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313)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313화(313/497)
208. 위대한 마법 (2)
[위대한 마법이라…….]라미느는 탄식을 하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확실히 그의 힘이라면 그것을 빼놓고 논할 수 없는 일이겠지.] [하지만 과연 인간이 그 힘을 찾아 낼 수 있을까?]카릴을 잘 알고 있는 정령왕들조차 위대한 마법이란 이름 앞에 어쩐 일인지 회의적인 모습으로 말했다.
“왜? 내가 못할 것 같은가?”
[…….]대답을 하지 못한 채 침묵하는 그들을 보며 카릴은 헛웃음을 지었다.
“너희들 반응이 오히려 더 전의를 불태우게 만드는걸.”
카릴은 얼음 기둥에서 봤던 신화시대의 블레이더가 도대체 어느 정도의 힘을 가졌기에 이들이 자신과 그를 비교했을 때 그 누구도 자신에게 손을 들어 주지 않는가 의아할 따름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 역시 네게 과연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위대한 마법이라……. 과연 그 이름에 어울리는 것 같군. 마법만큼은 자신 있던 나지만 이건 단순히 마법 하나로 해석할 수 없는 것이니까.] [정령술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가 네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정령력을 증폭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정도겠지.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접목시키느냐는 네 몫이니까.]“그 정도는 알고 있어. 처음부터 쉽게 얻을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검술 하나를 만드는 데에도 엄청난 노력이 들어가지. 마법 역시 마찬가지고 높은 정령과 계약을 하기 위해 한 단계 뛰어오르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
[그런데 그 세 가지를 한꺼번에 해야 한다.] [하나라도 균형을 잃게 된다면 그 여파는 오히려 네게 올 것이고 말이지.]검과 마법 그리고 정령의 힘.
세 개를 융합한다는 것은 말이 쉬운 일이지 사실상 완전히 다른 세 개를 뭉치는 일이었다.
“라미느. 내가 전에 네게 정령의 힘을 하나로 합치겠다는 얘기를 했었지.”
[맞아. 처음에는 헛소리처럼 들렸지만 이미 너는 비전력을 기반으로 우리의 힘을 쓰고 있지.]“그런데 나는 지금까지 잘못 이해하고 있었던 것 같다.”
[뭐?]카릴은 라크나를 꺼냈다.
양손을 위로 올린 첫 번째 왕관 자세에서 두 발은 미동하지 않고서 검을 잡아당기면서 두 번째 외뿔 자세로 이어지며 카릴의 검날에 마력이 깃들었다.
파앙―!!
내지르는 일점 공격의 검 속에서 아케인 블레이드가 폭발하며 카릴은 다리를 내리며 마치 공격을 쳐내듯 세 번째 긴 울음 자세를 취했다.
휘둘러지는 칼날은 마치 벽화 속 전쟁을 지휘하는 사나운 폭군처럼 사나웠다.
카강! 카가가강……!!
검이 이어질수록 카릴은 마치 무아지경에 빠진 듯 그의 검세는 더욱더 날카로워졌다.
4번째 여울 자세에서 그는 바닥을 박차고 뛰어오르며 무색기검의 검식을 펼쳤다.
손등에 있던 라미느의 힘이 깃든 아인트리거가 빛을 발했고 검날에서 뜨거운 열기가 피어올랐다.
하지만 격렬한 검은 쉬지 않았고 이어서 에테랄과 두아트의 힘까지 라크나의 검날에 깃들자 보랏빛의 아케인 블레이드는 이제 형용할 수 없는 기묘한 색깔로 변했다.
지직…… 지지지직……!
검은 전격이 튀어 오르며 위태로워 보이는 아케인 블레이드는 더 이상 보랏빛이 아니라 묵빛으로 변해 있었다.
“후읍……!”
카릴이 마지막 5번째 똬리뱀 자세를 하려는 순간 라크나의 검날이 일렁거렸다.
“크윽?!”
콰아아아아앙……!!
검날이 폭발하면서 카릴의 손에 굉음과 함께 뜨거운 열기가 솟구쳤다.
[조심해!]그 광경을 지켜보던 알른이 다급히 외쳤다.
“…….”
[마력과 정령력이 뒤엉켜 자칫 잘못하면 동굴이 무너질 뻔했단 말이다.]하지만 알른의 핀잔은 들리지도 않는 듯 카릴은 시커멓게 변해 버린 손바닥과 떨어뜨린 라크나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검의 자세를 유지하지만 호전적인 마력을 버리지 않는다.’
그러고는 다시 벽화를 바라봤다.
‘그럼에도 정령의 힘을 간직하고 있어.’
벽화 속 블레이더는 비록 실물이 아니더라도 그 안에서 뿜어내는 기세가 어떤 것인지 카릴은 느낄 수 있었다.
“이게 정말 사람이 할 수 있는 건가?”
[거봐라.] [너 역시 그리 생각하는군…….]카릴의 감상을 이해한다는 듯 정령왕들이 말했다.
하지만 알른 때처럼 카릴은 역시나 그들의 말을 무시하고는 여전히 벽화를 어루만지며 마치 검귀의 행동 하나하나를 찾아내기라도 하려는 듯 깊은 생각에 빠졌다.
“이건 살아서는 절대로 익힐 수 없는 검술이야.”
취릭― 취릭―
그의 팔에서 나타난 푸른 뱀이 그의 몸을 휘감듯 한 바퀴 돌면서 사라졌다.
[대단하군. 거기까지 추론해 낼 줄이야.]그 순간 침묵하던 마엘이 처음으로 말을 꺼내었다.
“역시 너는 알고 있었군. 영악한 놈 같으니.”
[그의 검술은 알려줘서 익힐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모르면 모르는 대로. 그 낚시꾼 수준이 되는 거겠지.]“내가 익히지 못하면 네가 날 노릴 기회가 더 높아지기 때문은 아니고?”
[그건 그것대로 좋겠지. 제대로 쓸 수 없는 몸뚱이라면 내게 넘기는 것도 좋아. 신은 내가 죽여주지.]“미친놈.”
마엘은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지? 살아서는 익힐 수 없는 검술이라니.]“말 그대로야. 검귀의 검술이 사자(死者)의 검이라는 뜻이지.”
[죽은 자의 검술이라니?]카릴은 알른의 물음에 차갑게 대답했다.
“검술을 이루는 육체. 마법을 발현하는 마력 그리고 정령을 다루기 위한 영혼까지. 삼위일체가 하나가 되었을 때 비로소 완성할 수 있는 극의(極意).”
파즈즉―!
우우웅……. 화르륵……!
카릴의 검날에 아케인 블레이드가 생성되었고 반대쪽 손에 라미느의 화염이 일었다.
“하지만 이 세 개의 요소는 각기 서로 다른 극의를 가지고 있고 그 길마저 다르니 하나로 융합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일이라 할 수 있지.”
[으흠.]“영혼을 극상의 단계로 도달하기 위해서는 결국 육체를 버려야 한다. 하지만 육체를 버리게 된다면 검술이 불가능해지고 되고 반대로 검술에 집중하게 되면 마력이 약해지게 되지.”
[그 말대로라면 삼위일체는 애초에 실현 불가능한 일이라는 말이잖느냐.]“그래. 목숨이 한 개라면 말이지.”
[그게 무슨 뜻이지?]“신화 시대를 살았던 블레이더의 존재성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할 일이라는 말이야.”
[……뭐?]“검과 마법 그리고 정령은 각기 위격(位格)은 서로 달라도 극의라는 본질을 서로 공유하기에 존재할 수 있되 그것을 발현하는 육체는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지. 그건 신과의 전쟁에서도 마찬가지. 그는 육체를 버리고 영적 존재로서 이걸 완성한 것이겠지.
[죽어서야 익힐 수 있는 감각이라니……. 생자(生者)가 사자(死者)의 영역을 어찌 안다는 말이냐.]“그래. 모르지. 그래서 나르 디 마우그도 알테만에게 알려준 검귀의 검술이 반쪽짜리에 불과한 것이야.”
카릴은 옅게 웃었다.
“죽음이라는 것.”
그의 눈이 빛났다.
“시간을 어긋 내고 거스르는 것은 죽는 것과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살아 있는 자들 중에 누구보다 죽음을 가장 깊게 겪어 봤지.”
[설마…….]“보통의 사람이라면 불가능한 일이겠지.”
카릴은 알른의 물음에 대답했다.
“하지만 내게 있어서 그저 오래된 감각을 끄집어내는 정도에 불과하지.”
새로운 각성(New Sense).
인간이 가지는 감각을 한계까지 끌어 올렸을 때 비로소 자신이 가지고 있는 벽을 허물게 되는 법이다.
하지만 그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육체를 초월하는 경지에 도달해야 하는 법.
하지만 카릴은 시간을 뛰어넘는 과정에서 이미 그것을 겪었던 카릴이었다.
“하지만 나는 가능하지.”
그는 라크나를 다시 잡았다.
* * *
“주군께서 천년빙동에 들어간 지 얼마나 되셨지?”
“이제 삼 일째로군.”
“괜찮으시겠지?”
이민족의 수장들은 검 축제 이후 모습을 볼 수 없는 카릴이 걱정스러운 듯 언덕을 바라보며 말했다.
“혹여 장로들과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것은 아니겠지.”
“그럴 리는 없을 거야. 천둥 일가의 삼 형제들이 그가 알테만과 함께 나오는 것을 확인했다고 하니까. 그들뿐만 아니라 검 축제에 참가했던 다른 수장들 역시 이제는 주군을 따르기로 마음먹었으니 장로들도 허튼짓은 하지 못하겠지.”
늑여우 부족의 하시르는 비록 장로들의 거처에는 갈 수 없었지만 그 특유의 넓은 시야로 멀리서부터 혹시나 있을지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감시를 하고 있었다.
“흐음……. 하지만 천년빙동에서 돌아오신 것은 스승님뿐인 것이 걸려.”
“대전사가 치러야 할 시험이라 하셨잖아. 그가 거짓말을 할 리는 없으니 믿어야겠지.”
“얼마나 걸릴까?”
“글쎄…….”
릴리아나의 물음에 하시르는 그것에 대한 대답은 하지 못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시련이라는 것. 스승께서도 말씀하시길 언제 끝날지 그조차도 가늠할 수 없다 하셨잖아.”
“후우……. 갈 길이 멀군.”
“그러게 말이야.”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쿤타이와 파툰 역시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화린은?”
“몸 안에 있던 독기를 이제 모두 몰아냈어. 아직 회복 중이지만 곧 수장님께서 직접 움직이실 거야.”
“그런 맹독에 살아 있는 것도 용한데 경의적인 회복력이군. 잔나비의 독이 수장의 희생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말이 거짓은 아니야.”
“아쉽게도 그가 썼던 독기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지만……. 몸소 겪어 본 수장님조차 현존하는 그 어떤 재료로도 불가능할 것 같다고 하시더군.”
릴리아나의 말에 하시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 힘은 특이했지.”
“단순히 마법으로 치부할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 신력이라 부르는 힘이라지? 확실히……. 그 정도의 독기라면 그런 이름을 붙여도 될 듯싶군.”
“그 정도로는 안 되지.”
그때였다.
심각하게 천년빙동의 정상을 바라보고 있던 수장들이 뒤를 돌아봤다.
“비록 손속에 정을 두셨지만 신을 죽일 정도라면 스치기만 해도 죽어야겠지.”
“말이 심하군.”
릴리아나는 자신의 수장의 죽음을 너무나도 쉽게 얘기하는 에이단을 날카롭게 바라봤다.
“오해는 하지 말아. 아직은 부족하다는 뜻이야. 우리에게는 말도 안 되는 일일지라도 변신한 당신의 수장을 이길 정도라면 주군께서는 정말로 신마저 죽일 수 있는 힘에 도달해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
에이단의 말에 다른 수장들은 긍정의 침묵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주군 역시 천년빙동에 가신 것이겠지. 우리에게 보여준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엄청난 것을 가지고 돌아오실 거야.”
“너는 우리보다 더 오랫동안 그를 알았을 텐데도 아무런 걱정이 없나 보군.”
“알기만 하겠어. 당신들보다 오래 모셨기 때문에 내가 가장 먼저 깨달은 것이 바로 주군을 우리의 잣대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인걸.”
“으흠…….”
“걱정하지 않아도 돼. 우리가 걱정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일 테니까. 이해는 돼. 전에도 비슷한 일이 한 번 있었지.”
에이단은 피워 놓은 모닥불 근처에 자리를 잡고서 앉았다. 그러고는 들고 있던 술병을 들어 술을 입안으로 털어 넣었다.
“크…….”
이민족 특유의 독한 술이 목을 타고 화끈거리듯 넘어갔다. 검 축제가 끝난 뒤 이민족들은 며칠째 축제의 분위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삼 일이 지난 뒤,
이민족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경건한 분위기로 카릴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엄숙한 그들과 달리 에이단은 여전히 혼자서 축제를 이어 가는 것 마냥 느슨한 분위기였고 수장들은 그런 그의 태도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비슷한 일?”
굳은 얼굴로 릴리아나가 그에게 되물었다.
“회색 교장을 다녀오신 직후였었지. 마법 도시라 불리는 아조르의 모든 마법사들도 공략하지 못했던 7인의 원로회가 남긴 마지막 유적지. 열이면 열 모두 주군께서 그곳에서 죽을 것이라 생각했지.”
“그런데?”
“보란 듯이 그곳에서 돌아오신 주군은 믿을 수 없는 힘을 얻어 돌아왔었지.”
에이단은 그때의 일을 떠올리며 마치 감회가 새롭다는 듯 말했다.
카릴이 회색 교장에서 돌아온 후,
알른과 함께 무의식의 공간에서 무색기검을 수련하던 과정에서 에이단은 그저 앉아 있는 카릴을 보는 것만으로도 본능적으로 기가 눌려 마치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었다.
지금에 비한다면 그 정도는 놀랄 것도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그의 뇌리 속엔 아주 찰나에 불과했지만 최초로 카릴의 힘을 느꼈던 경험이기에 가장 깊게 남아 있던 일이었다.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주군은 아무렇지 않게 저 길을 따라 내려오실 거야. 그리고 자신이 얻은 힘을 우리에게 보여주겠지.”
하지만 그의 말에도 불구하고 수장들은 심각한 얼굴을 쉬이 풀지 못했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적어도 당신들은 나보다 주군의 위대함을 더 잘 알잖아? 그때의 난 뭣 모르는 천치였으니까. 주군을 의심했으니 호되게 당했지.”
에이단은 이해한다는 듯 말했다.
그때였다.
“크…… 큰일 났습니다!!”
천년빙동 아래는 오직 수장들만 들어 올 수 있게 허락된 장소였다. 하지만 다급하게 울리는 목소리에 그들은 뒤를 돌아 입구를 바라봤다.
콰앙―!!
“거기까지. 누구의 허락으로 여기까지 올라온 것이지? 네놈 규율을 모를 리 없을 텐데?”
가장 먼저 호표 부족의 수장인 쿤타이가 들고 있던 도끼를 있는 힘껏 내던졌다.
그러자 요란한 소리와 함께 언덕 입구에 솟아 있는 거대한 바위에 정확히 박혔다.
“이곳은 대전사가 탄생할 중대한 자리다.”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워낙 급박한 상황인지라 다른 수장들께서 출입을 허락을 하셨습니다.”
“다른 수장들? 설마 찬바람 일족도 네가 이곳에 오르는 것을 허락했단 말이야?”
칼리악을 가장 따랐던 찬바람 일족이기에 이런 중요한 자리를 그들이 방해하도록 허락했다는 것이 이해가 안 가는 듯 붉은달의 파툰은 언덕 아래에 있는 부족원에게 말했다.
“바보 같은 질문이야. 물을 필요 없어. 봐. 저자가 찬바람 부족의 일원이다. 그를 보낸 것이 찬바람의 알샤르라는 말이지.”
파툰의 말에 하시르는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맞습니다. 수장님들의 말씀처럼 규율을 따라야 모든 수장들의 허락을 받아야 하나 지금은 상황이 급박하여 알샤르 님께서 저를 올려보내셨습니다. 다른 수장들 역시 현재 전투 준비로 모두 자리를 비우신 상태입니다.”
“전투 준비라니?”
“여기 계신 수장님들을 제외하고 대다수의 부족이 현재 전투 준비를 하기 위해 각자의 부족으로 흩어진 상태입니다. 흔적을 지워야 하기에 현재 늑여우는 찬바람과 함께 붉은달은 무쇠일족과 그리고 호표부족은 천둥일가와 같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잔나비는 화린 님께서 직접 이끄시고 계십니다.”
“흔적을 지우다니. 북부로 누가 온다는 말이냐!”
파툰이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물어서 뭐해? 딱 보면 알겠는걸. 북부의 이민족들을 끔찍이 싫어하는 자는 대륙에 하나뿐이잖아…….”
“설마……. 제국이?”
에이단의 말에 수장들은 모두 부족원을 바라봤다.
“맞습니다. 제국 기사단이 현재 북부 초입에 도달했다는 보고입니다.”
“어떤 자들이지?”
“녹색의 갑옷을 입은 기사들로 보아 가휄이 이끄는 녹 기사단으로 보입니다.”
“빌어먹을 제국 놈들……. 틈을 주지 않는군.”
“생각보다 빨라.”
“하지만 아직 주군이 천년빙동에서 나오시지 않으셨다. 이제 겨우 삼 일이 지났을 뿐이야. 알테만의 말로는 언제 나올지 모를 만큼 어려운 시험이라 하셨는데…….”
“안 되겠다. 우리들도 준비를 하러 가야겠다. 에이단 이곳은 네게 맡기겠다. 주군께서 돌아오신다면 이 소식을 바로 전해 드리도록.”
하시르는 상황이 급박하게 흘러간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서둘러 망토로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
“그럴 필요 없어.”
하지만 에이단은 여전히 여유 만만한 모습으로 그의 말에 대답했다.
“술에 취하기라도 한거야? 지금이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 건가?”
척―
그 순간 에이단은 술병을 뒤로 던져 버리고는 천천히 앞을 가리켰다.
“그럴 리가. 술은 지금부터 더 마셔야 할걸. 축배를 들 시간이니까.”
적의 습격을 보고 받은 이 시점에서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냐는 듯 에이단을 바라보는 그와 달리 하시르의 표정은 살짝 굳어졌다.
“당신 눈이면 보이겠지.”
에이단은 천년빙동의 끝을 가리켰다.
비록 마력변형을 통한 것이지만 소드 마스터의 반열에 올랐었던 에이단의 오감은 이미 극도로 발달된 상태였다.
특히 암연 출신인 그는 살수로서 기본기가 다져졌기에 소드 마스터만이 쓸 수 있는 만환(卍環)을 쓰지 않아도 그의 시야는 거의 소드 마스터에 근접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릴리아나, 쿤타이, 파툰. 하산할 준비를 하자.”
하시르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천년빙동의 입구에 검은 인영 하나가 보였다.
“섬멸(殲滅)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