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317)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317화(317/497)
211. 북부의 다짐
[검을 참은 건 잘한 일이다.]한 차례 습격 이후 전선을 정비하느라 밤중에도 분주하게 움직이는 이민족들을 지켜보던 카릴은 알른의 말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참은 건 나뿐만 아니라 당신도겠지.”
[흥…….]“천 년 만에 그토록 바라던 백금룡을 본 소감이 어때?”
[소감? 그런 게 있을 리가 있겠나. 놈의 꿍꿍이가 궁금할 따름이지. 우습게 들릴지 모르지만 너와 함께하면서 복수에 대한 분노보다 오히려 그놈이 하려던 것이 뭔지 그리고 그 계획 속에 우리의 죽음도 포함되어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거든.]알른은 나지막하게 말했다.
[내가 살았던 시대. 1천 년 전, 마도시대. 놈은 7인의 원로회라 불리는 우리를 가르쳤고 또한 죽이기도 했다.]카릴은 그의 말을 조용히 듣다가 한마디 했다.
“죽은 건 당신이지. 그리고 백금룡이 죽였다기보다는 동료에게 죽임당한 거잖아?”
[…….]못마땅한 표정에 카릴은 재밌다는 듯 피식 웃었다.
“물론 나르 디 마우그의 사주를 받아서 벌어진 싸움이지만 말이야.”
[흥, 어쨌든 놈이 숨기려고 했던 것이 마엘이란 열다섯 번째 마스터 키가 봉인되어 있는 상자라는 것은 이제 알게 되었지. 그리고 알테만을 본 이후 조금은 놈의 생각도 알 것 같아. 녀석이 하려고 한 게 뭔지 말이야.]“그게 뭔데?”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놈이 우리를 가지고 실험을 했다는 것이다.]“실험이라니?”
[각 종족의 취약한 점을 자신이 보완해 줌으로써 놈은 뭔가를 확인하려던 게 아닐까?]“흐음…….”
[놈은 우리들뿐만 아니라 알테만, 엘프인 그에게 검술을 가르쳤다. 육체가 뛰어난 인간에게 마법을 가르치고 마력이 뛰어난 엘프에게 반대로 검술을 가르쳤지. 효율을 따진다면 반대가 되어야 하는데 말이지.]알른에게서 옅은 분노가 느껴졌다.
[덕분에 초대마법부터 마도검술까지 여러 가지 인간에게 유익한 것들이 탄생하게 되었지만……. 과연 놈이 순수하게 그런 것을 예상하고 엘프와 인간에게 검술과 마법을 가르쳐 준걸까? 난 아니라고 본다.]“당신은 나르 디 마우그가 확인하려는 것이 뭔지 알 것 같다는 말인가?”
[종족의 가능성.]“무슨 의미지?”
[글쎄……. 그저 내 예상에 불과하기 때문에 아직은 확신을 가지긴 어렵지만 그런 생각이 든다. 놈은 마치 드래곤처럼 다른 종족에게 마력과 검을 실험한 것이 아닐까 하는.] [마력과 검의 합일이라……. 정령만 제외한다면 마치 주덱스가 사용했던 위대한 마법과 같군. 정령계가 소실되어 감에 있어서 정령의 힘을 쓸 수 없게 된 것이 당연한 일이겠지만.]그 순간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라미느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바로 그거야.]알른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신화 시대의 블레이더는 우리 같은 고대 문헌을 아는 자들만이 기억하고 있는 역사의 숨은 이야기일 뿐이지. 하지만 그가 썼다는 위대한 마법. 의미는 다르지만 그 이름은 아직도 존재하지 않느냐. 카릴, 기억하고 있겠지? 지금도 위대한 마법을 좇는 자들이 있다는 것을.]“설마.”
[물론 그들이 쫓는 위대한 마법은 정령왕들이 기억하는 것과는 다르겠지. 그들은 진짜 위대한 마법을 봤으니까.]“……황금 마법회.”
카릴은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맞아. 공국의 그들은 대마도서라 불리는 폴세티아를 쫓는다고 했었지. 나 역시 폴세티아를 알고 있다. 하지만 1천 년 전인 마도시대에도 그저 풍문으로만 존재하던 것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정말 그게 존재할까? 나 역시 본적이 없어.”
[하지만 검귀의 존재 역시 그렇잖아? 그것 역시 네 전생에서 존재하지 않은 것인 데다 마도 시대 역시 풍문으로만 있었을 뿐 없다고 여겼는데……. 그게 이제는 네게 있지.]카릴은 그의 말에 주먹을 쥐었다.
우우우웅…….
은은하게 퍼져 나가는 은회색의 광채가 어둠 속에서 빛났다가 사라졌다.
“완벽한 것은 아냐.”
[그래. 완벽한 것은 아니지.]알른이 말했다.
[그 점이 내가 지금까지 들었던 의문의 중심이다. 만약……. 신화 시대의 블레이더인 주덱스가 썼던 위대한 마법이 시대 걸쳐 전승되는 과정에서 검과 마법으로 나뉘어져 전해졌다면?]“당신 말은 폴세티아가 위대한 마법의 일부라는 뜻이군.”
[맞아. 그리고 그것을 백금룡이 다시 부활시키기 위해 알테만과 우리들에게 각기 실험한 것이라면…….]알른의 목소리가 조금 고양되었다.
그는 새로운 진실에 다가감에 있어서 즐거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너는 네가 원래 가지고 있던 용마력뿐만 아니라 나에게 빛과 어둠의 융합인 비전력을 익혔고 이번에 천년빙동에서 그의 검술을 받았으니……. 인류 역사상 그 누구보다 위대한 마법에 다가간 존재겠지.]“당신 말대로라면 비전력이 폴세티아를 찾는 단서가 될 수 있겠군.”
[물론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지만.]“황금 마법회를 만나 봐야겠어.”
카릴은 자신도 모르게 낮은 탄성을 토해내며 대답했고 그런 그를 보며 알른이 웃었다.
[어째서 나르 디 마우그가 블레이더의 힘을 부활시키려고 하는 것일까.]“글쎄. 당신의 말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일이지만 한 가지 놓치는 것이 있다.”
[그게 뭐지?]이번에는 알른이 그에게 물었다.
“나르 디 마우그는 블레이더의 힘에만 관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녀석은 교단에도 깊은 관련이 있잖아.”
[그렇군……. 그러니 더욱더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야. 내가 의문인 것이 바로 그것이니까. 나는 유일하게 네가 알고 있는 전생의 미래를 엿봤었지. 물론 전부는 아니지만 앞으로 일어날 끔찍한 전쟁에 대해 네 마음을 조금은 이해한다.]카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 때문에 나 역시 백금룡이 지금까지 해온 행보의 의미가 궁금하구나.]그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적어도……. 확실한 것은 무슨 계획인지 모르지만 놈은 오랜 세월을 걸쳐 준비해 왔었다는 것이겠지.]“흐음…….”
[처음 너를 만났을 때 했던 말 기억하겠지.]“녀석을 믿지 말라는 것?”
[그래. 적인지 아군인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언제나 의심해야 한다. 놈이 그저 호의로 이런 계획을 세운 것이라면 다른 위원회를 시켜 날 가두려고 하지 않았겠지. 놈은 회색 교장 안에 숨겨 놨던 상자에 내가 다가가지 않길 바랐어. 7인의 원로회 중 유일하게 내가 그 가능성을 가진 사람이었는데 말이지.]“나르 디 마우그가 당신이 마스터 키를 얻는 것을 막았다는 말인데……. 왜 그랬을까.”
[모르지. 비록 완벽하지는 않지만 인류 중에 유일하게 나는 용마력과 같은 무색에 가깝게 도달했던 자였지만……. 그저 드래곤의 심술일지도.]카릴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를 바라봤다.
지금까지의 백금룡이 해놓은 것들을 본다면 그런 단순한 유희나 심심풀이로 이런 일을 벌인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글쎄. 어쩌면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마스터 키를 얻길 바라지 않았을지도. 당신도 나도 모두 그가 생각하는 가능성의 일부를 잡았을 뿐 카릴처럼 완벽하지는 않잖은가.”
그때였다.
망루 안쪽에서 들리는 목소리.
카릴과 알른은 그의 정체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놀라지 않은 표정이었다.
“엿들을 생각은 없었네. 단지……. 자네에게 할 말이 있어 찾다가 우연히 듣게 되었어.”
“상관없어. 알테만.”
카릴은 자신을 찾아온 엘프를 바라봤다.
최초의 낚시꾼.
베일에 싸인 그의 이명을 카릴이 알고 있는 이유는 그 이름이 전생에 어느 날 갑자기 대륙에 퍼졌기 때문이었다.
다름 아닌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았던 열 개의 재해(Ten Disasters)라 불리는 타락(墮落)들을 막아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기 때문이다.
“…….”
북부의 스승이 최초의 낚시꾼이라는 것은 전생에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지만 그가 마도 시대를 살았던 엘프이자 검귀의 검술을 이어받은 자라는 것은 몰랐다.
최초의 타락인 혈(血)이 나타나고 수많은 병사들의 목숨을 잃었다.
<심장을 벤다.>
단순하지만 그 심장까지 다가가는 과정도 쉽지 않았고 혈을 사냥하는 과정에서 녀석의 심장이 끝내 폭발하는 바람에 그 자리에서 수만 명의 병사들이 즉사하고 말았다.
시체조차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지워진 목숨들.
그 이후 제국군의 병사들은 타락과의 전투에 전의를 상실하고 말았다.
그런 상황에서 나타난 두 번째 재해.
인간의 몸에 개구리를 닮은 얼굴을 한 마물들이 대륙 전역에 수천, 수만 마리씩 일제히 쏟아졌고 그들을 통솔하는 타락(墮落), 헤트(Hekhet)의 등장에 제국을 비롯하여 신탁의 10인들조차 막아내는 것에 급급한 상황이었다.
그때 나타난 사람이 바로 알테만.
자신 스스로를 낚시꾼이라 칭하며 세계 각지의 은닉되어 있는 비밀을 찾아 수면 위로 끄집어내는 자라고 소개했던 그를 인류는 그저 이상한 사람이라 여겼지만 그가 마지막 열 번째 재해까지 막는 방법을 찾아냈고 끝내 인간을 승리로 이끌었을 때 그는 자신이 북부의 스승임을 알렸다.
‘이미 그때엔 대부분의 이민족이 죽어버린 후라 의미가 없었지만…….’
카릴은 알테만을 바라봤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가 백금룡과 관계가 있었으니 타락의 사냥법을 아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지.’
백금룡은 전생에서 이미 신령대전에서 그 마물들과의 전투를 겪어 본 유일한 존재였으니까.
‘이후 당신은 종적을 감췄고 그 뒤로 보지 못했는데……. 설마 알른과 마찬가지로 그 이후 백금룡이 관여된 것은 아니겠지.’
카릴은 지금까지도 그래왔지만 이제부턴 하나하나 더욱 머릿속에 깊이 새겨 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여겼다.
너무나도 많은 것이 실타래처럼 엉켜 있었고 반대로 그 일들에 모두가 연결되어 있는 지금 자신이 놓치는 하나의 정보가 엄청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으니 말이다.
[당신 말은 백금룡이 우리는 거절하고 카릴에겐 마스터 키를 허용했다는 뜻인가?]“그럴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지. 7인의 원로회가 묻힌 곳인 회색교장의 공략되었다는 것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니까. 마법 도시인 아조르의 수장이 이미 오래전에 대륙에 공표하였거든.”
[흥……. 멍청한 셀린 한의 후손 같으니.]알른은 영주인 파시오를 떠올리면서 혀를 쯧― 하고 찼다.
“나르 디 마우그가 그 사실을 모를 리 없겠지. 마스터 키가 들어 있는 상자가 사라졌다는 것도 알 테고……. 그럼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그의 계획 속에 카릴이 조건을 만족하는 자라서 그럴지도 몰라.”
[그런 식으로 말하니 꼭 놈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난 기분이군. 우리는 우리의 생각대로 움직였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리하면 돼.]“알른의 말이 맞아. 녀석이 어디까지 알든 마지막에 이기는 자가 승자니까.”
카릴의 말에 알테만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뭐, 좋다. 나 역시 자네의 그런 면을 보고 천년빙동을 보여준 것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알테만은 그에게 펜던트를 건넸다.
“화린이 가지고 있던 라이칸스로프의 의지일세. 그녀가 전해 달라더군. 이 안에 있는 바람의 정령왕의 힘이 필요하지 않은가?”
카릴은 펜던트를 바라봤다.
우우우웅…….
그러자 펜던트가 반응을 하는 것처럼 가볍게 떨리더니 녹빛의 소용돌이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그녀가 큰 결심을 했군. 이걸 내게 준다는 건 자신의 힘을 포기한다는 건데.”
“누가 뭐라 하더라도 자넨 이민족을 이끄는 수장이잖나. 그들에게 있어서 대전사가 가지는 무게는 엄청난 것이니까.”
카릴은 그의 말에 피식 웃었다.
“정령계의 문을 열기 위해서는 그의 힘이 필요하긴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광풍(狂風)의 힘을 내가 가져가면 이 안에 있는 마스터 키의 봉인이 풀린다. 지금도 라이칸스로프의 힘을 쓰는 걸 버거워하는데 그렇게 되면 화린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어.”
카릴은 펜던트를 다시 알테만에게 주었다.
“그녀는 제국 전쟁에서 중요한 전력이야. 이후의 싸움에서도.”
“으흠.”
“그녀에게 전해. 기회를 주겠다고. 잠시 동안 그녀에게 맡길 테니 죽을 각오로 마스터 키에 익숙해지라고 말이지. 정신을 잃고 적아도 구분 못하는 괴물이 되어 버리는 녀석은 필요 없으니까.”
“그렇게 전하지.”
알테만은 그의 말에 쓴웃음을 지으며 펜던트를 다시 품 안에 넣었다.
“에이단.”
“네. 주군.”
카릴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를 부르자 어느새 어둠 속에서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너는 먼저 돌아가서 동방국의 살수들을 준비시켜라. 은밀하게 백금룡의 레어를 털기 위해서 그만한 전력도 없겠지.”
“이미 이스라필의 우월한 눈을 통해 연통을 해놓은 상태입니다. 동방국의 스나켈(Snakel)들이 준비 중입니다.”
과거 사이몬 코덴의 직속 부대였던 그들은 암연 중에서도 가장 실력이 있는 자들만 엄선해서 구성된 집단이었다.
“좋아.”
카릴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울 거야. 이 풍경.”
그는 어쩐지 애틋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시 돌아오면 되잖느냐. 모든 여정에는 끝이 있는 법이니까. 하지만 너와 내가 알고 있는 여정은 이제 막 발돋움을 했을 뿐인 것을.]알른은 그런 카릴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카릴은 품 안에서 아그넬을 꺼냈다.
“그렇기에 나 역시 빌려 간 것을 조금 더 써야 하겠지만 모든 것이 끝나면…….”
그는 서서히 동이 트기 시작하는 북부의 태양을 바라보며 다짐하듯 말했다.
“칼리악의 무덤에 이 검을 돌려주겠다.”