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316)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316화(316/497)
210. 빈집 털기
“크…… 크하하하하!!”
당혹감과 정적이 공존하는 가운데 고든 파비안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카릴의 일침에 모두가 당황한 표정이었지만 오직 그만이 허리를 젖히면서 신나게 웃었다.
“들었어? 제국의 황제 앞에서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대륙에서 저 녀석뿐이라고 장담하지.”
“…….”
신나게 웃는 그와는 달리 올리번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수만 명의 제국군 앞에서 잘도 그런 소리를 하는군. 일국의 수장이라면 적어도 자신을 따르는 자들의 안위를 생각해야 하는 것인데.”
철컥―!!
콰아아앙――!!
올리번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녹기사단의 기사들이 다시 검과 방패를 들어 올렸다.
단장의 죽음으로 혼란에 빠질 수 있었던 것도 잠시 황제의 등장에 그들은 전열을 가다듬었다.
“여전히 제국에 대항할 헛된 생각을 품고 있다니…….”
“헛된 생각? 너야말로 자신을 따르는 자들의 안위를 생각해야지. 귀한 기사 단장을 북부의 제물로 갖다 바친 게 누군데.”
카릴은 라크나를 들어 가휄의 시체를 가리키며 말했다.
우우우웅…….
그의 마력으로 만들어진 라크나의 검날이 마치 우는 것처럼 일렁거렸다.
“내가 다 널 생각해서 하는 소리야.”
“크…… 크큭.”
고든은 카릴의 말에 다시 한번 웃었다. 하지만 그런 그를 바라보며 카릴은 차갑게 말했다.
“고든, 당신도 마찬가지야.”
“……말이 좀 짧다?”
고든 파비안에게서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기세에 이민족, 제국군 할 것 없이 갑자기 어깨가 짓눌리는 듯한 기분을 받았다.
‘마력의 양이 더 짙어졌군.’
5대 소드 마스터은 모두 강자지만 그중에서도 크웰과 고든은 규격 외라 불릴 정도의 존재들이었다.
검술에 있어서는 크웰이 육체와 강인함에 있어서는 고든이 압도적이었는데 놀랍게도 육체파로 보이는 그였지만 실제로 마력의 양은 크웰보다도 높았다.
애초에 이미 5클래스를 상회하는 마력을 보유하고 있었던 그였으니까.
그 후 시간이 흘렀고 고든 파비안의 행보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가 어떤 기연이 있었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크웰 역시 전생과 달라졌다. 이미 죽었어야 할 그이니 지금 어떤 일이 있어도 이상할 게 없지.’
다만,
“당신이 적이라면 더 이상 예우를 해줄 필요는 없지. 나는 내 사람은 아끼지만 내게 검을 드리우는 놈에겐 가차 없거든.”
자신을 방해한다면 쓰러뜨린다는 것엔 변함이 없는 일이었다.
“너무하는군. 망령의 성에서 나름 생사고락을 함께한 사이인데 말이야.”
“생사고락을 함께한 인간이 내 뒤를 쳐? 지금 여기가 다과회라도 열리는 화기애애한 자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당신.”
카릴의 말에 고든은 여전히 웃을 뿐이었다.
여전히 속내를 알 수 없었다.
“제국과 붙게 되면 대륙이 전쟁으로 휩싸이게 될 것이다. 수많은 사람이 죽겠지. 유례없는 대전쟁이 될 것이다. 수만의 목숨을 사라지게 만든 패자는 역사에 지워지지 않을 원망을 받겠지.”
“그래서?”
“자신 있나? 그들의 원망을 어깨에 짊어질 용기 말이야.”
올리번은 카릴에게 도발적으로 물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로 돌아가는 카릴의 대답은 냉소뿐이었다.
“미친놈.”
카릴은 코웃음을 쳤다.
“헛소리를 하려고 멀리 여기까지 왔나? 쓸데없는 수작 부릴 것 없이 여기서 붙을까?”
“일국의 수장이란 자가 한없이 가볍군.”
“가벼운 것이 아니라 진실 된 것이지. 나는 누구처럼 뒤를 치지 않거든. 가족을 죽이고 친우를 죽이려는 짓 따위는 말이야.”
그의 목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분노가 섞였다.
올리번은 그의 뜻을 절반밖에 알아듣지 못할 것이지만 카릴에게 있어서는 전생의 삶과 현생의 삶 모두 그가 겪었던 일이었다.
“뭘 망설여?”
그 순간 밀리아나가 말했다.
“오만방자한 여유를 부리는 것도 여기까지다. 전쟁이란 어차피 적의 머리만 잡으면 끝나.”
스캉―!
밀리아나가 섬광처럼 움직였다.
“옳은 말. 내가 주위를 끌지.”
그녀의 생각을 읽은 듯 화린이 자신의 목걸이를 움켜쥐었다.
“카아아악!!!”
주위의 기사들을 뿌리치며 라이칸스로프로 변신한 화린이 그대로 양팔을 들어 올리번의 옆에 있는 고든에게로 달려들었다.
“재밌는 능력이로군.”
변신을 한 화린의 완력이라면 고든 파비안에게도 절대로 밀리지 않을 것이었다.
거의 자신의 체구만큼이나 커다란 라이칸스로프를 흥미롭게 바라보며 고든이 양 주먹을 서로 부딪혔다.
카강!!
마치 쇠붙이가 충돌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전신에 두꺼운 갑옷이 생겨났다.
오토마타.
토(土) 속성의 절대 방어술이자 그의 전매특허인 갑주 형태의 마법이었다.
“흐읍!!”
두 사람의 주먹이 서로 부딪혔다.
콰아아앙!!
지축이 흔들리는 듯한 굉음과 동시에 화린의 아래에서 밀리아나가 튀어나와 고든을 노렸다.
두 사람은 처음 만났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오래전부터 호흡을 맞춘 듯 밀리아나의 검이 고든의 옆구리를 노리며 쇄도했고 빈틈을 놓치지 않고 저 멀리 키누 무카리의 화살이 고든의 목을 노렸다.
타앙!!
“이 녀석들.”
신경질적으로 지암석으로 된 화살을 튕겨 내며 그가 으르렁거리듯 고든은 자신의 아래에 있는 밀리아나의 머리를 있는 힘껏 내려쳤다.
쿵!! 콰가가강!!!
아슬아슬하게 몸을 틀자 고든의 주먹은 그녀를 비껴 나가며 바닥을 때렸다.
사방으로 돌 파편들이 튕겨져 나왔다.
그가 주먹을 휘두르자 화린과 밀리아나는 날카로운 풍압에 뒤로 물러났다.
“…….”
카릴은 그런 세 사람의 격돌을 바라보며 어쩐 일인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에이단.”
“네.”
“녀석을 향해 검을 던져봐.”
에이단은 순간적으로 마력 변형을 일으켜 단검 안에 마나 블레이드를 응집시켰다.
제국의 황제를 직접 공격한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신경전과는 전혀 다른 무게를 가지는 일이었지만, 그의 명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에이단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올리번을 향해 품 안에 쥐고 있던 단검을 있는 힘껏 날렸다.
솨악!!
육안으로 좇을 수 없는 엄청난 속도.
“폐하!!”
기사들은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지만 잠깐이지만 소드 마스터급의 암살자가 된 그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까앙―!!
하지만 놀랍게도 마력을 머금은 에이단의 단검은 올리번에게 다가가지 않고 그대로 튕겨져 나갔다.
“……!!!”
기사들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역시. 그가 있었군.’
카릴은 올리번의 앞에 서서 에이단의 단검을 막은 남자를 바라봤다.
창백한 피부에 머리가 아닌 입 주위를 가린 특이한 투구를 쓰고 있는 그는 에이단이 던진 단검을 지그시 밟아 부러뜨렸다.
‘알터 볼튼.’
카릴은 예상했다는 듯 남자를 바라봤다.
회귀를 한 이후 카릴은 지금까지 전생의 제국 7강이라 불리던 인재들을 찾아 만났었다.
개중에는 자신의 동료가 된 자도 있고 그렇지 못한 자도 있었지만 그가 알고 있는 일곱 중 한 명만큼은 지금까지 만나지 못했었다.
아쉽게도 전생에도 그 한 사람이 어떻게 제국의 기사가 되었는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바로,
눈앞에 있는 이 남자.
제국 7강의 마지막 한 명인 전쟁광(戰爭狂) 알터 볼튼.
“호위가 있었군요.”
“당연한 일이야.”
“주군이시라면 상관없지 않습니까.”
카릴은 에이단의 말에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밀리아나. 물러나.”
“……?!”
그의 말에 오히려 밀리아나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슨 소리 하는 거야? 고작 이제 막 소드 마스터에 발을 들여놓은 애송이 하나 때문에 절호의 기회를 버리겠다는 말이야?”
“저 덩치는 우리가 막을 수 있다. 전쟁으로 갈 필요 없이 지금 저놈의 목을 베면 그만이야.”
그녀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화린 역시 말했다.
“수장들. 병력을 물려라. 밀리아나 너 역시.”
“도대체 왜?!”
“안 느껴져?”
“……뭐?”
“적어도 너는 알아차려야 하지. 올리번의 진짜 호위는 따로 있다. 고든과의 전투에 빠져서 주위를 놓치면 안 되지.”
“따로 있다니?”
그 순간 밀리아나의 얼굴이 굳어지더니 황급히 뒤를 돌아봤다.
그때였다.
조금 전 비공정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거대한 그림자가 북부의 언덕을 덮쳤다.
“저, 저기……!!!”
“말도 안 돼.”
누군가의 외침이 울렸다.
“드…… 드래곤이다!!!”
카릴은 굳은 얼굴로 그들이 바라보는 곳을 바라봤다. 마치 눈처럼 은백의 아름다운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오는 한 마리의 거대한 드래곤.
웅성― 웅성―
언덕에 모인 이민족과 야만족들은 어두워진 상공을 바라보며 호전적이었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두려운 듯 시선을 떼지 못했다.
“소문이 사실이었던가?”
“설마…….”
신음과 같은 탄식이 여기저기에서 들렸고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밀리아나가 소리쳤다.
“소란 피우지 마라―!!”
하지만 그녀의 독려에도 불구하고 병사들의 떨림은 쉬이 가시지 않았다.
“북부의 이민족들이여!!”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 올리번의 목소리가 병사들의 귀에 꽂혔다.
“그리고 남부의 야만족들이여.”
분명 큰 소리는 아니었는데 신기하게도 저 멀리에 있는 병사들에게까지 들리는 것 같았다.
언령(言靈).
그의 특유의 억양은 음률을 만들어 냈고 그것은 마치 귀로 들리는 것이 아니라 심장 깊숙한 곳을 직접 때리는 느낌이었다.
“지금까지 우리는 많은 오해와 불신 속에서 오랜 세월 간 끝없는 싸움을 했다. 지금까지 제국이 해왔던 만행을 잘 안다. 전 황제인 타이란 슈테안이 벌인 일에 대해 진심으로 유감을 표한다.”
[크르르르르르…….]날카로운 울음소리가 그의 말에 대답하듯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그대들이 진실 된 마음으로 나와 함께 간다면 나는 그대들을 받아들이겠다. 하나!! 잘못된 왕의 독단으로 죽음을 선택한다면 그대들은 지금 눈으로 보는 이 힘과 싸워야 할 것이다.”
[카아아아아아아……!!!]고막이 찢어질 것 같은 날카로운 포효.
병사들은 자신도 모르게 귀를 틀어막고 주저앉았다.
[놈. 영악한 짓을 했어.]두아트의 힘을 빌려 검은 영체로 나타난 알른이 올리번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제국이 마도 시대부터 수호룡과의 맹약을 아직까지도 맺고 있을 줄이야……. 놈은 백금룡을 보이는 무대를 만든 거였군.]그의 말에 카릴은 살짝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기습이 목적이 아니었어.”
올리번이 어째서 자신에게 유리한 전장이 아니라 불필요하게 북부에까지 급하게 진격을 했는지 말이다.
승리를 위한 기습이 아니었다.
진짜 목적은 모두가 모인 이곳에서 드래곤의 존재를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그 효과는 확실했다.
드래곤이라는 존재는 인간에게 있어서 여전히 압도적인 존재였으니까.
“평화롭게?”
밀리아나는 올리번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웃기는 소리 하고 있네. 평화 협정을 맺자는 놈이 이딴 식으로 먼저 기습을 해? 공격이 성공했으면 그대로 이민족들을 몰살시켰을 녀석이. 그게 막히자 최후의 수단을 꺼낸 거면서 대화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이게 협박이 아니고 뭐야?”
하지만 그것이 대화이든 협박이든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눈앞에 드래곤이 있다는 것과 이제 그 위대한 마물이 자신들의 적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제국이라는 적 하나로도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드래곤까지…….
[크르르르르르…….]카릴의 비룡은 백금룡의 등장에 겁을 먹은 듯 경계 하듯 낮게 울기 시작했다.
“이번이 제국이 그대들에게 주는 마지막 호의다. 생명을 가볍게 여기지 말길 바란다.”
촤아아아악―――!!!
드래곤이 있는 힘껏 날개를 펼치자 마치 함선의 돛처럼 거대한 커다란 날개가 흔들리며 매서운 강풍을 만들어 냈다.
우우우우웅……!!
백금룡의 머리 위에 올라탄 올리번이 하늘을 날아오르자 비공정이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제국으로 돌아간다!!”
제국군의 병사들이 일사불란하게 흩어지기 시작했지만 누구도 그들의 뒤를 쫓지 못했다.
“나르 디 마우그…….”
상공으로 사라지는 백금룡과 비공정을 바라보며 카릴이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드래곤이 나타났을 때 시종일관 침묵하던 카릴이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밀리아나가 말했다.
“왜 그래? 설마 드래곤을 보고 얼어붙기라도 한 건 아니겠지?”
하지만 그런 그녀의 우려와 달리 카릴의 얼굴은 평온 그 자체였다.
“크…… 크큭.”
오히려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
꿀꺽―
갑작스럽게 카릴에게서 뜨거운 살기가 느껴지자 밀리아나는 자신도 모르게 긴장하고 말았다.
“에이단.”
“전에 했던 얘기 기억나?”
“주군께서 하실 말씀이 혹시 망령의 성 때의 일이십니까?”
“맞아.”
어쩐 일인지 에이단 하밀 역시 겁을 먹기는커녕 카릴과 같이 여유로운 얼굴이었다.
“물론입니다. 저도 드래곤을 보자마자 딱 그 생각을 했는걸요. 이제 더 이상 동방국을 지나는 데 어려움이 없으니 더 빠르게 도착할 수 있을 겁니다. 제국이 드래곤을 부리다니……. 솔직히 좀 놀랐네요. 수호룡은 그저 전설인 줄 알았는데 말이죠.”
“하지만 우리에겐 기회지.”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수호룡? 고작 드래곤 한 마리일 뿐이야. 놈이 제국의 편에 서서 날뛴다면 그러라고 해. 과연 이렇게 해도 놈이 제국을 위해 전장에 나서서 싸우는지 보지.”
모두가 백금룡의 등장으로 겁에 질려 할 때 카릴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뒤를 돌아서서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우리는 빈집(Lair)을 털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