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315)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315화(315/497)
209. 북부의 태동 (2)
“포위 당한건가?!”
“도대체 언제…….”
“말도 안 돼!”
언덕 위에서 나타난 디곤들의 모습에 제국군은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동요하지 마라!!”
카릴의 발에서 벗어나 일어난 가휄이 얼굴에 묻은 흙을 털어 내며 소리쳤다.
“기껏해야 야만족 수천 명이 더 합세했을 뿐이다! 우리의 수가 배는 더 많다! 놈들을 쓸어버려!!”
그가 미친 듯이 외쳤다.
소드 마스터가 두 명.
하지만 적의 숫자는 이민족의 수 배가 넘었다.
일기당천의 힘을 가진 소드 마스터라 할지라도 혼자서 수만 명을 죽일 순 없다.
가휄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물론, 평범한 소드 마스터를 상대로 하는 것이라면 말이다.
소드 마스터에게 붙는 수식어로 평범한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이겠느냐마는 카릴과 밀리아나. 두 사람은 이제 확실히 단순히 소드 마스터에 국한된 잣대로 판단할 수 있는 존재들이 아니었다.
“…….”
하지만 그런 가휄을 바라보며 밀리아나는 한심스러운 듯 코웃음을 쳤다.
“카릴, 저놈은 네가 마음만 먹었다면 이미 목이 달아났을 것을 모르나? 저런 실력으로 기사단장이라니……. 제국의 기사단들도 실력을 다시 확인해 봐야 할 일이야.”
그녀는 쌍검을 뽑았다.
“내가 처리할까.”
“아니.”
카릴은 밀리아나의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가휄은 제법 쓸 만한 기사다. 비록 소드 마스터의 반열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그가 가진 순수한 완력은 고든 파비안과 맞먹을 수 있을 정도니까.”
“힘만 센 멍청이란 말이군.”
“뿐만 아니라 제국에 대한 충정심도 높지. 타이란 슈테안이 1황자를 잡을 때 그를 썼던 이유도 그 때문이고.”
피아스타의 비밀 장부를 조사하라는 명령을 받았을 때 가휄은 누구보다 황제의 명령을 따랐다.
고지식할 정도의 충성심은 이제 황제가 죽고 그 뒤를 잇는 올리번에게 이어졌다.
“가휄. 기사로서 네 모습을 인정한다. 그렇기에 더욱 너는 출진의 제물이 되기 충분하지.”
카릴이 라크나를 고쳐 쥐었다.
자세를 잡는 그를 보며 밀리아나는 역시나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단장의 목은 내가 벤다. 밀리아나, 너는 병사들을 지휘하도록 해. 저자의 말대로 적의 수는 우리의 배는 되니까. 제압하는 데 쉽진 않을 거야.”
“그러지.”
그녀가 카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들어 올렸다.
“어딜!!”
가휄이 떠나려는 그녀를 향해 외쳤다.
그의 뒤에 있던 기사가 황급히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피융―!!
그 순간 하늘 위로 뻗은 손을 아래로 내리깔자 집게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날카로운 화살이 쏘아졌다.
“컥!”
기사는 다급하게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화살을 튕겨 냈다. 공격을 막은 것도 잠시, 한 발의 화살을 시작으로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화살비가 정신없이 기사를 노렸다.
하지만 기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일반 병사라면 모를까 평범한 화살로 마력으로 보호하는 기사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기사들이 저돌적으로 전장을 누빌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크윽……!”
그러나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처음에는 손쉽게 튕겨 내던 화살이 갑자기 무겁게 느껴지더니 점차 화살을 쳐내는 기사의 동작이 둔해지기 시작했다.
“흡?!”
몇 개의 화살을 쳐내던 기사는 오히려 자신이 들고 있는 검마저 무거운 듯 휘청거렸고 결국 그의 목덜미에 화살이 박혔다.
“……!!”
가휄은 그 광경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눈앞에 자신의 기사가 마력이 부여되지 않은 화살에 당하고 말았으니 말이다.
그는 바닥에 떨어진 화살을 집어 들었다.
칠흑처럼 검은 화살촉.
표면은 무척이나 거칠어서 마차 광석을 그대로 깨서 만든 것 같은 조잡한 모습이었다.
‘이런 걸로 기사가 죽었단 말이야?’
‘저게 뭐길래…….’
병사들은 담금질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화살에 기사가 죽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 안에 얼마나 많은 기술이 들어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
밀리아나는 패닉에 빠진 그들을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
“비궁족까지 함께 온 건가?”
“맞아. 키누 무카리의 부대가 언덕 주변에 배치되어 있어. 조암석으로 만든 화살이지.”
“제법이군.”
“두샬라가 북부로 오기 전에 비궁족들을 무장시켰다고 하더군. 전에 네가 불멸회에 보냈던 조암석들 중에 남은 것들을 화살촉으로 만든 거라던데?”
“역시.”
카릴은 수완이 좋은 두샬라의 준비에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인 다르혼이 조암석의 특성이 암흑력을 높이는 것 이외에도 마력을 흡수하는 것을 찾아내서 지금은 타투르에서 청린과 함께 대(對)기사전에 사용할 무기로 만들었지.”
그녀는 쓰러진 기사를 가리키며 말했다.
“효과는 보는 대로.”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언덕 위에서 검은 비처럼 화살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슈슈슈슉……! 슈슉……!
솨아악……!!!
기사들은 다급히 화살을 막았지만 화살을 튕겨 낼수록 자신들의 마력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수가 많다고 승리가 보장된 건 아니지. 그 반대 역시 마찬가지고 말이야.”
밀리아나는 마치 이민족들에게 보란 듯이 말했다.
“크아아아……!!”
순식간에 전세가 역전된 상황에서 가휄은 카릴에게 달려들며 있는 힘껏 철퇴를 내질렀다.
즈앙……!
카릴이 라크나를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날아오는 거대한 철퇴를 검으로 가볍게 비틀자 파가각!! 거리는 소리와 함께 불똥이 튀었다.
카릴은 마치 둥근 철퇴를 따라 검을 이어 가듯 표면을 가볍게 라크나로 감싸자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매서운 소리를 내던 철퇴가 맥없이 떨어졌다.
‘변했다?’
밀리아나는 그런 그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봤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
자신이 알고 있는 카릴은 유연함보다는 강맹함을 우선시하는 검술을 쓰는 남자였다.
조금 전 가휄의 공격 역시 흘려내기보다는 그대로 철퇴를 반으로 쪼개 버렸을 것이다.
“부드러움은 강함을 이긴다라는 건가. 강함의 극을 이루었고, 그 안에 부드러움을 심으니 가늠조차 할 수 없겠군.”
그녀 역시 디곤 일족의 수장으로서 자신만의 검식을 구축한 사람이었다.
가휄의 공격을 막는 것 정도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 공격을 막는 과정에서 보여준 과정이 중요했다.
“조금 따라 왔나 싶었는데……. 카릴 넌 한 걸음 더 멀리 나갔군.”
에이단이 느꼈던 것처럼 그녀 역시 카릴의 변화를 이미 직감하고 있었다.
“…….”
턱―
카릴은 가휄의 철퇴를 집어 들고는 물끄러미 바라봤다.
“흡!!”
그러고는 짧은 외침과 동시에 쥐고 있던 철퇴의 머리를 마치 공처럼 쥐고서 그대로 가휄의 안면에 처박았다.
“커억……!!”
비명과 함께 가휄의 얼굴이 뭉개지며 사방으로 피와 철퇴에 돋아 있는 가시들에 찢긴 얼굴 살점들이 바닥에 떨어졌다.
“아악!! 아아아악!!!”
가휄은 자신이 전쟁을 지휘해야 할 단장이라는 것도 잊은 듯 고통에 몸부림치며 비명을 질렀다.
푸욱!
그런 그에게 카릴은 가차 없이 바닥에 떨어져 있는 수많은 조암석 화살을 몇 개씩이나 박아 넣기 시작했다.
팔과 다리, 어깨와 허리까지.
카릴의 손에 들린 화살은 조금 전과 달리 가휄의 갑옷을 그대로 뚫어버리고 마치 대못처럼 바닥에 박혔다.
화살을 부러뜨리려고 했지만 마력을 머금은 화살대는 강철처럼 단단했고 몸에 박힌 조암석 화살촉은 계속해서 가휄의 마력을 빨아들였다.
“헉…… 허억…….”
그는 덩치와 어울리지 않는 신음을 내뱉으며 공포에 떠는 얼굴로 카릴을 바라봤다.
“…….”
그런 그를 향해 카릴은 들고 있던 철퇴의 마력을 가득 담아 있는 힘껏 내리찍었다.
퍼억―!!
수박이 쪼개지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가휄이 쓰고 있던 투구가 그대로 산산조각이 났고 바닥에 박힌 철퇴와 바닥 사이에 핏물이 고였다.
꿀꺽―
밀리아나는 그런 그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키고 말았다.
“역시 넌 그런 사람이지.”
부드러움이 뭐고 강함이 뭐고 하던 자신의 오지랖이 부끄럽다는 듯 그녀는 쩝― 하고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두 발로 서 있는 사람이 답인 것을.”
서걱―
그녀는 한 바퀴 원을 그리며 몸을 회전하며 두 자루의 쌍검, 아크와 게일을 교차하며 그었다.
주위에 있던 기사 두 명이 그대로 반 토막이 나며 잘려 나갔다.
[왜 천년빙동에서 깨달은 것을 쓰지 않지?]알른은 조용히 카릴에게 말했다.
[새로이 얻은 것을 확인해 보고 싶은 것은 인간의 당연한 욕구인데 말이지.]“나도 그래. 내가 도달한 극의(極意)가 제대로 된 정답인지 궁금해. 하지만 쉽게 보이기엔 아깝거든. 지금 호시탐탐 내 모습을 노리는 놈이 있어서 말이야.”
[음?]카릴은 손가락 두 개를 둥글게 말아 입에 넣고 휘파람을 불었다.
삐이이익――!!!
날카로운 소리가 북부의 산세 깊숙이 울려 퍼졌다.
[크르르르르……!!]그 순간,
저 멀리에서 날갯짓을 하며 날아오는 붉은 비늘의 드레이크가 마치 카릴을 기다렸다는 듯 다가왔다.
“영악하게도 북부에 온 건 우리만이 아닌 것 같거든.”
“그게 무슨 말이야?”
드레이크의 눈동자 속에서 마치 소용돌이처럼 휘감는 기류가 보였다. 카릴이 비룡의 머리 위에 손을 얹자 조금 전 그 기류와 똑같은 것이 그의 눈동자에도 생겼다.
‘우월한 눈.’
밀리아나는 그 마법이 무엇인지 알았다.
“이스라필에게 시켜 비룡에게 마법을 걸어 두었지. 이 녀석의 시야를 공유할 수 있도록 말이야. 제국군의 숫자가 많기는 하지만 아무리 멍청한 작자라도 북부를 이런 식으로 정면으로 치진 않아. 뒤를 노리겠지.”
하시르는 그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낮은 탄성을 질렀다.
‘역시……. 북부로 오기 전에 이미 제국의 생각을 읽으신 것이겠지. 주군은 수의 수를 뒤집는 것조차 예상하셨구나.’
그는 다시 한번 평범한 자신들의 잣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실감했다.
“비룡의 눈으로 뭐라도 본 거야?”
“물론. 그것도 꽤 재밌는 걸 봤지.”
그때였다.
촤아아아아악……!!
카릴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강렬한 바람과 함께 그들의 머리 위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비공정……?”
밀리아나는 날개 아래로 뿜어 내는 새하얀 눈보라를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하지만 카릴은 갑작스러운 그 등장에도 불구하고 담담한 표정으로 가휄의 시체를 잡아당겼다.
쿠웅……!
비공정의 문이 열리고 그 안에는 낯익은 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고든 파비안.”
카릴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
저벅― 저벅― 저벅―
“다시 만나는군.”
비공정의 엔진 소리가 점차 잦아들며 들리는 목소리에 카릴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착―! 차악―!!
전투가 한창이었던 기사들이 질서정연하게 가슴에 각자의 무구를 올리고서 몸을 돌렸다.
“다시 만나는군.”
비공정의 엔진 소리가 점차 잦아들며 들리는 목소리에 카릴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이런 식으로 재회를 할 줄은 몰랐는데……. 아무래도 이 상황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 싶군. 교도 용병단이 지금 제국의 편에 섰다는 것으로 해석해도 되는 건가?”
처음 말을 한 사람은 올리번.
놀랍게도 교도 용병단의 비공정에서 내려온 사람은 다름 아닌 제국의 황제였다.
그의 등장에 공기가 달라졌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꽂혔지만 카릴은 그의 존재 자체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등 뒤에 서 있는 거구의 사내를 향해 쏘아붙이듯 말했다.
“글쎄. 그저 제국이 먼저 우리에게 의뢰를 한 것뿐이지.”
“그 이전에 나와의 거래가 있을 텐데.”
“맹약을 얻기 위해서라면 그 전에 네가 약속한 것부터 이행을 했어야지. 내 비공정은 몇 년 동안 계속해서 시동석을 갈아 주며 날고 있는걸.”
고든은 카릴의 말에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시동석의 개발은 곧 끝난다. 조금만 더 기다리도록 해. 약속은 분명히 지킨다.”
“그건 그때 가서 얘기하면 될 일이겠군.”
“교도 용병단이 고작 생명의 은인에게 이따위로 뒤를 치는 시정잡배들이 모여 있는 곳은 아닐 텐데?”
“우릴 이용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값을 치러야지. 언제까지고 무료로 쓸 수 없는 것 아니겠나. 미하일만 하더라도 충분히 제 몫을 하고 있는걸.”
고든은 어깨를 으쓱했다.
카릴은 그런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그가 알고 있는 고든은 적어도 손해 보는 바보 같은 곳에 자신의 패를 거는 남자가 아니었다.
‘올리번 녀석에게 승산이 있다는 말인가?’
아닐 것이다.
고든은 타이란 슈테안을 제국의 황제로 인정하긴 했지만 올리번을 인정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크로멘과 함께 남부를 왔던 것이기도 했으니까.
“무슨 꿍꿍인지 모르겠군.”
그의 말에도 불구하고 고든은 여전히 표정을 알 수 없는 굳은 얼굴로 일관할 뿐이었다.
“뭐, 좋아.”
쿵―
카릴은 머리가 뭉그러진 가휄의 시체를 집어 던져 올리번의 앞에 떨어뜨렸다.
“하나든 둘이든 상관없지.”
어느새 병장기가 부딪히던 소음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던 함성이 잦아들었다.
침묵의 전장에서 그의 목소리가 울렸다.
“죽으러 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