”
“태초의 신에게 있었던 넷의 자식. 그 자식 중 하나는 사라졌고 셋 중 둘이 만나 새로운 자식이 태어났다. 그렇게 태어난 자식들은 차원을 두고 경쟁하였고 열일곱의 신 중 살아남은 자가 바로 지금의 신인 율라라는 것.”
“잘 알고 있군. 교리를 공부하기라도 한 것인가?”
“딱히.”
알테만은 카릴의 말에 살짝 놀란 듯 물었고 카릴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아꼈다.
처음 이 구절을 알게 된 것은 화룡의 거처에서 라미느의 봉인을 풀기 위함이었다.
사제인 조이 요한셀과 유린 휴가르에 의해 봉인의 비석에 써 있던 구절을 해독했었고 그다음에는 그 구절이 단순히 신에게만 적용된다는 것이 아님을 알았다.
그다음 회색교장에서 얻은 상자에서 마엘에게 그 경합이 신화시대 블레이더의 직위를 얻는 과정과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블레이더의 균열.’
신령대전이 실패한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라 들었다. 신을 지키는 친위대에서 신을 죽이기 위한 신살자로 나머지는 여전히 신을 지키는 친위대로 남았으리라.
블레이더(Blader)와 주덱스(Judex).
처음의 뿌리는 같았겠지만 후대로 갈수록 둘은 나뉘어졌으며 신의 친위대로 남았던 블레이더들은 주덱스라는 이름으로 새로이 역사에 기록된 것일 터였다.
여기까지가 카릴이 유추한 이야기였다.
다만 얼음 기둥 속 선대라 생각했던 검은 눈의 그가 진실 된 블레이더인지 주덱스로서 동료를 속인 배신자인지는 확인해 볼 일이지만 말이다.
“이 벽화는 그들의 전쟁을 담아 둔 것임과 동시에 검귀의 검술을 찾을 수 있는 단서이기도 하다.”
“이 벽화가?”
“그래.”
알테만은 조용히 벽화 속 한 남자를 가리켰다.
“검귀(劍鬼). 비록 단편적임에 불과하지만 그가 전쟁에서 사용했던 검술을 볼 수 있으니까.”
확실히 그의 말대로 벽화 속에 조각되어 있는 남자는 얼음 기둥에서 봤던 그였다.
“당신이 어째서 검귀의 검술이 삼류가 될 수 있다는지 알겠군. 단 한 장면을 보고 그의 검술을 유추해 내야 하는 것이니 말이야.”
“맞아.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검술에 극의를 아는 자네라면 다르겠지. 하나의 식(式) 속에 파생되어 나올 수많은 검술을 담아내는 것은 이미 자네도 해낸 일이니까.”
카릴은 그의 말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의 말대로 그가 파렐 안에서 창안해 낸 검의 다섯 자세 역시 단순히 다섯 가지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으니까.
“내가 보여 줄 것은 여기까지네. 이제 마지막으로 네게 내가 익힌 검귀의 검술을 전수해 주도록 하지.”
알테만은 자신의 허리를 감싸고 있던 벨트와 같은 연검을 뽑아내었다.
“낚시꾼은 특이한 비약을 만들 수 있다던데. 혹시 회복약을 가지고 있는 게 있나?”
“회복약? 체력이라면 마법으로 가능할 텐데.”
“마력을 소모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그런 건 아니야. 낚시꾼의 비약 중에 정신력과 집중력에 관련된 약도 있다고 하던데.”
“흐음……. 큰 효과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약간의 도움을 주는 것은 있지.”
알테만이 입고 있는 조끼의 안쪽을 보이자 그 안에는 새끼손가락만 한 작은 약병들이 주르륵 달려 있었다.
그는 그중에서 노란 액체가 담겨 있는 병 하나를 꺼내어 카릴에게 주었다.
“정신력이란 마력과 같은 수치로 나타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머리를 맑게 해주고 집중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거다.”
“고맙군. 이런 것은 마법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말이지.”
“창피할 일은 아니지.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동원한다 이런 건가? 나쁘지 않아.”
알테만은 마치 기특한 학생을 대하는 것처럼 카릴에게 말했다.
“고맙군. 당신 도움은 이것으로 충분해.”
“음?”
카릴이 비약을 받아 들고는 손짓을 하자 그는 당황스러운 듯 되물었다.
“돌아가도 좋아. 이 벽화 안에 그가 남긴 검술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알겠으니까. 지금부터는 내가 알아서 하지.”
“알아서?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말게. 자네는 지금까지 내가 한 이야기를 허투루 들은 겐가? 검귀의 검술은 백금룡의 도움으로도 겨우 익힐 수 있었을 만큼 심오하단 말일세.”
“그래. 알고 있어.”
“……그런데?”
카릴의 말에 알테만은 어이가 없다는 듯 약간 신경질적으로 그에게 말했다.
“당신이 한 말대로야. 백금룡의 도움으로도 수박 겉핥기식으로밖에 익히지 못했다면서. 당신은 그런 불완전한 검술을 내게 가르쳐 줄 생각이야?”
“……뭐?”
“호의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건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방해가 되는 일이지. 이미 좁혀진 시야로 알고 있는 것만 배우는 것보다 처음부터 시작해 보는 게 낫다는 뜻이야.”
“…….”
“게다가 백금룡 역시 검귀의 검술을 모두 아는 것은 아닐걸. 그 역시 이 벽화를 보고 알아낸 것일 터. 자신이 해석한 대로 당신에게 검술을 알려준 것이니 어쩌면 당신 역시 더 나은 검술을 익힐 기회를 놓친 것일지도 몰라.”
“어떻게 확신하지?”
“그냥.”
애매모호한 그의 대답에 알테만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가 회귀를 한 것을 알고 있는 알른을 비롯한 다른 존재들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당신은 이제 돌아가서 대전사의 칭호를 내리기 위한 회합(會合)을 준비하도록 해. 내가 동굴에 나온 뒤에 바로 시작할 테니까.”
“……그게 언제지?”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벽화 속에 담긴 검식은 내가 쓰던 것과 비슷하지만 확실히 그 안에 마력의 운용법이 다르니까. 조금 연구를 해야겠지만 다행히 여기엔 나보다 더 마력에 정통한 자가 있거든.”
카릴은 알른을 가리키며 말했다.
“또한 그는 정령력까지 사용했던 모양인데. 다행히도 내게는 정령에 관해서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존재들이 있잖아.”
그러고는 정령왕들을 향해 말했다.
“알테만. 당신은 한명의 스승에게 가르침을 받았지만 나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존재에게 도움을 받을 테니 걱정 말도록.”
알테만은 끝내 고개를 끄덕였다.
* * *
[갔군.]라미느가 알테만이 사라진 뒤에 나지막하게 말했다.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지?]당당하게 서 있던 그들은 어쩐 일인지 그가 떠나고 난 뒤에 조금은 난감한 듯 보였다.
[네가 호언장담했던 것과 달리 어려운 상황이야.] [맞아. 카릴, 너라면 알겠지. 이 벽화 속에는 나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마법의 오의가 담겨 있다는 걸.]알른이 그제야 조심스럽게 얘기했다.
[정령술 역시 마찬가지다. 너는 우리와 계약을 했지만 그 힘을 빌려 쓸 뿐 제대로 된 술법은 모르니까. 이 안에는 신묘한 정령술들이 담겨 있다.]정령왕들 역시 알른과 같았다.
각각의 술법들만 따로 놓고 봐도 극상의 것들인데 이것을 하나로 융합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서로의 힘이 반발 되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것.
비전력을 만든 알른이야말로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알아. 검술 역시 마찬가지야. 파렐 속에서 그 많은 괴물들을 썰어 버리며 창안한 내 검식이 이 그림을 보니 창피할 정도로 부족하게 느껴지는걸.”
카릴은 벽화에 손을 가져가며 어루만졌다.
“하지만 단순히 검식의 뛰어남 때문만은 아냐. 왜냐면 이건 하나로 생각하면 안 되니까. 검술도 마법도 정령술도 아니란 말이지.”
[확실히…….] [그렇지.]“만약 전생의 나였다면 몰랐겠지. 마력과 정령력을 얻은 지금에서야 본질을 느낄 수 있으니까.”
[네가 알테만의 도움을 거절한 이유도 그 때문이로군.]라미느가 말했다.
“맞아. 이거야말로 극의(極意)라 부를 수 있겠지. 이 벽화를 보자마자 나는 확신했다. 전생에는 닿을 수 없었지만 지금은 할 수 있으리라고. 바로 화룡의 거처에서 너를 처음 만났을 때 네가 말했던 그것 말이야.”
화르르륵……!!
화르륵……!
카릴의 말에 라미느가 팔짱을 낀 채로 몸을 부풀리자 어두운 동굴 안이 환하게 밝혀졌다.
[그래.]카릴은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위대한 마법.”
그것은 신을 죽일 수 있는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